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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323화 (323/657)
  • < --  [혈육에 대한 애착]  -- >[혈육에 대한 애착]인간은 본능적으로 혈육에 대한 애착심은 강하다. 특히 여자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어렵게 낳은 왕자라 피닉스 여왕은 그런 점이 유별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들을 낳아도 무관심한 타이거 대공의 행동에 대해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피닉스 여왕은 품에 안긴 아들을 보며 한숨을 토하고 있었다.“후~우! 다비, 아빠가 나를 싫어해서 너도 보고 싶지 않나보다.”이렇게 자책하는 말을 토하자 네브소냐는 기겁하며 얼른 답했다.“폐하,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공께 전화하니 분명히 무척 좋아하셨어요. 그리고 견우라는 이름은 많은 의미가 있지 않습니까?”피닉스 여왕은 네브소냐의 말에 이내 답했다.“견우와 직녀 이야기는 결국 어쩌다 만나는 사랑하는 사람이야기인데 뭔 의미가 좋아? 내가 보기에는 좋은 의미보다는 은연중 속을 드러낸 작명 같은데. 사람의 이름에 회1/13 쪽등록일 : 12.12.20 12:20조회 : 4034/4051추천 : 91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9

    짐승을 칭하는 글자를 넣고. 다른 좋은 이름도 많을 것 같은데 너무 허술하게 지은 것 같아.”피닉스 여왕의 심기가 불편한 것을 알자 네브소냐는 다독이고 있었다.“폐하, 저는 달리 생각합니다. 올해는 소의 해이고 양력이지만 7월 7일에 태어났으니 아마도 그런 이름을 지은 것 같습니다.”“실장은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예, 대공께서 조금은 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시지만 지나고 보면 깊은 의미가 있지 않습니까? 이번에 중동전쟁에서 많은 이득을 보고 투자를 너무 잘해 왕실의 재정이 전보다 대폭 늘어난 것도 있고요. 그러니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세요.”인도와 중동에서 일어난 전쟁의 틈바귀에서 베네룩스 왕국은 한국 다음으로 큰 이득을 보았다. 단순히 무기를 판매해서가 아니다. 레바논을 통해 시리아와 이라크 그리고 요르단 등 중동 국가들에게 많은 수출을 했다. 또한 왕실 자금을 관리하는 타이거 대공은 미국과 유럽 시장의 주식을 싸게 매입했다. 왕실은 물론 왕당파인 무리들은 소리 소문도 없이 많은 이득을 보게 되었다. “아마, 이번에도 뭔가 깊은 뜻이 있어 페루로 갔다고 생각됩니다.”2/13 쪽

    “나중에 보면 알겠군.”“그렇습니다.”이런 대화를 나누던 중에 비서실 소속인 여비서가 조심스럽게 들어와 보고했다.“폐하, 대공께서 연락했습니다. 한국의 강경으로 연락하라고요.”“그래? 본댁으로 연락하라고 했다고.”“그렇습니다. 한국으로 연락해 족보에 견우 왕자님을 올리라고요. 콜롬비아 정부와 중요한 협상을 하고 잠시 페루를 다녀서 오겠다고 했습니다.”“본댁의 집안 족보에 견우를 올린다고 했단 말이지?”“예,”이런 보고를 받자 피닉스 여왕은 언제 화를 냈느냐는 듯이 이내 얼굴이 환해지고 있었다. 결혼을 정식으로 안하고 견우 왕자를 낳아버린 이상한 처지다. 아들인 견우를 한국 3/13 쪽

    국적에 넣기는 사실 매우 곤란했다. 그러나 집안에서 기록하는 족보에 경우를 넣겠다는 것은 아무래도 자신을 아내로 기록하겠다는 뜻이다.보다 확실한 것은 모르지만 일단 이런 조치를 하겠다고 하자 마음이 조금은 풀어졌다.네브소냐가 얼른 입을 열었다.“폐하, 보세요. 제가 보기에 대공께서는 여전히 폐하를 사랑하십니다.”“그런가?”“두고 모시면 서운한 것 사라지실 겁니다.”“알았어. 실장 말대로 그이를 다시 만나면 확실하게 알겠지.”잠시 피닉스 여왕과 이런 대화를 나누고 나자 네브소냐는 슬며시 병실에서 나왔다.왕립의료원의 넓은 로비에는 많은 기자들이 모여 있었다.웅성웅성.4/13 쪽

    비록 큰 소리를 내며 대화를 나누지는 않지만 옆에 있는 기자들과 새로 태어난 왕자의 아버지가 누구인지에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지금쯤이면 밝혀야 하잖아.”“오늘은 발표하겠지. 이제 이름도 공개한다고 했으니까.”네브소냐는 로비에서 기다리는 언론인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이미 피닉스 여왕의 지시를 받은 터라 기자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왕자님의 이름은 다비흐입니다. 피닉스 2세 다비브 왕자로 칭해 주시고 애칭으로는 다비로 정했으니 앞으로 꼭 그렇게 기사를 쓰고 방송하도록 하세요.”“더 이상 발표할 내용은 없습니까?”“예, 다비 왕자님이나 폐하께서는 모두 건강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바빠서 이만 가보겠습니다.”뭔가 더 발표를 하지 않나 생각하던 기자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의료원을 떠나는 네브소냐를 바라보았다. 다들 의료원의 정원으로 나와 수군거렸다.5/13 쪽

    “이상하군. 기자 회견한다고 부르더니 너무 간단해.”“제일 중요한 내용을 발표를 안 하다니.”다비흐라고 왕자의 이름을 공개하면서 왕자의 아빠가 누군지 자연스럽게 알릴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그것을 공개하지 않으니 언론사 기자들은 대부분 당황했다. 이대로 사무실로 돌아가기가 거북한 언론사 기자들은 정원에서 삼삼오오 모여 수군거렸다.“혹시, 소문이 사실인가?”“무슨 소문?”“폐하께서 인공 수정해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았다는 소문 말일세.”“자네는 왜 아직도 인터넷에 떠도는 헛소문을 집착하나?”유럽은 인터넷을 통해 각종 정보가 많이 떠돌고 있었다. 이제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이 확산되고 컴퓨터 통신이 활발하게 확산되는 중이었다. 그러나 컴퓨터 통신과 인터넷을 통해 지내지는 소식들은 대부분 검증 안 된 소문이 떠도는 수준이다. 6/13 쪽

    세상은 빠르게 컴퓨터와 인터넷 세상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물론 유럽에서도 베네룩스 왕국이 선두로 달리고 있고 동양권에서는 일본과 한국이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새로운 기사거리를 찾아야 하는 언론사 기자들은 때로는 컴퓨터 통신에 집중하기도 한다. 좋은 기사거리가 없어 답답하면 그런 매체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도 많았다.인터넷으로 통해 전파되는 정보 중에는 의외로 귀중한 정보도 있었다. 그래서 한번 그런 재미를 보게 되자 집착하는 언론사 기자는 인터넷통신을 통해 알려진 정보에 대해 말했다.“물론 나도 타이거 대공이 아버지라고 믿기는 하지만 돌아가는 정황이 너무 이상하니까 그렇지. 왕자를 낳는 중요한 순간에도 타이거 대공이 오지 않으니 이상하다고. 더구나 한국식 작명은 발표도 안하고.”“그야 무슨 다른 이유가 있겠지.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다비 왕자님은 늦게 나서 이미 얼굴을 확실하게 알아볼 정도라고 하던데. 판박이처럼 타이거 대공을 닮았다고 하던데. 눈동자도 검고 머리도 검고. 피부만 더 하해서 아주 미남이라고 하던데.”“아무리 늦게 낳았어도 그렇지 미남이라는 것을 벌써 아나?”7/13 쪽

    “무슨 소리야. 늦게 출산해 머리도 많이 자란 상태로 낳았는데.”이런 대화를 나누던 기자들은 중앙정보부 직원과 왕실경호실 직원들이 다가오자 기겁해 입을 다물었다. 베네룩스 왕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이며 입헌군주제이다. 그러나 종전의 입헌군주제와는 많이 달라져 국왕의 권한은 막강했다. 그 권한은 마치 대통령제나 총통제 수준으로 변했다. 또한 계속해서 왕족들이 어이없이 죽어가자 이제 거의 사라졌던 왕실 보호법이 부활했다.왕실 보호법은 왕실 내부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사생활에 대해 언론사에서 함부로 기사화하거니 논하면 처벌하는 법이다. 아직은 그런 법으로 처벌을 받은 언론사 기자들은 없었다. 그러나 소문에는 그런 기사를 쓰는 언론사가 나오기를 사정 기관들의 장들이 노리고 있다는 소리가 있었다.“중앙검찰과 중앙경찰청장이 걸려들기를 기다린다고 하더군.”“왜?”“이번에 중앙검찰청과 중앙경찰청도 연립정부로 포함되며 청장들이 모두 경질될 위험성이 높으니 충성 경쟁을 하려는 거지.”8/13 쪽

    “그렇군. 피닉스 여왕께 잘 보여야 살아남으니 청장들이 한건하려고 할지도 몰라.”분위기가 묘한 상황에 공연히 한 건 올리려는 검찰이나 경찰들의 시범 케이스로 걸려들면 곤란했다. 평소에는 별로 대수롭지 않지만 의외로 호되게 당하는 수가 있다고 판단했다. 언론사의 기자들은 서둘러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다비흐라는 이름에 대해서 세밀하게 조사해 기사를 작성해야겠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일반 가정에서도 이름을 지을 때 쉽게 정하는 경우가 드물다. 하물며 왕자의 이름은 대충 지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리고 대부분 비슷하게 다비흐라는 이름에 대한 작명 이유를 비슷하게 추측해 기사를 쓰고 있었다. 다비흐 왕자의 이름은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고 있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유독 다비흐 왕자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출산하고 잠시 왕립의료원에 입원하고 있던 피닉스 여왕은 퇴원했다. 수리가 끝난 대궁전으로 다비 왕자와 같이 들어가고 있었다.뜻 깊은 행사라 세계의 언론사 기자들이 안트 대궁전으로 몰려왔다. 방탄 리무진을 타고 궁전의 입구에 도착한 피닉스여왕은 다비흐 왕자를 손수 품에 안고 입구에 서서 9/13 쪽

    기자들에게 왕자를 소개했다.“다비 왕자입니다.”다비 왕자는 소문과 같이 태어난 지 불과 몇 주도 되지 않았으나 이미 백일은 가까워 오는 아이의 모습이었다. 사진기자들이 급하게 셔터를 누르고 나자 피닉스 여왕은 그제야 직접 말했다.“다비 왕자는 한국식 이름으로는 최견우라고 합니다. 대공께서 직접 지으신 이름입니다.”“아, 그렇군요.”이번에도 다비흐 왕자의 아버지가 타이거 대공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 공개하는 선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그것은 이미 레베아카와 약속한 사실 때문이다. 지금 그것을 자신이 번복해 더 욕심을 부리면 레베아카 대공주가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할 위험성이 농후해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한편 한국의 충남 논산시의 강경 본댁 사랑방에서는 최천만 이사장이 집안에서 족보를 만드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10/13 쪽

    “족보에 넣을 수 없다고요?”“그렇소. 집안에서 축하할 일은 분명하지만 어르신들이 다들 그건 예의에 벗어난다고 해서 어렵게 됐소.”이렇게 말하자 최천만이 슬며시 말했다.“그럼, 우리 계파에만 넣는 방법으로 해야 되겠군요.”“현재로는 그 방법 밖에 없습니다.”최천만 이사장은 결국 족보에 손자를 넣기 위해 족보를 따로 분파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자신도 이런 일 때문에 되도록 정식으로 혼인하라고 아들에게 권했다. 그런데 잘난 아들은 도통 아비의 말을 안 듣고 돌아다니더니 혼인도 안하고 손자부터 봐버렸다.“휴우! 며느리 자리가 어지간해야 족보에 올리지 못한다고 거절하는데.”아무리 고지식하게 예법을 따지거나 한국 출신인 참한 며느리를 보고 싶다고 해도 이제 소용없었다. 11/13 쪽

    일국의 여왕을 날름해 고대하던 손자를 낳았으니 내칠 수는 없었다. 더구나 손자인 장손이 나중에 베네룩스 왕국에서 국왕으로 오를 확률이 높았다. 손자를 생각하자 나이 많은 코쟁이 며느리라 마음에 썩 들지는 않지만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분파하는 족보는 강경 최씨로 정하고 따로 형제가 없던 선조부터 기록하기로 했다. 그리고 최도술 관장을 자신의 동생으로 입적시키는 방법으로 족보를 만들게 되었다.이런 분파하는 족보작업을 끝내고 나서 최태욱의 본처로 피닉스 여왕은 김화란이라고 올리게 되었다. 하필 김씨로 칭한 이유는 한국에서 제일 흔한 성씨고 마침 선덕여왕에 대한 드라마가 방송되던 때이기 때문이다. 선덕여왕이 정치를 잘했다고 판단했으니 이렇게 정한 것이다.필사본으로 족보를 여러 권 만든 최천만이 차남인 최태수를 불렀다.“둘째야, 너 베네룩스를 갔다가 오거라.”“제가요?”“그래, 가서 네 큰 형수에게 이 족보를 전해 주거라. 그리고 견우의 백일이나 돌때 우리가 그곳으로 찾아가기가 어려울 것 같으니 금반지를 두벌 만들어 전해주고.”“알았어요.” 12/13 쪽

    “갈 때 네 아내도 데리고 가서 유럽 구경도 하고 오고.”“정말요?”“그래, 그동안 네 아내도 고생했으니 그런 정도는 해줘야지.”최천만 이사장은 둘째 며느리가 무척 마음에 들어 그런 성품의 여자를 첫째 며느리로 보고 싶었지만 이제는 포기하고 있었다.한편 카리브 령에서 지내던 최태욱은 이웃 나라인 콜롬비아 정부와 보고타에서 중요한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외부로는 무덤덤하지만 속으로야 새로 태어난 아들에 대한 애착심은 강했다.그래서 탄생을 기념하고 피닉스 여왕에게도 좋은 선물을 주기로 결정하고 협상에 임하고 있었다.   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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