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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325화 (325/657)

< --  [혈육에 대한 애착]  -- >전용비행기에 올라 페루로 가는 최태욱은 서재에서 남미의 지도를 보는 레베이카 대공주에게 조용히 물었다.“공주, 어디를 가보고 싶어?”“페루로 가니 공중 도시인 마추픽추를 가보고 싶죠.”“그래, 그럼 바로 쿠스코 시로 직접 가야되겠군.”레베이카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오빠, 수도인 리마로 가지 않고요?”“가야 만날 사람도 없는데.”“새로 당선된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을 만나는 것도 좋잖아요?”“굳이 따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아니야.”회1/13 쪽등록일 : 12.12.21 10:47조회 : 3755/3768추천 : 80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9

최태욱의 이런 응수에 레베이카는 속으로 생각했다.‘이상하시네. 후지모리 대통령과 만나서 경제협력에 대해 대화를 해보는 것도 좋을 건데. 그가 일본인 2세라 싫어하나?’가끔 최태욱은 일본에 대해 상당히 적의를 드러낸 경우가 있었다.‘조상이 독립운동을 했다더니 그래서 그런가?’이제는 세대가 달라졌으니 잊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레베이카다. 그러나 가끔 일본과 외교적인 문제로 마찰이 이는 것을 보면 그런 과거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것 같았다. 하긴 자신도 독일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독일이 여러 차례 네덜란드를 침범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레베이카는 페루로 가면 수도인 리마에서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을 만나고 그 다음에 관광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자신과 대공은 마치 부부와 같이 공식 행사에 참석하게 된다. 그러면 자신과 타이거 대공과의 관계를 널리 알리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어머, 그게 싫어서 그런가?’2/13 쪽

레베이카는 이제 자주 같이 공식적인 행사를 참석할 요량이다. 산후조리로 인해 외부에 함부로 나돌아 다니기 어려운 피닉스 여왕의 입장이라 이런 때를 적절히 이용해볼 심산이다.‘일부러 피하려고 이러나?’그건 아닌 것이 틀림없다. 피하고 싶다면 굳이 자기와 동행할 하등에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최태욱의 이런 행동은 조금은 이해되지 않고 있었다.콜롬비아서도 따로 따로 행동하더니 이제는 아예 공식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 같아 은근히 신경이 쓰이고 있었다.‘잘 못하면 내가 숨겨진 여자가 된다고.’피닉스 여왕이 턱하니 아들을 낳아서 전과 전혀 다른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니 레베이카는 매사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최태욱 일행은 페루의 남쪽에 있는 쿠스코 공항으로 향하게 되었다. 최태욱은 잉카 제국의 수도인 쿠스코에 대한 안내 책자를 살펴보고 있었다.그런 최태욱의 옆에 앉아 레베이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빠, 나중에 제가 아들을 낳아도 큰 선물을 줄 거예요?”3/13 쪽

“무슨 선물? 왜 반지나 목걸이가 가지고 싶어?”“어머, 이모에게는 큰 영토를 선물로 주더니 저는 겨우 그런 보석을 준다고요?”“아, 그 이야기야? 카리브 령이야 필요에 의해서 하게 된 조치지.”“그래도요.”“공주가 그렇게 판단한다면 크게 잘못 생각한 거야. 카리브 령이 어디 개인의 소유라고 여왕에게 주는 선물인가? 꼭 그렇게 생각한다면 공주도 나중에 나라를 다스리게 되니 마찬가지로 선물을 받은 셈이지.”“그렇군요.”최태욱이 엄청난 자금을 투자해 카리브를 베네룩스의 영토로 영원히 만들어 버렸다. 레베이카 대공주는 그것을 피닉스 여왕이 다비흐 왕자를 낳아 선물로 주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전혀 관련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사실 이런 행동은 복합적인 이유 때문에 하게 된 것이다.‘카리브 주민들에게는 이런 방법이 최선 같아.’4/13 쪽

사람이란 자신의 뿌리나 또한 남들의 자신에게 바라는 염원에 대해서 많은 부담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최태욱은 자길 추종하거나 선호해 따르게 된 한국출신들에게 잘해 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한국 즉 한반도에 사는 전체 국민들에게 대한 어떤 부담감도 있다. 하지만 자길 따라 카리브 령으로 이주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부담감을 많이 느낄 수밖에 없었다.‘완전히 모두를 만족하게 해줄 수는 없지만 최선은 다해 줘야 해.’물론 한국의 벌전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하게 된 조치다.‘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카리브 령을 멀리 떨어져 있는 영토인 비지(飛地)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어.’ 물론 베네룩스 왕국에 속한 자치정부지만 국민의 구성원 80퍼센트가 한국 출신이니 아마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았다. 베네룩스야 국제법적으로 자기 영토이고 또한 최태욱이 여왕의 남편이라 큰 영토를 선물로 가져왔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이런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으로 인해 최태욱은 영토로 만들게 되었다. ‘각자 편한 데로 생각하는 거지.’5/13 쪽

잠시 이런 생각을 하던 최태욱은 페루의 관광 안내 책자를 보며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페루는 남아메리카 중부 태평양 연안에 있는 나라로 15세기 케추아족의 잉카 제국이 탄생한 곳이다. 16세기 스페인에게 정복된 후 300년 동안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다. 19세기에 완전히 독립했다. 경제개발이 늦은 이곳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국민들 대부분이 힘들게 사는 나라다.‘여기도 중앙아메리카나 비슷한 나라야.’페루는 가난한 나라의 특성 중 하나인 부의 편중이 아주 심했다. 좋은 지하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으나 삶을 영위하는 자체가 힘들 지경인 나라다. 그런 페루에 새로운 바람이 일어나고 있었다.‘드디어 후지모리가 전면에 나타났군.’최태욱은 새로 대통령에 당선된 알베르토 후지모리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그가 차츰 변하는 모습을 보고 싶군.’6/13 쪽

최태욱 일행은 잉카제국의 수도인 쿠스코 전역을 승용차로 이동하며 구경했다. 쿠스코는 안데스 산맥 높은 지점의 분지에 잉카제국의 수도로 한때 1백만 명이 거주했다는 도시다. 태양을 숭배하는 잉카인들은 하늘 높이 나르는 독수리, 땅은 밀림을 장악한 퓨마, 땅속은 거대한 아나콘다로 대변하는 뱀이 지배한다고 믿었다. 이러한 세계관에 따라 쿠스코는 도시 전체가 퓨마 모양을 하고 있다.도시를 관광하며 스페인은 과거를 완전히 지우기보다는 보존하며 그 위에 새로운 건축물을 어울리게 지은 모습에 놀라고 있었다. “스페인 사람들이 세계를 지배한 이유가 이거야.”“어머, 그렇게 생각하세요.”“그렇지. 과거를 부정한다는 것은 사실 심한 반발만 불러 온다고. 종교도 그렇다고 한국에서 불교가 성행하게 된 이유도 토속 신앙을 불교가 자연스럽게 흡수해서 그렇게 된거야.”“그렇군요.”“그러니 어떤 정치 세력도 과거를 부정하면 결국 그것은 반대 세력을 양산하는 경과7/13 쪽

를 가져 온다고. 그렇게 되니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것이고.”“듣고 보니 그러네요.”역사의 큰 흐름 중에 100년은 결코 길지 않다. 그래서 과거를 지워버린 소련은 결국 붕괴된다고 판단했다. 중국의 경우 그런 점이 문화혁명으로 나타났으나 그것의 한계를 알고 바꾸었다. 과거를 모조리 수용해 버리는 정책을 쓰게 되어 중국 내에 있었던 모든 과거 정권을 아울러 버린 것이다. 덜컹 덜컹.먼지를 휘날리며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도로는 산을 따라 꾸불꾸불하고 매우 위험한 곳도 많았다.쿠스코에 도착한 일행은 사륜구동 차량으로 마추픽추를 향하고 있었다. 비포장도로를 따라가며 레베이카는 약간 투덜거리고 있었다.“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인데 아직도 도로가 이렇게 엉망이다니 페루 정부에서는 도로 정비도 잘하지 못하고 뭐하나 모르겠네요.”“경제가 너무 어렵다보니 그렇겠지.”“아무리 어려워도 그렇지 도로를 이렇게 해놓고 관광 사업을 한다니 너무 어리석군8/13 쪽

요.”“다 돈이 없어서 그런 거야.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놓기가 어려워 그래.”“아스팔트 포장이 어려우면 시멘트 포장을 하면 되죠.”최태욱은 레베이카의 이런 대답에 어이없었다. 순간 오래전에 다소 맹하게 보이던 부분이 이런 것이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이거야 말로 똑똑한 바보군.’ 부국(富國)에서 태어나 더구나 왕족으로 살다가 보니 돈이 없다는 것이 뭘 뜻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흔히 나중에 잘살게 된 한국의 청소년들이 하던 대답과 같았다. 부모님들이 어려서 밥이 없어 굶었다고 과거를 회상하자 자식들이 초코파이나 라면을 끓여 먹으면 된다고 대답하는 것과 같았다. 더한 대답은 피자 시켜서 먹지 왜 그렇게 하지 않았냐는 식의 반문도 있었다. 사실 어려운 삶을 체험하지 못한 사람과 체험한 사람과의 감지 능력은 전혀 다르다.밥이 없다는 의미는 먹거리 자체가 전혀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사람이란 태어남이 각자 다르다. 그리고 지니고 있는 능력도 전혀 다르다. 9/13 쪽

부모에게 부를 물려받기도 하고 또한 어떤 재능을 물려받는 경우도 있다. 본인의 부단한 노력도 있겠지만 남보다 뛰어난 사람은 복 받은 사람이다.하지만 돈도 재능도 물려받지 못한 평범한 사람은 비굴해 질 수 밖에 없다. 그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적당히 굴종하거나 인정하고 또는 성실함 하나로 대부분의 인생을 묵묵히 살아간다. 그래서 이룬 모든 것을·······.잘난 사람들의 눈에는 아주 보잘 것 없는 성과이고 바보 같은 삶이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죽게 노력해도 이룰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이 자신의 어떤 정치적인 목적이나 사상적인 이상 때문에 매도하고 추하게 평가할 때 그들은 무섭게 분노하는 것이다.    ‘너무 잘나서 배부른 놈들이 함부로.’이룬 것이 적어 가족인 아내나 혹은 자녀에게도 별로 대우도 받지 못한다. 그들의 인생은 끝없는 굴종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평범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자신들의 비굴한 삶의 소중한 가치마저도 잘난 놈들이 마구 짓밟아 버리는 행위야 말로 가장 치졸해 치를 떨고 무섭게 분노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완전히 깔아뭉개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최태욱은 잠시 레베이카가 이런 상태로 자라다 나중에 나라를 통치하다 보면 안 된다10/13 쪽

는 생각이 들어 물었다.“공주, 돈 없어 굶어 본 적이 없지?”“예.”“공부 못한다고 놀림을 받거나 또는 무엇을 못한다고 누구에게 혼난 적도 없겠군.”“그렇다고 봐야죠.”레베이카의 대답에 최태욱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그럼, 레베이카는 인생을 반만 알고 사는 거야.”“예? 그게 무슨 말이죠?”“그냥 그런 것이 있어.”최태욱이 남보다 뛰어났던 점은 짧지만 두 번의 인생을 산다는 것이다. 전생은 시대가 다른 아주 서민의 삶이고 지금은 재능이 뛰어나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에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11/13 쪽

삶이란 굴곡이 심할수록 세상을 보는 관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남보다 유별난 삶을 경험한 사람은 때로 평범함 이하로 추락해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평범한 삶을 택하지 않으면 남보다 비법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숙명인 것이다.  페루는 경제가 엉망이고 또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경제가 엉망이었다. 그리고 그런 경제를 살린다고 주장하는 알베르토 후지모리라는 일본인 2세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원 역사를 잘 아는 최태욱은 사실 페루의 신임대통령인 후지모리에 관심이 많았다. 장기집권을 획책하다가 결국 말년에 추하게 변해버렸다. 하지만 지금이야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는 개혁적인 정치를 펼치기 시작해 인기가 아주 높았다.후지모리는 출신이 일본이다가 보니 일본과 상당히 밀착해 페루의 경제를 일으키려고 노력 중이다. 물론 한국의 추적에 다급해진 일본은 페루를 통해 새로운 경제발전의 어떤 계기를 삼으려고 노력 중이다.‘일본에서 아마 페루에 대해 많이 투자하게 될 거야.’자신은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그리고 파나마를 이용해 카리브 령도 발전시키고 나아가 한국의 발전을 돕고 있지만 일본인들은 페루를 마키 카리브 령처럼 생각할 것 12/13 쪽

같았다.‘아마도 그래서 일본인들의 부추김으로 인해 장기집권을 하려다가 나중에 망조가 들어 버렸는지도 몰라.’입헌군주제인 나라라는 점에서는 일본이나 베네룩스가 같았다. 하지만 실상 그 내용을 보면 페루와 카리브 령은 전혀 다른 형태다. 영토로 변해서 다르고 또한 통치자들이나 그 후계자들이 최태욱과 연인이거나 아들이라는 직접적인 혈연으로 연결된 점이 전혀 다르다.    최태욱은 10명의 경호원들과 같이 행동하기 때문에 4대의 차량으로 가고 있었다. 목적지에 거의 도착한 곳에 있는 약간 허름해 보이는 호텔로 들어갔다.“공주, 준비 잘해·······, 올라가다가 힘들다고 하지 말고.”“알았어요.”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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