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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218화 (218/657)
  • < --  [아랍과 새 비서관들]  -- >[아랍과 새 비서관들]사랑은 때로 맹목적일 경우가 많았다. 피닉스 여왕의 사랑도 조금은 그런 경향을 많이 나타내고 있었다. 늦게 시작된 사랑이라 그런지 항상 사랑에 대한 갈증으로 인해 불안했다. 자신의 불안감을 알아주지 않고 여비서관을 둘씩이나 채용하라니 신경이 써질 수밖에 없었다.‘하필 젊은 여비서를?’ 그나마 천만다행인 것은 자신이 선택할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왜? 하필이면 정국이 불안한 그곳에서 사업을 하려는지?”“소란스럽기는 하지만 직접 가보면 상당히 안정되어 있어요. 세계 언론사들이 유독 테러나 그런 부정적인 부분만 보도하기 때문이오.”“알았어요. 그럼 임기 동안만 그 사업에 신경을 쓰시겠군요.”회1/16 쪽

    “그렇소. 그 후에는 두 회사는 매각해 버릴 생각이오.”침대에서 일어난 최태욱은 여왕에게 빨리 비서관을 선발해 보내라고 당부하고 왕궁에서 나와 신속하게 베이루트로 떠났다.며칠간 최태욱과 같이 지내다가 떠나보내고 나니 피닉스 여왕은 매우 허전했다. 같이 항상 지내지 못하니 여전히 그녀의 사랑은 갈증만 더해가고 있었다.훌쩍 떠나버리는 임을 생각해보지만 포기할 것은 빨리 포기해야 한다. 앞으로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닉스 여왕은 네브소냐를 불러 지시했다.“실장, 백작님을 도와줄 비서관을 빨리 선발해요.”“폐하, 나이가 25살 이내로 석사 학위 정도라면 구하기는 쉽지만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고르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겁니다.”“국적도 상관이 없다니 빨리 알아보세요.”“넷!”새로 비서관으로 임명할 사람들은 능력도 필요하지만 충성심이 꼭 필요한 자리다. 2/16 쪽

    지근거리에서 최태욱과 같이 생활하기 때문에 비서들은 중요한 비밀을 많이 알게 된다. 그러니 충성심은 꼭 필요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충성심이란 것은 머릿속에 들어 있는 무형의 실체라 그것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피닉스 여왕은 네브소냐에게 지시했다.“영국과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으로 백작님의 팬클럽 회원들 중에서 선발해 보도록 해요.”“넷!”“여비서들은 내가 직접 구할 것이니 그렇게 알고요.”“폐하께서 직접요?”“여자는 내가 직접 골라야 아무래도 안심이 되겠어요.”“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온전하게 믿을 수 있는 비서관이 아니라면 일단 최태욱의 팬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정해볼 생각이다. 최태욱에게 본시 호감이 많은 해외파를 채용해 보내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해 이런 3/16 쪽

    지시를 내렸다. 국적은 상관없다니 별로 어렵지 않게 구할 것도 같았다. 다만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여비서 두 명은 지신이 직접 골라서 채용할 생각이다. 최태욱과 무슨 사단이 날까 염려스럽다고 해서 외모가 별로인 여자를 선발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하면 그이가 나를 이상한 여자로 볼 거야.’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해 추녀들을 뽑아 보낸다면 그것은 너무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만 드러내니 자존심 때문에 싫었다. 피닉스 여왕은 이어서 최태욱이 부탁하고 떠난 문제를 추가로 지시했다.“실장, 귀족회의 원로들에게 연락해서 빨리 레바논으로 보낼 건설 회사를 정해 속히 움직이도록 해요.”“알겠습니다.”“두 개 건설 회사를 정하라고 해요.”“넷!”4/16 쪽

    이미 레바논으로 보낼 기계류 생산 공장이야 정해졌다. 전부터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필립스다. 필립스 회사 사주는 전에는 왕당파라고 분리되지 않았다, 그러나 피닉스 여왕이 등극하고 나서 왕당파에 속하는 기업으로 변하게 됐다. 피닉스 여왕이 주도하는 사회복지 재단으로 많은 돈을 기부하게 되어 이제는 피닉스 여왕과 밀착한 사이로 변했다.레바논의 시멘트와 비누 공장을 인수할 헤지펀드 자금이야 왕실 자금만 활용해도 충분하니 그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펀드자금이 모아지자 레바논의 두 회사를 인수했다. 피닉스 여왕은 일단 최태욱이 부탁한 일부터 처리하고 나자 암스테르담을 떠나고 있었다. 북유럽인 덴마크나 스웨덴을 친선 방문하기 위해 떠나고 있었다. 내각에서 북해산 유전개발에 관심이 많다가 보니 북유럽으로 가서 외교 활동을 해볼 생각이다.네덜란드를 며칠간 다녀온 최태욱은 피닉스 여왕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변했다. 전에는 그저 거북스럽기만 하던 그녀가 이제는 아주 편한 상대로 변한 것이다. ‘나이를 그냥 먹는 것은 아니야.’자신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이 거북했으나 이제는 오히려 그런 점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나이가 많은 만큼 상당히 이해심도 많고 생각이 깊었다. 물론 자신에게 의5/16 쪽

    지도 많이 하는 여린 부분도 있지만 그것은 사랑에 한해서다. 비록 임헌군주제인 여왕이지만 나름 해야 하는 국가최고통치자로의 활동에서 아주 결단력도 있고 뛰어난 능력을 보이고 있었다. ‘사람은 오래 지내봐야 안다더니 괜찮은 여자였어.’최태욱이 이렇게 마음이 변한 것은 모든 재산을 떠넘기는 배포에 놀랐다. 단순한 것 같지만 어떤 확신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그런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왕당파인 귀족들이나 주변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을 모두 아우르고 설득하는 정치력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베이루트의 주둔지에 도착한 최태욱은 숙소에서 짐을 싸고 있었다. 그는 이제 베네룩스 3국의 연합군인 평화유지군의 사령관에서 물러났다. 유엔의 평화유지군 레바논 주재 합동사령부 직속으로 바뀌었다.그에게 부여된 직책은 유엔의 레바논 경제군사고문관이다. 대령으로 진급하면 사령관 직을 그대로 유지하며 할 수 있는 직책이다. 하지만 여전히 중령을 고집하고 있으니 사령관직을 다른 사람에게 인계하게 된 것이다.떠날 준비를 마치고 사령관 실에서 드샤프르 대령에게 업무를 인계하고 있었다.“드샤프르 사령관, 그동안 고마웠소. 그대가 힘쓴 덕분에 내가 편하게 근무할 수 있었6/16 쪽

    어요.”“아닙니다. 백작님 뛰어나신 지휘 덕분에 편하게 근무하고 이번에 진급까지 했으니 저에게 너무 큰 행운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폐하와 백작님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남은 임기 잘 마치고 네덜란드로 같이 돌아갑시다.”“넷!”드샤프르는 이번 신년을 기해 대령으로 진급하고 최태욱의 후임자인 사령관으로 임명되었다. 보다 엄밀하게 말하면 계급은 그가 한 단계 높지만 직책으로는 여전히 최태욱의 명령을 받아야 하는 위치다.“백작님, 베이루트를 오실 땐 꼭 들려주세요.”“알았어요.”드샤프르 대령은 최태욱에게 충성을 맹세한 왕당파에 해당하는 군인이자 귀족이다. 그의 직계 부하인 참모 장교들은 최태욱 덕분에 모두 진급했다. 7/16 쪽

    본시 해외파병은 진급 등에서 특혜를 주기도 하지만 레바논에서 이룬 공적이 많이 반영된 것이다. 베이루트 공항의 항공기 납치사건 해결, 주택사업의 성공적인 성과는 상당한 공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런 평화유지군의 해외활동은 휘하 부하들의 진급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사령관 실에 모인 장교들이 떠나는 최태욱에게 특이하게 충성 맹세를 하고 있었다.“백작님, 언제도 불러 주세요. 바로 달려가겠습니다.”“알았어요. 가서 힘들면 부르죠.” 최태욱이 경호원 50명만 데리고 트리폴리로 가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네덜란드 군대 조직 속에 최태욱에게 충성맹세를 하는 군인들이 서서히 생기고 있었다. 같이 근무한 헤리언이나 스테일런 중령도 마찬가지로 최태욱에게 완전히 매료되어 충성 맹세하는 정도로 변했다. 그러니 베네룩스 3국에 최태욱은 추종하는 군인들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최태욱은 헤리언에게 지시했다.“한 비서는 계속 여기에서 있을 것이니 중령이 도와주기 바랍니다.”“아, 그런가요. 그렇다면 제가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겠군요. 감사합니다. 백작님.”8/16 쪽

    최태욱은 이곳 주둔지에서 생산하는 한약을 수월하게 팔기 위해 한광필은 여기에서 계속 근무하도록 조치했다. 그가 여기에 있음으로 야전병원에서 필요한 식료품 등 구입에서 재정적으로 도움을 주게 되니 나누는 대화다. 최태욱은 잔류하게 되는 한광필에게 당부했다.“자주 전화하고 약이 필요하면 미리 준비해놓고 연락해요.”“잘 알겠습니다.”여전히 독액은 최태욱이 직접 넣어야 하니 당부하고 있었다.인계를 끝낸 최태욱은 20대의 군용트럭과 지프를 타고 베이루트를 떠나 북쪽의 트리폴리로 향하고 있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지프를 운전하는 자일슨이 조심스럽게 말했다.“백작님, 시멘트 공장 사장으로 내정한 알하킴은 전에 헤즈볼라와 연결된 배후인물이라던데 그래도 상관이 없겠어요?”“그런 이야기가 있지만 단순히 지인이라 돈을 조금 지원해 준 정도니 크게 염려 안 해도 좋아.”9/16 쪽

    “저는 조금 걱정이 됩니다.”“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헤즈볼라는 레바논의 동부에서 활동하는 이슬람의 시아파인 무장정치조직이다. 그동안 수많은 테러활동을 벌인 단체라 국제적으로 악명이 높았다.시멘트 공장이나 비누 공장도 본시 헤즈볼라에서 폭탄을 터트려 망했었다. 그런 사연이 있는데 굳이 헤즈볼라와 연결되었다고 소문이 난 알하킴을 사장으로 영입하자 조금 이상한 것이다.최태욱은 오히려 그 점을 많이 참작해 알하킴을 사장으로 영입했다. 헤즈볼라와 호의적인 인사를 사장으로 임명하면 적어도 폭탄테러 공격은 안 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본래 자제는 게 편이라고. 자기편이 사장을 하는 공장은 공격하지 않겠지.’그래서 최태욱은 시멘트 공장에서 일할 근로자도 모조리 이슬람 종교를 믿는 사람으로 채용할 생각이다. 그리고 비누 공장의 경우는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을 채용하기로 했다.유럽에서 펀드 자금을 투입해 두 개의 공장은 전격적으로 인수했다.10/16 쪽

    드디어 트리폴리의 동쪽에 있는 시멘트 공장에 최태욱 일행이 도착했다.공장에서 약 1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마을이다. 회사 재건을 위해 오게 된 최태욱 일행이 지낼 곳은 벽돌로 쌓은 고성과 같은 낡은 건물이다.한국의 공병대에서 그 동안 빠르게 보강 공사를 해서 마치 요새나 벙커와 같은 시설로 만들어 놓았다.최태욱이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알하킴 사장이 급히 인사를 했다.“백작님, 어서 오세요. 모두 안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수고가 많군요.” “공장의 쓰레기는 한국공병대의 도움으로 모두 치워 놓았습니다.”“그렇군요.”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많은 아랍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태욱은 아브자크 건설부 장관을 보며 인사를 했다.“장관님도 오셨군요.”“뜻 깊은 행사니 와야죠.”11/16 쪽

    “잘 오셨습니다.”부도가 나서 방치하던 회사를 인수해 트리알라 시멘트로 회사명을 바꾸고 알하킴을 사장으로 내정했다. 그래서 최태욱은 이사장의 자격으로 알하킴에게 정식으로 임명장을 주었다.  이어서 비누공장의 사장으로는 요한자이르를 임명했다. 요한자이르는 기독교인이다.임명장을 주는 간단한 행사를 끝내고 나자 최태욱은 먼저 요한자이르에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이번에 새로 들어오는 기계는 모두 고급 비누를 생산하니 특별히 신경을 쓰세요. 이곳에서 나는 식물에서 채취한 천연 향료를 넣어 고급 비누를 생산해야 합니다.”“알겠습니다.”“한국에서 생산하는 인삼비누도 여기서 생산할 것이니 그렇게 아시고요.”“인삼비누를 생산해요?”12/16 쪽

    “그렇소. SG 제약에서 생산하는 인삼비누도 여기서 생산하니 그렇게 아세요.”최태욱은 이미 SG 제약 회사를 통해 인삼 향이 나는 고급비누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곳 비누 공장에서도 인삼비누를 생산해 아랍이나 유럽으로 판매할 생각이다. 현지 생산 하청공장으로 일부 시설은 활용할 생각이다.최태욱은 요한자이르에게 다시 당부했다.“품질 검사를 철저하게 하세요. 유럽인들은 불량품이 하나라도 발생하면 절대로 그 제품을 다시는 구입하지 않으니 특별히 신경 쓰세요.”“넷!”“기계가 들어오며 네덜란드에서 향신료 연구를 위한 연구팀이 올 것이니 그렇게 알고요.”지시를 받은 요한자이르 사장이 저택을 떠났다. 그는 빨리 회사로 돌아가 준비할 것이 많았다. 생산 공장에서 일할 근로자도 채용해야 하고 직원들도 새로 채용하려면 무척 바빴다. 최태욱은 다시 시멘트 공장의 알하킴 사장에게 당부하고 있었다. 13/16 쪽

    “공장에서의 파업이나 기타 노동쟁의 행동은 일체 용인하지 마세요. 이제 겨우 새로 시작하는 회사에서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두  번 다시 일어날 기회가 없으니 각별히 노사관계에 신경을 쓰세요.”“넷!”“청소가 끝났다고 하나 내가 보기에는 아직 멀었어요. 채용하기로 한 근로자는 공장뿐 아니라 근로자들이 사는 마을까지 모두 대청소를 하고 도로도 깔끔하게 정리해요. 한국 공병대가 중장비를 동원해 도와줄 거니 일단 근로자들은 그 작업에 전념해요.”알하킴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백작님, 기계 설비는 언제 들어오죠?”“지금 네덜란드에서 배로 출발했으니 조금 기다려야 됩니다. 그러니 생산 못한다고 놀리지 말고 공장의 폐기물로 도로를 정비하고 주변 청소라도 깔끔하게 하세요.”“넷!”시멘트 공장은 사실 산업폐기물이 많이 나오는 편이다. 그리고 그중에 석회석을 채취하고 남은 석재 폐기물이 유난히 많았다. 그래서 최태욱은 그런 폐기물을 이용해 도14/16 쪽

    로 포장에 사용하기로 했다.      최태욱의 지시를 받은 알하킴 사장도 떠나고 나자 그제야 아부자크 장관과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었다.“장관님, 시멘트가 생산되면 국내 소비도 하겠지만 수출을 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시리아 정부의 건설부 장관을 만나게 해주세요.”“시리아의 건설부 장관을 만나려고요?”“예, 시리아에서 시작하려는 다목적 댐 공사에 시멘트를 납품해볼 생각입니다.”최태욱이 아무 생각이 없이 시멘트 공장을 인수한 것은 아니다. 이웃한 시리아에서 대규모로 댐을 건설한다는 계획이 있으니 그것을 좋은 기회라고 판단한 것이다. 최태욱의 제안에 아브자크 장관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좋습니다. 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하면 만나러 갑시다.”“그러면 너무 늦으니 그 전에 만나야 합니다. 그러니 그분을 이곳으로 초대해 보세요. 아마 시멘트에 관심이 많이 있을 것이니 찾아 올 겁니다.”최태욱의 말에 아브자크는 그렇게 하기로 하고 저택을 떠났다. 최태욱은 이날 이후 15/16 쪽

    두 개의 공장을 찾아다니며 기계설비가 들어오면 바로 설치하고 가동되도록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최태욱은 혼자서 돌아다니다 보니 버겁다는 생각이 들어 투덜거리고 있었다.‘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비서관을 선발하는데 이렇게 늦은 거야.’16/16 쪽

    직이고 있었다.최태욱은 혼자서 돌아다니다 보니 버겁다는 생각이 들어 투덜거리고 있었다.‘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비서관을 선발하는데 이렇게 늦은 거야.’16/16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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