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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199화 (199/657)
  • < --  [여인의 질투]  -- >고귀하다는 것······.피닉스 여왕은 처음과 달리 여왕이라는 자리에 조금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그냥 허울뿐이야.’가지지 못한 어떤 큰 명예를 막상 손에 쥐고 보면 때로 너무 허망해질 때가 있다. 그러나 그 대가는 의외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여왕이 되고 보자 한 발짝 한 발짝이 모두 남들을 의식해야 하는 거북한 위치다.피닉스 여왕은 고귀한 위치로 변하자 매우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인생살이 중에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모두 버릴 수는 없었다. ‘나를 한 번도 찾아오지 않고. 전화도 안하고.’암스테르담 왕궁 안에서 지내는 피닉스 여왕은 타이거 백작에게 서운했다. 다소 어려워도 한번쯤은 왕궁으로 자길 찾아 올 줄 알았다. 그가 네덜란드로 찾아올 명분이 있는 기회야 있었다.회1/15 쪽

    더 서운한 것은 자신이 전화해야 겨우 통화하고 있었다. 자신은 매일 같이 그 사람을 그리워하고 애를 바싹바싹 태우는데 도통 무감각 같이 행동하고 있었다.‘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는 여자인가?’네덜란드 국회에서 타이거 백작에게 파병에 대해 질문한다고 소환해도 불응했다. 나쁜 쪽의 소환이 아니라 더 많은 예산을 보내 준다고 와서 설명하라고 했었다. 그래도 타이거 백작은 오지 않았다. 비공식적으로 자신이 벌인 일은 자신이 책임진다며 여전히 많은 식량을 태국에서 들여와 구제활동을 하고 있었다.‘돈이 많으니 돈으로 유혹하기도 곤란하고.’마음만 먹는 다면 귀족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생일에도 얼마든지 왕궁으로 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단 한 번도 자길 찾지 않았다. 근무 중에 식량 조달을 위해 태국을 거쳐 라오스를 다녀왔다. 하지만 그때는 염려하던 수지 주를 만나지 않아 그냥 흘려버렸다.그러나 여름휴가를 그리스의 크레타 섬으로 떠나더니 거기에서 안나카레르 공주를 만난 것을 알자 화가 치밀었다.‘나를 이렇게 버리다니.’2/15 쪽

    아직 완전히 버림 받지는 않았지만 위기감이 생겼다. 자기와도 진한 정사를 벌였으니 분명 안나카에르와 농밀한 밤을 며칠 보냈을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아무리 차분하게 생각하려고 해도 마음이 평온하지 않았다.뒤척뒤척.피닉스 여왕은 마음이 너무 불안해 침대에서 누었다 앉아 있다가를 반복하며 뒤척이고 있었다.벌써 새벽 3시가 되었는데 도통 잠이 안 온다. 화만 불같이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런 마음을 남에게 함부로 토로하기도 그렇다. 나오는 것은 한숨뿐이다.“후~우! 어떻게 하지. 노골적으로 나를 외면하고 그 여자는 계속 만날 것 같은데.”자신이 남자 때문에 이렇게 심적 고통을 느낄 줄은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남자를 사랑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라면 야초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후회도 됐다.두 사람이 어떤 밤을 보냈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오르니 불같은 질투심이 피워 오르고 있었다.    보아하니 자신이 여왕이라 만나면 이상한 스캔들에 휘말린다고 하는 핑계로 피하는 것 같았다. 그러며 슬며시 멀어질 궁리를 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3/15 쪽

    ‘어~휴! 속상해.’그렇다고 그냥 복귀하도록 조치하면 영악한 레베이카가 벨기에의 타이거 백작성 근처에서 포진해 있으니 그것도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사방 천지가 온통 적이야.’뭔가 획기적인 방법을 찾아 타이거 백작을 네덜란드의 왕궁 안으로 불러 들여야 한다는 생각했다. 하지만 적당한 명분이 없어 고민이다.‘어떤 방법이 좋지?’꼭 잠자리를 같이 하자는 생각 때문이 아니다. 그거야 자연히 옆에 불러들이다 보면 기회야 얼마든지 생긴다고 판단했다. 벨기에 왕국에서 써먹은 방법인 근위대장을 시키는 수도 있다.그러나 그런 불편한 자리를 자유분방한 성품인 타이거 백작이 수락할리 만무했다. 그러니 생각만 많지 적당한 직위가 떠오르지 않고 있었다. 외로운 밤은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시간이 한참을 지나자 피닉스 여왕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4/15 쪽

    ‘옳지! 그런 자리가 있었어.’ 수시로 왕궁으로 들어올 명분도 있고 또 자신에게 꼭 필요한 존재인 직위가 번뜩 떠올랐다. 궁하면 통한다고 드디어 좋은 자리를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 그게 좋겠어.’피닉스 여왕은 새벽 5시가 되어서야 최태욱을 자신의 옆으로 불러들일 적당한 직위를 찾고 겨우 잠들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질투심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잠든 그녀는 계속해서 잠꼬대를 토해내고 있었다. “내 남자야! 너는 저리가!”     피닉스 여왕은 꿈속에서 고귀한 여왕을 굴레를 훌러덩 벗고 중무장한 전투복 차림이다. 안나카에르와 머리끄덩이 잡고 얼마나 심하게 싸우고 있는지 모른다.때로는 벌거벗고 비키니 차림으로 진흙탕에서 레슬링을 하는 꿈도 꾸고 있었다. 다음날 네브소냐 비서실장은 출근했으나 여왕이 이직도 침실에서 잠들어 있다는 것을 보고 받았다.“어제 무슨 일이 있었나?”5/15 쪽

    “예. 베이루트로 전화하고 나서 우울해 하시더니 늦게 잠드셨어요.”“그래?”네브소냐는 여왕이 왜 늦게 잠든 지 이유를 잘 안다. 어제 자신이 퇴근하기 전에 타이거 백작이 휴가 중에 안나카에르와 같이 보낸 사실을 보고했기 때문이 고민하다 늦게 잠든 것이 분명했다.‘폐하께서 이제야 진짜 사랑이 뭔지 조금 아시는군.’누군가 사랑은 달콤하고 아름답다고 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좋은 일보다는 쓰라린 아픔이 더 많은 것이 남녀 간의 사랑이다. 더구나 이혼의 경험으로 인해 네브소냐는 가끔 가슴을 아프게 하니 여왕의 심정을 알고도 남았다.그냥 지나가는 사랑이라면 아픔이 크지 않지만 진짜 사랑했다면 그 후유증은 매우 크다. ‘앞으로 심적 고통이 심할 거야.’타이거 백작은 자기가 보기에 분명 여왕과 결혼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상황이 묘하게 되어 접하고 보니 헤어지기도 곤란해 그저 질질 끌고 있는 정도다. 하6/15 쪽

    지만 여왕은 그와는 전혀 생각이 다르니 이런 사랑은 아픔이 심한 짝사랑인 셈이다.‘내가 나서서라도 너무 일방적인 짝사랑 형태는 막아야 해.’그 해법은 자신이 경험을 해봐서 이미 잘 안다.자신도 뜨겁게 사랑하던 남자를 잃어버렸다. 하지만 사랑의 종류는 아주 많았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남편 대신에 그와의 사랑의 결실인 딸에게 모든 사랑을 토해 냄으로 해소되고 있었다. 네부소냐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침대 옆에 앉아서 여왕이 깨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피닉스 여왕이 눈을 뜨자 인사했다.“폐하, 조금 늦게 일어나셨군요.”“아, 실장, 내가 어제 마음이 심란해 고민이 좀 많아서요.”“그렇군요.”“실장, 오늘은 특별한 사안은 없지요?”“예, 오후에 패러글라이더 협회의 회장 취임식에 잠깐 참석하시면 됩니다.” 7/15 쪽

    잠을 편하게 자지 못한 피닉스 여왕은 눈이 횡 하니 들어간 상태다. 그런 모습을 보는 네브소냐는 마음이 아팠다.잠시 생각하던 네브소냐는 다소 의외의 제안을 급하게 했다.“폐하, 여행을 잠시 다녀오는 것은 어떤가요?”“여행을 떠나요?”“예. 다른 곳은 절차가 복잡하나 안틸리스 제도로 가시면 어떨까 합니다.”“그곳을 지금요?  그곳은 시기를 잘 잡아 나중에 가야죠. 실장의 생각이 무슨 뜻인지 내가 잘 아니 안틸리스 제도는 나중에 가기로 하고 그 생각은 일단 지우세요.”“알겠습니다.”피닉스 여왕은 침대에서 일어나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하고 옷을 챙겨 있고 서재로 갔다.서재에 앉은 피닉스 여왕은 한국에서 보내온 족보를 살피고 있었다. 조선에 귀화한 네덜란드인인 벨데브라 즉 박연의 기록을 먼저 살폈다.8/15 쪽

    ‘이 사람은 전혀 후손에 대한 기록이 없군. 후손이 어디서 죽었다는 기록도 없고.’피닉스 여왕은 다시 최태욱의 족보를 자세하게 살폈다. 그러자 흔한 성인 박 씨가 무수히 최 씨 가문의 며느리로 기록되어 있었다. 여왕은 그런 기록들 중에 제일 애매모호한 박 씨라는 여자들만 따로 적었다.마치 편집증 환자와 같이······. 아니 좋게 말하면 대단한 탐구열로 자신이 목표로 하는 무엇을 계속해서 찾고 있었다.‘이분은 출처가 확실하니 소용이 없어.’몰두해 족보를 뒤적이다 보니 마음속에서 불길 같이 일던 질투심도 어느새 사라지고 있었다. 목표가 뚜렷하니 길은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어려운 한자로 만들어진 족보를 보려니 무척 힘이 들었다.‘이름이라 그런지 너무 어려운 한자가 많아.’피닉스 여왕은 네브소냐가 패러글라이더 협회 회장 취임식을 가자고 권할 때까지 족보를 놓고 별 구상을 다해보고 있었다. 네브소냐는 서재에서 뭔가에 열중하는 피닉스 여왕을 이상하게 생각하며 바라보았다.9/15 쪽

    ‘뭘 저렇게 계속 찾는 거지?’피닉스 여왕은 이날 이후 특별한 행사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재에서 족보를 살피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질투심을 학구열로 태워 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피닉스 여왕이 질투심을 심하게 느끼고 있는 안나카에르는 크레타 섬을 떠나 모나코에 있었다.모나코 공국은 아주 작은 나라다. 관광, 카지노, 우표 수입으로 살아가는 나라로 인구가 2만 명 정도에 불과했다. 외교 국방권도 프랑스가 가지고 있다. 국토면적도 적고 인구도 너무 적어 나라라고 부르기가 어색할 정도다.모나코의 북쪽 몬테 카를로스 지역에 있는 저택으로 돌아온 안나카에르는 마르세유에서 지내는 집사인 피르가 찾아오자 만나고 있었다.“공주님, 좋은 일이 있습니다.”“좋은 일요?”“예, 아주 좋은 일입니다.”10/15 쪽

    다소 흥분된 표정을 보이던 피르는 조심스럽게 보석 상자에 들어 있는 인장을 보여 주었다.“어머, 그것 국왕의 인장이 아니에요.”“그렇습니다. 영국 왕실에서 자신들이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국왕의 인장입니다.”그리스에서 떠날 때 가지고나온 국왕의 인장이다. 이것을 가지고 있으면 어찌 되었건 국왕인 위치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나라도 없는 공주라 그런 것이 모두 부질없는 일이지만 아무튼 일단 그리스 왕국의 정통성은 승계가 인정된 셈이다.“인장을 가져왔다면 결국 소송에서 영국 왕실에게 이겼다는 것이군요.”“그렇습니다.”영국에 망명 중이던 그리스 왕족이 몰살당하며 에어프랑스에서 유족들에게 지불할 보험금이나 위로금들은 모두 유일한 친족인 안나카에르에게 물려지게 된 것이다.“다른 유품은?”11/15 쪽

    “왕실의 족보와 인장만 가져오고 다른 유품들은 모두 영국 왕실이 결국 차치했습니다. 변호사들이 애를 썼지만 그동안 영국 왕실에서 도와준 점이 인정되어 그들 차지가 됐습니다.”“알았어요. 나머지야 보석이나 가구들이니 차지한다고 해도 별로 의미가 없지요. 고생 많았습니다.”그리스 국왕의 인장을 손에 넣고 보니 안나카에르는 문뜩 소망이 생기고 있었다.‘나라는 아니더라도 작은 지역에 내가 사는 왕궁을 만들면 어떨까?’ 모나코보다 더 작지만 아름답게 꾸민 항구 도시에 왕궁을 만든다면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부질없었다. 커다란 왕궁을 만든다고 물려줄 자손도 없으니 그저 잠시 스치는 생각일 뿐이다.‘지금은 소용없어.’사랑하는 남자와 같이 라면 모를까 혼자서 큰 왕궁에서 살아봐야 오히려 외로움만 더 커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12/15 쪽

    ‘피닉스 여왕과 같아진다고.’안나카에르는 아무래도 타이거 백작에게 집착을 보이는 피닉스 여왕이 의식되어 잠시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유족들의 유산을 물려받게 되자 안나카에르는 새로운 사업을 생각하고 있었다.‘기회를 봐서 백작님을 만나 투자거리를 물어보는 것이 좋아.’혼자서 사업을 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새로운 사업거리를 잘 찾아내는 최태욱이니 그에게 물어봐서 시작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다.그래서 안나카에르는 즉시 최태욱에게 전화를 했다. “저, 당분간 모나코에서 지낼 겁니다.”“알았소. 몸조리 잘하시오.” 안나카에르는 3일 만에 완전히 뻗어버린 자신의 체력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피닉스 여왕은 보름이나 버텼는데 나이가 어린 내가 질수야 없지.’ 이렇게 피닉스 여왕과의 사랑 쟁탈전에서 반드시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안나13/15 쪽

    카에르는 이날 이후 사업보다는 몸매 가꾸기나 체력단련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유럽에서 두 여자가 서로를 의식해 질투심을 가지고 어떤 방법이라도 써서라도 차지하려는 최태욱은 멀리 중동에서 매우 고심하고 있었다.주둔지로 레바논 주대 한국대사가 찾아왔다.사령관 실에서 만난 대사는 최태욱에게 체육부 장관의 서신을 전해주며 말했다.“육상에도 출전해달라는 장관님의 서신이오.”대사의 말에 최태욱은 매우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저는 다리가 아직 온전하지 못해 뛰지는 못합니다.”말이야 이렇게 하지만 다리는 정상으로 돌아온 지 아주 오래 되었다, 그러나 86 서울아시안게임에서 육상 종목으로 출전하기는 무리라고 판단했다.‘나 말고도 한국에는 장거리 육상 선수들이 많아.’최태욱이 거둔 성과 때문에 이제 한국은 많은 장거리 육상선수들이 배출되고 있었다. 굳이 자신이 뛰어서 유망한 선수들 앞길 막을 이유도 없다고 판단했다.여러 가지를 감안해 최태욱은 아시안 게임에서 육상으로는 출전하지 않을 생각이다. 14/15 쪽

    억지로 뛰려면 가능하겠지만 그동안 육상선수로 뛸 정도로 연습하거나 몸이 만들어진 상태가 아니었다.최태욱은 전해 받은 서신을 자세하게 읽어 보고 나서 다시 강조했다.“대사님, 장관님이나 국민들의 바람은 저도 잘 알지만 이번 대회는 출전하기 힘드니 그렇게 아세요.”“정말 아직도 다리가 문제가 있다는 거요?”“그렇습니다. 그러니 이해해주세요.”기본 체력이 있다고 하지만 최소한 몇 달은 몸을 다듬어야 우승할 수 있다. 그리고 정강이뼈가 부러지고 나서 한동안 운동을 안 하고 전혀 다른 쪽의 운동만 해 와서 어렵다고 판단했다.잠시 침묵하던 최태욱은 조용히 말했다.“공기소총은 출전하니 그것으로 양해를 해주세요.”“알았소. 그렇게 본국으로 연락을 하죠.”대사가 무척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사령관 실을 떠났다. 이날 이후 최태욱은 공기소15/15 쪽

    대사가 무척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사령관 실을 떠났다. 이날 이후 최태욱은 공기소총 사격훈련에 더욱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9월이 되자 최태욱은 개막은 조금 남았지만 일찍 한국으로 떠나고 있었다.15/15 쪽

    대사가 무척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사령관 실을 떠났다. 이날 이후 최태욱은 공기소총 사격훈련에 더욱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9월이 되자 최태욱은 개막은 조금 남았지만 일찍 한국으로 떠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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