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295화 (295/657)
  • < --  [비틀려 버린 사랑]  -- >최태욱은 응접실에서 커다란 지도를 펴놓고 세파트르 사장에게 조용히 지시했다.“우선 농장을 매입하는 것이 급하니 회사설립 문제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세요. 사장님은 베네룩스 출신 직원들을 총동원해 주변의 농장부터 사도록 하세요.”“알겠습니다.”백호주의가 팽배한 호주에서 동양인으로 농장을 구입하려면 힘들다. 그 때문에 이런 지시를 하고 있었다. 백인들은 워낙 급한 상황이 아니면 아시아인들에게 농장이나 토지들을 팔지 않으려고 했다.최태욱은 그런 것을 잘 알기에 다시 한 번 강조했다.“너무 서두르지 말고 은밀하게 구입하도록 해요. 최대한 광산 주변의 토지를 매입하도록 하세요. 필요하면 추가로 SG 투자 회사로 자금을 요청해도 됩니다.”“대공, 주변의 광산도 추가로 매입해도 되나요?”“그렇습니다. 이제는 자원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니 그렇게 아시고 과감하게 매입하도록 하세요. 특히 희토류 광산에 치중하시고요.”회1/13 쪽등록일 : 12.12.11 13:37조회 : 3765/3784추천 : 56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8

    “알겠습니다. 전력을 다해 매입하도록 하죠.”한국은 자원이 없어 다른 나라에서 많은 원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생산해서 수출하고 있다. 한국은 모든 자원이 귀하게 생각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전자와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게 된 한국은 희토류 광산 확보도 매우 중요했다.한국만 부동산이나 기타 사업에서 쉽게 퍼지는 유행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호주도 그런 경향이 있었다. 한 두 사람의 농장주가 먼저 매각하니 덩달아 주변 농장주들도 서둘러 매각하고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야생토끼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살포했지만 결국 완전히 전멸시키지 못했다는 정부의 발표 때문이다.“이제 토끼라면 진저리가 난다고.”“나도 그래. 토끼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놀라서 일어난다고.”바이러스에 적응해 버린 야생토끼들이 또다시 번식해 정부에서 토끼소탕작전이 실패했다니 더 이상 버틸 여유가 없었다. 더구나 가깝게 지내던 이웃 농장주가 농장을 매각하고 시드니로 이사를 간다니 덩달아 같이 떠나기로 했다. “야생토끼들 때문에 농업은 포기하는 것이 좋겠어.”2/13 쪽

    “잘 생각했어. 나도 이제 시드니로 나가서 사는 아이들과 같이 살아야겠어.”“이제 나이도 있으니 은퇴하자고. 농장을 싸게 산다는 것도 아니니 이번 기회에 팔고 우리 이웃에 살면서 해외여행이나 같이 다녀야겠어.”“좋지.”아무리 잡아도 끝없이 점점 늘어나는 야생토끼가 이제는 공룡 같은 괴물로 변해 꿈에 나타나는 정도다. 그러니 자칫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병이라도 생길 지경이다.농장주들은 서로 친목 모임도 가지고 있었다. 모임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구동성으로 농업을 관두겠다고 해 농장을 매각하려는 분위기는 쉽게 확산되고 있었다.“농장을 매각하면 시드니에 짓고 있는 SG 아파트를 2채씩 우선권으로 분양해 준다고 하던데.”“그런가? 그럼 SG아파트는 좋고.”“주변 경관도 무척 좋지, 실내 장식하는 중이니 12월 전에는 입주가 가능하다고 하더군. 그 아파트는 부동산 투자 가치도 매우 높아 인기가 좋다고 하던데.”3/13 쪽

    “그럼 빨리 농장을 팔고 떠나야겠어.”이런 분위기야 모두 최태욱의 지시를 받은 한국출신들이 백인들을 동원해 몰래 뒤에서 바람을 잡아 벌어지는 일이었다.최태욱이 호주(濠洲)에서 자원 확보를 위해 토지 매입에 전력하는 동안 멀리 인도의 뉴델리에서 새로운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인도 육군은 적대적인 관계인 파키스탄에서 T-72전차를 소련에서 100대나 도입하자 새로운 전차도입이 시급한 실정이었다. T-72의 최초 모델은 개발 중이던 T-64 모델에 최소한의 개량을 가하고 장비를 추가한 것이었다. 즉 무장, 자동장전장치 사격통제장치 등은 모두 T-64와 마찬가지였지만, 125mm 활강포를 탑재한 T-64용 기관실을 확대하고, 여기에 소련 전통의 V형 디젤기관을 탑재하였다. 뉴델리 호텔에서 호주의 국방장관과 인도 국방장관이 만나 비밀 회담을 하고 있었다.“한국에서 우리 호주를 통해 120밀리 활강포를 판매한다고 했어요.”“사격통제장치도 포함해서 입니까?”4/13 쪽

    “그렇습니다. 그러니 인도에서 요구하는 신형 전차 생산은 별로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조건은 뭐라고 하던가요? 전에는 우리 요청을 거절하던데.”인도 장관의 말에 호주 장관이 자세하게 설명했다.“그건 미국정부와 납품계약하며 옵션을 걸어두어 그렇다고 합니다. 한국은 어쩔 수 없이 거절했다며 이번에 일본에서 구입하려는 철광산을 한국의 포철로 판매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그렇군요. 또 다른 조건은 없고요?”“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끝나게 되면 무기 수출에 대해 옵션은 모두 풀리게 되니 그때는 다른 화포도 수출할 수 있으니 얼마든지 필요한 양을 보내 준다고 합니다.”“알겠어요. 그렇다면 철광산을 한국의 포항제철로 판매하도록 하죠.”이런 비밀협상이 벌어지고 나서 다음날 인도 정부에서는 인도에서 최대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철광산은 한국의 포항제철로 판매하기로 발표했다. 포항제철에서는 인도에도 일관제철소를 건립한다는 조건으로 철광산을 매입한 것이다.5/13 쪽

    이런 발표가 언론을 통해 세계로 알려지자 일본은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이제 포항제철은 일본제철소를 모두 합친 규모보다 더 많은 철강을 생산하는 세계최대인 철강회사로 변하기 때문이다.“한국에게 결국 철강업도 선두를 완전히 빼앗기게 되었군.”“조선업도 1위 자리가 넘어가더니 철강업도 한국에게 뒤지게 됐어.”한국은 원 역사와는 사뭇 다르게 10년 이상은 빠르게 발전했다. 일본이 차지하고 있던 세계 1위 자리를 하나 둘 차지하고 있었다. 업계 1위라는 것은 단순하지 않은 문제다. 구매자의 입장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싸고 좋은 물건을 사려고 한다. 그래서 무조건 업계 1위는 구매협상 대상으로 처음부터 지목해 협상을 시작하게 된다.  인도의 최대철광산을 포항제철에서 인수했다는 소식을 접한 최태욱은 별장에 모여 있는 간부들에게 지시하고 있었다. “이제 다들 본연의 업무로 복귀하세요. 여기 사업장은 세파트르 사장에게 맡기고요.”“알겠습니다.”“돌아가서 정인성 박사나 호주로 오라고 하세요.”6/13 쪽

    “넷!”이제 호주에서 필요한 정도의 광산이나 농장을 매입했다. 정인성 박사가 주축이 되어 개발된 신종바이러스를 살포할 생각이다.최태욱은 호주의 토끼를 모조리 소탕하자는 생각이야 없었다. 그저 자신이 매입한 농장지역에서 야생토끼로 인한 피해 규모만 줄이면 된다고 판단했다.간부들이 별장에서 모두 떠나고 나자 최태욱은 레베이카에게 물었다.“공주, 내가 브뤼셀에서 가져오라는 세이커 매는 언제 오나?”“며칠만 있으면 10쌍이 들어와요.”세이커 매는 본시 북쪽 지역에 살지만 최태욱이 브뤼셀의 백작성에서 조류들을 사육하며 개량한 새로운 품종이다. 특별히 새로운 품종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다만 보통 알을 3개를 낳아 기르는 매이지만 5개로 불어났다. 그리고 덩치가 조금 더 커지게 되었다.“토끼를 주식으로 하는 매니 풀어놓으면 효과가 좋을 거야.”“어머, 그러네요. 하지만 너무 매가 많이 번식 되도 걱정이지 않아요?”7/13 쪽

    “지금까지로 보아 토끼가 주된 사냥물이고 간혹 고양이도 잡아먹으니 생태계에는 별로 문제가 없을 것 같아.”최태욱은 천적을 이용하기로 했다. 세이커 매는 이동성이 있으나 개량되어 철새처럼 이동할 확률은 적어졌다고 판단했다. 살기 좋은 환경에서 굳이 이동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호주에서의 사업들이 추진되자 최태욱은 호화요트를 타고 시드니를 관광하게 되었다. 레베이카가 굳이 같이 가고 싶다는 오페라 하우스도 가보고 해수욕장도 같이 다니고 있었다.사랑에도 종류가 많은 듯이 최태욱은 레베이카에게 깊이 끌리고 있었다. 전에 피닉스와 노르웨이를 여행 다닐 때는 확실히 믿음직한 마음으로 좋아했다. 하지만 레베이카는 전과는 달리 다소곳하게 변하자 새로운 귀여운 느낌으로 그녀를 바라보게 되었다.‘생긴 것은 아무리 봐도 오드리햅번을 닮았어.’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영화배우인 오드리햅번이 브뤼셀 출신이라 아무래도 혈통이 비슷할 수 있어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키는 175센티미터가 되기 때문에 조금8/13 쪽

    은 귀여운 맛을 덜 들었다. 하지만 자그마한 얼굴에 눈이 동그래서 상당히 귀여운 느낌이 들었다. 그런 이유로 최태욱은 레베이카가 자기를 오빠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제일 듣기 좋았다.어려서처럼 어린 여자가 오빠라고 자길 부르면 홀라당 해버리는 습성이야 이제 어느 정도 사라졌다. 하지만 그래도 오빠 소리를 좋아하는 성품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었다.시드니를 구경하며 간간히 회사의 일을 챙기고 있던 중. 드디어 정인성 박사도 오게 되고 세이커 매 10쌍도 도착하게 되었다. 정인성 박사는 진돗개 10마리도 가지고 왔다. 농장에 진돗개를 키워서 야생토끼들을 퇴치해볼 생각이 있어서다. 떠날 준비가 끝나게 되자 최태욱은 윤민규 보좌관에게 지시했다.“이제 농장으로 토끼 잡으러 가지.”“넷!”시드니 별장을 떠난 최태욱 일행은 중남부지역인 포그오거스트를 거쳐 북쪽에 있는 광산입구로 향하는 농장에 도착했다. 나무와 구운 벽돌로 지어진 아주 오래된 건물이다. 제일먼저 이곳에서 농장을 만들었다고 했다. 농장은 주변에서 제일 경치도 좋고 환경이 좋았다. 물론 농장의 규모도 제9/13 쪽

    일 큰 곳이다. 주변에는 커다란 호수도 있고 나무들도 많은 지역이다.최태욱은 대형 지도를 펴놓고 나서 높은 바위산을 지목하며 말했다.“여기 바위산 중턱에 방사해야 되겠어.”“한곳에 같이요?”“본래는 집단으로 사는 매의 종류가 아니지만 같이 사육장에서 살아 별로 싸우지는 않아. 그러니 집단으로 풀어 놓아도 된다고.”가지고온 진돗개를 풀어 놓자 크게 짖으며 빠르게 사방으로 내달리고 있었다.컹! 컹!농장 주인이 떠난 며칠 사이에 농장에는 수많은 야생토끼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진돗개들이 야생토끼를 따라 뛰어다니는 동안. 남아있던 인부가 최태욱에게 다가와 말했다.“말은 20필이 건강하게 잘 있으니 우린 이제 떠납니다.”“수고 많았어요. 시드니로 가서 잘 살길 바랍니다.”10/13 쪽

    최태욱은 관리인에게 받은 열쇄를 가지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오래전에는 대 식구가 살았던 집이라 그런지 방도 많고 가구들도 많았다. 이제 전에 살던 농장주는 대도시에서 살게 되자 필요한 물건만 가지고 떠났다.우선 집안으로 들어와 짐들은 풀고 경호원들은 모두 엽총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 야생토끼 사냥을 시작하고 있었다.탕! 탕! 탕!11명이나 되는 경호원들이 연달아 사격하자 농장은 마치 전투라도 벌어진 것처럼 총소리가 가득했다. 자연환경이 좋은 곳이다 보니 유달리 야생토끼들이 많은 농장이었다.최태욱은 짐을 풀고 나자 레베이카에게 권했다.“매를 방사하러 같이 갈까? 말 타고 갈 건데.”“좋아요.”레베이카는 얼른 방안으로 들어가 바지차림으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준비를 끝낸 최태욱은 엽총을 가지고 야영준비까지 마치고 레베이카와 같이 매가 담긴 플라스틱 11/13 쪽

    용기를 실은 말 두필을 별도로 끌고 농장을 떠나고 있었다.“윤 보좌관, 엽총으로 사냥할 때는 개들은 모두 매어놓고 해.”“넷!”경호원도 대동하지 않고 레베이카와 단둘이 매를 방사하기 위해 농장을 떠났다. 이곳 농장의 북쪽은 광산이나 혹은 사막지대인 바위산으로 이루어진 메마른 땅이다.말을 타고 빠르게 이동하자 목표인 바위산 아래에 있는 작은 연못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저 보이는 것은 야생토끼들이 떼를 지어 돌아다니는 모습뿐이다.“어머, 진짜 토끼가 너무 많네요.”“그러니 농사를 포기할 정도지.”사막에 있는 오아시스처럼 밝은 물이 고여 있는 연못 주변에 두 사람은 원형 텐트를 치고 있었다. 준비한 텐트가 하나라는 것을 알자 레베이카는 묘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그럼 그렇지.’12/13 쪽

    밤이 기대되지만 은근히 겁도 났다. 어려서 뭐가 뭔지 모를 때야 그냥 잠자리하기만 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독 물건이 큰 최태욱이라 염려되었다. 손가락을 넣어도 아프던데 무지막지한 그것이 몸 안으로 들어온다고 상상해 보니 은근히 겁이 났다. 우선 야영할 텐트를 치고 나자 최태욱은 레베이카와 같이 걸어서 바위산에 오르고 있었다. 작은 연못에서 200미터를 올라야 하는 바위산이라 약간 힘들게 오르고 있었다.“헉! 헉! 오빠 조금만 쉬었다가요.”“알았어!”두 사람은 다소 힘들게 바위산에 오르고 나자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온 세이커 매 10쌍을 방사했다. 인간에게 길들어 져서 그런지 처음에는 주변에 맴돌더니 하나 둘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있었다.방사를 위해 일부러 굶겨서 그런지 세이커 매들은 재빠르게 야생토끼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처참하게 죽어가는 토끼들을 보며 레베이카가 불쌍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오빠, 토끼들이 너무 불쌍해 보이네요.”“그러냐? 너는 자신 걱정보다 토끼 걱정이 더 많구나.”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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