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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214화 (214/657)
  • < --  [새로움의 시작]  -- >네브소냐는 따르게 여왕에게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폐하, 백작님이 폐하께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냈습니다.”“어머, 그래요.”네브소냐는 가로 세로 50센티 정도인 선물상자를 슬며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피닉스 여왕은 급하게 선물상자를 풀고 안에 있는 물건을 살폈다.“어마, 선물이 많네.”상자 안에는 아랍복장의 부부 모습인 목각인영이 제일 먼저 눈에 보였다. 그리고 작은 포장으로 싸여있는 회교사원을 정교하게 돌로 조각한 것이나 작은 연필통들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선물 상자 안에는 동양화 기법으로 그린 자그마한 크리스마스카드도 들어 있었다. 카드를 보자 피닉스 여왕은 들뜬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어마! 카드도 보내셨어!”회1/16 쪽

    “그렇군요. 아주 정성스럽게 그렸군요.”크리스마스카드에는 자그마한 글씨로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스파, 하얀 눈 속에서 활활 타오르던 모닥불에 빛나던 모습이 눈에 선하군요. 타이거.’스파는 몽블랑에서 같이 지낼 때 최태욱이 부르던 약칭인 애칭이다.카드에 적인 글을 보던 피닉스 여왕은 순간 얼굴이 벌게지고 있었다. 글의 내용은 분명이 몽블랑에서 자신이 벌거벗고 덤비던 때를 지칭하고 있었다.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피워 오르고 있었다.노골적인 애정표현의 글이라 피닉스는 약간 민망하면서도 기분이 너무 좋았다. 피닉스 여왕은 크리스마스카드를 부풀어 오르는 가슴에 대고 꼭 누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나를 좋아하시고 있어.’가슴에 카드를 밀착하는 동작으로 좋아진 기분이 해소가 안 된다는 듯이 급하게 카드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2/16 쪽

    쪽! 쪽! 쪽!피닉스 여왕의 이런 모습에 네브소냐가 약간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저렇게 좋으실까?’일국의 여왕이 하는 행동으로 보기에는 조금은 경박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네브소냐는 자신도 젊어서 애인에게서 선물을 받을 때 이와 비슷한 행동을 한 기억이 떠오르자 이해했다.‘하긴 나는 그때 더 요란했었지. 이웃이 자다가 놀라 깰 정도로 크게 괴성을 지르고 했으니까.’ 사랑은 참으로 남들이 보기에는 유치찬란하다. 또 그래야 그것이 진솔한 사랑이다.주위를 의식해 뭔가 예의를 표하며 냉정하게 대처한다는 것은 오히려 진실한 사랑이 아닐 수 있다. 그저 누가 보건 안 보던 상관없이 그저 마냥 좋은 것이 사랑이다.흥분된 목소리로 피닉스 여왕은 신이 나서 자랑하고 있었다.“비서실장, 이 카드 그분이 직접 그려서 보내 거야.”3/16 쪽

    “예, 너무 정성스럽게 그려서 보냈네요. 제가 보기에서 사랑이 듬뿍 담긴 크리스마스 선물이 틀림없습니다.”“백작님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 분명해.”“폐하, 저도 그리 보입니다.”피닉스 여왕은 실로 오랜만에 남에게 받아보는 크리스마스카드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베이루트에서 자기를 찾아 올 생각을 안 해 다소 쓸쓸한 크리스마스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어느새 사라졌다.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제일 기분 좋은 크리스마스라는 생각이 들었다.“룰룰~ 루~! 룰루!”너무 좋다가 보니 저절로 콧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마음은 한껏 부풀고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생각지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과 카드를 받게 되자 마냥 좋아하고 있었다.신이 나서 수선을 떠는 피닉스 여왕을 보며 역시 미소를 지으며 네브소냐가 조용히 말했다.4/16 쪽

    “폐하, 그동안 작업 중이던 두 분 초상화인 유화가 드디어 완성되었습니다. 어디에 걸죠?”네브소냐가 말하는 유화는 자신과 타이거 백작이 나란히 서서 찍은 취임식 때 모습이다. 사진으로 찍은 것을 유화로 제작하도록 화가에게 지시했었다. 작품이 완성되길 오래 기다리던 피닉스 여왕은 즉시 답해 주었다.“접견실에 거세요.”여왕의 접견실이라는 외국 사절을 만나거나 할 때 사용하는 중요한 장소다. 그런 곳에 둘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의 유화작품을 건다는 것은 파격적인 사건이다. 이런 조치는 이제 노골적으로 타이거 백작을 자신의 애인이라고 공개하겠다는 의도에서 하는 지시다.피닉스 여왕은 자신이 아무리 젊어 보여도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넘어가니 마냥 기다릴 처지는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라도 공식적인 애인으로 인정을 받아야 된다. 그래야만 자신에게 혹시 아이라도 생기면 그 자식도 국왕의 후계자로 인정받는 위치가 되니 다급했다. 그러나 이런 지시를 받은 네브소냐는 아직은 공개적인 애인으로 선포하기에는 시기5/16 쪽

    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네브소냐는 급하게 다른 방법을 조언했다.“폐하, 그 보다는 서재가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접견실에는 왕족 전체 그림을 거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그러자 피닉스 여왕은 그런 조언이 별로 마음이 들지 않다는 찡그리는 표정으로 다시 다부지게 명령했다.“내 말대로 접견실에 거세요.”재차 명령을 내리니 네브소냐는 여왕의 생각이 너무 확고하다고 판단해 즉시 답했다.“알겠습니다.”피닉스 여왕은 여러 가지 선물들은 급하게 꺼내 서재의 책상 위에나 책장에 정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랍부부 상의 목각인형은 급하게 침실로 가져다 놓고 있었다.최태욱 혼자의 모습인 대형 초상화는 서재에 걸기로 했다. 왕족들과 같이 있는 단체로 그려진 그림의 경우는 대연회장에 걸기로 결정되었다.이런 지시를 내리고 나서 피닉스 여왕은 그제야 생각이 난 표정으로 물었다.6/16 쪽

    “참, 국방부에서는 뭐라고 결정 났어요?”“폐하, 백작님은 아무래도 올해는 유럽으로 돌아오기가 힘들겠습니다. 내년 봄인 4월에 임기를 정상적으로 끝내는 것이 좋다고 결정한 모양입니다.”“그래요? 어디서 반대해서?”“한국 정부에서 레바논의 정국이 약간 소란스러워지자 극구 반대하고 있답니다.”“그럼, 내년까지 기다려야 되겠네요.”“그렇습니다. 하지만 신년 축하나 혹은 송년회에는 왕궁으로 부를 수는 있습니다.”“그럼, 바로 연락해야 되겠군요.”사랑하는 사람이 너무 잘나서 걱정된다. 하지만 이번에 인질들을 희생자 없이 또다시 구하게 되었다. 많은 나라의 골치 아픈 사건을 너무 쉽게 해결해 주었다. 여자 문제가 다소 복잡하기는 하지만 그것 말고는 그야 말로 완벽한 남자다. 자신의 연인이 중동에서 명성을 쌓아가는 동안 피닉스 여왕도 나름 준비는 많이 하고 있었다.7/16 쪽

    태인 권법도 이제는 네덜란드에서 아주 유명한 무술이다. 그리고 사격 협회, 육상 협회, 등산 협회, 패러글라이더 협회 또한 조직이 상당히 커져 있었다. 모두 타이거 백작을 좋아하는 팬들이 모인 단체들이다. 여왕인 자신이 직접 관장하는 피닉스 사회복지 재단도 규모가 엄청나게 커져 있었다. 그와 동시에 직접 관리하지는 않지만 왕실자금이 투입된 SGEU 회사의 계열사인 식품회사도 상당한 규모로 커져 있었다.자신이 구상한 네덜란드 출신인 박연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드디어 한국과 네덜란드가 오래 전부터 인적 교류가 있었다는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었다.  동인도 회사와 일본의 나가사키 사이의 교류야 많은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국과 교류는 드물지만 아무튼 연구가 계속되자 많은 사료들이 발견되고 있었다.“비서실장, 내년 초에 한국을 방문할 생각이니 추진해 보세요.”“넷!”한국은 음력으로 새해의 설을 보내니 그 무렵 한국으로 가볼 생각이다. 지난번 방문에서야 강경의 부모님을 찾아 가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찾아가볼 심산이다. 문제는 어떤 형식을 취하느냐가 관건이다.8/16 쪽

    ‘적당히 어떤 구실을 만들어야 해.’피닉스 여왕이 이런 생각을 하며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었다. 다른 지역에 있는 여자들 경우도 나름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녀들도 피닉스 여왕이 받은 선물과 비슷하게 받았다.한편 베이루트에서 지내는 최태욱은 레바논 정국이 다소 어수선한 가운데 북쪽의 트리폴리 항구로 가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기해 위문품을 전달하기 위해서다.한국에서 보낸 선물들도 있지만 최태욱 자신이 개인적으로 구입한 위문품도 많았다. 위문품이야 그저 베이루트 야시장에서 구입한 간식거리가 대부분이다.강호철이 지프를 같이 타고 가며 물었다.“회장님, 같이 고생하며 꼭 이렇게 하실 필요가 있나요?”“무슨 소리야? 나에 대충 설렁설렁 지내는 군 복무지만 저들이야 고생이 아주 많다고······. 더구나 나야 여기서 돈도 많이 벌잖아.”“하긴 그러네요.”최태욱은 다른 사업으로 돈을 번 것은 아니었다.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아랍권의 부호들에게 많은 한약을 팔아서 큰돈을 벌고 있었다. 또한 혼자만 아는 비밀이지만 홍삼9/16 쪽

    에 자신의 피를 묻혀 해독제를 만들어 팔다가 보니 그로 인해 돈도 엄청나게 벌고 있었다.  자일슨이 트리폴리가 가까워지자 약간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회장님, 저는 여기가 두 번째 와보는 곳입니다.”“그래? 뭐 하러 왔는데?”“트리폴리에 친구가 있어 대학시절에 한 달 간 여기서 지냈습니다.”“그 친구 지금 여기서 사나?”“아닙니다. 지금은 미국으로 가서 살고 있습니다. 그 친구도 수의학 전공인데 지금 LA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며 지낸다고 합니다.”  수의학을 전공했다니 최태욱이 즉시 지시했다.“혹시 아칸소의 목장에서 취업해 지내고 싶은지 전화로 연락해봐.”“알겠습니다.” 10/16 쪽

    레바논의 북서부 해안 도시인 트리폴리 시는 이라크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적출항으로 유명하다. 지중해를 통해 많은 석유들이 수출되고 있었다. 그래서 이곳에는 대형 정유공장도 있고 그로 인한 관련 산업도 조금 발달한 곳이다. 항구와 조금 떨어진 도시의 외곽에 주둔한 한국의 평화유지군은 주변 지역에 도로개설이나 혹은 철거 작업들을 하고 있었다.이곳 사령관으로 와 있는 진성호 대령이 최태욱을 만나자 반갑게 인사했다.“어서 오시게.”“안녕하세요. 이제야 찾아 왔습니다.”주둔지의 모습은 아주 평안하고 안정된 모습이다. 최태욱은 이곳은 반군 게릴라 활동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이라 안심은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물었다.“사령관님. 혹시 주둔지 주변에 테러 활동이 있나요?”“그런 조짐은 별로 눈에 뜨이지 않아요. 이곳은 그런 조직 자체가 없다고 하더군요.”“다행입니다. 그동안 저보다 테러 조직의 활동이 활발해져서 조금 걱정했습니다.”여러 대의 트럭에 짐이 가득 실린 모습을 보며 진성호가 물었다.11/16 쪽

    “저건 뭔가?”“아, 위문품입니다. 한국에서 보낸 위문품과 제가 병사들에게 나누어줄 간식거리를 조금 사왔습니다.”가지고 온 선물을 넘겨주라고 지시하고 최태욱은 사령관 실로 들어갔다. 소파에 마주 앉은 진성호 대령이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자네는 어떻게 군대 생활도 하면서 사업도 하나?”“사업을 제가 하는 것은 아니죠. 그냥 투자만 해 놓고 전문경영인들이 알아서 회사야 운영하는 겁니다.”“그런가?”“왜 갑자기?”“사실은 내 아들 녀석이 SG 미디어에 취업해서 그러네. 일반 사무실 직원이 아니고 미디어에서 운영하는 성남의 놀이공원의 경비원이야.”12/16 쪽

    “아하, 그렇군요. 경비원이라면 운동선수 출신인 모양이군요.”“그렇다네. 고등학교 때 야구선수를 했는데 부상당해 선수생활을 못해 그대로 실업자가 될 판국에 선수출신은 특별히 발탁한다고 해서 취업했다네.”“그렇군요.”최태욱은 회사의 경비원은 무조건 과거 고교시절에 운동선수로 활동하던 사람들을 채용하라는 조치를 내렸다. 이유는 그들은 사실 대학 진학을 못하면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힘들 정도로 기본적인 지식수준이 되지 못했다.물론 운동만 열심히 해서 성공하면 좋겠지만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 문제가 많았다. 그렇다고 미국식으로 학업과 병행시키는 문제는 현재로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태욱은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으니 중간에 낙오된 그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그래도 고급장교인 아버지를 둔 아들로 경비원을 한다고 하니 조금은 관심이 가서 물었다.“야구는 많이 좋아하나요?”“누구? 아들?”13/16 쪽

    “예.”“당연하지. 지금도 사회인 야구를 한다고 설치고 다니고 있어.”“그렇군요.”최태욱은 잠시 이런 대화를 나누며 트리폴리에서 주둔하는 한국 공병대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트리폴리 외곽을 돌아다니며 이곳의 경제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의외로 이곳에는 작은 규모의 시멘트 공장이 있으나 가동되지 않는 것을 알고 진 대령에게 물었다.“저 시멘트 공장이 가동되면 건설 사업에 유리할 것인데. 왜 가동하지 않죠?”“그 이유야 나는 잘 모르지. 나도 그게 궁금해서 알아보기는 했지만 소유주가 아주 복잡해서 가동되지 못하는 모양이야.”최태욱은 트리폴리를 방문했다가 나름 직접 투자해볼 만한 사업거리를 찾게 되었다.한국군 주둔지를 떠나 베이루트로 돌아오며 최태욱은 혹시 해서 자일슨에게 물었다.“트리폴리에 있는 시멘트 공장에 대해 혹시 아나?”14/16 쪽

    “아, 아까 보시던 시멘트 공장요?”“그래. 왜 가동되지 않지?”“그건 소유주가 영국과 프랑스로 나누어지고 또 레바논 투자자와 정부 투자 지분도 있어 복잡해서 중단된 겁니다. 소유권 분쟁으로 경영이 악화되고 전에 폭탄이 터져 공장 시설이 부서지고 나자 더 이상 자금이 투자되지 않아 이제는 가동하지 않으니 거의 방치된 거죠.”“그렇다면 법원에서 경매하지 않나?”“그야 잘 모르죠. 아무튼 레바논의 건설부나 아니면 은행에서 소유권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레바논이라고 해서 아무 산업시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일부 공장들은 가동만 정상적으로 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공장도 있었다. 오랜 내전으로 인해 부서진 이후로 소유권 분쟁이나 재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멈춘 곳이 많았다.정유 공장이 있는 트리폴리의 경우 그런 공장들이 유독 많았다.“민 비서가 정확하게 조사를 안했군.”15/16 쪽

    처음 이곳에 도착해 민 비서에게 투자거리를 찾아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고 보고했었다. 최태욱은 자신이 보기에는 가능성이 많은 사업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고를 안 한 사실을 두고 조금은 심각하게 생각했다.‘업무량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그렇다면 사람을 보강하면 되된다. 하지만 민 비서가 자신의 의도를 아직도 정확하게 모른다면 그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아무래도 비서들을 보강할 필요가 있어.’항상 같이 다니는 수행비서의 인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16/16 쪽

    ‘아무래도 비서들을 보강할 필요가 있어.’항상 같이 다니는 수행비서의 인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16/16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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