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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302화 (302/657)
  • < --  [변화하는 환경]  -- >황량하고 메마른 대지·········.인디언 보호구역은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먼지가 휘날리고 있고 작은 덤불들만 나뒹굴고 있었다. 산은 모두 바위로 이루어져 어느 곳을 봐도 거칠게만 보이고 있었다.“쓸모가 전혀 없는 곳으로 가두었군.”최태욱이 이렇게 말하자 샤프레이가 자신의 느낌을 말하고 있었다.“이스라엘 놈들이 팔레스타인들에게 하던 행동보다 더 잔혹하군요. 이런 땅에서 살라고 했으니 다 죽이려는 의도가 확실해요.”“그랬겠지. 그들의 눈에 인디언이란 사람으로 보지 않았을 것이니.”인간들의 역사에서 정복자가 원주민 말살 정치를 펴기는 하지만 북아메리카에서 벌어진 인종 말살 정도가 제일 끔찍했다.  인디언 보호구역에 있는 도시에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다. 하지만 마치 유령들만 사는 도시처럼 거리는 한산해 쓸쓸함이 풍기고 있었다. 도시 중심으로 들어와 봐도 길을 지나가는 주민들은 별로 말이 없고 다들 조용하게 사는 모습이다.회1/13 쪽등록일 : 12.12.13 14:47조회 : 3774/3791추천 : 69평점 :선호작품 : 4978(비허용)

    최태욱은 사람들의 눈빛에서 생기를 찾아보기 힘들어 샤프레이를 보며 말했다.“사람들이 마치 유령과 같군.”“그러내요, 뭔가 다른 도시와는 느낌이 전혀 다르군요. 가뭄 때문에 저렇게 변한 모양입니다.”샤프레이 말에 최태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해 주었다.“인디언들은 본래 조용히 살지만 가뭄으로 인해 살기가 힘들다 보니 외부에서 식량 구호 등으로 도움 받지 않으면 굶어 죽게 생긴 위기감 때문에 더 조용해진 것 같군.”“그렇군요. 오면서 보니 보호구역에는 철조망이 있어 우리에 가두어 놓은 느낌이 들더군요.”이곳은 미국 내에 있는 거대한 감옥과 같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철조망이 허술해 외부로 출입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주민들에게 심리적으로 주는 압박감은 대단해 보였다. 더구나 조상들이 살던 광활한 대지를 모두 백인들에게 빼앗기고 제일 척박한 지역으로 내몰린 처지라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어 있었다.2/13 쪽

    미국은 국토 면적이 넓은 만큼 지역에 따라 환경이 전혀 다른 곳이 많았다. 남부지역은 강우량도 많아 풍요로워 보이지만 이곳은 인디언 보호구역은 사막지대라 거칠고 메마른 땅이었다.  특히 이곳은 몇 년간 가뭄이 지속되었다. 본시 강우량 부족한 대지는 완전히 메말라 연이어 흉작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래서 미국의 연방정부에서는 구호식량으로 슈퍼옥수수를 많이 보내주고 있었다. 농장지대에는 자라다 만 옥수수가 말라 비틀어 죽어 있는 모습이 자주 보이고 있었다. 세파트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저렇게 가물면 슈퍼옥수수를 공급해줘도 소용이 없지 않나요?”“그야 그렇지만 가뭄이란 보통 3년 이상은 지속이 안 되니 내년에는 약간 달라 질 거야. 워낙 가뭄 때문에 엉망이라 근처에 있는 호수와 연결된 수리시설도 내년에는 한다니 전보다 여건이 좋아 진다고.”“그렇군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최태욱이 이곳 인디안 보호구역인 나바호 카운티를 찾은 이유는 슈퍼옥수수 종자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넓지는 않지만 이들이 사는 지역도 슈퍼옥수수가 잘 자라는 조건을 지닌 토지가 있었다.3/13 쪽

    최태욱 일행은 인디언 마을에 도착해 허름한 여관에 투숙하게 되었다. 다음날 최태욱이 떠나기 전에 아칸소 주를 먼저 출발한 대형트럭 10대가 도착했다.“대공, 옥수수가 도착했습니다.”“빨리 인계하고 우리는 시골의 농장으로 가자고.”“넷!”최태욱 일행은 항공기로 이동하고 트럭들은 육로로 왔기 때문에 늦게 도착한 것이다. 트럭에는 두 마리의 진돗개가 있었다. 우선은 같이 지내며 사냥할 때 이용하다가 인디언에게 선물로 넘겨줄 생각이다.최태욱은 주민들의 대표에게 슈퍼옥수수를 넘기고 나서 말했다.“우선 식량으로 쓰고 내년 봄에는 이 옥수수를 심어 보세요. 자료에 나오는 토질과 같지 않으면 다른 옥수수와 같은 생산량이니 크게 불리하지는 않을 겁니다.”“알겠습니다. 그렇게 해보죠.”4/13 쪽

    “한 해만 농사를 지어보고 수확량이 적으면 기존의 옥수수를 심으면 됩니다.”“무슨 말인지 알겠군요.”슈퍼옥수수를 토질에 맞지 않는 곳에 뿌리는 것은 종자를 계속 사와야 하니 손해다. 그러나 인디안 보호구역에는 미국정부에서 무료로 공급한다니 인디언들은 소득이 줄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다른 분야로 사용할 예산이 줄어드니 일단 종전에 사용하던 옥수수를 파종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최태욱은 도시로 들어와 대략 살펴보고 나서 샤프레이에게 지시했다.“말을 빌리거나 살 수 있는 지 알아봐. 그리고 지프와 트럭도 한 대씩 렌트하고. 안내원도 한 명 구하고 엽총도 사서 사냥할 준비해.”“넷!”도시라고 해야 별로 구경할 것도 없었다. 인디안 부족들의 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차라리 도심을 벗어나 사는 인디안 집을 직접 가보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잠시 뒤에 샤프레이가 낡은 트럭과 지프를 빌려서 돌아왔다.5/13 쪽

    “대공, 말은 농장지대에서 사야 한답니다.”“알았어. 우선 떠날 준비를 하지. 오래 지낼지 모르니 연장들을 모두 준비해.”“알겠습니다.”최태욱은 이곳에서 지내며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릴 생각이다. 물론 특별한 일이 터지면 그때 움직이면 된다고 판단했다. 근처의 대형슈퍼로 가서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얼마동안 여기서 지낼지 모르니 우선 한 달치 생필품을 준비해.”“넷!”경호원들이 부지런히 생필품을 챙겨 트럭에 싣는 동안 샤프레이는 근처에 있는 경찰서를 찾아가 보안관을 만나 안내인을 소개 받아 데리고 왔다.  제이크라는 건장한 인디언 청년은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그의 집 주변에 비어있는 통나무집이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준비를 끝낸 최태욱 일행은 두 대의 차량에 올라 마을을 떠났다. 10킬로미터의 비포장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제이크의 집에 토착했다. 벽돌로 지은 단6/13 쪽

    층 건물로 전형적으로 옥수수농사를 짓는 농가였다. 농가에는 나이가 많은 제이크 부모가 살고 있었다.제이크가 손가락으로 멀리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높은 바위산 아래를 지목하며 말했다.“저쪽으로 가시면 작은 연못 옆에 사냥꾼이 살던 통나무집이 있어요. 거기서 지내면 됩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저의 집으로 와서 마을로 전화하시면 됩니다.” “같이 왜 안가고?”안내인이라 같이 가서 알려줘야 하지만 제이크는 그 통나무집은 사람이 죽은 흉가라고 해 가기를 꺼려했다.“저 집 주변에는 무서운 독사가 살아요.”제이크는 그 집에서 살던 사냥꾼인 인디언이 바위산에서 사는 독사에 물려 죽었다는 것이다. 자신은 독사에게 물려 죽을 것 같다고 가기를 꺼려하면서 최태욱에게 그런 집을 소개해주어 너무 이상해 물었다.“왜 그런 집터를 우리에게 소개하지?”7/13 쪽

    “대공은 독사를 아주 잘 잡으신다니 상관이 없어 보여서요. 전에 대공에 대한 신문기사를 봐서 압니다.”제이크가 이렇게 답하자 최태욱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군. 그것 그렇고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냥하려면 말이 필요한데 여기서 말을 살수가 있나?”“예, 좋은 말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타는 말을 구할 수 있습니다.”“그럼 타는 말로 3마리만 사다 주게.”“알았어요.”         트럭과 지프를 타고 제이크가 알려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바위산 모퉁이를 돌아가니 지름이 20미터나 되는 연못과 같은 웅덩이가 있었다. 그 옆에 나무로 만든 통나무집이 2동이 있었다.하나는 본래 숙소로 쓰던 곳이고 약간 큰 곳은 사냥물을 넣어두던 창고로 보였다. 통나무집을 돌아보던 최태욱은 경호원들게게 지시했다.“이쪽 집은 내가 사용하며 식당으로 같이 쓰면 되겠고, 저쪽 창고는 숙소로 개조해서 8/13 쪽

    사용하면 되겠어. 혹시 겨울을 이곳에서 보내게 될지 모르니 벽난로도 설치하고.”“알겠습니다.”겨울에도 야지에서 야영하게 될지 몰라 단단히 준비했다. 하지만 이런 정도 집에서 지내게 되니 천만다행이다.“빨리 짐을 내리지.”“넷!”  10명의 경호원들은 트럭에서 전기톱이나 도끼를 꺼내서 급하게 창고를 개조하기 시작했다. 통나무 벽을 잘라내 창문도 만들고 있었다. 인디언 마을에서 사가지고 온 목재로 침상을 만들었다. 따로 구분이 없이 가운데에 통로가 있는 형식으로 합판을 길게 양쪽으로 이어 침상을 만들고 있었다. 윙! 윙!요란한 소리를 내며 창고를 숙소로 개조하는 동안 최태욱은 진돗개를 데리고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전 주인을 죽였다는 독사를 찾아 나선 것이다. 진돗개 2마리는 연못 주변을 킁킁 거리고 돌아다니다가 크게 짖었다.9/13 쪽

    컹! 컹!최태욱은 독사를 잡은 긴 나무를 들고 진돗개들이 짖는 연못 주변으로 갔다. 독사가 많아서 그런지 뱀 껍질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여기에 뱀 굴이 있는 모양이군.”최태욱은 뱀이 돌아다닌 흔적을 따라 살피고 있었다. 마침 연못 옆의 작은 굴로 독사가 기어들어가고 있었다. 황색 빛을 내는 뱀은 독사가 틀림없었다.“여기서 몸보신 하겠군.”다른 사람이야 모르지만 최태욱은 뱀의 독액도 몸에 좋고 고기 역시 체질에 잘 맞으니 해보는 생각이다.  최태욱은 재빨리 긴 나무로 독사의 목을 눌러 쉽게 잡았다. 긴 나무로 뱀 굴 속을 후비고 있었다. 그러나 쉭쉭 소리만 내고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보아하니 연못 주변으로 왔다가 사냥꾼은 독사에 물려 죽은 것 같았다.자신이야 별로 위험성이 없으나 경호원들의 안전을 위해 뱀 굴에 연기를 피워 밖으로 기어 나오는 많은 황색 독사를 잡았다.10/13 쪽

    통나무로 지어진 집에 돌아오자 경호원들이 크게 라디오를 틀어놓고 뉴스를 듣고 있었다. 미국에서 지내다 보니 대통령 선거 방송을 듣고 있는 것이다.마을로 가서 사올 물건을 적으며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던 샤프레이가 급하게 보고 했다.“대공, 아이아코카 대통령이 당선으로 확정되었네요.”“다행이군.”최태욱은 내일쯤 옵션 계약에 대한 해지 서류를 한국 측에 보내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가 그런 약속을 어김없이 지킨다면 신뢰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내일 마을로 가서 확인해 보면 알겠군.’다음날 최태욱은 지프를 몰고 트럭과 같이 나바호 카운티로 가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오래 지내려다 보니 유류도 필요하고 벽난로를 피울 석탄도 사와야 하기 때문이다.최태욱이 마을로 들어서자 인디언들이 모여 환영해주었다.“고마워요. 옥수수 종자를 보급해 주어서.”11/13 쪽

    “수리시설은 언제 하죠?”“힘들어도 겨울 동안에 공사하기로 했어요. 우선 파이프로 연결하는 방법으로요.”“그렇다면 일부 토지는 가물어도 신품종의 파종이 가능하겠군요.”“예, 주민들이 다들 나서서 공사에 참여하니 내년 봄이면 수로공사는 어느 정도는 끝날 겁니다.”어찌 생각하면 보잘 것 없는 옥수수 종자 보급이다. 하지만 인디언들에게는 희망을 주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다들 의욕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농업에 종사하는 인디언들은 마을 대표로부터 새로운 품종인 옥수수의 파종으로 수확량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을 알자 다들 좋아하고 있었다. 인디언들의 얼굴에는 전과달리 생기가 돌고 있었다.최태욱은 한국대사관으로 전화해 아이아코카 대통령이 무기판매 옵션을 풀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 자기가 토한 말은 지키는 성품이라는 것이 확실했다.“됐어. 이제 기다리면 돼.”12/13 쪽

    최태욱은 필요한 석탄이나 유류 그리고 유류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도 구입해 연못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가 도착하자 부하들은 제이크가 가져온 3필의 말을 넣어둘 헛간을 새로 짓고 있었다.최태욱이나 경호원들은 오지에서 처박혀 시간만 보내자고 온 것이다. 사막 모퉁이의 바위산 아래에서 잡스러운 일을 하며 지내게 되었다. 경호원들은 간혹 권총 사격 연습을 하고 있었다.이 무렵 최태욱으로 인해 여러 나라에서 많은 사건들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다. 최태욱은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 간에 전쟁이 벌어질 것은 알지만 그 시기를 모르니 적당히 예측 가능한 쪽으로 유도하고 있었다.특히 유럽의 베네룩스 왕국이나 중동의 아랍국가에서는 그가 추진하는 일로 인해 전혀 새로운 환경들이 조성되고 있었다.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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