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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313화 (313/657)
  • < --  [민족  전쟁]  -- >[민족 전쟁]새해가 되자 다소 따스하게 변했던 날씨는 또다시 북쪽에서 불어온 한파로 인해 유럽 전역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었다. 유럽의 동구권인 사회주의 국가들은 추락한 경제상황으로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그나마 동구권 국가의 맹주로 유지되던 소련 연방 경제가 붕괴의 조짐으로 더욱 추운 겨울을 보내게 되었다. 유럽인들은 추워진 날씨만큼이나 냉기류가 흐르고 있었다.“베네룩스와 스페인 정부에서 폭탄테러 사건을 벌인 놈들을 어찌 처리할지 모르겠군.”“아무래도 군사적 보복을 하겠지?”“대대적인 공격인지 아니면 무장 조직만 색출해 소탕할지 결정하기 어렵겠어.”폭탄테러 사건으로 인해 전보다 검문검색은 강화되어 생활에 많은 불편을 주고 있었다. 유럽인들은 개인의 자유가 박탈된다고 하며 불평들이 많았다. 회1/13 쪽등록일 : 12.12.16 16:12조회 : 3919/3936추천 : 77평점 :선호작품 : 4978(비허용)

    새로 연합국으로 태어난 베네룩스 왕국은 스페인에서 벌어진 마드리드 경마장의 폭탄테러 사건 여파가 아주 심했다. 그나마 남았던 왕족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결국 피닉스 여왕과 레베이카 대공주만 남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연합국 수도를 헤이그나 암스테르담으로 이전하자는 주장들이 언론사를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새로운 수도로 이전하는 것이 좋아.”유럽이라고 해서 동양처럼 풍수지리설과 같은 요상한 이야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점성술이나 괴상한 전설들이 많았다. 그런 이유로 살벌한 소문들도 많이 떠돌고 있었다.“브뤼셀의 기운이 수도로 부족해. 거기는 갑자기 젊어서 죽은 악령들이 너무 득실거려 새로 태어난 나라의 수도로 적합하지 않아. 그래서 또 국왕이 죽었잖아.”“공동묘지에는 마녀도 출현한다는 소문이 있다고.”“뭐야? 그게 정말이야? 자네 영화보고 헛소리 하는 것 아니야?”술집에서 맥주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주민들은 자꾸만 국왕에 오르기만 하면 죽는 사태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악령이나 마녀의 농간이라는 소리를 하고 있었2/13 쪽

    다.“맞아. 계속 대형사고만 터지니 옮기는 것이 좋다고.”“그게 좋겠어.”사람의 심리란 묘해서 분위기에 민감했다. 연이어 터진 국왕들의 사망과 더불어 브뤼셀이 새로운 나라의 수도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들이 분분해지고 있었다.“바다의 기운이 왕성한 도시가 좋다고.”“당연하지. 우리는 바다를 접해야 국력이 강해지는 거야.”수도를 이전하자는 주장들의 핵심은 현재 여왕인 피닉스의 출신이 네덜란드다 보니 이런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동조하는 부류는 군부다. 그들이 가장 강력하게 수도의 이전을 주장하고 있었다. 지휘관들은 모이면 수도 이전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전략적으로도 국토의 중심에 수도가 있는 것이 제일 좋아.”3/13 쪽

    “당연하지. 그래야 부대를 배치하기도 편하고 유사시 방어에도 제일 유리하다고.”“룩셈부르크는 너무 떨어지게 되어 반대가 심하겠군.”“그거야 그들 생각이지. 이제 새로운 나라니 수도를 좋은 곳으로 옮겨 새롭게 모든 것을 시작해야지. 그래야 나라가 발전한다고.” 통합군 형태로 제일 처음 시도된 해군사령부가 위치한 안트베르펜 시가 급격히 수도 후보지로 부각되고 있었다. 지방 정부에서 경제는 통괄하지만 외교와 국방은 중앙정부에서 관장하기 때문에 더욱 그런 말들이 많았다. 그런 논의는 급격하게 국민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었다.드디어 수도 이전을 원한다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 시위가 며칠 계속되자 상하원의원 모두 의결에 참여하는 총회에서 수도 이전 문제가 의안으로 상정되었다.“안트베르펜은 항구 도시고 총사령부, 중앙은행, 중앙정보부가 같이 있으니 그곳에 제일 좋습니다.”“좋습니다. 저도 찬성합니다.”  “외무부가 있는 헤이그가 좋습니다.”4/13 쪽

    “그건 국토의 너무 한쪽으로 쏠리게 되니 반대입니다.”네덜란드 출신들은 헤이그가 좋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벨기에 출신들이 반대하게 되어 절충안으로 안트베르펜으로 결정되었다.안트베르펜은 통합된 영토의 중심부에 위치한 점도 고려되었다. 국민들이 주장하는 해양 국가에 적합한 항구도시라는 점이 선정의 배경이다. 안트베르펜에 있는 왕립박물관이 대궁전으로 정해졌다. 브뤼셀, 룩셈부르크, 암스테르담, 헤이그에 있는 왕궁은 이궁으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해안가의 요새인 스텐 성이 별궁으로 결정되었다.이런 와중에 지방정부의 총리들도 새로 선출되고 요직의 관료들이 대폭 바뀌게 되었다. 새로운 시대는 새사람이 이끌어야 한다고 해 전폭적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새로 조직된 것이다.중앙정부 요직 인사가 끝나자 벨기에나 룩셈부르크 출신 국민들은 그래도 안심하고 있었다.“다행이야. 네덜란드 출신에 편중하지 않아······.”5/13 쪽

    “당연하지. 그렇게 해야 새로 통합한 나라는 분란이 없는 거야. 하지만 네덜란드 출신으로 유능한 사람을 물러나게 해서 그게 조금 아쉽기는 해.”“적당한 자리로 보내 주겠지. 그게 힘들면 SGEU 회사로도 보낼 것이고.”“그 회사의 인사 문제는 피닉스 여왕이 거의 결정하지?”“아마 그렇게 하고 있을 거야. 타이거 대공은 카리브 령에서 지내기 때문에 SGEU 회사의 인사나 운영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는 않으니까.”일단 수도의 이전이 의회에서 결정되자 피닉스 여왕은 스텐 성으로 거처를 옮기게 되었다. 사실 피닉스 여왕은 이전하고 싶은 곳은 암스테르담이나 주변에서 반대하자 결국 절충안에 승복했다.브뤼셀 왕궁을 떠나며 피닉스 여왕은 궁전의 관리인으로 정해진 남작에게 당부했다.“제가 몸이 이래서 자주는 브뤼셀 왕궁으로 오지 못합니다. 하지만 레베이카 대공주는 자주 여기로 와서 지낼 것이니 그렇게 아세요. 항상 언제고 오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조치해주세요.”“명심해서 관리를 잘하겠습니다.”6/13 쪽

    본래의 자국 영토 내로 수도를 이전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국 벨기에도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왕국으로 변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런 사실을 예민하게 생각하던 벨기에 출신 국민들도 이제는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쉽게 받아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통합한 이후 국민들의 살림은 더 좋아졌기 때문이다.살면서 무슨 일에는 명분이나 자존심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을 잘 먹고 살게 해주는 것이다. 그 이상으로 국민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일은 없었다.피닉스 여왕은 이제 사라진 두 왕실의 재산은 모두 국가재정에 포함시켜 대학교들의 첨단과학연구소 발전기금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미래 산업으로 판단한 전자통신 그리고 의료 분야에 집중하고 있었다.  한나라의 소멸에 특별이 애착심이 강한 국민들이 없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이 수도 이전을 반대하며 자살한다고 고층빌딩의 옥상에서 난동을 피우는 사건들은 있었다.피닉스 여왕은 수도가 이전되기 전에 그동안 오고 싶어 하던 타이거 백작성을 슬며시 방문하고 있었다.7/13 쪽

    “여기도 많이 변했군.”“예, 많이 변했지요. 이제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요.”브뤼셀에서 수도가 안트베르펜으로 이전하게 되자 타이거 백작성은 이제는 완전히 관광과 의료 센터로 변했다. 피닉스 여왕은 타이거 백작성의 내부를 천천히 돌아보며 네브소냐 실장에게 말했다.“타이거 대공이 처음 여기서 자리 잡았던 시절이 생생하군요.”“그렇지요. 여기가 출발점이라고 봐야죠.”타이거 대공을 만난 이후로 피닉스 여왕은 이곳을 무척 오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때는 함부로 이곳을 오지 못하는 처지라 속만 많이 태웠다. 자신과 경쟁하던 두 여자가 사라지고 보니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래서 네브소냐에게 다시 물었다.“대공께서는 뭐하고 있는지 알아요?”“예, 요즈음은 기마병을 양성하느라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두 분의 동상을 여러 개 만든다고 유럽에서 조각가를 초청했고요.”8/13 쪽

    “그렇군요.”   피닉스는 두 왕가의 재산 일부를 국고로 넣어 대학교에 기부하는 형태를 취했다. 일부는 직접 피닉스 장학재단에 넣어 장학 사업을 펼치고 있었다. 그것은 타이거 대공이 두 여자들이 남긴 재산을 그렇게 처리하자 따라서 비슷한 방법을 쓰고 있었다.최태욱은 두 여자 사망하며 유산으로 남긴 재산을 대부분 처분했다. 그녀들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던 사업체나 부동산들은 모두 SG 그룹의 계열사에서 매입하는 형태로 자금을 만들었다. 카리브 령에 있는 대학교의 연구소 건립이나 장학기금으로 기부했다. 네브소냐가 그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안나 공주님 유산은 주로 그리스나 유럽출신 학생들을 지원하고 수지 공주님의 경우는 동남아시아 출신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게 된답니다.” “그래? 그럼 우리도 그런 방법이 좋겠군요. 그렇게 해야 유산을 남긴 분들의 숭고한 뜻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것이니까요.”“알겠습니다. 기금 운용 방법에 대해 피닉스 장학재단 측으로 그렇게 연락하죠.”피닉스 여왕은 불러온 배를 자랑스럽게 내밀고 다니며 중요한 행사장에 다니고 있었9/13 쪽

    다. 그러자 국민들도 이제 그런 피닉스 여왕의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어차피 왕족도 씨가 마른 판이니 어떤 남자 자손이면 어때.”“하긴.”피닉스 여왕은 오래 기다린 자신의 목적이 달성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자신이 낳을 아이는 왕자나 공주나 모두 왕위 계승할 여건은 충족되었다고 판단했다.‘이제 그이가 정식으로 외부에 공포하는 절차만 남았어.’요새지인 스텐 성은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족들이 전혀 없는 피닉스 여왕으로는 지내기가 제일 적당해 거처를 옮겼다. 물론 대궁전의 이전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임시 거처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추후에 타이거 대공이 오면 그의 거처로 사용하기로 결정되었다.스텐 성의 여왕 집무실로 외무부 장관인 스테판, 중앙정보부 헤이켄 부장과 합참의장인 슈타스 대장이 찾아왔다. 피닉스 여왕은 배가 불룩해진 몸으로 두 사람을 반겼다.“어서 오세요. 세 분이 같이 오셨네요.”10/13 쪽

    외무부 장관인 스테판이 여성이라 그런지 임신한 상태에서 거처를 새로 좁은 곳으로 옮긴 것이 걱정되어 물었다.“폐하, 몸도 불편한데 좁은 곳에서 지내기 어렵지 않으세요?”피닉스 여왕은 풍덩해 보이는 차림으로 큰 의자에 앉으며 응수했다.“그렇지 않아요. 나야 가족도 없는데요. 여기도 너무 큰 편이죠.”“대공이 아직도 바빠서 오시지 않으니 아무래도 그렇겠군요.”두 여자의 장례를 치른 타이거 대공은 계속 카리브 령에서 지내고 있었다. 필립과 보두엥 국왕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아 처음에는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타이거 대공이 장례식을 치르고 또한 일부러 오지 않았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가 왔다면 지금처럼 일사분란하게 피닉스 여왕 중심으로 뭉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하이켄 정보부장이 조심스럽게 자신들이 찾아온 이유를 말했다. “폐하, 스페인의 바스크 지방에 대해 응징해야 됩니다. 필립국왕을 살해한 그들을 지금처럼 그냥 놔둘 수는 없습니다. 반드시 군사적인 행동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11/13 쪽

    “그렇습니다. 반드시 힘으로 응징해야 됩니다.”하이켄 정보부장의 말에 슈타스 합참의장도 동조하고 있었다. 그러나 태교에 전념하는 피닉스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답하고 있었다.“바스크 지역은 스페인에서 따로 떨어진 영토도 아니라 어렵다고 봅니다. 스페인 정부의 동의 없이 우리가 군대를 동원해 함부로 바스크 지역을 공격하지 못합니다.”피닉스 여왕의 답에 옆에서 스테판 장관이 나서며 거들었다.“폐하 말씀이 옳습니다. 스페인의 자유조국바스크 단체는 프랑스 영토에도 조직원들이 있어 꼭 어디에서 사는 조직에서 마드리드의 폭탄테러사건을 사주했다고 단정하지도 못하는 실정입니다. 그러니 군사력을 동원한 행동은 어렵다고 봅니다.”스테판 장관의 말에 하이켄 부장이 이내 반박했다.“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최소한 해군을 동원해 바스크 지방의 해안은 봉쇄할 수 있는 명분은 있습니다. 그런 정도는 스페인이나 프랑스 정부에서도 용인할 것이고요.”스페인 영토 내에서 분리 독립하기 위해 투쟁하는 바스크 지방이라 보복하려고 해도 12/13 쪽

    쉽지 않았다. 자존심 강한 스페인 정부에서 외국군이 자국 영토로 와서 무력을 사용하도록 용인할리 없었다.그렇다고 국왕이 살해당한 상황에 지금처럼 아무런 조치를 안 한다는 것도 곤란했다. 잠시 생각하던 피닉스 여왕은 드디어 결정해주고 있었다.“외무장관은 스페인과 프랑스 정부와 접촉 하세요. 우리 해군이 바스크 지역의 해안을 봉쇄하는 문제에 대해 협의부터 하세요.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ETA 조직에 대해 스페인 정부에서 적절하게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우리가 직접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통보하고요.”“알겠습니다.”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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