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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283화 (283/657)
  • < --  [보이지 않은 힘]  -- >[보이지 않은 힘]갑자기 오한이 나는 기분이 들어 스테일런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제3군 사령관이 이렇게 나올 것이라고 최태욱이 예측한 것이 그대로 나타나자 놀랐다.‘역시 대공은 보통 분이 아니야.’ 스테일런은 이렇게 떠올리고 급하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타이거 대공의 충고를 전달하고 있었다.“장군, 세상에는 보이지 않은 힘이 있어요. 정치권에서는 흔하게 그것을 국민들의 힘이라고도 합니다. 내가 권하고 싶은 것은 그 힘을 잘 생각하라는 겁니다.”“국민들이 원한다면 그게 힘이 아닌가요?” “그건 어떤 식의 힘을 보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숨은 국민들의 힘은 아무나 볼 수도 없고 또 아무나 차지하려고 해도 안 되는 겁니다. 욕심을 부린다고 차지해 지는 것도 아니고요. 아무튼 나는 콜롬비아에서 해야 할 임무가 끝났으니 돌아갈 생각이니 그렇게 아세요.”회1/13 쪽등록일 : 12.12.05 18:59조회 : 4160/4177추천 : 77평점 :선호작품 : 4978(비허용)선호작품 : 4978

    “정말 그냥 떠날 겁니까?”“예, 내 임무는 딱 여기까지입니다.”제3군 사령관은 막강한 군대를 보유하고 보니 권력에 대한 욕구가 생겼다. 그래서 스테일런을 옆에 두고 카리브 령의 힘을 이용해 권력을 잡아볼 욕심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스테일런은 그런 행동에 대해 동참할 의사가 없고 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를 받았다.제3군 사령관은 카리브 령으로 떠나려고 하는 스테일런을 잡고 급하게 물었다.“그럼, 그런 숨은 국민의 힘은 어떻게 볼 수 있는 거죠?”“저야 그런 힘을 느끼지도 못하고 잘 모르죠. 단순한 군인이니까요. 아마 타이거 대공이라면 그런 숨은 국민들의 힘을 보기도 하고 잘 알 것입니다. 언제 한가해 지면 카리브로 가서 대공을 만나 말씀을 직접 들어 보세요. 좋은 이야기 듣게 될 겁니다.”이렇게 말한 스테일런은 서둘러 제3군 사령관과 헤어져 부하들과 같이 급하게 보고타를 떠나고 있었다. 휴가를 떠나기 전에 카리브 사령부로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이 있었다.2/13 쪽

    카리브 령의 안나타이거 시에 있는 총독관저에 스테일런 사령관이 도착했다. 쾅! 쾅! 드르륵. 드르륵. 윙! 윙!수많은 중장비가 들어와 여러 가지 소음을 내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안나타이거는 자신의 많은 재력을 동원해 다소 큰 총독 관저를 짓고 있었다. 대리석과 화강암을 이용해 중세의 성처럼 크게 짓고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재원 조달을 위해 틈이 나면 유럽으로 가서 사업체를 정리하거나 또는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그러다 보니 총독 관저는 아직도 공사 중에 있었다. 나중에는 경비실로 쓸 건물은 이미 준공되어 최태욱은 이곳에서 임시로 지내고 있었다. 응접실에서 책을 보고 있는 최태욱에게 스테일런이 다가와 말했다.“대공, 임무 완수하고 돌아왔습니다.”“수고 많았습니다. 큰일을 무사히 마쳐 다행입니다.”한국에서 들여온 구형무기는 실로 엄청난 규모였다. 10만명 이상의 군대가 전쟁을 벌일 정도의 무기를 콜롬비아 정부로 넘겼다. 물론 각종 무기와 더불어 탄약도 수없이 들여왔다. 그런 무기들이나 각종 장비 그리고 탄약은 80퍼센트는 제3군의 수중으3/13 쪽

    로 들어갔다. 최태욱은 슬며시 스테일런 대령을 보며 물었다.“사령관, 제3군 사령관이 특별히 하는 말이 없던가요?”“대공께서 예측하신 그대로 권력에 대해 상당히 욕심을 부리더군요. 그리고 저보고 같이 있자고 하고요.”최태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결국 그도 평범한 필부에 지나지 않는군요. 내가 듣기에는 제법 똑똑하고 애국심도 강하며 부하들에게 인기가 좋아서 쓸 만한 사람으로 봤는데.”“그렇군요. 그런데 왜 그런 정치성이 강한 군인에게 무기를 많이 판매하신 거죠?”직접 거래해서 판매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제 3군에게 넘어가도록 굳이 인계방법을 이상하게 했다는 이야기다. 그러자 최태욱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아! 그거요. 아주 간단한 이치입니다. 그 사람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싶어섭니다.”“오라, 어떻게 나오나 보려고 했군요.”4/13 쪽

    “그렇지요. 사람은 흔히 손에 힘이 생기면 반드시 쓰고 싶은 충동을 느끼죠. 그리고 쓰게 되는 대상이 권력쟁취라면 누구든지 쉽게 끌리게 됩니다. 그가 남보다 뛰어나다면 손에 보이는 힘이란 함부로 쓰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자중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바로 쿠데타를 일으키겠죠.”이런 말에 스테일런은 알 것도 같고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어 다소 애매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요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스테일런을 보며 최태욱이 조용히 말했다.“흔히 한국의 발전을 두고 박 대통령의 지도력이라고 말하죠?”“예. 보통 많은 나라들이 그렇게 알고 또 군부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군인들은 그를 답습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특히 남미나 아프리카는 그런 경향이 강하죠.”“그래서 그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나 살핀 겁니다. 그건 두고 보면 알 일이죠. 그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바로 쿠데타를 벌이겠죠.”최태욱이 이렇게 말하자 스테일런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대공, 왜 남미 국가들은 한국과 비슷하게 정치를 해봐도 항상 실패하는 거죠?”“아, 그건 다른 나라 지도자들은 그냥 한국의 발전을 표면에 나타난 현상만 바라보기 5/13 쪽

    때문에 실패하는 겁니다. 한국과 똑 같이 새마을 운동을 시작하고 외자(外資)를 들여와 공업 국가를 만들려고 해도 만들지 못하고 모두 중간에 모조리 실패하는 겁니다. 한국의 진정한 힘의 원천을 그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니 실패한다는 거죠.”스테일런은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궁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최태욱은 또다시 선문답 같은 말을 토해내고 있었다.“한국은 5천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문화강국입니다. 나는 그것이 한국의 힘에 원천이라고 봅니다.”“그렇지요. 문화가 오래되면 자궁심이 강한법입니다.” “그런 자긍심이 강한 나라가 근대화 물결의 흐름을 타지 못해 결국 끝없이 추락해 똥통과 같은 바닥을 보았다는 겁니다. 멸시하던 일본에게 치욕을 당해 처참한 식민지 시절도 살았고요. 그때 깨어 있는 한민족은 3.1 만세운동을 했던 것이고요. 이어서 해방 이후에 강대국 틈으로 끼어 전쟁해 그나마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끝자락을 봤어요. 수천년을 내려온 문화강국으로 자긍심이 강한 국민들로는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을 정도로 처참해진 상태에 이르렀었지요.”“그건 그렇습니다.”6/13 쪽

    “조국의 해방도 남의 나라 덕분에 해서 자존심도 상했죠.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한국전쟁 이후 남한은 흔히 말하듯이 퇴로가 없는 배수진을 친 입장이었죠. 북한에서 또 쳐내려오면 그것은 그냥 다 죽는 판국이었으니까요. 그러니 살기위해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인해 그런 무서운 결집력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그렇군요. 도망갈 곳이 없었으니 치열하게 살 수밖에 없죠.” “그에 비해 북한이야 도망칠 만주나 시베리아가 있으니 전혀 다른 입장이고요. 내가 말하는 것은 그런 응집된 한국 국민의 힘을 발휘하게끔 박 대통령이 선두에 섰다는 거죠.”이렇게 말을 하고 최태욱은 다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너무 거창한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고 쉬운 집안의 일로 설명하죠. 가난한 집안의 가장이 어느 날 다 굶어 죽게 생겨 구걸하는 식구들을 보며 독심을 품었어요. 아니 본래 가장은 아니나 가장 노릇을 하겠다고 강압적인 힘을 써서 집안을 장악했어요. 또 흔한 말로 가장 자리 자체가 욕심이 나서 그렇게 했을 수도 있고요. 아무튼 퇴로가 없는 그 가장이 무슨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봅니까?”“뭐 무슨 짓이고 하자고 동조한 가족들과 다짐했겠죠.”7/13 쪽

    “그래서 딸에게는 외국으로 나가서 몸이라도 팔아 돈 벌어 오라고 했고. 젊은 아들에게는 해외로 나가서 막장이나 노동판으로 가서 목숨 걸고 일하던 깡패 짓이라도 해서 돈 모아 오라고 했다는 겁니다. 쉽게 표현해서 그랬다고 하면 제일 속이 편하죠. 불평하면 마구 잡이로 주둥이 다물라고 두들겨 패고요. 구구하게 미사여구 억지로 쓸 것도 없이 대충 그랬다는 겁니다. 그러니 그런 와중에 죽은 사람도 생기고요.”“아하, 그렇게 말씀하시니 아주 이해하기 쉽군요.”“그 후에 배가 불러진 가족들이야 이제 딴 생각이 날 수 밖에요. 주어 터져가면서 산 세월이 억울하고 특히 머리에 먹물 좀 들어 고분고분 그런 일을 죽어도 안한 가족들도 있는 법이죠. 왜 가족들에게 구구하게 몸 팔아 돈 벌어 오라고 했느냐고 원망하고 목숨 걸고 돈 벌라고 한 가장을 욕하는 거야 당연하죠. 그런데 그들의 밥상은 늘 구차하게 벌어온 돈으로 사온 고기며 밥이라는 겁니다. 그게 세상의 아이러니죠.”“그렇죠. 분가해 따로 살지 않았으니 어찌되었건 그런 돈으로 사온 밥을 먹었겠군요.” “더구나 구차하게 돈 벌어 살기 바쁜 부모 대신 머리 좋은 사촌에게 자식 교육 떠넘겼더니 자식들이야 배부르게 자랐으니 그걸 알 리가 있나요.”“그렇습니다. 대부분 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모르는 것이 당연한 이치죠.”8/13 쪽

    “물론 자식들도 듣고 어설프게 보기는 했으니 대충이야 알기야 하죠. 하지만 직접 몸으로 그런 험한 일을 하지 않은 이상 가슴으로 절절하게 느끼지는 못하는 거죠. 그저 머리 좋은 삼촌들의 불평불만을 전부로 아는 처지라 더럽고 추악한 부모들이라고 알고 쓰레기 취급을 하는 거죠.”이렇게 말하고 나서 최태욱은 다시 한숨을 토하며 말을 이어갔다.“몸으로 때워서 돈벌이 해보지 않은 머리 좋은 삼촌의 논리야 당연히 그 짓을 안 해도 돈 잘 번다고 주장했죠. 그러나 그들은 입만 살고 머리만 있지 돈 버는 일에는 깡통이죠. 사람이란 본시 지식이 많아 돈을 잘 버는 것이 아니고 돈 버는 머리는 따로 있는 법입니다.”“아, 듣고 보니 그건 그렇군요.”  “아무튼 그런 와중에 잘살아 보자고 강권 쓰며 외치던 가장도 죽고 또 비슷한 가장이 꽉 틀어쥐고 답습해오고 있다는 거죠. 그것이 더도 덜도 아닌 한국의 근대사의 흐름이라는 겁니다. 아무튼 한국은 앞으로 민주화는 되지만 많은 고통을 겪게는 될 겁니다.”“고통요?”9/13 쪽

    “예, 사상적으로 갈등이 생기는 문제가 지속될 위험성이 아주 높지요. 급격하게 산업화를 이룬 후유증으로 인해 가치 기준에서 혼란이 오겠죠. 또한 경제가 완전히 붕괴된 북한이야 가진 것이 주둥이와 허접한 군대뿐이니 어떻게 해서라도 주둥이나 군대로 먹고 살려고 할 것이고요. 이웃한 거대한 나라인 중국이 여전히 사회주의를 표방하니 그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대공, 공산주의는 이제 완전히 사라지나요?”“그건 아주 오래전에 끝난 퇴물입니다. 공산주의를 한다고 주장하는 놈은 진짜 바보고 사기꾼입니다. 본시 사람은 인간의 어떤 형태인 정신체 자체가 동등하지 개개인의 능력들이 동등하지는 않게 태어나고 있으니 뚝 같이 일하고 똑 같이 나눈다고 기본 설정을 두는 공산주의(共産主義)라는 말 차체가 허구일 수밖에 없어요.”이렇게 말한 최태욱은 콜롬비아에 대해 말했다.“콜롬비아야 급하면 우선 피할 이웃나라도 있고 정신문화가 한국과는 전혀 다르죠. 그러니 한국 국민들처럼 독기품고 후손들은 나보다 더 잘살게 해보자는 정신이 절실하지도 않아요. 그러나 설사 누가 어떤 식으로 정권을 잡아도 한국과 같이 발전하기는 힘들 겁니다. 물론 3군 사령관이 내가 하는 말의 반만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조금은 나은 나라가 되기는 하겠죠.”10/13 쪽

    최태욱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지그시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말했다.“권력이란 참으로 무상한 겁니다. 아무리 정치를 잘한다고 해도 불평하는 사람도 나오고 세상의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재주를 지닌 권력자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되도록 정치는 안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만큼 권력이 늘면 책임도 늘어나니 무거운 짐을 감당하고 싶지 않아서요.”“그렇군요.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사람이란 각자 조금씩 세상을 살아가며 하게 될 역할은 있는 법이니 되도록 그런 역할만 충실하게 수행하면 다 잘 돌아가게 되어 있어요. 장군이나 장관할 사람이 최고 권력자인 수상이나 국왕을 꿈꾸어도 안 되고요. 아무튼 과도한 권력욕은 항상 자신이나 주변의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겁니다.” 최태욱이 갑자기 권력욕에 대해 충고하는 이유는 자신은 이제 이곳을 떠날 생각이기 때문이다. 스테일런에게 권력의 무상함을 말하는 것이다. 무력을 지닌 스테일런이 함부로 권력 욕심을 부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콜롬비아 군부와 결탁해 무슨 일을 벌여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으니 그게 제일 걱정이다. 스테일런은 본시 권력에 대한 욕심이 없는 처지라 즉각 답했다.11/13 쪽

    “염려 놓으세요. 대공. 그보다 한국에서 오게 되는 K1A2 전차로 모두 교체할 생각입니까?”“연합왕국의 국방외교위원회에서 이미 예산이 통과되었으니 교체해야죠. K1 전차는 모두 베네수엘라에게 넘기기로 했으니까요.”“그럼, K1A2가 도착하는 만큼 넘기면 되겠군요.”“그렇게 처리하면 됩니다.”이미 베네룩스 연합왕국의 국왕도 즉위식을 끝냈고 국회도 구성되어 정상적인 나라로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그런 와중에 중요한 자리에 대한 약간의 다툼들이 있었다.그래서 최태욱은 그런 자리다툼에서 빠지기 위해서도 일부러 유럽으로 가지 않았다. 물론 자신이 직접 챙겨야 할 일이 많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계속 이곳 카리브 령에서 지내고 있었다. 이제 그런 자리도 다 책임자들이 자리를 차지했으니 이곳을 떠나 유럽으로 가려는 것이다. 외부로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곡 카리브의 주민으로 안나타이거 공주는 물론 레베이카, 스테파니가 등록되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최태욱과 동거인으로 신고 되어 있12/13 쪽

    었다.그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만 열람이 가능하게 별도로 관리되고 있었다. 그러니 이제는 그녀들은 최태욱의 부인과 같은 위치로 변해 있었다.물론 동거인이 부인일 수는 없지만 현재로는 정식 혼인신고를 한 사람이 없으니 그런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최태욱은 유럽으로 떠날 준비를 마치고 서둘러 피닉스 공항으로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유덕호 총리를 만나 당부하고 있었다.“나중에 오게 될 겁니다.”“대공. 나중에 오신다니요?”“당분간은 오지 않는 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총리께서 잘 처리하세요.”최태욱은 이제 유럽으로 가면 유럽에서 벌일 일들을 차분하게 정리할 생각이다. 서둘러 정리해야 하는 이유는 앞으로 얼마 있으면 본격적으로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는 시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기 위해서다.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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