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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289화 (289/657)
  • < --  [사랑과 환희]  -- >깊고 어두운 밤 갑자기 하늘이 열리는 듯 영롱한 빛이 대지를 밝히고 있었다. 드디어 두 사람이 기다리던 오로라가 장엄하게 펼쳐지고 있었다.“바로 저거야!”최태욱은 마치 지상에서 하늘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불사조의 날개 짓처럼 붉은 빛을 띄우는 오로라를 보며 크게 외쳤다. 그와 동시에 빠른 속도로 화폭에 큰 붓으로 그림을 그렸다.휘리릭, 휘리릭.일필휘지라고 표현하는 대필로 초서체의 붓글씨를 쓰는 동작이다. 몇 번의 붓 칠로 화폭이 가득하도록 오로라를 그려 넣었다. 이미 바탕의 그림은 다소 검게 그려놓은 상태다. 그 위에 백색과 적색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자 드디어 완성되었다. 그림의 구석에 작게 제목과 사인을 써놓았다.“사랑과 환희. 태인.”두 젊은 부부가 어린사내를 가운데 놓고 붉은 오로라를 바라보며 감격과 환희에 젖어 회1/13 쪽등록일 : 12.12.07 22:05조회 : 4152/4167추천 : 77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978

    서있는 모습이다. 그림이 완성되자 피닉스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너무 멋지네요.”언제나 완성될까 생각하던 그림이 너무 쉽게 그려졌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림을 그리는 최태욱을 옆에서 지켜본 피닉스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했다.최태욱이 붓을 빠르게 놀리는 그 순간은 위대한 예술가를 보는 것 같았다. 피닉스는 오늘에야 왜 최태욱을 사람들이 추종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그래, 대공의 이런 모습을 본 사람들이 위대하다고 느끼고 있었던 거야.’무아지경으로 빠져 집중하는 멋진 모습이다. 자기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사는 특별한 존재로 각인되었다. 사랑하는 마음에 더해 경이로움과 존경까지 더해진 것이다.지금까지는 때로 육체적인 욕망 그리고 자신의 보호자와 사랑하는 연인으로 좋아했다. 그런 것과는 분명 다른 뭔가가 가슴 가득히 채워지고 있었다. 두근거리며 심장이 급하게 뛰고 있다. 자칫 이대로 놔두면 가슴이 그냥 펑하고 터질 것 같았다. 가슴은 더없이 충만해지고 기쁨으로 가득 찼다. 너무 위대한 사람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환희로 다가오고 있었다.2/13 쪽

    그림이란 그 사람의 내부에 잠재된 무엇을 화폭을 통해 표현하는 행위다. 그것을 표현할 때만이 진정한 그림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그림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화가의 내면을 같이 느끼게 된다. 때로는 분노하고 혹은 절망하는 것이다. 또는 아름다음을 추구하는 그림으로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혼이 담기지 않고 그저 남을 조롱하거나 외적인 어떤 감성만 자극하는 그림은 싸구려일 뿐이다. 그래서 예술가란 어떤 분야든지 내면 깊은 곳에 담긴 혼이 실린 표현을 해야 한다고 했다.최태욱이 화폭에 담은 오로라는 사랑과 환희를 무한하게 발산하고 있었다. 몸을 뜨겁게 불사르고 새롭게 태어나는 피닉스의 모습처럼 희망찬 개벽(開闢)을 나타내고 있었다. 위대한 예술가의 작품이라고까지 표현하기는 어려울지라도 최태욱은 평범하지 않은 놀라운 그림을 그렸다.와다닥.피닉스는 자신도 모르게 사랑과 환희의 기쁨으로 인해 최태욱을 품에 안겨 들었다. 그리고 아주 몽롱해진 표정으로 속삭였다.3/13 쪽

    “사랑해요, 사랑해요.”사랑과 환희는 전이되는 놀라운 힘을 지녔다. 온 몸이 기쁨과 환희로 젖은 피닉스는 이미 이름 그대로 불사조로 변하고 있었다. 환희는 뜨거운 열정으로 변했다. 이렇게 가슴이 너무 벅차올라 머리까지 가득 차오르는 환희에 젖은 기쁨을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나누고 싶었다. 그런 피닉스의 뜨거운 열정은 최태욱의 가슴을 힘차게 감싸고 있었었다. 두 사람은 급히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열정으로 인해 텐트는 뜨거운 화염 속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었다. 두 사람이 들어간 텐트에서는 잠시 뒤에 피닉스가 토해내는 괴성이 새어나오고 있었다.“캬아악! 학! 학!”어디를 어떻게 했는지 둘만이 아는 비밀이다. 하지만 피닉스는 사람이 내는 목소리가 아닌 괴이한 괴성을 고래고래 지르며 요동치고 있었다. 마치 커다란 새가 교접하며 내는 그런 파다닥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전과는 전혀 다른 저돌적이고 매서운 공격을 펼치고 있었다. 너무 뜨거워진 몸의 열기로 인해 최태욱도 같이 활활 태우고 있었다.“아으흑! 캬아악! 하악! 하악!”4/13 쪽

    너무 적나라한 신음 소리를 마구 토해내고 있었다. ‘헉! 또 시작하시네.’자주 있는 일이지만 매번 견디기 힘든 고문이다. 요란한 소리가 들리자 주변에 있던 경호원들이 슬며시 텐트 주변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경호원들은 다들 멋쩍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부하들과 같이 멀어지며 양국철은 남몰래 한숨을 토해내고 있었다.‘에이, 결국 엉뚱한 여자가 아이를 낳게 생겼어.’자신이 신의 대리자로 여기고 모시는 최태욱을 따라 베네룩스 왕국으로 이주했다. 하지만 최태욱이 한국인인 여자와 사이에 아이를 낳기 바라는 마음이 있어 해보는 불평이다.양국철은 무술이 일정 부분에 다다른 고수들처럼 세상사에 대해 어떤 예감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벌이는 정사는 분명 전과 다르다는 것을 어렴프시 느끼고 있었다. ‘후, 결국 이렇게 되는군. 병신 같은 여자들.’5/13 쪽

    대한민국만 계산해도 이미 5천만명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다. 원 역사와 달리 정부에서 산아제안정책 대신 다산정책을 채택했다. 그런 이유로 이미 그런 정도로 인구가 대폭 늘어나 있었다. 물론 북한을 제외한 해외교포까지 포함해서 그렇다는 것이다.‘결국 이게 운명인가?’그중에 반은 여자니 여자가 2천만명은 된다. 최태욱과 결혼이나 혹은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젊은 여자가 적어도 100만명은 된다. 그중에 상위 1퍼센트를 추정해도 1만명은 되니 참으로 아쉬운 사태가 여기서 벌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세상사가 어디 주변 사람들이 바란다고 그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특히 남녀 간의 사랑이나 또한 자식의 탄생이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하긴 어떤 여자는 전혀 원치도 않은 정사로 인해 단 한 번에 임신하는 불행한 사태를 겪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오래 많은 여자와 교제하며 지내는 최태욱은 아직 자식이 없다. 그래서 그의 자식을 잉태하는 행위는 아주 중요한 사건에 해당된다.이미 1천만명은 충분히 넘는 천인교 교인들도 중요한 문제다. 또한 거의 2500만명에 달하는 베네룩스 왕국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대한 사건일 수밖에 없었다.독립된 기업으로 성장하지만 SG 그룹도 이 문제는 엄청난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최태욱은 원하던 환상적인 오로라 모습을 그리고 나자 다음부터는 백야 현상이 나타6/13 쪽

    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야는 밤이 낮처럼 환해지는 것을 말한다.‘백야는 사실 특별한 느낌은 들지 않을 건데·······.’목표로 했던 오로라를 유화로 그리고 나자 이후로는 동양화 기법으로 주변의 경치를 그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유화보다는 동양화로 그리면 빨리 여러 장을 그릴 수 있었다. 일부러 폭포가 있는 곳에서 가서 여러 장의 동양화를 그리고 있었다. 때로는 숲으로 우거진 골짜기나 산길들도 그렸다.모두 두 사람이 휴가를 보내던 추억의 장소라 기념하기 위해 그리고 있었다. 그래서 때로는 피닉스의 모습도 그림 속에 들어 있었다. 혼자는 싫다고 해서 둘이 거니는 모습도 그리고 있었다. 최태욱은 같이 화구를 들고 따라 다니는 피닉스를 보며 조용히 물었다.“스파, 백야도 꼭 봐야지?”“예, 내일부터 하지라 백야가 지속 돼요.”백야는 보통 하지에 시작되어 한동안 지속되는 극지역의 자연 현상이다. 최태욱은 이제 떠날 때가 되어 피닉스에게 말했다. 7/13 쪽

    “사슴 박재도 다 만들어 요트도 치장하고 했으니 백야만 보면 떠나기로 합시다.”“예, 그래야겠네요. 벌써 이곳으로 온지 한 달이 지나서 저도 가봐야 돼요.”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은 있듯이 사람과 기쁨으로 가득 차던 긴 휴가도 끝낼 때가 되었다. 최태욱은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전에도 사랑이 없지는 않았지만 같이 지내면서 여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사뭇 달라졌다. 자기 욕심을 차리자고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고 때로는 애무하다가 잠드는 경우로 많을 정도로 변했다.        이곳 노르웨이는 사철 연어 고기를 판매하는 상점들이 많았다. 그리고 고등어도 특별히 크고 맛이 달라 미식가들이 일부러 찾아오기도 한다.떠난다고 하자 피닉스가 고양이 두 마리를 가져왔다. 최태욱이 다소 특이하게 생긴 털이 유난히 길어 보이는 고양이를 보며 물었다.“그건 무슨 고양이요?”“예, 노르웨이숲이라는 고양이예요. 예쁘죠.”피닉스가 가져온 고양이는 털이 유난히 길고 겁이 많았다. 쉬지 않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으로 보아 호기심도 많아 보였다. 8/13 쪽

    보기에는 좋으나 너무 영물이라 그게 조금 찜찜했다. 오래전 고양이가 귀여움을 독차지하기 위해 주인의 어린아이를 해코지 했다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나서 말했다.“오래 키우다 그냥 버리지나 말아요.”“고양이를 버려요?”“그렇소. 유럽인들은 고양이나 애완견을 아쉬울 때는 애지중지 키우다 경제가 어렵거나 병들면 그냥 거리에 버리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니 데리고 가서 키우려면 죽을 때까지 잘 키우라는 거요.”“알았어요.” 최태욱은 어떤 느낌이 들어서 하는 말이다. 자신의 불치병으로 여기던 무정자증이 완전히 치료되었다는 감을 가지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최태욱은 드디어 떠날 준비를 마치고 호화요트에서 백야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백야(白夜). 하얀 밤·······.밤이 낮처럼 환해지는 백야는 극과 가까운 지방에서 한여름에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현상이다. 북극에서는 하지 무렵, 남극에서는 동지 무렵 일어나며 가9/13 쪽

    장 긴 곳은 6개월 지속된다. 드디어 고대하던 백야를 해변에 정박한 호화요트에서 맞이하게 되었다.  피닉스는 백야 현상이 일어나자 부두의 멋진 모습을 바라보며 속삭였다.“어때요. 멋지지요?”“그렇군. 밤이 낮처럼 밝으니 마치 세상이 뒤집어져버린 기분이 드는군.”특이할 것은 없다고 하지만 백야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있었다.추운 지방에서 일어나는 백야 현상은 그나마 생명들이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나타내는 것이다. 어둠만 지속된다면 극지방의 모든 생명체는 모조리 사라질 것이다.최태욱 대공이 피닉스 대공주와 노르웨이에서 오로라나 백야를 보거나 그림을 그리며 생활하는 동안. 그가 떠난 유럽이나 카리브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카리브에서 시추활동을 하던 두성 호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터졌다!”드디어 그토록 고개하던 검은 원유가 하늘 높이 품어져 나오고 있었다. 급하게 틀어막고 난 작업장이 크게 외쳤다.10/13 쪽

    “가스는 빨리 배출해.”“넷!”너무 압력이 높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필요 없는 가스는 밖으로 배출해 태워 버려야 한다. 이들은 두성 호에서 그동안 고생한 끝에 원유를 생산하게 되었다.이제 한국은 북해유전 지역 투자에 이어 카리브 유전에도 투자해 원유를 생산하게 되었다. 이런 투자를 주도한 회사는 유공으로 드디어 한국도 어느 정도 원유를 생산하는 산유국 대열에 슬며시 합류한 것이다.“한국으로 연락할까요?”“그래, 빨리 한국으로 연락하고 카리브로도 연락해.”“알겠습니다.”직원은 급하게 무전으로 연락하게 되었다. 카리브에는 울산의 정유공장 규모인 공장을 건설하고 있었다. 콜롬비아를 비롯해 카리브 해역에서 생산되는 많은 원유를 이용해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기지다.이제 정유공장도 거의 준공된 상태라 아주 안성맞춤으로 원유가 생산되는 것이다. 두성 호에 타고 있는 기술자들은 다들 신이 나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11/13 쪽

    두성호에서 원유가 생산된 사실은 카리브 령의 주민들도 다들 환영할 중요한 사건이었다. 원유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니 이제는 이곳은 완전히 독립해도 좋을 정도로 산업 기반은 갖추어진 상태다.   “독립하자고 해야 하나?”“독립은 해서 뭐하려고. 그냥 그대로 있어도 불리한 일이 없으면 그대로 있는 것이지.”“하긴 공연히 독립해 강대국이 노리면 오히려 손해지.”이런 저런 의견을 나누고 있지만 이제 카리브 령은 원유 생산으로 인해 쉽게 발전할 자금은 조달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다.기쁨이나 슬픔은 때로는 같이 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두성호에서 원유가 생산되는 소식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다른 시추선인 피닉스 호에서 천연가스가 터졌다는 낭보가 주민들에게 알려졌다.“천연가스도 나왔어!”“신난다! 여기로 이주하길 잘했어.”12/13 쪽

    연달아 터진 기쁜 소식으로 인해 카리브 령의 모든 주민들은 거리로 나와 만세를 부르고 있었다.“만세! 만세!”마치 독립이라도 했다는 기분으로 만세를 크게 외치고 있었다. 대부분 한국출신들인 주민들이라 그런지 태극기를 들러 거리로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급하게 출동한 경찰들에 의해 태극기는 슬며시 회수되고 있었다.“대공께서 자중하라는 특별 지시가 있어요.”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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