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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263화 (263/657)
  • < --  [오리발과 뻔뻔함]  -- >진급 신고식이 끝나자 보드엥 국왕은 참석한 사람들을 위해 간단한 오찬회를 열었다. 웅성웅성.조용하게 말을 건네지만 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다 보니 다소 어수선했다. 참석할 인사를 최소한으로 줄였지만 그래도 모인 사람들은 100명이나 되었다.한국 대사가 최태욱을 찾아와 악수를 청하며 인사했다.“축하해요. 최 장군. 앞으로 더 큰 일을 이루기 바랍니다.”“감사합니다.”그가 장군으로 굳이 진급한 이유는 한국출신들로 구성된 연합군인 해병대의 지휘권 때문이다. 한국 출신 장교들도 진급하기 위해서는 총사령관이 진급해야 자연스럽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태욱이 앉은 자리로 슬며시 찾아 온 보두엥 국왕은 조심스럽게 권하고 있었다.“카리브 령의 비무장지대를 인수하지 그럽니까?”“아, 그것을 들으셨군요.”“그렇소. 그곳을 인수하면 베네룩스 3국은 충분히 식량 자급이 가능하지 않겠소. 내 생각에는 인수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여전히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 주변에서 사기를 권하고 있다. 미국의 토지가격 변동으로 인해 전과 달리 조금 마음이 변해 있었다. 그래도 한발 빠지는 말을 했다.“영토로 편입해 지지 않으니 잘못하면 복잡해지는 토지라 그렇습니다. 국방비가 너무 많이 들고요.”최태욱의 응수에 보두엥 국왕은 다시 권했다.“설마 대공이 차지한 땅을 침범하거나 무슨 일이 있겠어요. 더구나 우리 3국과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한국군이 뒤에 버티니 그런 일은 없지 않겠소. 그러니 인수해보시오.”“알겠습니다. 한번 고려해 보죠.”“그곳이 슈퍼 옥수수 재배지로 적합하다니 인수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보두엥 국왕은 정보를 통해 한국에서 슈퍼 옥수수에 이어 새로운 스몰슈퍼 옥수수가 개발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에게 정보를 알려준 사람은 벨기에 출신 연구원이었다.회사에서 극비로 취급하는 문제지만 자신의 조국과 이해관계가 많은 신품종 개발이라 알린 것이다. 국왕에게만 알려 최태욱은 문제를 삼지는 않았다.보드엥 국왕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재차 권했다.“3국이 모두 좋은 일이고 대공의 조국인 한국도 식량의 자급화를 어느 정도 이루는 꼭 필요한 사업이니 이참에 인수해 큰 농장을 운영해 보시오.”최태욱은 보두엥 국왕이 4개국의 식량 자급화를 위하는 사업이라고 권하자 그제야 순순히 답해 주었다.“알았습니다. 인수하도록 하죠.”“고맙소. 이제야 식량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요.”지구의 환경변화가 심해 농작물 생산에 변수가 많아지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보두엥 국왕도 피닉스 여왕처럼 식량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4개국 모두 인구밀도는 높고 농토가 한정되어 있으니 식량자급화는 항상 걱정이었다. 국왕은 측근인 귀족들이 다들 원하고 있으니 그들의 요청 때문에 권하고 있었다. 귀족들은 대부분 방대한 토지를 지닌 농장을 소유하길 원하고 있었다. 과거 방대한 식민지를 소유하던 경험 때문에 그런 경향이 많았다.오찬을 끝내고 나자 최태욱은 피닉스 여왕과 급하게 헤이그로 이동하게 되었다.헤이그의 왕궁에 도착한 피닉스 여왕은 카리브 전투에서 승리한 군인들에 대한 포상을 하고 있었다. 카리브 해 총사령관인 최태욱이 준장으로 진급하자 미루던 것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해병대 사령관이자 제1여단장이던 드샤프르도 대령에서 준장으로 올랐다. 계급장을 달아주며 피닉스 여왕이 매유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회1/8 쪽등록일 : 12.11.28 19:55조회 : 2432/2439추천 : 49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4041

    “어렵게 장군이 되었군요. 축하해요.”“감사합니다. 폐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드샤프르는 사실 대령 진급이나 장군 진급에서 최태욱 때문에 항상 미루게 되었다. 그래서 이런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진즉에 준장이나 소장으로 해병대 사령관이 되어야 했었다. 최태욱의 늦은 진급으로 이제야 어느 정도 계급에서 균형을 이루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이 장군으로 진급하자 자연히 많은 부하들도 따라서 정상적으로 보직에 따라 진급하게 되었다.카리브 전쟁의 승리로 인한 포상이 끝남과 동시에 카리브 령에서 주둔하던 해병대는 새롭게 변하게 되었다.     3국의 연합군인 해병대는 해병대 사령부, 제1여단, 제2여단으로 나뉘게 되었다. 제1여단은 스테일런 대령이 사령관으로 카리브 령에 주둔한다. 제2여단과 해병대 사령부는 네덜란드의 블리싱건에 위치하게 되었다.언론에서 이런 보도를 내보내자 베네룩스 3국의 국민들은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고 있었다.“해병대 사령관이 이제 준장이군. 카리브 해 총사령관인 타이거 대공도 같이 준장이고.”“대공은 기왕에 다는 별이니 하나 정도 더 달지.”“나중에 필요하면 더 달게 되겠지. 계급이 중요한 가? 직책이 중요하지.”“하긴. 타이거 대공이야 그런 것 따질 필요가 없어.” 만 26살에 준장인 장군이라 충분히 뉴스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의외로 유럽에서는 사람들이 별로 놀라지 않았다. 다들 당연하다는 식이다. 그의 사회적인 직위가 준장이라는 무게감보다 더 높아서다.글로벌회사인 SG 그룹의 회장은 최태욱이다. 그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유럽에서는 어느새 나라의 최고지도자과 동격의 반열로 올려놓고 있었다. 그런 거야 나이와는 상관없이 능력 위주로 평가하는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 통용되고 있었다.하지만 한국에서는 어린 나이에 장군을 달게 된 사실이 크게 이슈가 되었다.“26살짜리 장군이라니 웃기지도 않는 나라들이군.”“그만한 공적이 있었으니 그렇지.”“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젊은 나이에 장군을 하니 너무 이상하잖아?”“아무래도 그만한 사정이 있겠지.”심하게 편을 가르는 것은 아니지만 의견들이 다양했다. 사람들은 언론 보도를 나름 자신들의 생각을 말하며 평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태욱이 준장으로 진급한 내용은 짧은 해외토픽의 형식으로 보도하고 끝났다. 한국 언론사에서 그런 보도를 자주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런지 다소 이슈가 되던 진급 문제는 이내 수그러들고 말았다.최태욱은 카리브 해 총사령관으로 카리브 령에 주둔 하는 제1여단은 3천명으로 정했다. 앤틸리스 총사령부 소속으로 2천명을 주둔시키는 조치를 내렸다. 해병대에 대한 조치를 끝내고 나자 민택수 비서와 같이 헤이그 은행으로 가고 있었다.“다들 모인 건가?”“넷, 은행에서 모두 만나 정산을 하기로 했습니다.”“서류만 오가는 데 내가 꼭 그 자리에 참석해야 하나?”“넷, 직접 현장에서 사인을 해주셔야 다음 단계인 정산이 되니 해주셔야 합니다.”최태욱이 헤이그 은행으로 가자 은행장이 고개를 깊숙하게 숙여 인사했다.“대공, 어서 오세요. 다들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은행장 실로 들어가자 20여명이 기다리고 있었다.최태욱이 자리에 앉자 은행장과 민택수가 서류를 내밀고 말했다.“대공, 대출서류입니다. 보시고 사인하시면 됩니다.”“알았소.”2/8 쪽최태욱이 두툼한 서류에 사인을 하자 민택수는 그 서류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정산 절차를 바쁘게 처리하고 있었다. 카리브 령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다.정산 방법은 최태욱이 네덜란드 헤이그 은행에서 개인 자격으로 4억불을 대출받았다.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정부 측에 각기 2억불씩 정산했다. 그래서 카리브 령 옆의 비무장지대 소유권과 개발권을 모두 인계받았다.“대공, 앞으로 잘 협조해봅시다.”“그래야죠. 대표들께서는 돌아가시면 제가 말한 요건에 충당하는 사람을 선발해 주세요. 그들은 비무장 지대에서 농장의 노동자로 근무하게 되니 그렇게 알고요.”“좋습니다. 돌아가서 농장에서 일할 근로자를 모집하죠.”헤이그 은행의 은행장실에서 양국 대표들을 만나 정산하고 인계인수 서류에 사인을 끝냈다. 그 돈은 다시 두 차례 서류 절차를 거쳐 최태욱의 수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콜롬비아 정부의 경우는 최태욱이 운영하는 SG 그룹에서 보낼 생필품 대금으로 2억불을 지불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한국 정부에서 구입한 무기 대금을 한국 정부에 2억불을 정산했다. 그런 절차 이후에 또 다시 SG 특수금속에서 한국의 방산 업체인 정밀회사들로부터 야포나 전차의 포신 대금으로 정산을 받은 것이다. SG 계열사로 들어온 돈은 다시 세 차례 서류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모든 정산 절차가 끝나 4억불이 다시 최태욱의 개인구좌로 들어오게 되었다. 최태욱은 대출받고 정산 절차를 거쳐 되돌아온 4억불을 모두 앤틸리스의 퀴라스 은행으로 송금하게 되었다.그런 절차를 끝내고 나자 최태욱은 민택수에게 지시했다.“민 비서, 이제 카리브 령에서 정착하고 싶다니 4억불로 카리브 은행을 설립하고 은행장이나 해.”“알겠습니다.”“그리고 강 비서는 자격이 조금 문제가 있으나 경찰국장을 하라고 전해.”강호철을 경찰국장으로 내정하며 자격이 문제가 있다는 거야 전에 피의자격인 여자 포로를 심문하다 날름한 경력이 있어 평하는 소리다. 그러자 민택수가 급하게 물었다.“로잔과 하이디는 어쩌죠?”카리브 령은 다혼 령으로 법이 만들어져 강호철과 로잔 그리고 하이디는 결혼했다. 최태욱은 민택수의 말에 잠시 생각하더니 답해 주었다.“로잔은 변호사 출신이니 검찰국장을 하고 하이디는 라디오방송사의 사장을 하라고 해. 내가 안나 타이거 총독과 유덕호 행정청장에게는 따로 전화를 하지.”“잘 알겠습니다. 그럼 한광필은 보건국장을 하나요.”“잘 아는군. 일단 다들 자리가 잡힐 때까지 고생들 해.”“넷!”최태욱은 그동안 계속 자신의 주변에서 근무하던 5명의 비서들에게 적합한 직책을 주어 카리브 령에서 정착하게 조치했다. 헤이그 은행의 대출서류에는 비무장지대 토지가 담보물로 추가되었다. 결과적으로 최태욱 개인소유로 엄청난 땅이 생긴 것이다.이런 조치를 하고 나서 최태욱은 사람들과 헤어져 암스테르담 궁전으로 가게 되었다.최태욱이 거대한 토지를 소유하고 왕궁에서 지내는 동안 그에게는 새로운 닉네임이 붙었다. 네덜란드 언론사에서 처음 붙인 것으로 캉커러 타이거 최 코리아 카이저라는 긴 이름이다. 캉커러(conqueror : 정복자, 전승자.)라는 단어가 따라 붙은 것은 카리브 전쟁의 승자로 결국 엄청난 토지를 소유했기 때문이다.“결국 타이거 대공이 그 땅을 소유했어.”“이제 나라를 세우려나?”“그야 모르지.”나라를 세운다고 선포를 하든 안하던 상관없이 카리브 령은 이미 독립된 나라와 같이 개발이 시작되고 있었다. 많은 한국인들이 빠르3/8 쪽게 이주하고 있었다.정복이란 간단한 것 같지만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타인들이 사는 어떤 특정한 지역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으로 여러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먼저 그 지역에 대한 법률적인 소유권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에는 정복한 곳에 대한 지도를 그리고 지명을 정한다.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주민을 모조리 몰아내게 된다. 다음 순서로는 영토를 지키며 토지를 경작하게 된다. 그런 과정 중이 자국민들을 이주시키게 된다. 또한 그 지역이 오래 전부터 자신의 소유라고 하는 일종에 이야기인 전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그런 복잡한 과정이 단 한 번의 전쟁으로 이루어져 버렸다.날이 어둑어둑 해지는 초저녁········.창 밖에는 비가 촉촉하게 내리고 있었다. 쏴아아. 쏴아아!아직 튤립 축제가 진행 중인 5월인데 비가 너무 내리고 있었다. 최태욱의 침실로 찾아온 피닉스 여왕은 창밖을 바라보며 걱정했다.“축제 기간인데 비가 너무 많이 오네요.”“비가 내리는 것이 좋지. 기상대 말에 봄 가뭄이 심하다고 하던데. 파종한 씨앗들이 가뭄으로 인해 발아(發芽)가 잘 안된다고 걱정이야. 그러니 지금 내리는 비야 단비지.”“그건 그렇군요.” 피닉스 여왕은 거대한 토지를 최태욱이 개인 소유로 차지하자 은근히 걱정됐다. 카리브 령의 초대총독으로 가있는 안나타이거와 결혼하고 그곳을 독립시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물었다.“대공, 그곳에서 정착하시려고요?”“어디? 카리브 령?”“예.”비서들을 모두 그곳에 정착시키니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이 들어 묻고 있었다. 하지만 최태욱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무슨 소리야? 내가 왜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해. 나는 거기가 별로라고.”“정말이죠?”“내가 언제 거짓을 말했나?”“알았어요.”카리브 령에서 정착하지 않는다니 결국 독립시키지 않는다는 소리라 피닉스 여왕은 안심했다.최태욱은 본시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그러나 어찌 어찌 하다가 보니 네덜란드의 피닉스 여왕에게 발목이 잡혀 지금 상태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니 적당한 시기에 카리브 해에서 발을 뺄 생각을 하고 있었다.나라를 세우는 식으로 하면 자신이 벌어들인 많은 부를 어쩌면 그곳에 모조리 디밀어야 되니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니 어떤 식으로 발을 뺄까 궁리중이다.‘대충 땅장사나 하고 말아?’그러기에는 아직 그곳이 개발되지 않아 헐값으로 팔게 생겼으니 아직은 너무 이른 방법이다. 최태욱은 신품종 개발로 인해 큰돈을 벌 궁리만 하고 있었다.그곳이야 어느 정도 발전을 이루면 족하다고 판단했다. 신품종 옥수수를 광범위하게 재배하는 플랜테이션 농장을 운영할 생각이다.플랜테이션 농업이란 토지의 소유주가 자본·기술을 제공하고 열대의 노동에 견딜 수 있는 원주민이나·이주노동자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서 단일경작을 하는 기업적인 농업경영을 말한다. 과거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해외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해왔던 방법이다.그러나 최태욱은 그런 방식을 조금은 탈피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기계화는 해야 돼. 노동자 복지도 조금은 되어야 반발이 없고.’  4/8 쪽[오리발과 뻔뻔함]전 세계 스포츠인의 축제인 올림픽!운동선수들에게는 꿈속에도 항상 그리는 무대다. 최태욱은 암스테르담 왕궁에서 지내며 88서울올림픽 출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스포츠 스타다.막상 88 서울올림픽에 참가를 하려다 보니 걸림돌이 많았다.‘이거야 원, 한국 선수로 출전하면 안나 타이거나 피닉스 여왕이 모두 섭섭하다고 할 것이고.’너무 잘나도 탈이다. 네덜란드 체육회나 카리브 령 체육회나 최태욱이 올림픽에 출전하며 자신들 유리한 쪽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분명 우리 체육회 소속으로 출전할 거야.’ 양쪽의 그런 기대가 최태욱은 은근히 부담되고 있었다. 더구나 그동안은 별로 접촉하지 않던 대한체육회에서도 최태욱을 자주 찾아오고 있었다.이유는 최태욱이 한국 대표로 88서울올림픽에 출전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죽어라 연습해도 금메달을 딸지 모르는데.’전과는 달리 자신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육상 붐이 불었다. 자신의 주 종목에서 우수한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특히 아프리카 선수들의 기량은 놀라웠다. 그러니 88서울올림픽에 자신이 출전한다고 해서 꼭 우승을 장담하지 못하는 입장이다.‘전과는 여건이 다르다고········. 기록도 다들 좋아지고.’최태욱은 군인이나 사업가로 활동하다 보니 전보다는 운동에 전념하지 않고 있었다. 특히 카리브 개발 사업에 신경을 쓰자 자연히 약간은 근육도 변해 있었다. 기본적인 체력이야 여전히 좋지만 근육은 이미 변해 장거리 선수로 적합한 상태가 아니다.‘아무래도 어려워. 해야 할 일도 많고.’ 최태욱은 심각하게 고려하다가 88서울올림픽 출전을 포기했다. 기자들이 찾아오자 88서울올림픽 출전을 못한다고 정식으로 발표했다.“정말 안합니까?”“예, 그동안 운동을 너무 안 해서 어려워요.”그런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에서는 매우 섭섭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를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최태욱은 그동안 할 만큼은 했다고. 운동을 안 하다 새로 시작하기가 얼마나 힘든데.”“그래도 한국에서 한번 뛰지.”“그러다 탈이라도 생기면.”“하긴 그렇군.”최태욱은 사실 장군이 되고 보니 또 다른 공부 거리가 생겼다. 영관급 지휘관으로 있을 때야 그냥 자신이나 주변의 심복 부하들을 이끌고 특공 작전만 펼치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장군으로 올랐으니 그런 정도의 짧은 군사적 지식으로는 너무 부족했다. ‘대충 무기 이름이나 성능이라도 알아야지.’더구나 해병대를 이끄니 함정에 대해서도 기본 상식은 배워야 한다. 특히 상륙 작전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야 하니 아무래도 많은 공부가 필요했다.그가 그런 공부를 하며 암스테르담 왕궁에서 지내는 동안 최태욱과 관련된 일들이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프랑스 수도인 파리의 극장가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었다.전에 이스라엘에서 납치되어 요르단에서 감금되어 있던 인질들을 최태욱이 구출한 사건을 조금 각색한 ‘프랑스 외인부대’라는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웅성웅성. 와글와글.5/8 쪽

    프랑스 영화사가 자국의 외인부대원들이 인질을 구출했다는 언론 보도를 그대로 믿고 각색해 만들게 된 영화다. 수많은 사람들이 영화관에 몰려와 구경했다.시사회부터 유럽 언론의 주목을 받더니 드디어 관객들의 뜨거운 성원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특공부대인 프랑스외인부대에는 프랑스에서 최고 여배우라는 소피마르소가 특공대 장교로 출연하고 있었다. 이제 겨우 만으로 21살인 그녀의 인기는 하늘 모르고 올라 있는 상황이다.남자 주연은 세계최고 미남 배우라는 알랑 들롱이 외인부대를 이끄는 대장으로 출연했다. 영화의 남녀 주연 배우를 최고로 선정해 그런지 모르나 많은 관객들이 찾아오고 있었다.“재미있군. 소피마르소가 전투복을 입으니 더 섹시하네.”“알랑 들롱의 카리스마가 정말 압권이잖아.”흥행은 성공적으로 프랑스에서 전년도에 최고 관객을 동원하던 영화를 불과 일주일 만에 넘어 서고 있었다.촬영 장소는 수단의 남부에 위치한 에티오피아에서 서쪽 홍해를 접한 에이트레아 지역이다. 이 지역은 일찍이 서방 제국주의에 저항하고, 독자적인 의회에서 정당 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에리트레아 주민이다. 그곳은 정당 활동을 금지하는 에티오피아 왕국 정부 측에 많은 불만을 가졌다. 그래서 수단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 망명하고 있는 지도자들은 에리트레아 해방 전선을 결성해, 국제적으로 분리 독립 운동을 전개하는 분쟁 지역이다.당초에는 요르단에서 촬영하려다 장소를 옮겼다. 인질 구출작전 중에 있었던 프랑스 해군의 함포 사격으로 요르단정부에서 불만이 많았다. 무차별 함포 사격으로 자국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해서 외교적으로 다소 갈등이 있었다. 그런 이유로 촬영 장소까지 허락해줄 경우 또 다시 그런 민감한 문제가 대두된다고 거절했다. 요르단 정부에서 거절하자 촬영 장소를 변경해 찍게 됐다. 에이트레아 주정부의 경우는 분리 독립을 생각하는 처지라, 강대국인 프랑스와 어떻게 하더라도 손을 잡아야 될 처지라 쉽게 승낙하고, 영화 촬영에 많은 협조를 해주었다.영화의 내용은 이스라엘에서 미모의 프랑스 여기자를 아프리카 지역에서 활동하는 게릴라 조직에게 기업인들과 같이 납치를 당하고, 프랑스 외인부대원들이 구출하는 단순한 내용이다. 본래에는 없던 여기자가 영화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슬며시 끼워진 것이다. 하지만 전반부에는 백인인 미모의 여기자가 흑인인 프랑스 외인부대원과 사랑하는 내용도 나왔다. 단번에 구출해 도망친 것과는 다르게 두 주연 여배우들이 외인부대원들과 밀림을 돌아다니면서 어렵게 도망치다 결국 탈출에 성공하는 형태로 변했다.전반부에도 프랑스 호텔에서 벌인 러브신이나 게릴라 무리에서 탈출하며 절박한 상황에서 벌인 러브신도 간간히 들어간 영화다.그리고 게릴라 두목이 여기자를 겁탈하려는 장면도 있었다. 게릴라 두목이 그의 애첩들과 정사를 벌이는 장면도 나오기 때문에, 상당히 선정적인 장면이 많이 나오고 있었다.또한 서양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맨손 격투기 장면이 가끔 나오는 액션 영화이자 애정물이다.  치열한 전투장면도 그렇고 러브이나 베드 신도 볼만했다. 올해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으면서 대성공을 거두었다.프랑스의 외인부대 모병관은 요즈음 같으면 살맛이 났다.돈을 받고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 가는 용병 부대이다. 사실 외인부대가 요즈음 들어 모병해도 우수한 자원이 모집되지 않았다.하지만‘프랑스외인부대’라는 영화가 세계 시장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상영되자 갑작스럽게 우수한 흑인 출신의 용병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모병관이 면접을 보며 덩치가 산만한 흑인 응시자에게 말한다.“어디 출신이오?”“예, 미국 그린베레 중사 출신입니다.”“어디서 근무를 했소?”“일본과 한국에서 근무했소.”다음은 가나출신의 장교 출신이 면접에 응하고 있었다. 프랑스 외인부대에서 근무하면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는 기회도 주어지고 보수도 좋기 때문에 하고 있었다.제일 중요한 것은 그들 깊숙한 내면에는 너무도 미녀인 백인 여자를 사귈 기회를 가지고 싶어서, 응시하는 흑인 병사들이 거의 대부분6/8 쪽

    이다.프랑스외인부대 영화의 영향을 받아 벌어진 현상이다.프랑스 파리 외곽에 있는 공원 주변에 있는 빈민가이자 노숙자들이 사는 지역.몇 몇 남녀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어 한창 모닥불에 고기를 굽고 있었다. 그리고 고기가 다 구어지자 맛있게 먹으면서 말했다.“고기가 맛만 좋아.”“누가 아니라나.”“내일은 저쪽 시장(市長) 저택 앞에서 지키고 있다 잡아 오자고, 이제 돌아다는 것이 없으니까.”“좋아요. 제가 가서 내일은 꼬여서 불러 볼 때니 염려마라고. 그놈이 맛이 좋아 보여. 덩치가 커서 먹을 것도 많고.”이들은 오랜 만에 맛있는 고기 많이 먹어서 그런지 다투듯이 같은 노숙자인 얼굴에 검정이 덕지덕지한 여자들과 엉겨 붙어 씨름을 했다.하지만 못 먹고 굶주린 비실비실한 남자들은 이내 여자들 밑에 깔려 죽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었다.“아고 나죽네! 소피마르소 제발 천천히 달려, 너무 빨리 달려 힘들다.”“바보 같은 자식, 넌 ‘프랑스 외인부대’영화도 안 봤어. 영화처럼 당연히 여자가 위에 올라타고 힘차게 달리는 것이지.”하지만 얼마 달리지 못하고 그녀는 벌떡 일어나더니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어디 덩치 큰 흑인 노숙자 없나?”빈민굴에 흔하게 다니던 흑인 노숙자가 모조리 사라지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다.만족하지 못한 이 여자는 다음날 시장의 저택으로 가서 놀라운 발견을 했다.  ‘저 놈이 저기 있네.’자기 옆에서 노숙하던 덩치 큰 흑인 노숙자가 시장 부인의 운전기사로 취업한 것을 보고, 이해가 간다는 듯이 중얼거렸다.“지랄해요. 앞에는 흑인과 놀아난 여자라고 비난하고, 미개인이라고 하던 것들이 뒤에서는 저러고 사니.”백인 우월주의 사상을 지닌 시장의 부인이다 그녀는 텔레비전에 나와서 흑인과 접하는 백인여성은 미개인이고 저질스런 여자라고 했다. 입에 거품 품고 맹렬히 비난하던 여자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그러자 옆에 있는 노숙자인 여자가 웃으며 응수했다.“늙어도 여자는 여자니 그것 생각이야 왜 없겠어. 우리야 그 덩치 큰 놈만 꼬여서 잡아 가면 되는 것이지.” 두 여자는 얼마 뒤에 시장의 저택 주변에서 슬며시 사라졌다. 시장 저택 문 옆 담장에는 덩치가 송아지만한 털북숭이 애완견을 찾는 전단이 붙게 됐다.그런데 더욱 이상한 것은 두 여자가 잡아먹으려고 끌고 간 그 털북숭이는 무사하게 잘 살아 있었다.가끔 노숙자 숙소에서는 앙칼진 여자의 이런 목소리가 들렸다.“개보다 못한 놈이 옆에 얼쩡거리고, 칼침 맞고 죽기 싫으면 저리가라.”하지만 그런 이후에 며칠이 지나지 않아, 시장 댁에서 사라진 송아지만한 털북숭이도 슬며시 사라지게 됐다. 털북숭이 때문에 두 여자에게 미운털 박혀 찬밥 신세가 되자 남자 노숙자들은 눈이 돌아버렸다. 아래도 고프고 배도 고파서 눈이 먼 남자 노숙자들이다. 집단으로 우르르 달려들어 털북숭이를 몽둥이로 때려잡아 구어 마구 입에 처넣은 것이다.“개는 이렇게 입으로 먹는 것인데.”“야, 거기도 입은 입이야. 아무튼 시장 집에서 키우던 털북숭이는 본래 시장 부인에게 길들어서 그랬나 봐.”“그러게.”본시 문화란 사회가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이미 선진국으로 오래전 진입해 성문화가 발달한 곳인 프랑스라 별 이상한 사건들이 간혹 소리 없이 벌어지고 있었다.아무튼 시장(市長) 부인은 그렇게 좋아하던 애완견이 사라져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대학 교수인 아내의 무관심이 도저히 이해가 안가 시장이 조용히 물었다.7/8 쪽

    “당신 왜 사라진 조오지를 찾으려고도 안하는 거요?”“암놈 찾아서 집나간 조오지를 내가 어찌 찾아요?”“그래도 조오지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요?”“알았어요. 내가 내일부터 새로 채용한 운전기사와 숲에 다니면서 조오지를 찾아보죠.”결국 그녀는 남편을 속이고 아주 합리적으로 교외로 나가 외도를 즐길 구실만 하나가 따로 생겼다.그녀는 ‘프랑스 외인부대’영화에서처럼 숲에서 말 타보기를 정말해보고 싶었다. 더 늙기 전에 한 번은 꼭 해보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라 기대되었다.‘내일부터 자주 숲에 가서 말을 타야겠어.’늙고 힘없는 남편보다 젊고 힘 좋은 흑인 운전기사를 채용해 수시로 즐기고 있다. 이제 다시 젊어지는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미 노화 현상이 벌어져 약해진 체력이 문제다. 별 수 없이 시장 부인은 SG 제약에서 판매하는 붉은 환을 사먹고 버티고 있는 중이다.그리고 파리 시장은 그런 사실로 매우 좋아하고 있었다.‘그래 잘한다.’ 자신 몰래 바람피우던 시장 부인은 얼마안가 괴질에 걸려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본시 마약중독자라 심판약인 붉은 환의 부작용으로 죽은 것이다. 파리 시장은 손 안대고 자신이 원하는 그대로 됐다고 생각해 만족했다.‘이제 죽었으니 새로 처녀장가 가면 된다고.’파리 시장 정도면 결혼한다고 줄서는 여자들이 줄을 서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 세상은 그렇게 설렁설렁 돌아가는 것이다.더구나 죽은 부인이 거액의 사망 보험을 들어 놓았으니 안성맞춤이다.아무튼 이런 괴이한 사건들은 이곳 파리 노숙자들이 사는 공원의 한곳에서만 벌어지는 사건은 결코 아니다.최태욱은 개고기 섭취로 한국인들이 비난을 받자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을 가지고 여자들과 다툴 수는 없으니 속만 그저 쓰리다. ‘지랄들을 해요. 더 이상한 짓도 하면서.’자신도 개를 무척 좋아하지만 아무튼 유난스럽게 한국을 가지고 비난하니 기분 좋을 수는 없었다.최태욱은 개로 인한 고사를 떠올리며 많은 잡다한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토(兎)사(死)구(狗)팽(烹)이란 단어는 토끼를 잡으면 사냥개를 삶아 먹은 의미다. 부리던 사람을 목적이 달성되면 제거한다는 뜻으로 널리 쓰이고 있었다. 특히 정치권에서 많이 쓰는 단어다.정치란 전쟁보다 더욱 잔악한 곳이다. 마음이 허약한 사람은 절대로 발을 들여 놓아서 안 되는 진흙탕이자 살벌한 지옥인 것이다.최태욱은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살벌한 정치판으로 자꾸만 기어들어 가고 있었다.8/8 쪽

    ‘이제 죽었으니 새로 처녀장가 가면 된다고.’파리 시장 정도면 결혼한다고 줄서는 여자들이 줄을 서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 세상은 그렇게 설렁설렁 돌아가는 것이다.더구나 죽은 부인이 거액의 사망 보험을 들어 놓았으니 안성맞춤이다.아무튼 이런 괴이한 사건들은 이곳 파리 노숙자들이 사는 공원의 한곳에서만 벌어지는 사건은 결코 아니다.최태욱은 개고기 섭취로 한국인들이 비난을 받자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을 가지고 여자들과 다툴 수는 없으니 속만 최태욱은 개고기 섭취로 한국인들이 비난을 받자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을 가지고 여자들과 다툴 수는 없으니 속만 그저 쓰리다. ‘지랄들을 해요. 더 이상한 짓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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