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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291화 (291/657)
  • < --  [사랑과 환희]  -- >최태욱의 퉁명스런 응수에 두 사람은 당황했다. 자칫하면 타이거 대공이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될 예민한 군대 이동 문제를 두 사람은 거론하고 있었다. 최태욱이 그것을 듣고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해 짜증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니 두 사람은 모두 당황해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피닉스는 타이거 대공과 애정이 전과 달라져 상당히 기분 좋은 상태다. 또 이상하게 어색해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급하게 변명했다.“전하, 그런 것이 아니라 국방장관이 군부의 분위기를 전달하던 중입니다.”“누가 뭐랍니까? 국방부에서 장군들이 그렇게 결정했다니 따라야죠.”최태욱은 다소 퉁명스럽게 말을 토하고 슬며시 밖으로 나왔다. 아무리 자신과 피닉스가 한 마음이 되어서 지내고 있지만 세상사란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국이 다르니 벌어진 갈등이라고 판단되었다.‘서로 태생이 너무 다르니 함께 살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군.’자신은 한국출신으로 더구나 공화국 체제에서 살았다. 그러나 피닉스 대공주는 입헌회1/13 쪽등록일 : 12.12.10 00:06조회 : 4030/4047추천 : 76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8

    군주제인 네덜란드 왕국에서 태어나 공주와 국왕으로 살던 여자니 생각하는 점이 너무 다를 수밖에 없었다.섭섭하면서 때로 그런 입장이 이해되지만 여전히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이런 사건이 벌어지게 만든 한국영사를 원망하고 있었다.‘에이, 공연히 영사가 이상한 사건을 벌여 자꾸 꼬이게 하네.’분명 한국에서 카리브 령으로 파견된 영사가 큰 실수를 했다. 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본국에서 이렇게까지 성급하게 무력사용을 염두에 두는 군대 이동이란 조치하겠다고 나올지는 정말 몰랐다. 여차하면 무력을 사용해 그런 독립운동을 저지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난 것이다. 그리되면 결국 남편이라고 여긴다던 자기를 상대로 총부리를 겨누겠다는 의도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니 상당히 기분이 나쁘고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었다.‘내가 독립하겠다면 피닉스가 나를 상대로 무력을 쓰겠다는 건가?’이렇게 생각하자 이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다. 설사 그녀의 생각은 그게 아니더라도 자기를 여전히 이방인으로 생각하는 부류들이 기회가 생기자 반격에 나서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2/13 쪽

    ‘결국 피가 서로 다르다는 이야기군.’다른 무엇으로도 군대 교체를 하겠다는 발상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오직 백인과 동양인이라는 다른 점 때문에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고 판단했다. 그러다 보니 이런 문제는 언젠가는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카리브를 앞으로 어떻게 하지?’최태욱은 이번 사태로 인해 생각이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아직은 독립을 생각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카리브 해 전체를 별도로 독립해 버리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다.그러나 자존심만 내세워 독립을 주장하기에는 걸림돌들이 너무 많았다. 그 이유는 식민지는 엄밀히 베네룩스의 조차지이기 때문이다.독립을 주장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문제점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특히 콜롬비아와 영토 소유권이 쉽게 해결되지는 않으니 중동의 이스라엘처럼 두고두고 복잡해 질수 있었다.‘살자고 시작한 일에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수는 없어.’그동안 최태욱은 중앙정부의 권력에서 두드러지게 자신이 나타나길 꺼렸다. 그걸 기화로 자신을 완전히 바지저고리를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3/13 쪽

    ‘나와 상의도 없이 그런 엄청난 일을 추진하다니.’모든 공적은 분명 한국출신 군인들이 이룬 결과지만 그것은 별로 소용이 없었다.중앙정치 무대로 한국출신들이 다수가 진출해야 이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베네룩스 내로 해병대 병력이 돌아오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현재 제일 빨리 중앙무대에서 자리 잡기에는 군인신분이 제일 좋았다. 일단 한국출신들이 장군으로 오르면 알게 모르게 정치적인 힘이 중앙무대에서 생기게 된다. ‘군인으로 복무하다가 경찰로 특채하게 하면 경찰조직에도 한국출신 간부들이 많아지게 된다고.’경찰특공대나 소방대로도 진출할 여건은 많다고 판단했다. 다른 쪽으로 판단하면 이번 해병대를 본국으로 복귀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중앙정부에서 카리브를 견제하고 싶다면 해주는 것이 좋아. 나는 그 대신 중앙정부를 견제하는 해병대 병력을 유럽에 두도록 하자고.’이렇게 결심한 최태욱은 그것을 이루기 위해 다시 서재로 천천히 들어갔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국방장관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4/13 쪽

    “장관, 좋습니다. 중앙정부에서 카리브의 만세사건으로 인해 불안하게 생각되어 그렇게 하길 원하는 군요. 해병대는 모두 철수하고 그곳에 육군의 기갑여단을 투입하기로 합시다. 어차피 현재 제2해병여단은 상륙함정도 없으니 유명무실이고 보병 역할만 하는 정도라 전력에는 별로 상관이 없다고 봅니다.”최태욱은 여전히 속으로야 기분도 나쁘고 다른 계획이 있다. 하지만 태연하게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 겉으로 웃으며 말하니 국방장관은 황송한 표정으로 답했다. “전하, 잘 알겠습니다. 전하의 뜻을 참고해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장관, 하지만 1천명의 해병대는 카리브에 남겨 두어야 합니다. 다른 섬 지역이나 이웃 두 나라와 파나마 운하 지역을 견제하기 위해서요.”애시 당초 그러기 위해서 해병대를 창설했다. 그런 군사작전들을 위해 지금 3만톤급의 상륙함을 건조 중이다. 장관은 최태욱이 순순히 자기의 구상을 허락하게 되자 그간 논의되던 문제에 대해 말해 주었다.“알겠습니다. 대신 상륙함이 진수되면 카리브 지역으로 배치되도록 조치하겠습니다.”5/13 쪽

    “그렇게 하면 되겠군요.” 하나를 양보하고 더 큰 것을 받아 들이이게 된 것이다. 헬기를 운용하는 상륙함을 카리브 해에 속하게 되면 막강한 전역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병력 이동문제는 별로 큰 손실은 아니다. 조금은 생각이 다를 수 있는 백인인 사령관 아래에 3천명의 해병대 보다는 한국출신 지휘관으로 있는 1천명의 해병대가 유사시에는 더 효율적인 병력이라고 판단했다.카리브에서 일시적으로 한국출신의 이주를 억제하려던 정책은 즉시 취소했다. 최태욱은 이런 사건으로 인해 더 많은 한국인의 이주를 원하게 되었다.‘유사시에는 2-3만명의 예비군을 동원할 정도는 있어야 돼.’그러기 위해서는 그곳의 인구가 지금보다 2배는 많아져야 된다. 이렇게 판단한 최태욱은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게 되었다.카리브 령만 아니라 앤틸리스 제도 전체에 한국인들의 이주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이런 이주야 밖으로 표현할 필요는 없이 소리 없이 추진하면 된다. 앤틸리스 제도에 속한 섬들의 주민을 중립지대로 이주시키고 그 빈자리를 차지하기로 결정했다.책임감이 무거운 중앙정치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자신의 위치가 뒤6/13 쪽

    로 무조건 빠질 수 없으니 점점 중앙 정치 무대에도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피닉스에게 물었다.“나는 중앙정부에서 정확한 위치가 뭐라는 거요?”“중앙정부에서 직책이 필요 없다고 해서 아직 당신의 자리는 아직 없어요.”“알았소. 그럼 카리브 해 지배자는 누구의 휘하라는 거요?”“국왕폐하의 직속이죠.”“알았소. 그렇다면 앞으로 내 허락이 없으니 더 이상 카리브 지역에 대한 군령권이나 군정권에 대해 간섭하는 일이 없도록 하시오.”“알았어요.”최태욱의 이런 말은 의미가 깊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실질적으로 카리브 해의 지배자로 권리를 모두 행사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국방장관이나 피닉스도 앞으로는 함부로 간섭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공군이나 해군도 구분을 확실하게 합시다.”7/13 쪽

    “공군이나 해군을 구분해요?”“그렇소. 그래야 지금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거요.”최태욱은 공군이나 해군도 확실하게 자기 휘하 병력으로 확정하기로 했다. 카리브 지역으로 파견된 군대는 앞으로는 완전히 카리브 총사령부에 속한 별도의 부대 운용을 하기로 결정했다.최태욱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국방장관에게 말했다.“국방부로 가서 정식으로 그런 문제를 협의해 보죠.”“알겠습니다.”최태욱은 국방부 장관과 같이 왕궁을 떠나게 되었다. 많은 군대를 새롭게 카리브 지역으로 보낸다는 것은 간단하게 처리가 될 사안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그런 병력 이동 문제는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었다. 제일 큰 문제는 장비를 비롯한 주둔비용들이다.수시로 국방부로 찾아가 이런 문제를 논의하고 있었다. 최태욱은 이런 협의를 위해 모인 군의 지휘관들에게 말했다.8/13 쪽

    “카리브에는 많은 군대가 필요하지 않으니 카리브 령의 자치정부에서 정상적으로 세금을 걷어 유지할 정도만 배치하기로 합시다.”“카리브 령에는 재정이 없으니 힘들지 않나요?”“아직은 산업 시설이 준공되지 않아 힘들어도 어쩔 수 없어요. 일단 본래 독립적으로 살기로 결정되었으니 적자가 나도 감수해야죠.”“알겠습니다.”결국 공군의 경우 2개 비행대대인 F-16 24대를 카리브 해 총사령부로 보내기로 했다. 그래서 12대는 카리브 령에 비치하고 12대는 퀴라스 섬에 배치했다. 해군은 6천톤급인 신형 구축함 2척과 더불어 해병대의 3만톤급 상륙함을 카리브로 배치하게 되었다. 우선은 봉급을 제외한 주둔 비용은 모두 카리브에서 충당하기로 결정되었다.  최태욱은 결국 육군은 3천명으로 새로 구성해 카리브 령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본국에서 원하는 그대로 백인들로 구성된 기갑여단이었다.장비는 해병대에서 인계 받는 식으로 조치했다. 결국 본국에서는 장비만 카리브로 넘겨 인건비만 담당하고 나머지는 카리브 지방정부에서 충당하게 되었다.9/13 쪽

    이런 결정 때문에 유덕호 총리가 암스테르담으로 찾아왔다.“대공, 주둔 비를 자치정부에서 감당하기는 너무 무리가 아닐까요?”“그러니 왜 그런 이상한 일을 벌이고 그럽니까? 다들 쉬쉬하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총리도 은근히 영사의 행동에 동조해서 벌어진 사건이 아닙니까? 이런 정도의 고통을 예상했어야죠.”“죄송합니다.”  이제 여름 방학이라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고 있었다. 암스테르담에서 지내며 카리브 총사령부에 예속될 해군과 공군에 대한 배치를 조율하던 최태욱은 그것이 끝나자 유럽에서 떠날 생각을 했다.‘이제 호주로 가야겠어.’최태욱은 전에부터 가려고 벼르던 호주로 떠나기 위해 룩셈부르크에서 지내는 레베이카에게 연락했다.“레베이카, 나와 호주로 여행을 갈까?”10/13 쪽

    “호주요?”“방학이니 호주로 가서 구경하지.”“알았어요. 바로 그리 가죠.”호주를 가는 진짜 목적이야 따로 있었다. 하지만 최태욱은 일단 표면적으로는 레베이카와 호주로 여행을 떠나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최태욱은 피닉스에게 자신의 여행 계획을 말했다.“호주의 사막을 구경하고 올 거니 그렇게 알아요.”“오래 지낸다면서 계속 여행을 다니려고요?”“그렇지는 않고 호주로 가서 토끼 좀 잡아 볼 거요.”“토끼를 잡아요?”“그렇소. 토끼를 잡으러 간다니 호주 정부에서 환영한다고 했소.”할 일도 많은데 외국으로 가서 토끼를 잡자고 일부러 간다니 너무 어이없었다. 도대11/13 쪽

    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짐작이지만 별도로 뭔가 새로운 일을 구상하는 것은 틀림없었다. 말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직은 자신에게 이야기해 줄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해도 미리 말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약간 서운했다.‘아직도 그 일로 섭섭한 모양이야.’ 최태욱은 암스테르담에서 노스웨스트 항공을 타고 호주의 시드니로 떠나고 있었다. 그가 레베이카와 호주로 떠나는 것을 배웅한 피닉스는 다소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만세 사건을 가지고 내가 조금 서운하게 조치했다고 해도 그렇지. 저렇게 레베이카와 호주로 여행을 가다니.’누굴 약을 올리는 것도 아니고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았던 순간은 너무도 짧았다. 이제부터 어린 레베이카와 지내겠다는 의사표시라 심란할 수밖에 없었다.‘나는 이제 늙어 싫다는 건가?’사람이란 자신 소유라고 판단하던 물건이 사라지면 그 허전함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그것이 사랑이니 더욱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피닉스는 마음이 너무 12/13 쪽

    허전해 좌불안석으로 매우 불안해하고 있었다.더구나 자신은 이제 30대 후반의 나이로 변하니 더욱 그랬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이제는 자신의 사랑은 그저 과거의 일로 끝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언제 내가 필요 없다고 할지 몰라.’너무 잘나고 나이까지 너무 어린 남자와 사랑한다는 것이 참으로 힘이 들었다. 더구나 젊은 경쟁자 많다가 보니 여간 신경 써지는 것이 아니었다. 때로는 한숨이 저절로 튀어나오고 있었다.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왕궁으로 돌아온 피닉스는 졸지에 썰렁해진 침실의 벽에 걸린 ‘사랑과 환희’그림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분명히 태몽이라고 하던데.”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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