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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312화 (312/657)
  • < --  [분리 독립 투쟁들]  -- >윤민규의 반문에 군의관이 자세하게 설명했다.“플라스틱고폭탄인 C4가 터지며 동시에 범인의 몸을 감고 있던 폭약과 크레모아가 터져 비산된 쇠구슬에 의해 머리를 관통당해 사망했습니다. 대부분 사망이나 부상자는 크레모아의 쇠구슬에 인해 치명상을 입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불에 탄 시신은 백린 수류탄도 같이 터져서 그렇습니다.”“너무 끔찍하군요.”이미 스페인 경찰과 대화를 많이 나눈 상태인 군의관은 추가해 설명하고 있었다.“폭발소리가 두 번에 걸쳐 들린 것은 특석 바로 아래의 화장실에 숨겨진 TNT고폭탄이 터지자 다들 그렇게 들었던 겁니다. 그래서 특석이 무너지고 천장의 콘크리트가 떨어지며 압사한 사람들도 많고요.”“압사요?” “압사도 두 종류가 있습니다. 사건이 터지자 관중들이 급하게 도망치며 깔려서 밟혀 죽은 사람이 무려 20명이나 됩니다.”      회1/13 쪽등록일 : 12.12.16 07:41조회 : 3959/3976추천 : 68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8

    군의관의 설명을 듣고 나자 많은 사람들이 사망한 원인은 알게 되었다. 환자들의 몸에서 나온 여러 개의 쇠구슬을 보며 말했다.  “구슬은 제가 몇 개 따로 가지고 가죠.”“그러세요. 서류에 서명만 하세요.”윤민규는 크레모아의 구슬을 회수해 스페인 경찰의 양해를 구해 증거 자료로 별도로 챙기고 있었다. 폭탄테러 사건은 단순히 혼자서 벌였다고 보기 힘들었다. 배후 조직이 상당히 막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사건 수사가 오래 진행될 수 있겠어.’아직 시체안치실에 있는 일부 시신은 온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필립국왕부처의 시신은 그래도 온전한 편이었다. 그래서 총리 일행은 서둘러 시신을 운구해 마드리드를 떠나게 되었다.안나타이거나 수지 주의 시신이야 병원에 그대로 안치해 두기로 했다. 나중에 타이거 대공으로부터 지시를 받으면 인계하기로 결정했다. 윤민규는 젊은 나이에 죽게 된 두 여자가 안타까워 군의관에게 부탁했다.“꽃집에 부탁해 매일 생화를 보내라고 해주세요.”2/13 쪽

    “알겠습니다.”“아마 회사 관계자들이 찾아오게 될 겁니다. 그때는 출입이 가능하도록 허락해 주세요.”“예, 그렇게 하죠.”가족은 없다고 하더라도 회사나 또는 주변에서 모시던 사람들이 찾아올 것으로 판단해 이런 부탁을 하게 되었다. 병원을 떠나는 윤민규의 마음은 매우 무거웠다.“젊어서 요절하다니·······.” 자신이 빨리 범인을 찾아내는 것이 그가 두 여자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라고 판단했다.사건현장인 경마장으로 돌아온 윤민규는 경마장의 사무실인 수사본부로 들어가 베네룩스에서 데리고 온 의사들에게 지시했다.“다행이 폐하의 시신은 온전해 의사 분들이 할 일은 없게 되었군요. 기왕에 왔으니 수3/13 쪽

    거되는 시신들의 조각을 주인 찾는 작업에 협조해주세요.”“알겠습니다.”이런 지시를 하는 이유야 당연히 범인의 시체의 잔해와 구분할 필요성 때문이다.산산 조각 나고 백린 수류탄으로 불타버린 범인의 시신을 조금씩 수거하게 됐다. 범인의 시체를 베네룩스에서 가져온 최첨단 장비들을 동원해 검사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자료로 본격적으로 스페인 경찰이 수사를 하게 되었다. 베네룩스에서 오게 된 수사관들도 같이 수사하고 있었다. 한편 인디언 보호구역을 떠난 최태욱은 말을 타고 서쪽으로 이동했다. 간혹 무인지경인 초원에서 야영하는 방법으로 적이 추적하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전혀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 밤이 깊은 시간 약간 높은 지역에서 야영하던 최태욱은 옆에 누워 있는 샤프레이에게 지시했다.“샤프, 오늘이 연말이니 어떤 소식이 있는지 라디오 좀 틀어봐.”“넷!”연말이면 대부분 한해를 정리하며 큰 사건 사고에 대해 평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4/13 쪽

    나 두 나라의 국왕이 사망한 마드리드 폭탄테러에 대해 방송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윽고 올해의 사건사고에 대해 방송이 나오자 두 사람은 좁은 텐트 안에서 귀를 기울이고 듣고 있었다. 그러다 안나타이거와 수지 주의 사망에 대해 듣고 모두 놀랐다.“어떻게?”“대공, 두 분이 같이 있다가 사고를 당한 모양입니다. 어떻게 하죠?”최태욱은 두 여자의 사망 소식을 듣는 순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가슴이 콱 막히고 먹먹하기만 했다. 그리고 자책감과 더불어 심한 슬픔이 폭풍처럼 가슴으로 밀려들어오고 있었다.최태욱은 좁은 텐트에 누워있기 답답해 밖으로 나왔다. 겨울밤이라 추위가 엄습하고 있었다. 날씨가 맑아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보이고 있었다. 아무리 냉정해 지려고 해도 가슴이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으아아아악!”최태욱은 하늘을 향해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소리를 지르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무리 삶과 죽음이 항상 공존하는 세상이지만 자신의 여자들이 이렇게 허망하게 죽어 버렸다는 것이 믿어 지지 않았다. 답답하고 슬픔으로 인해 몇 번 소리5/13 쪽

    를 치고 나자 분노가 치밀고 있었다.“도대체 어떤 놈들이·······.”옆에 있다면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분노로 인해 치를 떨던 최태욱은 이어지는 공허함에 넋이 나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텐트 안에서 한해가 시작되는 팡파르가 울리고 있었다.“드디어 새해로군요. 축하합니다.” 넋이 나가 앉아 있던 최태욱은 아나운서가 토하는 말에 겨우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이대로 있을 수 없고 빨리 두 여자의 장례를 치러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여자 모두 자신의 여자이고 또 오직 자신만을 가족으로 알고 살았으니 지금에 와서는 우선 그 일이 제일 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여자 모두 베네룩스 왕국에서는 연고가 약해 죽은 뒤라도 대우 받는 입장이 아니었다. 그러니 다른 곳에서 장례를 치루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카리브에서 장례를 치루는 것이 제일 좋아.’6/13 쪽

    텐트 안에 있는 라디오에서는 여전히 1990년 새해를 축하하는 멘트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른 때 같으면 이런 축하가 조금은 가슴을 울리기도 했지만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새해라면 뭔가 새로운 희망이 생기고 반가운 일이 떠올라야 된다. 그러나 최태욱의 머릿속에는 분노와 복수심 그리고 죄책감과 후회만 가득했다.“미안해요. 다 내 잘못이요.”두 여자에게 그동안 너무 무심했다는 것이 죄책감이 들어 가슴이 먹먹했다. 그리고 쓰라린 가슴은 슬픔으로 변해 눈물이 나오고 있었다.추운 밖에서 계속 있자 샤프레이가 두툼한 외투를 가져다 쉬워 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대공, 들어가 쉬시죠. 내일 빨리 움직이려면 쉬시는 것이 좋습니다.”샤프레이의 말에 최태욱은 그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이제 말을 버리고 차량을 이용해 빨리 LA로 가야 된다. 그곳으로 가서 전화해 두 여자 사후를 자신이 처리해 주어야 된다.   이렇게 판단한 최태욱은 텐트 안으로 들어가 누었다.7/13 쪽

    다음날 빠르게 도로를 따라 이동한 최태욱은 작은 도시가 나오자 그곳으로 가서 말을 처분하고 자동차를 구해 다소 급하게 LA로 가게 되었다. 도로를 따라 LA로 향해 승용차를 몰던 샤프레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대공, 어디로 가죠?”“베벌리힐스로 가!”“넷!”최태욱은 LA로 들어오자 전에 수지 주가 살던 저택으로 가게 되었다.저택으로 들어가자 회사 관계자와 그녀의 개인 변호사를 만나게 되었다. 최태욱은 변호사로부터 유언장을 넘겨받았다. 급하게 베네룩스 왕국의 피닉스 여왕에게 연락했다.“나요. 별일은 없지요.”“예, 너무 걱정 안 해도 돼요.”8/13 쪽

    “내 생각에는 수지 주와 안나 타이거는 카리브 령에 안장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알았어요. 그럼 카리브 령으로 보내도록 하죠. 당신이 어떻게 결정할지 몰라 아직 스페인의 마드리드의 국군통합병원에 있어요.”“그럼 스페인에서 카리브로 바로 보내면 되겠군.”“예, 윤 보좌관에게 그렇게 전하죠.”“알았소. 내가 카리브로 가서 준비해야 하니 이틀 뒤에 보내시오.”“예.”두 여자 모두 이런 사건이 터질 것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자신들의 사후에 카리브 령에서 안장해 달라는 유언장도 변호사에게 남겨 놓았다. 안나타이거는 애초 카리브 령에서 정착할 생각이었다. 수지 주도 LA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안나타이거와 친하게 지내니 자신도 카리브 령에서 같이 정착해 지내고 싶다고 자주 말했었다.두 여자 모두 카리브 령의 주민이자 최태욱과 동거인으로 되어 있다. 사후에는 자신들의 재산을 모두 최태욱으로 남긴다는 유언장을 써둔 상태다.9/13 쪽

    관리인인 여자와 같이 옷들을 챙기며 최태욱은 한숨을 토하고 있었다.“후~우! 죽고 나니 내가 그동안 너무 매정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침통한 표정으로 가끔 창가에 서서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새삼스럽게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후회되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아무리 후회한들 소용없는 지나 버린 과거다.최태욱은 서둘러 수지 주의 짐을 챙겨 카리브 령으로 떠나고 있었다. 저택에는 기본적으로 관리할 사람만 남기고 수지 주와 같이 지내던 사람들은 모두 카리브로 같이 떠나고 있었다. 카리브 령의 피닉스 공항에 도착하자 유덕호 총리가 국장들과 같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태욱은 그들과 같이 이동해 안나타이거 시로 가게 되었다. 총독 관저로 오게 되자 최태욱은 유덕호 총리에게 지시했다.“총리, 장례식은 다른 나라 국장을 참고해 준비해주세요. 화려할 필요는 없어요. 다만 절차만 그에 준하라는 겁니다. 그리고 묘역은 관저 바로 옆에 만들도록 하고요.”“알겠습니다.”부산하게 준비를 하고 나자 두 여자의 관이 도착해 장례를 치르게 되었다. 최태욱은 10/13 쪽

    상주의 입장으로 조문 오는 사람들을 맞이했다. 장례식이 모두 끝나고 나자 안태형을 따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안 호법, 아무래도 이번에도 안 호법이 나서 줘야 되겠어요.”“알겠습니다. 하지만 조사하려면 우선 수사기록을 봐야 합니다. 물론 저야 다른 차원에서 사건을 조사하겠지만 수사 기록을 보면 더 쉽지요.”“내가 윤 보좌관에게 연락해 필요한 서류는 복사해 보내라고 하죠.”   최태욱은 마드리드에 있는 윤민규에게 연락해 수사기록 일부를 보내도록 지시했다.마드리드 경마장의 합동수사본부에서는 범인의 신분을 밝히는 조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수사본부 소속인 스페인 경찰간부가 환한 표정으로 사무실로 들어와 급하게 말했다. “드디어 범인이 누군지 확실하게 밝혀졌습니다.”“그래요. 누군가요?”경찰 간부는 파일에 들어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11/13 쪽

    “이 사람입니다. 이건 범인에 대한 모든 병원 기록이나 출생 학력 경력이고요.”스페인 경찰간부가 확인해주는 범인은 스페인 바스크지역의 분리 독립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ETA 게릴라 조직원이었다. 이미 수배 중이던 위험인물이었다. 범인은 얼마 전 위암으로 병원에서 진료 받은 경력도 알아내게 되었다. 시신의 치아나 지문 그리고 혈액형 등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 알아내게 되었다.윤민규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해주었다.“암으로 죽게 되자 마지막으로 바스크 독립을 위해 자살폭탄 테러를 시도했군요.”“저희는 그렇다고 확신합니다. 물론 배후 조직은 더 조사해야 되고요.”바스크는 스페인의 북쪽으로 대서양과 접하고 프랑스 국경과도 접한 지역이다. 자유조국바스크(ETA) 단체는 오랫동안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주장하며 각종 테러를 일으키고 있는 무장조직이다. 1986년 국방성에 대한 포탄 공격과 1987년 바르셀로나 지하주차장 폭파 등의 테러를 일으켰다.지구촌은 여전히 분리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곳이 많이 있었다. 그들이야 목적이 있기 때문에 하는 행동이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12/13 쪽

    폭탄테러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기는 했다. 하지만 배후 조직이 더 중요했다. 폭탄의 성분이나 그리고 크레모아의 출처 등으로 배후를 밝히려고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나 너무 수사 범위가 확대되어 윤민규의 힘으로는 추적이 불과했다.일단 범인의 정체나 배후로는 자유조국바스크(ETA) 단체를 지목해 수사는 표면적으로 종결하기로 했다. 그 동안 같이 고생한 스페인 경찰간부에게 윤민규가 인사했다.“그동안 많이 배우고 갑니다.”“아니죠. 우리가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윤민규는 수사팀과 같이 스페인의 마드리드를 떠나 브뤼셀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는 모든 자료를 중앙정보부로 넘기고 암스테르담으로 가고 있었다.최태욱의 지시를 받은 안태형과 그곳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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