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316화 (316/657)

< --  [민족  전쟁]  -- >언론사들의 보도로 인해 스페인 국민들은 베네룩스의 해군인 제4함대가 비스케이 만으로 들어 온 것을 알았다. 막강한 화력은 지닌 제4 기동함대가 빌바오 항구 근처 해상에 포진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스페인이나 프랑스 국민들은 잔뜩 긴장했다. 피레네 산맥에서 목장을 운영하며 사는 농민들은 라디오를 통해 나오는 소식에 걱정하고 있었다.“이거 자존심 싸움으로 피레네 근처에서 전쟁이 언제 터질지도 모르겠군.”“설마 전쟁이 그렇게 쉽게 터지나. 두 나라는 프랑스 때문에 영토도 아주 멀리 떨어졌는데.”“전쟁이 꼭 지상에서만 하나? 국지전처럼 해전도 있을 수 있는 거지.”“하긴 그렇군.”“모두 상당히 예민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보아 조짐이 너무 좋지 않아.”스페인의 북쪽인 바스크 지방에서 사는 사람들은 불안해서 정상적으로 생업에 종사회1/13 쪽등록일 : 12.12.17 12:54조회 : 3832/3848추천 : 75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9

하기 힘들었다. 특히 어민들은 완전히 조업을 중단하고 급히 귀항하고 있었다.바다에 있다가 졸지에 해전이라도 벌어지면 수장될 위험성이 많다고 판단한 것이다.두두두두. 쉬이익! 쉬이익!제4 기동함대의 헬기들이 저공으로 바다 위를 날아다니고 있다. 멀리 높은 하늘에는 스페인이나 프랑스 공군의 전투기들이 편대를 이루어 초계활동을 강화하고 있었다.하늘에서 전투기들이 자주 날아다니자 피레네 산맥 근처에 사는 프랑스 국민들도 은근히 불안했다. 그들이 걱정하는 이유는 근처에서 전쟁이 터지면 졸지에 프랑스 지역도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양쪽에서 조금씩 양보하면 안 되나?”“그게 어디 쉽겠어. 저렇게 베네룩스 왕국에서 해군의 기동함대까지 동원한 마당에 뭐라도 관철시켜야 철수하는 거지.”“새로 건조한 상륙함에는 해병대도 있을 것 아냐?”“그야 모르지 언론보도로는 1천명이 상륙할 준비가 된 함정이라니 혹시 상륙 작전을 펼칠지도 모르지.”2/13 쪽

“이거 보아하니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아.” 자꾸만 분위기가 험악해 지고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와 스페인의 TV방송사에서는 급하게 방송헬기를 띄워 공해상에서 머물고 있는 제4 기동함대를 취재해 보도하고 있었다.“영해를 침범하지는 않은 것 같군요. 대략 30킬로 밖에 포진해 있습니다. 그리고 링스 헬기들은 서북쪽에서만 날아다니고 있군요.”  프랑스와 국경지역이라 양국 해안선에서 모두 30킬로미터 밖 해상에 제4 기동함대는 포진해 있었다. 현재 유럽에서는 제일 최신형으로 무장한 함대다.영해란 1982년에 해양법협약을 채택하면서 연안국은 섬과 섬을 연결하는 기선으로부터 12해리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를 말한다. “분명 영해 밖입니다.”TV방송사에서는 자꾸 전쟁의 상황으로 몰라가는 것이 잘못이라고 판단한 것인지 12해리의 밖이라고 보도하고 있었다. 1해리는 1852미터로 22.224킬로미터라 현재 30킬로미터 지점에서 함대가 포진해 있으니 영해를 침범한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패널로 나온 해양학자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3/13 쪽

“빌바오 항구에서 40킬로미터 이상 떨어지고 해안선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으니 스페인에 대해 주권침해는 아니라고 판단됩니다.”“박사님 말씀처럼 영해 침범은 아니니 국민들께서는 안심하시고 너무 긴장하시지 말길 바랍니다.”해양학자가 다시 설명했다.“설사 그렇더라도 접속수역 내인 24해리 이내에서 하는 베네룩스 함대의 이런 무력시위는 실질적으로 주권침해와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듣고 보니 또 그런 문제가 있군요.”“아무튼 양국 모두 국왕을 동시에 잃은 상태니 분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표자들이 만나서 서로 잘 타협점을 찾아 슬기롭게 대처해야 됩니다.” “아직은 전쟁의 위험은 없다는 거죠?”“예, 양국 모두 현명한 지도자들이 있으니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4/13 쪽

이런 보도를 TV방송사를 통해 접한 스페인 국민들은 일부는 안심하고 일부는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 걱정하는 사람들은 얼마 전 베네룩스 외무장관인 스테판이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총리와 만나 1차로 협상을 시도했으나 결렬되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TV보도를 통해 베네룩스의 해군 함정들을 보던 베레모를 쓴 바스크 남자들이 맥주를 마시며 한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베네룩스 왕국에서 우리 스페인을 만만하게 보고 영해 근처로 와서 무력시위를 벌이는 거야.”“그런다고 자존심도 있는데 누가 순순히 굽히나? 공연히 망나니인 필립국왕이 외국의 경마장에서 놀다가 죽었으니 그냥 말수는 없으니 한번 해보는 수작이지.”“아마 조금 저러다가 슬그머니 물러날 거야.”“그렇겠지.”그래도 빌바오 항구의 입구에 해당하는 해상에서 막강한 전함들이 포진해 있다. 그러니 은근히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한 남자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스테판 장관은 여자지만 무척 강골이잖아. 순순히 물러날 것 같지는 않던데?”5/13 쪽

“소문에 성깔은 보통이 아니라지만 외교에서 어디 성질대로 되나? 저 잘난 맛에 혼자서 공연히 길길이 날뛰는 거지. 우리 스페인 해군도 막강한 항공모함이 있으니 겁날 것 없다고.”“이 사람아. 전쟁이 나면 다 죽는다고.”“전쟁이 나면 나는 당장에 베네룩스로 가서 은행이나 털고 모조리 폭파할 생각이야.”“뭐? 제 정신에 하는 말인가?”“베네룩스가 돈이 많아지니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졌어. 해군력을 키우더니 함부로 과시하니 은행부터 때려 부수면 된다고.”스테판 장관은 1차 협상 당시 스페인 정부에서 바스크 지방에서 활동하는 자유조국바스크(ETA) 조직에 대해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실시하기를 촉구했다. 하지만 스페인 정부에서는 그것을 완강하게 거절했다.스페인 정부는 폭탄테러범인은 스페인의 빌바오 시 출신이나 본시 프랑스 지역에 있는 ETA조직과 연결되어 폭탄테러사건을 벌였다고 했다. 그러니 스페인 영토 내의 바스크 지방에서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펼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6/13 쪽

이 무렵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에서는 스테판 외무장관 카이로스 국방장관과 스페인 총리와 장관들이 긴 테이블에서 마주 않자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스테판 외무장관이 화가 난 표정으로 항의했다.“결국 스페인 정부에서는 프랑스 쪽에 모두 떠넘길 심산이군요. 우리가 조사한 배후조직에 대한 내용과는 너무 다른데요.”“무슨 소립니까. ETA조직에 대해서는 수십년을 싸운 우리가 더 잘 알죠. 범인은 프랑스지역에 있는 ETA조직과 연결된 사람이니 빌바오 항구를 봉쇄한다는 무력시위에 우리 정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뭐요? 그건 너무 무책임한 말이죠.”“무책임한 것이 아니라 그게 진실이라는 겁니다.”베네룩스 왕국의 요구는 스페인 정부에서 조금만 양보하면 해결될 조건이었다. 제4함대가 빌바오 항구 입구에서 포진해 해안봉쇄 형태를 취할 때 스페인 정부에서 테러조직에 대한 소탕작전을 펼쳐 달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양국은 서로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자고 했다. 7/13 쪽

양국의 이해관계나 정부 체면이 있으니 그런 정도로 조치해 폭탄테러사건으로 생긴 베네룩스 국민들의 불만을 해소시키게 해달라는 이야기다.스테판 장관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다는 말에 다시 불만을 토했다.“이도 저도 안한다면 스페인 정부는 국왕이 죽은 폭탄테러사건을 그대로 덮어 버리자는 겁니까? 당신들 논리대로라면 그 범인은 분명 귀국의 국민이니 우리 정부가 얼마든지 무력을 동원할 수 있소.”“뭐요? 지금 그 발언이 뭘 뜻하는지 아시오?”스테판 장관의 말은 베네룩스가 스페인을 상대로 전쟁하자는 뜻이었다. 스페인 총리의 이런 응수에 스테판 장관은 더욱 강력하게 요구했다.“우리는 지금 왕족을 모두 잃은 분노로 국민들이 모두 참지 못하고 있소. 너무 미온적으로 대하는 귀국에 대해 전쟁도 불사하자는 여론이라는 것을 총리께서는 전혀 모른다는 거요? 그러니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반드시 배후조직을 소탕할 생각이오.”  너무 강하게 나오자 협상이 또 결렬될 수 있다고 판단한 스페인 총리는 다소 부드럽게 말했다.“우리도 귀국 국민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북쪽의 최대 8/13 쪽

무역항인 빌바오 항구 입구에 해당하는 해상에 귀국의 함대가 포진하도록 그대로 묵인할 수는 없소. 귀국이 끝내 철수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해군을 동원할 생각이오.”“뭐요? 결국 전쟁을 하자는 겁니까?”“귀국의 무력시위로 인해 빌바오 항구로 오던 외국 상선들이 오기를 피하고 있으니 우리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소. 더구나 어민들은 조업을 나가지 못한다고 연인 항의 중이니 우리도 어쩔 수 없소.” “그거야 그들이 공연히 겁먹어서 하는 행동이 아니요?”“그렇게 쉽게 말할 수 없소. 귀국 때문에 우리는 벌써 피해가 상당하다는 것만 아시오. 주가도 떨어지고 있어 피해가 너무 많소.”빌바오 항구는 스페인 왕국에서 아주 중요한 곳이다.양국 대표들이 거론 중인 빌바오 항구는 비스케이 만에서 10킬로미터 정도 내륙으로 들어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이 도시는 서쪽 교외의 철광상을 배경으로 제철업이 시작되었으며 영국을 비롯한 인근 여러 나라에 수출하고 있었다. 또한 평야지대에서 생산되는 포도주와·섬유의 교역도 이루어져 스페인에서 손꼽는 무역항이다. 제철 제강 이외에 금속, 기계, 석유화학,·유리, 도자기, 조선 등의 공업이 9/13 쪽

매우 발달한 도시다.전쟁을 각오하지 않는 이상 베네룩스에서 스페인 해안을 봉쇄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근처 해상에서 언제고 전투가 벌어질 위험성이 높아지면 무역항구의 기능이 상당히 위축될 염려가 많았다. 그런 이유로 스페인 정부에서는 베네룩스 정부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바스크 지방의 독립운동으로 시작된 폭탄테러 사건은 커지고 있었다. 졸지에 두 나라 사이를 전쟁 상황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독립심이 강해 바스크 지방은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하지만 자신들의 개성을 세계에 퍼뜨리기도 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베레모다. 베레모는 피레네 산맥의 목동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크고 둥글게 만든 모자로 각국의 군복 디자인에 활용되면서 세계적인 패션 아이템이 되었다. 검은 베레모로 유명한 쿠바의 체 게바라도 북 스페인의 바스크 혈통을 이어받고 있다. 그는 아르헨티나 출생의 쿠바 정치가이자·사회주의 혁명가로 멕시코에 머무르면서 쿠바혁명에 참가하였다. 볼리비아 산악지대에서 게릴라 부대를 조직하여 활동하다 붙잡혀 총살당했다.그런 이유로 스페인을 비롯해 세계에서는 체 게바라를 영웅시하는 청년들이 아주 많았다.10/13 쪽

스페인 총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귀국의 함대는 빨리 접속 수역 밖으로 물러나주기 바랍니다.”“뭐요? 지금 접속구역 안에 있으니 스페인에서 그 권리를 주장하겠다는 거요.”“그렇소. 물러나지 않으면 우리도 참지 못하겠소. 해군력을 동원하는 수밖에 없소.” 영해의 기준이 되는 선은 해수면이 가장 낮은 썰물 때의 해안선이 원칙이다. 해안선의 굴곡이 심하고 연안에 섬이 많을 경우 외측의 돌단부와 섬들을 직선으로 연결한 선을 기선으로 한다. 이 기선으로부터 바깥쪽 12해리까지가 영해다. 접속 수역은 기선으로부터 24해리까지다. 접속 수역은 영해 밖에 접속한 공해에 해당하지만 인접국가가 통관, 재정, 출입국 관리, 위생 따위에 대하여 관할권을 인정받는 수역이다.스페인 총리는 그 접속수역 권리를 주장했다. 실질적으로 발바오 항구 입구를 막고 있는 베네룩스 함대가 철수하기를 요구하고 있었다.서로 팽팽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멀리 베네룩스의 합참본부에서는 새로운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11/13 쪽

외무장관을 스페인으로 보낸 피닉스 여왕은 타이거 대공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프랑스 파리로 갔었다.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모종의 협상을 벌였다. 순조롭게 협상되자 급하게 귀국해 스텐 궁으로 찾아온 슈타스 합참의장을 만나 명령했다.“함대는 24해리 밖으로 물리라고 하세요. 그리고 제4함대 사령관에게 여기에 적혀 있는 좌표로 함포사격을 시작하라고 하세요.”“알겠습니다.”합참의장의 명령을 하달 받은 제4 기동함대는 돌연 철수하듯이 해안선에서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드디어 철군하나? 협상이 잘 진행된 모양이군.”“의외로 싱겁게 끝나는군.”그러나 24해리 밖으로 물러난 제4함대는 비스케이 만에 포진했다. 일자 대형으로 포진한 상태로 먼저 이지스 구축함에서 155밀리 주포로 함포사격이 시작되었다.과광! 과과광!12/13 쪽

둔중한 소리가 들리며 많은 포탄들이 스페인의 해안 쪽으로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대부분의 서방세계 함정들이 127밀리 함포를 장착하고 있다. 그러나 베네룩스 해군 함정의 6천톤급 부터는 주포로 155밀리를 장착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사거리가 4-50킬로미터 불과하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그 후로는 일체 외부로 155밀리 함포의 위력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이지스 함정에서 주포가 발사되자 이어서 두 척의 6천톤급 함정에서도 함포가 발사되고 있었다.“드디어 전쟁인가?”3척 대형 함정에서 발사된 155밀리 포탄은 모두 스페인 해안선을 따라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었다. “저게 뭐야?”베네룩스의 함대가 멀리 물러나자 조업하기위해 나온 어민들이 놀라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먼 바다에서 들리는 함포 사격과 동시에 뭔가 시커먼 것들이 까맣게 하늘로 날아가자 경악했다. 13/13 쪽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