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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225화 (225/657)
  • < --  [다양한 삶의 방식]  -- >주위가 아주 고요한 늦은 밤········.“아흑! 아흐윽!” 두 여비서관이 지내는 방에서 간드러진 신음 소리가 들리자 최태욱은 슬며시 일어나 침실에서 나왔다.‘에이, 또 시작하는군.’자주 듣다보니 별로 감흥도 안생기고 이제 실족하는 사고야 사라졌다. 옆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도 그저 그런가 하고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소리는 듣기도 거북하고 멋쩍기도 해 슬며시 밖으로 나왔다. 애완동물에게 자신의 혈액을 조금씩 주입하는 작업만 하고 있었다.트리폴리에서 미인대회를 끝내고 나서 3개 회사를 매각한 최태욱은 저택으로 돌아왔다. 이후 최태욱은 며칠간 계속 한약도 만들고 죽도 만들어 부하들에게 먹이고 있었다.모두 아무 이유 없이 하는 행동은 아니다. 이제 유럽으로 돌아가면 뱀탕을 끓이거나 혹은 독액을 넣은 한약을 함부로 만들기 어렵게 된다.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부하들에게 선심을 쓰는 것이다.‘유럽으로 가서도 강아지나 망아지에게 계속 죽은 먹여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코브라 뱀을 구하는 것이 제일 문제다. 물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유럽에도 집시들이 떠도는 동유럽으로 가면 코브라를 구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수가 한정되어 있으니 아무래도 아랍권에서 코브라를 수입해야 하니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가끔 여기를 오기는 와야 하나?’이런 생각을 하며 최태욱은 동물들에게 주사를 끝내고 나자 그동안 사용한 주사기를 모아 대장간의 불속으로 집어넣고 있었다.화르륵. 화르륵.최태욱은 이곳에 작은 대장간을 만들어 두었다. 자신이나 자일슨이 직접 말의 편자를 만들기도 하고 수리검도 만들기 위해서다. 좋은 철이야 외부에서 구입해 왔지만 대장간에서 달음질해 직접 만들고 있었다.수의사인 자릴슨은 대장장이 재주를 가지고 있어 같이 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무기도 만들었다.그러나 본시 대장간을 만든 이유는 수리검 제작이나 편자 그리고 무기를 만들려는 목적이 아니었다. 사실은 사용한 주사기를 모두 완전히 태워 버리고 바늘까지 녹이려고 만든 대장간이다.‘흔적을 절대로 남기면 안 돼.’최태욱의 흔적지우기는 아주 철저했다. 자신이 사용하던 이부자리와 침대 커버도 모조리 태워버리고 있었다. 마치 결벽증 환자라도 되는 것처럼 지냈던 자리의 모든 자취를 사그리 지우고 있었다.그가 유독 이곳에서 이런 흔적지우기를 하는 이유는 자신의 몸이 이곳에서 제일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혹시 누구라고 자신의 이상함을 연구한다고 조사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다.‘요즈음은 DNA 검사도 있고 의학수준이 빠르게 발전하니 조심하는 것이 좋아.’흔적을 지우기 위해 태울 것을 모조리 태우고 나서 이미 자신의 짐도 싸둔 상태다.트리폴리에서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이제 날이 밝아오면 베이루트로 이동해 네덜란드로 돌아가야 한다. 이곳 레바논에서 지낸지 꼬박 1년이 지나게 되었다.‘여러 가지 사건들이 있었어.’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스포츠 스타라는 이미지 보다는 유능한 지휘관으로 명성이 높아졌다. 특히 베네룩스 3국을 비롯한 유럽의 NATO 연합군에서는 그의 군사적인 능력을 상당히 알아주고 있었다.대규모 병력을 지휘하는 지휘관으로 유명하지는 않다. 비정규전인 특수 전에는 그를 따라갈 군인이 없다고 알려진 것이다. 최태욱의 능력도 뛰어나지만 그의 주변에 있는 50명의 경호원들 전투 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그런 명성을 얻었다.물론 부하들이 이렇다 할 공적을 올린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언론으로 공개되지 않은 몇 번의 반군 게릴라 소탕 작전 참가로 그런 명성이 생겼다. 이미 레바논 정부로부터 부하들도 여러 개의 훈장을 받았다. 그리고 유엔 사령부나 유엔으로부터 공로패도 받았다.‘이제 주고받을 일은 없군.’1/4 쪽

    3개 회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해 4배의 이득금을 남기고 되팔아 버렸다. 그렇게 되어 베네룩스 3국에서 모집된 펀드 자금은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그런 재력 덕분에 베네룩스 3국의 왕실은 물론 왕당파로 분리되는 귀족들은 전보다 더욱 힘이 생기는 효과가 발생했다. 정치나 경제력에서 세력이 더욱 커진 것이다. 이때 알람시계라도 켜놓았던지 새벽 4시가 되자 모든 경호원들이 숙소에서 나오고 있었다.웅성웅성. 커다란 더블 백에 각자의 짐들을 챙기고 배낭들을 챙겨 연병장인 마당에 모여 들었다.최태욱은 모여드는 경호원들을 보며 강호철에게 지시했다.“강 실장, 무기는 모두 가져다 마당에 쌓아 놓고 탄피나 기타 모포 등도 모두 인계할 준비해.”“넷!” 이들이 소지한 무기나 군수 장비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베네룩스 3국 연합군인 유엔 평화유지군 소유라 인계하고 떠나야 한다. 모든 인계 군수 장비와 무기를 쌓아 놓고 있을 무렵. 그제야 두 여자 비서관이 다소 멋쩍은 표정으로 짐을 들고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그런 여비서관들을 보며 강호철이 크게 소리쳤다.“로잔과 하이디는 무슨 잠이 그리 많아 이제야 나오나? 빨리 움직여.”“예.”강호철도 두 비서관의 비밀을 알고 있다. 모시는 사람과 어찌 될지 몰라 조심했으나 두 여자가 이상한 관계라는 것을 알자 조금은 거칠게 다루고 있었다.‘썩을 것들. 세상에 남자도 많은데 하필 그 짓을 하며 사냐?’왠지 모르지만 미녀들의 성적 취향이 요상하자 은근히 열이 받았다.두 비서관은 여자들이라 그런지 지니고 있는 짐이 조금 많았다. 여자비서관들도 떠날 준비를 모두 끝냈다는 것을 알자 최태욱이 저택을 돌아다니고 있었다.혹시 흘리고 가는 무엇이 없는지 살피는 것이다. 이미 대청소를 모두 끝내서 그런지 숙소를 텅 빈 상태로 깔끔하게 정소되어 있었다.부르릉. 부르릉.요란하게 차량소리가 들리며 저택에 많은 화물 차량이 도착했다. 여기서 키우던 망아지를 유럽으로 보내기 위해 공항으로 나르기 위한 가축 운반 트럭이다. 최태욱이 자일슨에게 큰 목소리로 지시했다.“빨리 망아지를 싣고 먼저 떠나.”“넷!”망아지와 두 마리의 어미 개 그리고 강아지 8마리를 싣고 자일슨이 떠나고 나자 마구간도 완전히 청소를 했다.“회장님, 왜 이렇게 청소하죠?”“본시 떠난 자리가 깔끔해야 좋은 거야.”“아, 그건 그러네요.”부하들과 같이 두엄을 모두 근처에 심은 사과나무 아래로 치우는 작업을 끝내고 있었다. 실재는 이것 역시 흔적 지우기의 일환이다.이때 베이루트를 출발한 군용트럭이 도착했다. 드샤프르 사령관이 직접 무기를 인수 받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최태욱은 그와 악수를 나누고 나서 지시했다.“사령관, 여기서 인계 받지.”“넷!”군수참모와 강호철 사이에 무기나 군수 장비의 인계인수가 진행되는 동안 최태욱은 드샤프르 사령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후임자 선정이 늦어서 같이 가지 못하는군요.”2/4 쪽“백작님, 파병의 수를 줄이기 때문에 아마 지휘관을 선정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마 군사 고문단 형태로 보낼 모양 같습니다.”“그렇게 할 수도 있겠군.”“다른 나라에서 레바논으로 많은 병력을 보내 평화유지군으로 활동했지만 우리가 제일 큰 성과를 거두어 이제 유엔에서 더 이상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을 모양 같습니다.”해외로 파병을 보내는 것이 유엔에서 비용을 부담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아무래도 파병을 보내는 나라는 많은 재정적인 부담을 질 수 밖에 없었다.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베네룩스 3국은 최태욱의 귀환을 기점으로 아랍에서의 평화유지군 활동을 사실상 아예 그만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최태욱이 떠남과 동시에 베이루트에 주둔하던 병력은 이제 200명으로 대폭 줄게 되었다. 레바논의 정국이 안정되었고 또한 당초 최태욱을 보호할 목적도 있어 많은 파병을 했다. 하지만 두 가지 목적이 사라지자 파병된 평화유지군 수를 대폭 줄이기로 한 것이다. 인계인수를 끝내고 나자 강호철이 보고했다.“회장님, 떠날 준비를 모두 끝냈습니다.”“그래? 그럼 먼저 떠나지 나는 사령관과 건물 인계까지 끝내고 따라 갈거니.”“넷. 그럼 저희 먼저 베이루트로 가서 기다리겠습니다.”일부 병사들과 같이 비서관들까지 모두 떠나고 나자 드샤프르 대령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공, 이번에 돌아가시면 대령으로 진급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 같은데 어찌 하실지? 저희들은 모두 찬성하고 있습니다.”드샤프르 대령의 말은 소위 군부 내에도 특별한 정치세력은 아니나 최태욱을 추종하는 고위 장교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들은 언론에서는 친한파나 혹은 연합군파 군인들이라고도 칭하는 경우가 있었다. 친한파야 한국과 밀착한 군인이라는 의미고 연합군파는 베네룩스 3국은 지금보다 더욱 밀착된 연합군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군인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물론 그 정점에는 최태욱을 군의 최고사령관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정서가 깔려 있었다. “사령관, 아무리 내가 공적이 많아도 그렇지 그건 세상이 웃어요. 그러니 그런 무리한 생각을 앞으로는 절대하지 마세요.”“알겠습니다. 대공.”주변에 완전히 심복 부하인 운전기사만 있자 사령관은 서슴없이 대공이라고 칭하고 있었다. 드샤프르 사령과는 왕당파 군인의 핵심인 장교다.최태욱은 드샤프르 대령에게 물었다.“이번에 돌아가면 또 파병을 갈 생각이라고요?”“넷. 남아메리카로 갈 생각입니다.”“어디입니까?”“엄밀하게 말하면 해외 파병은 아닙니다. 베네수엘라와 가까운 지역으로 네덜란드령인 앤틸리스 제도로 가니까요.”“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데 또 해외로 간다니 이상하군요.”사실 그를 다시 파병을 보내는 것은 왕당파의 계획의 일환이다. 진급을 빨리 시키기 위해서는 해외파병 등으로 전과를 올리게 하는 경력 관리 차원에서 보내는 것이다.최태욱도 조금은 짐작하는 일이지만 모른 척 묻고 있었다. 최태욱의 물음에 사령관도 그런 내용은 말하지 않고 단순하게 답하고 있었다. “대공, 이번에는 가족들도 같이 갑니다. 제 아들도 마침 미국으로 유학가게 되어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그렇다면 다행이군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휴가를 가서 만나면 되겠군요.”“대공!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때는 여왕폐하와 꼭 같이 오도록 하세요.”“그래도 될지 모르겠군요.”“반드시 그렇게 될 겁니다.”3/4 쪽전에 레베이카 공주가 그곳에 별장을 만들어 두었다고 이야기한 기억이 나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깔끔하게 청소된 막사를 확인하고 나자 다시 연병장으로 나와 잠시 기다리고 있었다.서서히 붉은 해가 솟아오르고 날이 훤하게 밝아지고 있었다.“올 때가 됐는데.”“약속 시간이 다 됐으니 오겠죠.” 이때 일단의 레바논 군인들이 군용트럭을 타고 도착했다. 트럭이 도착하자 빠른 동작으로 병사들이 가지고 온 무기들을 내리거나 집기들을 내리고 있었다.웅성웅성.군인들은 200명으로 그들은 이곳에서 주둔하며 시멘트 공장을 외곽에서 보호하기 위한 경비대 병력이다. 최태욱과 드샤프르 사령관은 그들에게 시설물을 구두로 인계하고 오랜 시간 머물던 저택을 급하게 떠나고 있었다. 이미 공항으로 가서 기다리는 경호원들과 합류하기 위해서다.이제 이곳 저택 주변을 지나가는 도로는 모두 포장되었다. 또한 마을 주변 도로도 확포장이나 직선화도 되어 아주 잘 정리된 산업도로로 변했다.지프에 올라 베이루트로 향하며 최태욱이 드샤프르 사령관에게 조용히 말했다.“처음에 올 때는 막막하더니 그 동안 많이 변했군요.”“그렇습니다. 이제 레바논은 종교분쟁만 없다면 그런대로 발전의 기틀은 마련됐다고 봅니다.”이들은 빠르게 해안도로를 따라 베이루트로 향하고 있었다.이윽고 베이루트 공항과 가까워지자 해변에는 최태욱이 부지조성을 시작하며 팔아넘겨 건설된 많은 크고 작은 호텔들이 들어서 있었다.어차피 철수할 병력이지만 최태욱은 전에 머물던 주둔지로 가서 살펴보았다. 주둔지의 병원은 이미 레바논 정부에서 운영하는 의료원으로 변했다.“다른 대대장들은 이미 철군을 했군요.”“넷. 이제 연합군이 아니라 네덜란드 군인들만 남았습니다. 대공과 같이 철수하면 100명만 남게 됩니다.”“그렇군요. 여기에 있던 장비는 어떻게?”“일부는 레바논 정부로 넘기고 일부는 앤틸리스로 보냈습니다.”이곳에 남아 있던 한광필은 이미 민택수와 같이 브뤼셀의 타이거 백작 성으로 돌아갔다. 주둔지를 휘 돌아보고 이내 베이루트 공항으로 도착했다.빠방! 빠바방!그가 도착하자 요란한 군악대의 밴드 소리가 나며 전송 행사가 진행되었다. 아랍인들은 이제 레바논을 떠나는 최태욱을 환송하며 아쉬움을 표하고 있었다.환송행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웃한 요르단이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왕자들이 수군거리고 있었다.“더 오래 지내면 좋을 건데. 아쉽게 떠나는군. 나는 아라비아 공주 선발 대회를 해서 시녀로라도 삼을 줄 알았더니 그냥 가네.”“그렇군요. 아무튼 너무 이상합니다. 여자를 무척 좋아하는 세상이 다 아는 소문난 바람둥이가 어째 아랍여자를 한명도 취하지 않고 조용히 떠나는지 모르겠네요.”일부다처제인 아랍권에서는 잘난 사람이야 여자를 수십 명을 데리고 살아도 된다는 정서라 나누는 대화다. 그런 정서가 있어서 그런지 요르단의 왕자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진짜 공주가 아니라 그랬나?”그러자 옆에 있던 피골이 상접해 병색이 완연하고 바짝 마른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가 너무 이상하다는 듯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암놈 개와 아주 친하게 지낸다고 소문이 아주 자자하던데 타이거 백작은 혹시 이상한 짓을 하는 특별한 변태가 아닌지 몰라.”4/4 쪽

    이들은 빠르게 해안도로를 따라 베이루트로 향하고 있었다.이윽고 베이루트 공항과 가까워지자 해변에는 최태욱이 부지조성을 시작하며 팔아넘겨 건설된 많은 크고 작은 호텔들이 들어서 있었다.어차피 철수할 병력이지만 최태욱은 전에 머물던 주둔지로 가서 살펴보았다. 주둔지의 병원은 이미 레바논 정부에서 운영하는 의료원으로 변했다.“다른 대대장들은 이미 철군을 했군요.”“다른 대대장들은 이미 철군을 했군요.”“넷. 이제 연합군이 아니라 네덜란드 군인들만 남았습니다. 대공과 같이 철수하면 100명만 남게 됩니다.”“그렇군요. 여기에 있던 장비는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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