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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310화 (310/657)

< --  [분리 독립 투쟁들]  -- >얼마 전에 룩셈부르크의 마지막 국왕인 장이 사망했다. 이번에는 벨기에의 보두엥 전 국왕과 필립 현 국왕부처가 연달아 사망했으니 왕족은 세 여자만 남았다. 물론 타이거 대공도 왕족으로 분류되었지만 혈통으로는 아니다.  자신을 포함해 남아 있는 여자들 모두가 타이거 대공의 내연녀들이다. 아직 범인의 배후를 정확하게 모르니 무서운 음모론이 생겨 널리 퍼질 위험성도 있는 미묘한 상황이다.‘너무 큰 위기야.’ 역사학을 전공한 피닉스는 상황을 빠르게 직시하고 있었다. 자신이 권력을 탐한다면 모르지만 그게 아니니 국난의 위기라고 정확하게 판단했다. 연달아 국왕을 잃은 베네룩스 전체 국민들도 걱정이지만 특히 벨기에 국민들은 더 큰 충격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순간에 누군가 고의적으로 못된 유언비어라도 퍼트리면 바로 확산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더구나 타이거 대공의 인기가 추락한 상황이라 더욱 그랬다. ‘나나 그이가 조금만 잘못 처신하면 또 다시 분열이 일어나게 돼.’회1/13 쪽등록일 : 12.12.15 17:01조회 : 3902/3919추천 : 70평점 :선호작품 : 4978(비허용)

이번 사건은 자신이나 타이거 대공에게 오히려 큰 위기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통합한 나라를 생각해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았다. 이번 사건으로 타이거 대공을 정점으로 하는 왕가의 일통은 이루어졌지만 그것이 오히려 좋지 않은 여론을 형성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네브소냐가 급하게 짐을 챙기고 보고했다.“대공주님, 준비 끝났습니다.”“공항으로 가지.”이곳으로 올 때 공식적인 행사에 참석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많은 짐을 가지고 오지 않아 쉽게 정리하고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서둘러 공항으로 향한 피닉스는 대기하고 있은 왕실 전용항공기인 공군 3호기에 올랐다. 베네룩스 3국이 통합하며 전에 있던 전용항공기는 모두 왕실소속으로 공군 1, 2, 3호기로 바뀌었다.전용기인 보잉737에 오른 피닉스는 너무 신경을 써서 그런지 배가 갑자기 요통 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래도 신경을 많이 쓰고 급하게 걷는 행동을 하다 보니 태아가 약간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2/13 쪽

“실장, 내가 몸이 좋지 않아.”“어디가요.”“왕자가 놀라서 자꾸 요동치는 것 같아.”산모로 너무 자주 항공기를 타고 장거리 여행은 좋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유럽에서 레바논으로 다시 이스라엘로 이동했으니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그러나 실상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테러사건으로 인해 너무 신경이 예민해져서 나타난 증상이다.유럽까지 이동하는 동안 침대에 누워서 가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피닉스는 조용히 침실로 들어가며 지시했다.“나, 쉬고 있을 거니 무슨 일 생기면 깨워!”“넷, 염려 마시고 쉬세요.”전에도 귀한 몸이지만 이제는 더욱 귀한 몸이 된 피닉스 대공주다. 피닉스가 침대로 가서 가지런히 눕는 것을 옆에서 도와주고 나서 네브소냐는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드디어 이탈리아 영공을 통과할 무렵에 기장이 급히 네브소냐에게 다가와 보고했다.3/13 쪽

“실장님, 큰일 났습니다.”“무슨 일인데요?”“스페인 경찰에서 방금 사망자 명단을 언론으로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본국에서 급하게 전문을 보내왔어요. 빨리 대공주님께 보고해야 됩니다.”필립국왕부처나 보드엥 대공이 죽은 내용이야 다 알고 있다. 그러니 별로 대수롭지 않은 사망자 명단 발표가 뭐가 그리 대단해 저러나 싶었다.“뭔데 그러세요.”“보세요.”네브소냐는 기장이 넘겨주는 전문을 천천히 살폈다. 암호로 보낸 전문으로 아래에 해독해 적어놓은 글을 읽었다. 그러다 네브소냐는 눈을 크게 뜨고 다시 전문 내용을 확인하더니 비명을 토하고 말았다.“이럴 수가?”4/13 쪽

너무나 충격적인 내용이라 놀란 네브소냐는 정신이 아찔했다. 현기증이 오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겨우 정신을 수습하며 기장에게 조용히 말했다.“기장, 나중에 책임은 내가 모두 질거니 아직은 대공주께 보고하지 맙시다. 대공주님도 지금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몸이 좋지 않아요.”“하지만········. 중대한 사건이라 즉시 알려야.”“규정이야 그렇다고 해도 지금 대공주님께 알리면 충격을 받아 안 되니 조금만 기다려요.”“알겠습니다. 본국에도 그렇게 연락하죠.”네브소냐는 전문을 들고 넋을 잃고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문뜩 사람의 운명이란 한치 앞을 모른다는 것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피닉스 대공주 판단대로 이건 정말 큰 위기가 분명했다.“휴~우, 이래서 사람은 살아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니야.”심란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던 여승무원 조심스럽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5/13 쪽

“실장님, 안색이 너무 안 좋으세요. 조금 누워서 쉬시죠.”“아니야, 진정제와 냉수 좀 가져와.”“넷!”너무 큰 충격으로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심장이 벌렁거리고 식은땀이 자신도 모르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여승무원이 진정제와 냉수를 가져다주자 먹고 나서 겨우 진정되었다. 여승무원 한명이 구석에 처박혀 조용히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런 여승무원을 보며 네브소냐가 고개를 끄덕이며 지시했다.“큰소리 안 나게 조심해.”“넷!” 여승무원은 그리스 출신으로 본시 안나타이거의 시녀로 일하다 3호기 승무원으로 지내고 있었다. 그러니 그녀가 우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는 자연스런 행동이다.“흐으윽! 불상한 우리 공주님. 흐으윽!”6/13 쪽

여승무원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며 네브소냐는 미국에 있는 타이거 대공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가 이런 소식을 접하면 어찌 나올까 그것이 매우 염려스럽기 그지없었다.필립국왕부처에게는 애시 당초 충성심 자체가 없었다. 그러니 그런 국왕 사망사건이야 오히려 잘될 일이라고 치부했다. 그러나 두 번째 접한 사망자 명단 발표와 전문 내용은 네브소냐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엄청난 사건이 분명했다.   유럽에서 세상이 뒤집어질 것 같은 커다란 폭탄테러사건이 터지는 동안. 멀리 미국의 애리조나 주에 있는 인디언 보호구역·······.추웠던 날씨가 조금 풀린 오후라 그런지 한겨울 임에도 약간 따스했다. 많이 쌓인 눈이 겨울임에도 녹는 정도로 따뜻했다. 꽃이라도 보면 봄이라고 해야 좋을 날씨다.최태욱은 경호원들과 같이 새로 생긴 고성능 저격소총을 이용해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있었다. 오전에 사냥을 마친 최태욱은 사냥물을 지프에 싣고 인디언 마을로 가고 있었다. 지프를 운전하는 샤프레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대공, 사냥물을 또 인디언 마을에 가져다주려고요?”“그래야지. 본래 그들이 잡아먹어야 하는 사냥물이니 주는 것이 정당해.”7/13 쪽

최태욱은 며칠간 사냥해서 잡은 산양이나 멧돼지, 토끼를 모두 인디언 마을로 가져다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산양과 가끔 보이는 사슴을 잡았다. 그러나 그런 야생동물은 귀하다는 것을 알고 사냥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인디언들의 농장에 피해를 많이 주고 있는 멧돼지를 사냥했다. 척박한 사막 언저리인 이곳에는 조금이라도 습기가 있는 곳에 많은 칡넝쿨이 자라고 있었다. 척박한 땅이지만 칡은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깊은 산에서 칡으로 먹이를 삼다가 겨울철이라 잎이 모두 사라지자 멧돼지들은 먹을 것을 찾아 들판으로 나오고 있었다.샤프레이가 운전을 하며 멧돼지를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대공, 오늘 잡은 멧돼지는 의외로 크네요.”“아마 그동안 사냥을 전혀 안 해서 그런 모양이야.”“칡이 여기에 있다니 너무 이상하군요.”“남부지역에서는 칡으로 인해 골머리가 아프다고 해.”“그런가요?”8/13 쪽

칡은 본래 북아메리카 대륙에는 없었던 식물이다. 우연히 아시아권에서 들어오게 되어 남부지역으로 널리 퍼졌다. 그리고 인디언 보호구역에도 우연치 않게 구황식물이라고 들어와 인적이 드문 곳에서 널리 퍼지게 되었다.서양에서 들어온 새로운 종으로 동양지역이 피해를 보지만 동양에서 서양으로 전파된 새로운 종으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는 현상도 많았다.깊은 숲 지역에 칡이 무성해지자 멧돼지 개체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었다. 그 멧돼지들은 인디언들의 옥수수 경작지에 침입해 많은 피해를 주고 있었다. 토끼와는 조금 다르지만 멧돼지도 개체수가 늘면 농가에는 큰 피해를 주는 야생 동물이다.지프를 타고 인디언 마을로 들어와 커다란 멧돼지 두 마리를 마을 대표에게 넘겨주며 말했다.“멧돼지를 더 잡으려면 한동안 더 돌아 다녀야 할 것 같더군요. 깊이 들어가 보니 멧돼지가 너무 많아 내년에 슈퍼 옥수수를 심어도 피해가 심할 것 같아요.”“멧돼지가 사는 곳에 무서운 표범도 사는데요. 그런 곳에서 사냥을 하시나요?”“아직 표범은 구경 못했어요. 흔적만 발견하고.”9/13 쪽

마을 대표에게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혹시라도 야생동물을 함부로 잡는다고 항의가 있을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리 알리는 것이다. 최태욱은 인디언이 운영하는 슈퍼로 가서 생필품을 사 지프에 가득 싣고 급하게 떠나고 있었다.숙영지인 움막으로 돌아오자 윤민규가 급하게 다가와 보고했다.“대공, 폭탄테러입니다. 큰일이 터졌습니다.”“뭐? 누가 다쳤는데?”“필립국왕 부처가 조금 전에 스페인의 마드리드 경마장에서 폭탄테러로 사망했다고 라디오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보두엥 국왕도 충격으로 병원에서 숨을 거두고요?”“뭐야?”“스페인 국왕부처를 비롯해 왕족들과 귀족들 100여명이 몰살한 모양입니다.”이런 엄청난 보고를 받자 최태욱도 매우 놀랐다. 그러나 눈이 동그래지도록 놀라다 뿐이고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10/13 쪽

“피닉스가 여왕으로 올라 나라야 잘 다스리겠지······.”최태욱이 이렇게 건성으로 말하자 옆에 있던 레베이카가 놀라며 응수했다.“오빠, 아무렇지 않아요?”“사람이 죽었으니 아무렇지는 않지. 하지만 피닉스 대공주가 여왕으로 오르면 그녀가 알아서 처리할 사안이니 내가 간섭할 필요가 없다는 거야.”“그래도 빨리 귀국은 해야죠.”레베이카의 말에 최태욱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답했다.“너는 가려면 돌아가라. 나는 이번에도 장례식이나 즉위식에 참석할 생각은 없으니. 너는 어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 판단에는 내가 유럽으로 가야 나라만 더 혼란스러워 진다고 본다.”“오빠, 그건 너무 오빠의 편한 입장만 생각한 거죠. 임신한 이모를 생각해서 그러시면 안 되죠. 서운해도 오빠가 가서 옆에 있어줘야 해요. 이제 왕족도 몇 명 남지도 않았는데.”11/13 쪽

얼마 전만 하더라도 사랑을 놓고 은밀하게 심하게 다투더니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레베이카는 왕족들이 또다시 몰살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위기감이 생겼다. 왕위나 어떤 권력을 놓고 다툴 때야 왕족들끼리 다툼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태로 인해 왕족들이 모두 사라지면 왕족의 입장에서는 세력이 약해지니 두려운 사태가 벌어질 수 있으니 위기라고 판단했다.‘입헌군주제를 반대하는 세력이 이런 기회를 노릴 수 있어.’왕족들이 많았던 전에는 갑이 죽으면 을이 국왕으로 오르면 되니 암살이나 테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확실하게 계승의 정통성이 있다고 보는 왕족은 피닉스와 자신뿐이다. 조금 억지를 부려 안나타이거까지 왕족으로 집어넣었지만 안나타이거는 여러 가지로 보아 왕위승계와는 조금 먼 여자다.다만 그녀가 타이거 대공의 아이라도 가지게 된다면 그때는 상황이 급변할 위치는 된다. 이제 여자 둘이나 셋만 죽어버리면 입헌군주제는 끝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10대조 이상 조상을 끌어다 대면 스페인에서 왕족을 빌려와 왕위에 올릴 수 있을까 모른다. 하지만 스페인 왕국도 국왕부처와 더불어 왕족이나 귀족들이 떼로 몰살당했다니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다른 것은 생각하기 싫다고 해도 내 목숨이 당장 위험해.’12/13 쪽

더구나 유일한 남자인 타이거 대공은 권력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다는 듯이 행동하니 더욱 그렇다. 자신이 계속 같이 지내고 있지만 타이거 대공은 권력에 대한 욕심은 정말 없어 보였다.  이런 위기에 왕족들이 똘똘 뭉치지 않으면 적은 하이에나처럼 달려들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레베이카는 다시 말했다.“오빠가 가기 싫다면 하는 수 없죠. 저라도 가야죠.”“알았어. 네가 하는 말 나도 다 알아 들으니 이렇게 하자. 윤민규 보좌관과 경호원들을 데리고 떠나라·······. 그리고 네가 감당하지 못하는 사건이라도 혹시 생기면 그때 윤 보좌관을 통해 나에게 연락하고.”“알았어요.” 같이 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안전을 위해 경호원들을 딸려 보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타이거 대공은 아직도 두 번째 소식을 접하지 않았으니 취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다.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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