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220화 (220/657)
  • < --  [아랍과 새 비서관들]  -- >허름한 저택으로 별로 치장도 없고 그저 야전 침대와 같은 딱딱한 침대가 놓여 있었다. 배정된 방으로 들어간 로잔은 놀라고 말았다.“이런 곳에서 지내라고요?”“왜? 이상해요? 다들 이렇게 지냅니다. 우리는 단체로 지내는데요.”다행이 실내에도 깔끔하게 좌변기인 화장실 시설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새로 급하게 만든 그 시설 이외에는 아주 형편이 없었다.비서관이라고 예우한다고 둘이 같이 지내는 방을 배정해 주었다니 기가 막혔다. 프랑스의 감옥보다 더 열악한 환경이다. 벽도 도배도 안한 그냥 시멘트만 발라 놓은 상태다.너무 기가 막힌 로잔이 불쑥 물었다. “백작님도 이렇게 지내나요?”“그분이야 조금 다르죠. 방에 양탄자도 깔려서······. 그러나 방의 크기는 조금 크고 내부 시설은 여기와 똑 같습니다.”회1/16 쪽

    두 여비서관은 본시 부잣집에서 태어났다. 나름 고생을 자초한다고 기숙사에서 공부했지만 이곳의 생활환경은 참으로 기가 막혔다. 여기에 비하면 기숙사는 완전히 호텔 급이다. 안내한 경호원이 군복과 군화 그리고 운동복 등을 가져다주며 말했다.“내일 아침 기상은 5시니 그렇게 알고 일찍 자시오.”“예, 기상이 5시라고요?”“그렇소.”로잔과 하이디는 5시 기상이라니 더욱 놀라고 있었다. 여기가 근무 환경이 이렇게 나쁘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 서민도 이런 서민 생활은 없었다. 무려 수만명이 지원한 경쟁을 뚫고 와보니 진짜 아니다 싶었다.“우리가 뭘 잘못 생각한 거야.”버티자니 아득하게 생겼으나 그래도 힘들게 채용되어 이곳으로 왔으니 몇 달을 버틸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이곳에서 생활해야 하는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5월까지라니 버텨 보기로 했다.2/16 쪽

    다음날 5시에 알람시계 덕분이 두 여비서관은 군복과 군화로 차려입고 밖으로 나왔다. 연병장에 모인 경호원들이 다들 어딜 떠나려는 듯이 배낭과 소총을 들고 있었다. “어딜 가려고 하나요?”“아침 운동하러 갑니다.”모든 경호원들은 등에 배낭까지 짊어지고 아침 운동으로 구보하러 간다는 것이다. 흔히 군대에서 하는 간단한 구보라고 판단했다.최태욱도 경호원들과 같이 전투복장으로 밖으로 나오자 크게 외쳤다.“경호관, 준비 끝났나?”“넷!”자일슨은 이제 경호관으로 임명되었다. 그래서 여기서는 조금 약졸에 속하지만 지휘자의 입장이다. 그러니 구령을 붙이며 조교처럼 대열의 옆에서 따로 뛰어 가고 있었다.“하나!”  “앗!”3/16 쪽

    “두울!”  “앗!”특이한 것은 최태욱도 경호원 틈에서 같이 뛴다는 것이다.  최태욱이 경호원 중간에 뛰는 이유는 만약을 위해서다. 아무리 안전한 곳이라도 매일 반복해 같은 코스를 다니다 보면 저격당할 위험이 있어서다. 다른 사람은 M16 자동소총으로 무장하고 있으나 M60 기관총을 휴대무기로 들고 뛰고 있었다.제일 뒤에서 따라가던 하이디가 걱정되어 자일슨에게 슬며시 물었다.“어디까지 가죠?”“시멘트 공장까지요. 거기로 가서 시멘트를 날라 와야 합니다.”“시멘트를 날라 와요?”“예.” “무거운 시멘트를 트럭으로 안 나르고 사람이 날라요?”“체력훈련은 겸하기 위하니 불평하지 마시오.”4/16 쪽

    더구나 멀쩡한 탄탄대로를 놔두고 산악 길을 택해서 뛰라가려니 맨몸으로도 버겁다. 그래도 같이 어울려 뛰고 기초 체력은 있으니 그럭저럭 따라가고 있었다.그러나 반을 넘어가자 입에서 거품이 나오기 일보 직전이다.“학! 학!”이윽고 산길을 이동해 시멘트 공장에 도착했다. 최태욱의 일행은 등에 짊어지고 온 식량 포대를 배낭에서 꺼내 인계하고 있었다. 보초와 식사 준비 요원으로 10명이 남아 있으니 모두 20킬로그램 식량포대를 40개를 넘기고 있었다.이상하게 바라보는 두 여비서를 보며 자일슨이 설명했다.“우리가 식량을 가져다 줘야 공장 근로자들이 밥을 해 먹어요.”“비가 오면요?”“그러니 비가 내려도 가져다 줘야죠.” 40포대의 식량이 근로자들의 세 끼 식사 분량이라고 했다. 몇몇은 무전기를 메고 있어 그렇다. 식량을 인계하고 시멘트를 한 포대씩 배낭 안에 넣고 있었다. 익숙하게 다시 배낭을 짊어지고 나자 이들은 다시 왔던 길을 내달리고 있었다.5/16 쪽

    “헉! 헉!”올 때와는 다르게 돌아가는 경호원들은 조금 거칠게 숨을 토하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시멘트 한포대가 40킬로그램인데 그걸 짊어지고 뛰고 있었다.‘이들은 사람도 아니야.’이윽고 다시 1킬로미터를 산악 길을 이동해 저택으로 돌아왔다. 창고에 시멘트를 넣어놓고 잠시 숨을 돌리고 태인 권법을 수련했다. 경호원들은 이런 운동이 이제는 일상으로 변해 있었다.로잔과 하이디는 옆에서 따라하고 있었다. 경호원들은 모두 태인 권법 3단 이상의 소유자 들이라 두 여자의 수련 방법과는 달랐다.아침 식사는 밥과 더불어 양고기와 야채를 먹고 있었다. 식사를 끝내고 나자 일부 경호원들은 시멘트를 가지고 인근에 이 있는 마을로 가서 집을 새로 짖거나 벽돌을 찍고 있었다. 여비서관들은 그들 작업에 필요한 물을 길어 날라다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하루 종일 작업해서 시멘트 40포대를 소모해야 끝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마을은 전과는 비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잘 정비되고 있었다.6/16 쪽

    밤이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온 두 여비서가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다리를 아픈 주무르고 있었다.“이러다 골병들어 죽겠어, 우리 그냥 돌아갈까?”“설마 죽기야 하겠어. 한 번 해보자고.” 하루 종일 험한 일과를 보내고 보니 이건 강제 수용소나 다름이 없었다. 저녁이 되어 거의 녹초가 된 두 여자가 한숨을 토하고 있었다. 힘이 들지만 두 여자는 그럭저럭 버티고 있었다. 가끔 일주일에 한 번씩 먹는 특별한 죽을 먹다가보니 버티기도 하고 경호원들과 달리 맨몸으로 훈련에 임하니 조금은 수월했다.  ‘쌀죽이 좋기는 한 모양이야. 도대체 뭐로 만드는 거지?’코브라를 넣어서 죽을 만든다는 것은 두 여비서관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여비서관들이 힘들게 버티고 있고 있는 중······. 최태욱은 새로 온 비서관을 데리고 지프를 타고 트리폴리로 가고 있었다. 공장이 정7/16 쪽

    상적으로 가동되자 이웃 나라인 시리아에서 시멘트를 대량으로 사간다고 찾아온 것이다.트리폴리에 있는 호텔에서 최태욱은 시리아의 건설부 장관을 만나고 있었다.“장관님, 유프라테스 강에 댐을 건설한다고요?”“이미 상류에 댐이야 있지만 하류에 다시 하나를 건설할 생각이오.”“알겠습니다. 시멘트는 시세대로 공급해 드리죠. 대금 결제는 뭐로?” “달러로 결제하겠소.”“좋습니다. 대금은 무조건 현금으로 지불해 주시오. 물건은 우리가 홈스까지만 가져다줍니다. 그러니 홈스의 보관 창고에 도착과 동시 매일 결제를 해주시오.”“알았소. 그 대신 가격은 5퍼센트 할인해 주시오.”“그렇게 하죠.”일단 대금 결제 문제야 납품 물량에 대해 협의를 끝내고 나자 최태욱은 다른 무역 거래를 제안하고 있었다.8/16 쪽

    “시리아에 목화가 많이 나니 목화를 수출해 주세요. 조건은 트리폴리까지 운반해 주면 우리도 물품 인수와 동시에 현금으로 대금을 결제해 드립니다.”“수량은?”“그것은 시리아에서 수출 가능한 모든 양을 살 수 있습니다. 물론 품질은 상품 목화야 하고요.”“알겠소. 그 문제는 상공부 장관 소관이니 돌아가서 바로 여기로 보내도록 하죠.”“그렇게 하죠.” 최태욱은 쉽게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계약서를 작성해 사인을 끝내고 건설부 장관과 헤어지고 나자 루셀이 다소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백작님, 시멘트 가격을 5퍼센트 다운 해주느니 한 달 대금 결제로 후불로 받는 것이 좋지 않나요? 그것이 더 이득이 많은데요. 자금이야 넉넉한 형편이 아닙니까?”“자네 정말 모르는 소리 하는군. 자네는 그저 자금 회전율에 따른 이자율만 계산하는군. 유프라테스 강에 또다시 댐을 건설하다가 잘못하면 이라크와 전쟁이 난다고········. 9/16 쪽

    그러니 현금으로 받아야 안전해.”“아, 그렇군요.” 외상이란 한번 주기 시작하면 차츰 늘어나게 된다. 그러다 큰돈을 시리아 정부에 물린 상태에서 전쟁이라도 터지면 대금은 언제 받게 될지 모르니 현금 거래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었다.그리고 최태욱의 생각에는 어차피 시멘트 공장을 계속 자기가 관리하고 운영할 생각이 없었다. 적당한 기회에 시리아 정부나 은행에 되팔던 가 다른 유럽의 기업들에게 팔아넘길 생각이다.방금 루셀의 생각처럼 자금의 회전률이나 또는 이율만은 계산하고 공장을 인수하겠다는 곳이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무리 중동이 평화롭게 안정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곳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이 분명했다.최태욱은 호텔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시리아의 상공부 장관을 만나 목화 수입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목화를 수입하고 나자 최태욱은 루셀과 하리셀에게 지시했다.“자네들 둘은 바로 유럽으로 가서 목화를 판매할 거래처를 확보해.”10/16 쪽

    “넷.”“네덜란드나 벨기에로 가면 될 거야.”“알겠습니다.”“그리고 시멘트와 비누 공장을 인수할 유럽의 기업인이 있는지 조심스럽게 알아보고.”“벌써 공장을 파시려고요?”“당장은 아니지만 지금부터 알아 봐서 매수자가 나오면 팔아야지. 내가 계속 여기서 있지 않으니 팔고 펀드 자금을 정산하고 끝낼 사업이야.”“아하, 그렇군요.”유럽에서 살 사람을 구하는 일이야 전화로 연락해도 된다. 하지만 두 비서관을 보내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볼 요량이다. 능력도 테스트하고 이들은 모두 바람잡이에 해당된다.아무리 가난한 나라라고 하지만 레바논에도 재력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유럽11/16 쪽

    이야 바람잡이로 알아보게 하고 실재로는 레바논 정부나 아니면 기업가에게 팔아먹고 떠날 생각이다.최태욱은 자일슨을 데리고 트리알라 산업으로 찾아가게 되었다. 이곳은 비누나 여성용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공장 안에는 많은 여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그가 방문하자 요한자이트 사장이 급하게 나와 인사했다.“회장님, 갑자기 어떻게?”“공장들은 잘 돌아 갑니까?”“예, SG 인삼 비누를 이탈리아에서 많이 사가는 바람에 잘 운영됩니다.”“다른 비누는?”“다른 비누는 인삼 비누만큼 인기는 없지만 그래도 국내 소비도 많아 잘 운영됩니다.”아직은 상표 자체가 별로 알려지지 않아 SG 인삼 비누만 잘 팔리는 것 같았다. 그렇더라도 이곳 레바논에 관광 사업이 활성화 되자 호텔로 납품도 늘어나고 있어 그런대로 잘 운영되고 있었다.12/16 쪽

    최태욱이 회사 운영 실태에 관심을 보이자 요한자이르 사장은 사장실로 안내했다.회사에서 생산되는 물품의 판매 실적을 보고 받고 나자 최태욱은 요한자이트 사장에게 지시했다.“사장님, 아무래도 아랍권은 향이 더 진해야 비누도 잘 팔리는 모양이니 향료를 더 넣어 보세요.”“알겠습니다.”“화장실에 넣어 놓은 물품들도 향을 더 넣고요.”“예.”아랍권이나 유럽은 동양권과 달라 진한 향이 나는 비누를 선호하고 있었다. 한국이나 동양권은 아직 향의 냄새가 강한 것은 선호하지 않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나와 다시 공장을 돌아다니던 최태욱이 문뜩 떠오른 생각이 있어 물었다.“여기 산업회사에 속한 여성 근로자가 몇 명이나 됩니까?”“2천명입니다.”13/16 쪽

    “그중에 미혼은?”“반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그래요? 그럼 여기서 미인 대회를 해서 모델을 선발해도 되겠네요.”“모델요?”“그렇소. 최소한 1000명 중에서 한명을 뽑으면 미인은 나올 것이 아닙니까?”최태욱이 공장의 근로자인 여성을 상대로 미인대회를 열어 모델을 뽑는다는 발상은 다 이유가 있어서다. 레바논의 경우 혼혈이 많아서 그런지 아주 예쁜 여성들이 많은 지역이다.그래서 사실 관광 사업에서 그런 여성들을 접할 기회를 노리고 오는 유럽 남자들이 많았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여성들의 경우 미혼인 처녀들은 7-8등신의 몸매이나 결혼과 동시에 완전히 호박으로 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외향만 봐도 미혼인지 기혼인지가 확연하게 구분되고 있었다.최태욱은 다시 추가해서 지시했다.14/16 쪽

    “이렇게 추진하세요. 아리비아 공주 선발 대회로 이름은 정하고 진선미로 3명을 뽑으세요. 그리고 상금은 아파트 한 채와 자가용 한 대 정도로 정하고요.”사장은 너무 엄청난 금액에 입을 딱 벌리며 놀라 반문했다.“그건 엄청난 금액입니다.”“그런 정도로 상금을 걸어야 언론사들의 주목을 받게 되죠. 뽑아서 재능이 있으면 연기자 생활하도록 주선해볼 것이니 그렇게 아세요. 단 공장에서 근무한 경력이 1달 이상 되는 대상자에 한합니다.”굳이 이런 다소 요상한 옵션을 거는 이유도 나름 다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다.“회장님, 그럼 언제 선발은 하죠?”“준비 기간도 필요하니 40일 뒤에 개최합니다.”“알겠습니다.”잠시 말을 멈춘 최태욱은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말했다.15/16 쪽

    “나도 심사 위원으로 참석할 것이니 그렇게 알고요. 진행방법은 미인대회 선발 방법과 동일합니다.”“알겠습니다.”“그리고 아랍종교를 믿는 정파에서 극렬하게 반대할지도 모르니 그때는 기독교 신도의 처녀들만 미인대회에 참가한다는 단서 조항을 붙이면 됩니다.”“잘 알겠습니다.”“그러니 지금 회사 문 앞에 내가 말한 미인대회 참가 요강부터 붙이도록 하세요.”“예.”최태욱은 산업회사를 매각하기 위해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세상일이란 냉정한 판단으로 모든 물건의 가치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호감이 가면 웃돈을 주고라고 사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 그런 광고 효과를 너무 잘 아니 사람의 그런 심리를 이용할 생각이다.16/16 쪽

    비하고 있었다. 세상일이란 냉정한 판단으로 모든 물건의 가치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호감이 가면 웃돈을 주고라고 사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 그런 광고 효과를 너무 잘 아니 사람의 그런 심리를 이용할 생각이다.16/16 쪽

    비하고 있었다. 세상일이란 냉정한 판단으로 모든 물건의 가치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호감이 가면 웃돈을 주고라고 사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 그런 광고 효과를 너무 잘 아니 사람의 그런 심리를 이용할 생각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