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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191화 (191/657)
  • < --  [평화유지군 활동]  -- >세상사란 프로와 아마추어가 존재한다. 때로는 아마추어가 프로를 능가하기도 하지만 죽음을 각오한 사람의 어떤 행동과 그저 재미로 하는 사람과는 천지차이다.최태욱은 자신의 피가 극독을 해독한다는 자신감 하나로 코브라 머리를 향해 함부로 손을 내밀었다.그 순간 서선을 나무토막에 두고 있던 2미터 되는 청색 코브라가 순간 고개를 돌리며 매섭게 공격했다. 쒸익!목을 잡으려던 최태욱의 엄지와 검지 사이를 꽉 물어 버렸다. 그리고 아주 강한 독액을 품어냈다.“크억! 크르륵!”물리는 동시에 독액은 아주 빠르게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쿵!회1/17 쪽

    청색 코브라에 손을 물리자 최태욱은 비명을 토했다. 띵 하는 현기증이 나며 뒤로 벌러덩 나가떨어버렸다. 입에서 하얀 거품을 품어내고 말았다. 극독에 중독된 증상으로 온몸이 뒤틀리고 있었다.마치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몸을 요동치고 있었다.부르르 부르르.이내 얼굴에서 파란 기운이 보이더니 몸은 어느새 경직되고 있었다. 몸에 완전히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헉!”노인이 너무 놀라 코브라의 목을 잡고 손에서 때어내려고 했다. 너무 깊이 박힌 이빨은 쉽게 빠지지 않고 있었다. 더구나 무는 동시에 팔목을 몸체로 칭칭 감고 있으니 풀기가 너무 어려웠다.“큰일이야.”두리번거리던 노인은 급하게 옆에 있는 주방용 칼을 들고 왔다. 노인은 급하게 청색 코브라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 찍었다.2/17 쪽

    “팍!”머리통에 칼이 박히자 코브라는 아가리를 떡 벌리고 잠시 요동치다가 숨을 멈추었다. 그제야 노인은 최태욱의 팔을 칭칭 감고 있던 코브라를 겨우 풀었다. 노인은 SS해독제를 가져와 급히 주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너무 많은 독액이 혈관으로 들어가서 그런지 최태욱의 몸은 점점 굳어가고 있었다.“큰일이군. 해독제도 별로 소용이 없어.”코브라가 겁나 약간 뒤에서 지켜보던 임광문이나 양인복이 너무 당황해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발만 동동 구르는 수밖에 없었다. 신분이 백작이나 되고 돈 많은 회장으로 몸조심을 안 하고 경박스럽게 행동한다는 생각이 두 사람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최태욱이 돌출하는 행동을 자주 벌이니 주변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어휴! 미치겠네.’그래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양인복이 급하게 노인에게 물었다.“해독제 더 없소?”3/17 쪽

    “없어요, 해독제가 너무 비싸서 한 병만 비치하고 있었어요.”광산의 의무실로 가면 해독제가 있었다. 하지만 1킬로미터를 아무리 빨리 다녀와도 소용이 없게 생겼다. 현재로는 그저 최태욱이 그렇게 믿는 다는 몸의 특수함에만 기대해볼 수밖에 없었다. “거품이나 제거해 봅시다.”“그러죠.”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조심하며 입에서 품어낸 거품을 제거했다. 이대로 죽더라도 땅바닥에 눕혀 놓을 수가 없었다.임광문이 두 사람에게 말했다.“회장님을 우선 침대로 옮기죠.”“그럽시다.” 세 사람은 땅에 쓰러진 최태욱을 대나무로 만든 커다란 침대에 눕혀 놓았다. 4/17 쪽

    최태욱의 몸은 이미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숨은 쉬고 있으니 다들 그저 지켜보고 있었다.노인이 최태욱의 상태를 모며 너무 이상하다는 표정을 보였다.“이상하네. 더 이상 중독된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니.”“그래요? 해약이 효과가 있는 모양이군요.” 이윽고 초조하게 기다리는 동안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푸른빛이 보이는 사색이던 혈색이 다시 붉어지며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었다.그러자 노인은 놀라 외마디를 질렀다.“저분의 몸은 사신(蛇身)이야!”청색코브라에게 저런 정도로 강하게 물리고 살아나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빨리 다시 혈색이 돌아오는 사람은 뱀의 몸과 같다고 판단되어 내지르는 소리다.이제 혈색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노인은 매우 놀라더니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는 듯이 다시 항아리로 다가갔다. 코브라 머리를 잡아 독액을 빼내고 있었다.찌이익!5/17 쪽

    노인은 프로답게 잠시 혼란을 잊고 여전히 생업에 매우 충실하고 있었다. 그러나 해독제가 없으니 매우 조심조심 코브라를 다루고 있었다. 조금만 낌새가 이상하면 하던 동작을 멈추고 코브라가 진정하길 기다리고 있었다.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이때 12-3살 정도 먹은 어린 손녀가 들어와 조용히 물었다.“할아버지, 식사해야죠.”“손님들 식사도 이리 가져와라.”“예.”소녀가 가져온 식사는 아주 초라했다. 하얀 쌀로 지은 푸석푸석 작은 공기 밥에 생선 한 토막과 채소무침 한 덩어리가 식사량의 전부다. 노인은 목숨 걸고 항상 많은 코브라를 잡았지만 수익은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다만 청색 코브라를 많이 잡아서 잘 키우면 돈을 후하게 준다니 그것을 조금 기대하고 있었다.노인은 코브라에 물려 쓰러진 최태욱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6/17 쪽

    ‘살아나면 돈은 많이 주겠지.’돈이 많아지면 손녀를 무앙 콩으로 보내 중학교를 다니게 할 생각이다.   이윽고 노인이 코브라의 독액을 모두 빼내고 나자 밖은 어느새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제야 최태욱이 슬며시 눈을 스르르 뜨며 겨우 입을 달막이며 말했다.“후우! 죽다 살았어.”가슴조리고 기다리고 있던 두 사람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 원망할 수도 없고 그저 침묵하는 것이 최고다. 참으로 옆에서 모시기 힘들다는 생각만 가득했다.‘계속 따라다니다가는 심장병 생기겠어.’눈을 뜨고 정신이 들어 말을 어눌하게 했다고 해서 모든 중독 증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혀도 잘 안돌아가고 몸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정신이 들어서 그런지 허기가진 최태욱은 노인에게 부탁했다.“죽은 코브라로 탕 좀 만들어 주시오.” 7/17 쪽

    “그러죠.”“쌀을 조금 넣어서 죽을 만들어 주면 돼요.”“예.”이윽고 뱀 고기로 죽이 만들어지자 호기심에 조금 먹어보던 두 사람은 구역질을 토하고 있었다.“우엑! 이게 뭐야? 비라고 너무 느끼하네.”하지만 노인이나 최태욱 그리고 손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잘도 먹고 있었다.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어린 손녀가 떠주는 죽을 먹고 있던 최태욱이 소녀에게 물었다.“너 중학교 안다니냐?”“예.”학교 이야기를 묻자 약간 어두운 기색이 보였다. 표정으로 보아 학교를 무척 가고 싶은 모양이다.8/17 쪽

    “왜? 돈 없어서?”“예.”“근처에 그런 애들이 많아?”“아주 많아요.”죽을 모두 먹고 난 최태욱이 다시 노인에게 물었다.“근처에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어린 애들이 많나요?”“많지요. 중학교가 멀기도 하고 돈이 없어서 못 다니는 애들이 많아요.”최태욱은 이제 완전히 혀가 잘 돌아가고 있었다. 임광문에게 자세하게 지시했다.“여기에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세우고 학생들이 많아지면 나중에 기술고등학교를 세워요.”“기술 고등학교요?”9/17 쪽

    “라오스에서 취업하기 좋은 과를 선택하든 아니면 나중에 한국으로 와서 취업할 수 있는 과목을 정해서 운영하면 돼요.”“예. 라오스와 수교도 안 된 상태인데요?”  “나중에 반드시 될 거니 그렇게 알고요.”“알겠습니다.”역사가 많이 바뀐 상태지만 아직 라오스나 캄보디아 그리고 베트남과는 정식으로 수교하지 않았다. 주석광석을 호치민 항구를 통해 한국으로 수출할 수 있었던 것은 타이슈 회사가 태국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어휴, 졸려.’최태욱은 식사해서 그런지 이내 식곤증으로 쉽게 잠이 들었다. 깊이 잠든 최태욱은 무려 이틀이나 계속 잠이 들어 있었다. 전에 뱀에 물렸을 때와 비슷한 증상이 일어난 것이다.이틀이 지나 잠에서 깨어난 최태욱은 밥부터 찾았다.10/17 쪽

    ‘배고파 돌아가시겠어.’손녀가 가져온 뱀 죽을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점심때가 되어 이제는 스스로 밥을 먹을 수가 있을 정도로 몸이 회복되자 최태욱은 즉시 지시했다.“양 비서, 광산으로 가서 SS해독제 10병을 가져오고 올 때 쌀도 지프에 실을 수 있는 만큼 가져와.”“넷!”최태욱은 자신이 물려본 경험이 있다가 보니 노인이 얼마나 위험한 직업에 종사하는지 알았다. 그래서 비싸서 많이 비치하지 못한다니 해독제를 주는 것이다. 밥을 얻어먹었으니 밥값 대신에 식량을 충분히 주고 있었다.‘빚은 그때그때 갚는 것이 좋아.’어찌 생각하면 최태욱은 라오스에서 큰돈을 몰래 빼돌린 처지다. 그러니 최소한 이들에게 뭔가 해주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더구나 또 다시 죽다 살아난 입장이라 그런지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강해지고 있었다.11/17 쪽

    ‘여러 번 살아났으니 뭔가 해야 할 일을 하라는 징조야.’광산으로 갔던 양 비서가 돌아오며 우슈타인 사장과 같이 왔다. 이제는 거의 몸이 정상으로 돌아온 최태욱은 우슈타인 사장에게 다시 지시했다.“광산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자녀도 많으니 이 근처에 학교를 세워요. 고등학교까지 한곳에 같이 세우던 여건을 봐서 따로 세우던지 하세요. 내가 보기에 여기와 중간 정도 지점에 세우면 될 것 같으니 참고하고요.”“알겠습니다.”“학교 근처에 작은 병원도 같이 세우도록 하세요.”“예.”최태욱은 노인에게도 부탁했다.“앞으로 내가 여기를 직접오지 못하니 코브라를 팔지 마시고 사육하세요. 그래서 독액은 따로 따로 채집해 표시를 정확하게 해 광산으로 보내면 됩니다. 돈은 거기서 받12/17 쪽

    으시면 되고요.”“알겠습니다. 그런데 학교를 여기에 세우면 그냥 공짜로 학생들은 다니나요?”“그렇게 하기는 힘듭니다. 일단 학교 건물은 세워주고 내부 시설까지는 해주지만 운영은 라오스 정부에서 해야죠. 물론 광산에서 일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거나 혹은 학용품을 보내주는 협조는 계속할 겁니다.”“그렇군요.”노인의 손녀야 이제 학교 다닐 돈이야 충분했다. 청색 코브라를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육하며 독액을 채취해 계속 비싼 가격으로 계속 팔게 되니 학비 걱정은 안 해도 된다.최태욱은 라오스의 무앙 콩에 학교를 세우라고 조치해놓고 다시 방콕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태국의 수도인 방콕은 여전히 홍수로 인해 물난리를 겪고 있었다.  최태욱은 생각보다 청색 코브라 독액이 많이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독액의 반을 한국의 SG독액연구소로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별도로 자기 혈액을 뽑아 같이 보냈다.‘정인성 박사가 연구하면 뭔가 알아내겠지.’ 13/17 쪽

    또다시 청색 코브라에 물렸다가 살아났으니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기거나 아니면 피가 전과 달라졌는지 알고 싶어서다. 정액도 채취해 보낼까도 생각했지만 전에 그로인해 이상한 일도 생겼기 때문에 그것은 포기했다.‘사람의 정액으로 동물 시험을 하다니. 그러다 이상한 괴물이라도 나오면 어쩌려고.’사람과 동물의 염색체가 다르니 그런 일이야 없다. 하지만 자신이 이상한 삶을 살고 또한 이상한 몸이니 별 생각이 다 들었다.최태욱은 방콕 호텔에서 나오며 양인복에게 지시했다.“양 비서, 야시장으로 가서 코브라와 비단구렁이를 좀 사러 가자.”“예? 코브라를 사요?”코브라 때문에 죽다 살아나더니 다시 찾으니 황당하다는 표정이다. “서산에 파충류 동물원으로 보낼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알았어요.”14/17 쪽

    야시장으로 가서 살펴보니 동물원으로 보낼 만한 파충류는 없었다. 게속 사람의 손에 길들어진 상태라 스트레스도 너무 많아 병들었다고 판단되었다.결국 최태욱은 파충류 동물원으로 가서 부탁해 보내기로 했다.“여기에서 키우기 어려운 남은 파충류를 한국으로 보내 주세요. 가격은 별도로 드리죠.”“우리는 그렇게 팔지는 않아요.”최태욱은 파충류를 판매는 않는다고 하자 동물원에 기부를 하는 형태로 돈을 넘기고 분양을 받기로 했다. 특별한 파충류를 사람들이 잡으면 대부분 파충류 동물원으로 기증하는 경우도 많아 이렇게 조치한 것이다.최태욱은 독액 연구소에 필요한 코브라는 별도로 사서 보내주게 되었다. 일단 태국에서 해야 할 일이 모두 끝나자 최태욱은 서둘러 베이루트로 떠나게 되었다.베이루트의 주둔지로 돌아오자 헤리언 중령이 급하게 사령관실로 찾아와 물었다.“사령관님, 코브라에 물렸다더니 괜찮습니까?”“아뇨? 그냥 독이 없는 뱀에게 물렸는데 조금 이상하게 알려진 모양이군요.”15/17 쪽

    “그렇다면 다행이군요.”헤리언이 어떤 경로를 통해 자기가 코브라에 불린 사실을 아는지 모른다. ‘어떻게 그걸 안거지?’다소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자신의 주변에서 감시하는 사람이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튼 최테욱은 맹독성을 지닌 독물을 저절로 해독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남들이 알까 염려해 슬며시 독사가 아니라고 하며 변명하고 있었다.잠시 다른 볼일을 보고 왔다. 그 때문에 최태욱은 주둔지를 천천히 돌며 병사들이 지내는 모습을 살피고 있었다. 자기가 없는 동안 부대는 아주 정상적으로 체계가 잘 잡혀 있었다.최태욱은 주둔지의 연병장 구석에 많은 컨테이너 박스가 쌓여 있는 것을 보며 부사령관인 드샤프르 중령에게 물었다.“왜? 컨테이너가 많죠?”“여왕 폐하께서 구호품을 아주 많이 보내서 그렇습니다.”16/17 쪽

    “그래요? 무슨 구호품입니까?”“식량도 많고 옷들도 많습니다. 다른 생필품도 많이 보내오고요.”“그렇군요.”“어쩌면 여왕 폐하께서 이곳을 방문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있습니다.”“뭐요?” 최태욱은 헤리언 중령의 말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여기까지 여왕이 찾아오면 또다시 이상한 소문이 퍼질까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서로 당분간 모른 척 하자고 했더니 그 사이를 못 참고·······.’ 17/17 쪽

    최태욱은 헤리언 중령의 말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여기까지 여왕이 찾아오면 또다시 이상한 소문이 퍼질까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서로 당분간 모른 척 하자고 했더니 그 사이를 못 참고·······.’ 17/17 쪽

    최태욱은 헤리언 중령의 말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여기까지 여왕이 찾아오면 또다시 이상한 소문이 퍼질까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서로 당분간 모른 척 하자고 했더니 그 사이를 못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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