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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299화 (299/657)
  • < --  [변화하는 환경]  -- >최태욱의 물음에 세파트르 사장은 즉시 답했다.“대공, 그렇지 않습니다. 임금도 똑 같고 같이 일하는 기술자들이라 서로 말도 쉽게 통해 사이가 아주 좋습니다.”“다행이군요. 호주는 백호주의가 심해 걱정했는데.”“사실 여기 호주도 전부 그런 것이야 아니죠. 유난스럽게 그런 고루한 생각을 가진 백인들이 있어 가끔 말썽을 일으키지 대부분의 주민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의 경우와 같이 극우성향의 일부 정치인들이 그런 백호주의를 이용하는 측면도 있고요.”“내가 걱정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정치인들이 그런 백호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백인우월 사상이 국민들 사이에 잠복해 있다고 판단해 하는 행동이죠. 정치인들은 적어도 완전 바보는 아닙니다. 다 저 살자고 하는 짓이지요. 그러니 그런 점을 소홀하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알겠습니다.” 회1/13 쪽

    등록일 : 12.12.12 10:28조회 : 3974/3993추천 : 70평점 :선호작품 : 4978(비허용)

    최태욱이 이렇게 단정하는 이유는 베네룩스에서 벌어진 사건 때문이다. 평상시에는 자신을 대공이라고 추켜올리더니 한국인들의 실수를 틈타 군사작전을 펼치려는 행동을 경험하자 인종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세파트르 사장의 보고에 의하면 크게 걱정할 정도가 아니라니 천만다행이었다. 그래도 그런 문제는 언제 외부로 표출될지 몰라 당부했다.“사장님께서 인종갈등 문제는 항상 사소한 사건으로 터질 수 있으니 노무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잘 알겠습니다. 잘 챙기도록 하죠.” 최태욱은 전에 한국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호주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는 세파트르 사장의 자녀들 문제가 궁금해 물었다. “아이들은 모두 잘 적응하나요?”“예, 영어를 잘하니 학교에 가서 쉽게 적응하더군요.”“자녀들이 한국어는 잘 못하나요?”2/13 쪽

    “그렇지는 않죠. 머리색도 아내를 닮아 검은데 눈동자가 저를 닮아 파래서 아이들이 너무 놀려 한국에서 적응을 못했어요. 막상 여기로 오니 또 한국 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가끔은 돌아가고 싶다고 하더군요.”인간은 환경에 따라 차츰 변화하고 또한 적응하며 살아가게 된다. 아이들이 호주로 와서 다시 한국을 생각한다면 언젠가는 또 한국으로 가길 원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최태욱은 슬며시 그에 대해 말했다. “사장님, 언제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실 생각이 있으면 말하세요. 그러나 최소한 여기서 2년은 근무를 해주셔야 합니다.”“알겠습니다.”가족과 같이 지내는 것을 최고의 행복으로 생각하는 세파트르 사장이다. 아내와 자녀들이 원하면 또 직장을 옮기고 싶어 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 세파트르 사장과 달리 자신은 가족이라고 보는 사람들과는 계속 떨어져 살고 있으니 사뭇 달리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최태욱은 광석을 모조리 채굴하고 난 폐광 지역을 지목하며 지시했다.“지금은 저렇게 방치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저렇게 놔둔 지역에 대해 환경단체들이 3/13 쪽

    크게 문제를 삼을 겁니다. 그러니 되도록 폐쇄되는 곳에는 조림사업도 병행하세요.”최태욱의 이런 지시에 세파트르 사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대공, 그렇게 하려면 소요경비가 너무 많이 듭니다.”“그야 당연히 소모해야 하는 비용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광산업이 생각처럼 큰돈이 남지 않지 않겠지만 그래야 나중에 후유증이 없어요. 돈 많이 남겨 세금만 많이 물고 또한 인건비 상승만 가져오고 나중에 돈을 모조리 소모한 다음에 환경 복구 작업을 시행하다가 보면 그때 회사는 자금이 없어 망하는 수 있어요. 그러니 지금부터 환경 복구 작업에 필요한 소요 경비를 털어버리세요.”“잘 알겠습니다.”  최태욱은 계속해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경사도가 급한 곳은 나무를 심으세요. 평탄하게 정리가 가능한 곳은 초지나 농장으로 다시 개발할 생각이니 그렇게 아세요.”“신경 써서 마무리를 잘해놓고 있겠습니다.”4/13 쪽

    “처음부터 잘 해 놓으면 나중에는 큰 부담이 없을 겁니다. 그리고 조림사업에 사용할 묘목이야 모두 목장에서 생산하면 되니까요.”“알겠습니다.” 최태욱은 조림이나 초지 조성사업을 위해 이곳에도 대규모의 유기질 비료 공장을 건립해 운영할 생각이다. 완전히 황무지로 변할 폐광지역에 유기질 비료를 살포해 농토로 다시 사용할 생각이다.호주에서 벌인 새로운 사업도 가동되기 시작했으니 떠날 때가 되었다. 최태욱은 세파르트 사장과 같이 다시 농장으로 돌아왔다. 농장의 책임자로 오게 된 관리인에게 지시했다.“세이커 매의 이동상황을 정확하게 모니터링하고 환경단체와 조류협회에 정기적으로 보고를 하세요. 잘한다고 시작한 방사가 오히려 피해를 보면 안 되니 잘 살펴보세요.”“알겠습니다.”“환경 단체와 협조를 잘해 우호적인 관계를 항상 유지하세요.”5/13 쪽

    “넷!”농장에는 어느새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은 야생토끼 사체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최태욱은 이런 모습을 보며 물었다.“이 많은 것을 어떻게 처리하죠?”“분쇄해서 개나 닭 사료로 쓸 겁니다. 가죽은 사가는 업자가 있어 판매하면 됩니다. 그리고 여우 사냥을 위한 미끼로도 쓰면 됩니다.”“이용할 곳이 있다니 수거하는 수고비는 벌겠네요.”“저희가 수거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돗개들이 돌아다니며 야생토끼를 직접 잡던가. 아니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어 있는 것을 물어 옵니다.”최태욱은 농장을 떠나 시드니로 돌아오게 되었다.별장으로 돌아온 최태욱은 같이 다닐 생각이던 레베이카와 헤어지게 되었다. 레베이카는 최태욱이 미국으로 떠난다고 하자 슬며시 눈치를 보며 말했다.“오빠, 저 학교를 가야해서········.”6/13 쪽

    “알았어. 그럼 다음에 만나 여행을 다니도록 하지.”“다음에는 어디를 가려고요?”“그야 상황에 따라서 정해야지.”“알았어요. 겨울 방학에 만나면 되겠네요.”레베이카는 그동안 대학교를 다녀야 하지만 밀월여행의 재미에 푹 빠져 호주에서 계속 같이 있었다. 그러니 한 학기를 완전히 쉴 수는 없어 늦게라도 학교로 가서 강의를 듣고 학점을 취득할 생각이다.최태욱은 그녀가 베네룩스로 돌아가자 이내 미국으로 떠나고 있었다.     한편 최태욱이 호주에서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동안. 한국에서는 언론에서 크게 다루지는 않지만 특별한 일들이 남해와 동해 서해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다.포항의 영일만 포구에는 2천톤이나 되는 대형 바지선인 동해호가 1천개에 달하는 인공어초를 싣고 항구를 떠나고 있었다. 인공어초는 포항제철에서 철을 생산하며 나오는 슬래그를 이용해 만들었다. 인공어초는 흔히 시멘트로 만드는 경우가 많으나 슬래그를 이용하면 생산단가가 많이 내려7/13 쪽

    간다.동해호의 선장이 해양수산부와 수협에서 나온 직원들에게 물었다.“남해안에서도 인공어초투하를 많이 한다죠?”“예, 남해안은 광양에서 나오는 슬래그로 인공어초를 만들어 많이 투하하고 있죠. 이미 2만개 이상 투하해 차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죠.”동해호 선장은 이런 소리에 속으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도 남해로 가자고 할 때 그곳으로 갔어야 하는데.’동해안은 인공어초를 설치하기 좋은 여건을 가진 지형이 많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대형바지선의 가동률이 적어 해보는 생각이다. 전 재산을 털어 구입한 대형 바지선은 전문적으로 인공어초 투입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만큼 큰돈을 벌지는 못했다.그런 동해호 선장의 생각을 아는 듯이 해양수산부 직원은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었다.“선장님, 앞으로 인공어초의 더 크게 만들어 수심이 40미터 되는 곳에도 투하하기로 8/13 쪽

    했어요. 그러니 동해도 지금 보다는 인공어초 투하작업량이 많아질 겁니다.”“아, 그런가요. 그렇게만 된다면 저야 좋지요.”“그러니 인공어초 설치를 도울 잠수부도 미리 구해두고 장비도 조금 더 보강해야합니다.”“알았어요. 작업만 많이 하게 된다면 당연히 저도 투자를 더 해야죠.”한국은 경제가 발전하며 많은 분야에서 전과는 다르게 변하고 있었다. 그로인해 수산업도 이제는 무조건 바다로 나가 잡는 방식이 아니라 변했다. 양식업과 같이 바다에 대량으로 인공어초를 투하해 어류들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변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인공어초는 대부분 수심이 2-30미터에 사방 2미터의 정육면체의 블록을 아파트 형태로 설치한다. 이미 70년대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에서 수산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 대대적으로 인공어초를 설치하고 있었다.동해에서는 단순하게 해안선에서 보통 2-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거의 일률적으로 포항 인근 해상부터 설치하며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동해와 환경이 전혀 다른 남해안에서는 섬을 중심으로 인공어초 투하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9/13 쪽

    전라남도와 제주도 중간의 해역인 남해에 있는 추자도·······.이곳은 전라도 사투리는 쓰고 제주도와 연락하는 봉수대가 있었다.  많은 섬으로 구성되어 추자군도라고 칭하기도 한다. 상·하추자, 추포, 횡간도 등 사람이 살고 있는 4개 섬과 무인도 38개 등 모두 42개의 섬들로 이뤄져 있다. 상추자와 하추자는 다리로 이어져있다.이곳 추자도 군도는 남쪽에서 올라오는 난류가 남해안으로 가게 되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많은 어류들이 분포되어 있는 지역이다. 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고 특히 양식업이 발달되어 있었다. 손맛이 최고라는 감성돔이 많고 고급어종인 돌돔, 참돔, 농어들이 많이 나와 사시사철 바다낚시꾼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하추자도 북쪽에 두 대의 대형바지선이 2-30미터의 수심인 해역에 수많은 인공어초를 투하하고 있었다.첨벙! 첨벙!두 대의 대형바지선에서 대형크레인으로 바다 속에 인공어초를 투하 하고 있었다. 4개의 인공어초를 연결한 형태라 4미터 정육면체 형태의 대형 어초다. 잠수부들이 바다 속으로 계속 들어가 정확하게 설치되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평평한 바다에 투하하고 있지만 정확하게 설치되어야 해류에 떠밀리지 않으니 쉬운 작업은 10/13 쪽

    아니다.   주변에서 작은 어선을 타고 바다낚시를 즐기던 사람들이 투덜거리고 있었다.  “에이, 하필이면 내가 왔을 때 저러나 모르겠네. 작년에는 홍도로 갔을 때도 인공어초를 투하해 낚시질은 전혀 못하고 섬만 구경만 하고 왔는데.”    “그래도 인공어초를 많이 투하해 전보다 더 많이 잡잖아. 오늘은 틀린 것 같으니 섬이나 구경하고 내일 낚시를 하지.”“아무래도 그게 좋겠어.”홍도는 난류가 황해로 올라가는 지점이고 추자도는 남해안으로 지나가는 길목이다. 물고기의 산란 장소로 적당한 곳이라고 판단해 정부에서는 집중적으로 두 곳에 인공어초 시설을 하고 있었다.며칠간 인공어초 투하 작업을 하던 바지선이 서서히 북쪽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드디어 이 일대에 무려 5천개의 인공어초 투하 작업이 끝난 것이다.추자항구에 있는 선술집에서 젊은 청년이 막걸리를 먹으며 한숨을 토하고 있었다.“에이, 인공어초 때문에 뱃일 그만두어야겠어.”11/13 쪽

    “자네는 아직도 그 짓에 미련이 남았나? 왜 하지 말라는 일에 아직도 미련을 두고 그러나.”“다른 방법으로는 먹고 살기 힘드니 그렇지.”청년은 정부에서 금지하는 저인망어선으로 불법어업에 종사했었다. 근해어업에서는 저인망 방법으로 쌍끌이를 하면 어족이 고갈된다고 해 금지하고 있었다.이제는 인공어초 작업이 남해안 지역으로 확대되자 하지를 못하게 되니 불평하는 것이다. 저인망 방식으로 어로작업을 하다가는 인공어초에 그물이 걸려 고기는 잡지 못하고 그물만 손상되기 때문이다.청년은 자신의 불법 어로 경력도 드러나면 감옥에 가게 될지도 모르는 처지다. 해경의 불법어로 단속이 전보다 심해지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청년은 드디어 오래 벼르던 중대한 결심을 말했다.“카리브로 가면 그곳은 어업하기가 좋다던데.”“거기로 가서도 저인망을 하려고?”“무슨 소리야? 거기까지 가서 감옥 갈일 있어? 새롭게 마음 다잡아서 새로 해보려는 거지. 어업을 포기하면 배도 사주고 보상금도 나오니 그 돈 가지고 떠나 보려고.”12/13 쪽

    “그렇게 생각하면 그것도 하나의 방법은 되지. 더구나 그곳으로 가면 미녀와 결혼도 쉽게 한다던데.”“사실 다른 것보다 그래서 떠나려는 거야.”  정부에서는 어족의 고갈로 인해 수산업에 문제가 되자 어업을 포기하는 어민들에게는 배를 사주고 다른 업종에 종사하라는 뜻으로 보상금도 주고 있었다.아무리 나라가 잘 살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어민이나 농민으로의 삶은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농민이나 어민인 청년들에게 시집을 온다는 처녀가 없으니 평생 노총각 신세로 살게 생겼다.카리브로 가면 쉽게 결혼할 수 있다니 그곳으로 가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볼 생각이다.선술집에서 막걸리를 먹던 청년은 고향을 떠나는 것이 미련이 남았다. 며칠을 술에 취해 공연히 소리 지르고 허우적거리며 돌아다니다 결국 한국을 떠났다. 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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