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189화 (189/657)

< --  [평화유지군 활동]  -- >암스테르담 공항을 떠나 베이루트로 향하는 항공기 안에서 최태욱은 레바논으로 가서 벌일 사업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별로 해볼 만한 사업이 없었다.‘너무 가난해 뭘 우려먹을 건더기가 없군.’있다면 가난한 나라라 싼 인건비를 이용한 산업 말고는 별로 없다고 판단되었다. 하지만 빈집도 도둑이 가지고갈 물건이 있듯이 레바논에도 뭔가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가서 조사를 철저히 하다보면 뭔가 나오겠지.’ 최태욱이 연대장인 지휘관으로 임명된 다국적 평화유지군인 타이거 연대는 4개국 군대가 공동으로 구성했다. 그런 군대 지휘관이란 사실 피곤하기만 한 임무다.적당히 평화유지군이 자리만 잡으면 자신은 다른 사업을 그곳에서 구상하며 지낼 생각이다.암스테르담 공항을 이륙한 보잉747 점보 여객기 2대가 베이루트 공항에 도착했다.평화 협정은 맺었지만 여전히 내전 상태인 이곳에 평화유지군이 도착하게 되었다. 베회1/16 쪽

이루트 시민들이 모여 들어 환영해 주고 있었다. 최태욱이 파란 베레모를 쓰고 보잉747 여객기의 트랩을 내려오자 레바논 정부 관계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인사했다.“타이거 사령관님. 오시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환영합니다.”“환영해 주어서 감사합니다.”먼저 공항으로 마중 나온 레바논 정부 요인들과 우선 인사를 나누었다.간단한 환영행사가 끝나자 타이거 부대원들은 베이루트 정부군대의 군용트럭에 몸을 실었다. 공항에서 북쪽에 위치한 컨테이너 부두로 가기 위해서다. 지프에 올라서 북쪽으로 이동하며 강호철이 다소 이상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베이루트는 듣기보다 평화로운 곳이군요.”생각보다 평화로운 모습에 놀라고 있었다. 강호철의 의문에 최태욱이 답해 주었다.“우리가 항상 접하는 소식이야 매번 폭탄 테러 소식만 들으니 그런 인상을 받는 것뿐이지. 여기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야.”“그렇군요.”2/16 쪽

물론 공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평화유지군의 치안 활동이 강화되어 그렇다.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쉬지 않고 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베이루트 전체를 담당하기 위해 오게 된 군대가 아니다. 타이거 부대는 베이루트 공항을 중심으로 해서 부여된 임무만 수행하면 된다.    이동하는 도로 주변은 부서진 집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널려 있었다. 길거리에는 구걸하는 애들이 떼를 지어 손을 벌리고 있었다.강호철이 그런 애들은 보며 말했다.“애들이 어른들 때문에 고생이 많군요.”“세상사가 다 그런 거야. 어른이 저지른 일 때문에 애들만 고생하는 것이 대부분이지.” 도로 주변은 피골이 상접한 거지들이나 혹은 부상이나 병들어 고생하는 사람들이 무수히 보이고 있었다. 내전으로 인한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최태욱 일행은 북으로 이동하던 지프를 멈추었다. 주둔지에 도착한 것이다. 일단 주둔지에서 기다리던 프랑스의 장교와 인계인수 서류를 교환했다. 프랑스에서 파견된 평화유지군은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을 끝낸 상태3/16 쪽

다. “여기가 당분간 살 곳이군.”6개월 복무를 하기 위해 이제부터는 이곳 생활에 적응해야 한다. 최태욱은 주둔지에서 약간 내려다보이는 베이루트 공항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업무와 관련이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해안에 위치한 베이루트 공항은 규모가 크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대로 상당히 많은 여행객이 오가는 국제공항이다. 타이거 부대는 베이루트에서 주둔하며 도로를 포장하거나 또는 주택 개량사업을 하게 된다.또한 의료 활동을 주로 하고 보병들은 주둔지와 가까운 베이루트 공항을 경비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최태욱은 보병 부대 지휘관으로 부사령관인 드샤프르 중령에게 말했다. “해안에 위치해 경계를 설 곳이 반은 줄어든 형태군요.”“그렇습니다.”베이루트 공항의 모든 지역을 타이거 부대에서 경비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베이루트4/16 쪽

로 이동되는 유엔이 보내는 보급 물자나 국제적십자사에서 보내지는 구호물자를 지키는 역할이다.“임무가 어렵지는 않아 보이는 군요.”“사령관님, 공항 주변은 치안 유지가 잘 된 곳이라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습니다.”중요한 관문인 공항이라 제일 우선시해서 평화유지군이 치안을 유지해 놓아서 그런지 조용한 모습이었다.“부두로 갑시다.”“넷!” 최태욱은 부하들을 이끌고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의 컨테이너 항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네덜란드 해운 소속인 자동차 운반선이 있었다. 배에 실려 있던 많은 군장비가 이미 부두에 하역되어 있었다.웅성웅성부두 주변에는 일거리를 찾는 노동자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5/16 쪽

이런 모습을 보며 최태욱은 뭔가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여기가 그냥 평화가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있었다.  ‘먹고 살 대책을 마련해 주지 않으면 또 소란해 지겠어.’살기가 너무 힘들어 생기는 불만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이 심한 폭력으로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차량들이 늘어선 부두에 도착하자 보급을 책임진 네덜란드의 해군중령이 다가와 거수경례를 하며 말했다.“사령관님, 여기 인계 서류입니다.”“고맙소.”같은 계급이나 실질적으로 대령이나 준장의 예우를 하기 때문에 지휘계통상 최태욱이 상관이다. 우선 구급차를 비롯한 군용트럭 그리고 보병들은 모두 보병 전투차나 군용트럭에 오르고 있었다.부르릉. 부르릉.부두에는 갑자기 요란한 소음이 들리고 있었다.6/16 쪽

공병들은 서둘러 중장비에 올라타고 시동을 걸며 이동준비를 했다. 탄약이나 건설 장비도 이곳에서 부대로 일부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분주했다.“차량을 인수 했으면 주둔지로 가지.”“넷!”불과 200미터 서쪽에 바다가 있는 나지막한 언덕에 주둔지가 있었다. 주둔지와 접해 도로 변에 있는 병원으로 사용할 건물은 텅텅 비어있었다.병원 시설을 돌아보던 최태욱이 한숨을 토했다.“침대 시트도 벗겨 가지고 갔군.”그러자 의료부대장인 헤리언 중령이 나서며 답했다.“백작님, 다른 부대서 사용하던 물건을 세탁하기도 그렇지요. 차라리 우리가 새로 가져온 장비로 깨끗하게 설치하는 것이 편합니다.” 전에 프랑스군에서 운영하던 병원이나 의료 장비를 모두 가지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저 빈 캐비닛이나 책상 그리고 환자가 묶는 침대들만 덩그렇게 놓여 있었다.7/16 쪽

쉬이이!소독차가 동원되어 하얀 연기와 같이 소독약을 부대 전체에 살포하고 있었다. 모두 대청소 시작하기에 무척 바빴다.이미 주둔지 건설 계획이 하달된 상태다. 각 부대의 책임 장교들인 중령들에 의해 부여된 임무별로 병사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 부대가 정리되자 최태욱은 강호철에게 지시했다.“통역장교들과 재래시장으로 가서 항아리를 사서 가져와.”“몇 개 나요?”“20개는 가져 와야지.”“알겠습니다.”부대를 떠나려고 하는 강호철에게 다시 지시했다.“대형 솥도 사오고.”“예? 솥을 사와요?”8/16 쪽

“한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지만 여기는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아이들이 많으니 아이들을 상대로 급식을 직접 해볼 생각이야.”“알겠습니다.”도와줄 대상이야 너무 많지만 일단은 거리에서 구걸하는 어린 아이를 위주로 무료급식을 해볼 생각이다. 공병 부대원들이 빠르게 주둔지 정리를 끝내고 있었다. 보병들도 기본적으로 보초병만 빼고 모두 돕기 때문에 이틀 만에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무료 급식소는 병원 옆에 만들어 두어 병원 환자들의 급식도 같이 준비하는 식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문제는 계획에 없던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다 보니 보급품에 문제가 생겼다.지휘소 건물인 사령관 실에서 최태욱이 세 명의 지휘관들과 대책 회의를 하고 있었다. 부사령관이자 보병 대대장인 드샤프르가 걱정하고 있었다.“사령관님, 부하들이 조금 불안해합니다. 자기들 보급품으로 무료 급식을 한다고요.”“그래요? 걱정하지 말라고 하세요. 내가 직접 무료급식을 위한 식량은 따로 구할 것이니까요.”9/16 쪽

“따로 구하다니요?”“일단 며칠 더 여기서 지내며 부대 주둔지가 완성되면 나는 태국으로 가볼 생각입니다.”“태국요?”“그렇소. 그곳에서 쌀을 사다가 죽을 끓여 먹일 것이니 병사들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요. 물론 내가 태국으로 가 있는 동안 부사령관이 부대원들 단속을 잘하고요.”“넷!”먼저 부사령관에게 이런 당부를 하고 나서 다음에는 공병부대를 담당하는 스테일런 중령에게 지시했다.“우선 너무 많이 파괴된 건물이 있는 주변의 낡은 건물을 철거하고 운동장을 만드세요.”“운동장요?”10/16 쪽

“예, 반드시 축구장 크기의 운동장을 많이 만드세요. 그리고 급식소에 와서 점심을 먹는 애들은 의무적으로 축구를 한 시간씩 해야 된다는 조건을 거세요.”“알겠습니다.”다소 황당한 지시지만 사령관의 명령이니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태국으로 다녀오도록 공병부대는 다른 일은 하지 말고 그 일이나 하세요. 축구장 10개 정도 만들면 아마도 근처에 반파된 집은 거의 사라지고 길도 많이 정리될 겁니다.”“넷!”최태욱은 어차피 버려야하는 시멘트 잔해들을 운동장에 깔아서 재활용하는 식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그 위에 바다 모래를 덮어서 운동장을 만들라는 지시다. 최태욱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했다.“도로를 치우며 그런 식으로 정리하면 운동장의 배수는 아주 잘 될 겁니다.”“그렇겠군요. 아무래도 파쇄기를 보내 달라고 해야 되겠습니다.”11/16 쪽

“그건 이미 내가 보내라고 했으니 보내면 우선 도로부터 정리를 시작하세요.”“알겠습니다.” 최태욱은 일단 평탄한 부지를 만들고 나서 운동장으로 사용해볼 생각이다. 아니면 주변을 더 넓혀 학교를 세우게 해볼 구상도 있었다. 상황 파악이 되고 계속 지원하는 단체가 나오면 그런 곳에 고아원도 지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것도 아니면 공장을 세우는 부지로 활용할 생각이다.아직은 레바논에서 무슨 수익사업을 벌여야 될지 파악하지 못했다. 우선 무료 급식하는 아이들이 노는 장소로 활용하자는 생각이다.세 지휘관들에게 각자의 업무를 부여해 놓고 나자 최태욱은 그들을 내보내고 비서들에게도 당부했다.“한 비서는 현지에서 싸게 매입이 가능한 식물을 이용해 아이들 소화제나 상처에 바르는 고약들은 만들어 한방으로 치료할 준비를 해.”“알겠습니다.”12/16 쪽

“내가 태국으로 가서 코브라 독액부터 구해올 것이니 그때부터 치료약을 만들 생각하고.”“잘 알겠습니다.”최태욱은 다시 민택수에게도 당부했다.“민 비서는 레바논에서 대량 생산되는 물품이나 기타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산업이 있는지 자세하게 조사하고.”“넷!”    “SG 계열사로 운영할 생각은 아니고 투자해서 잘 가동시키게 하고 복지재단 만들어 그곳에 기부해 운영할 생각이니 참고해.”“알겠습니다.”최태욱은 식량 조달을 핑계로 태국으로 가서 라오스에 벌인 광산업 현장을 직접 돌아볼 생각이다. 자신이 벌인 일이라 한 번을 돌아 봐야 하는데 아직 가보지 않아 식량을 핑계로 떠나려는 것이다.13/16 쪽

식량이야 수지 주에게 연락만 하면 충분히 조달할 수 있지만 직접 가야 된다는 식으로 말하고 몸을 일단 빼낼 생각이다.     최태욱은 레바논에서 지내는 동안 중동의 아랍왕국 왕족들과 교분을 쌓아 볼 생각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뭔가 호의적인 행동을 먼저 해볼 생각이다. 그래서 같은 아랍권 나라인 레바논을 도와주며 기회를 노려볼 생각이다. ‘유태인도 돈이 많지만 아랍 왕족도 돈이 많으니 이번 기회에 잘 사귀어 보자고.’ 최태욱이 당분간 지내야 하는 레바논은 북쪽과 동쪽은 시리아 남쪽은 이스라엘과 접하며 서쪽은 지중해에 접해 있다. 또한 1970년 이후 20년이 넘도록 계속된 팔레스타인 및 이슬람교 게릴라들과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투쟁 등으로 전국토가 황폐화되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평화협정은 체결되었으나 여전히 무력을 동원한 다툼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런 곳에 수익 사업으로 장기적인 투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너무 어려운 나라라 조금은 도와줄 생각이라 움직이기로 한 것이다.“강 비서는 여기서 경호원들 단속 잘하고.”14/16 쪽

“넷!”새로 심복으로 변한 양인복을 대동하고 베이루트 공항을 떠나 태국의 방콕으로 향하고 있었다.한편 네덜란드에서는 최태욱의 이런 행보로 인해 피닉스 여왕이 골치를 썩고 있었다.레바논으로 파병나간 평화유지군으로부터 최태욱이 무료 급식을 위해 식량을 구하러 태국으로 떠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소식을 듣자 피닉스 여왕은 기겁했다.“뭐요? 식량 때문에 태국으로 가요?”“예, 우선 급한 대로 부대 보급품으로 급식을 하던 중인데 병사들이 불만이 생기자 식량을 직접 구하러 태국으로 떠났습니다.”보고를 받은 피닉스 여왕은 애가 바싹바싹 타들어 갔다. ‘분명히 식량을 핑계로 태국에서 사업하는 수지 주를 만나러 간 것이 틀림없어.’어째 순순히 위험한 레바논으로 간다 했더니 이런 속심이 있었다고 생각하자 참으로 황당했다. 파병부대 사령관이라는 사람이 부하는 버리고 전혀 엉뚱한 짓을 한다니 기15/16 쪽

가 막혔다.그렇다고 명분은 있이 움직이나 탓할 도리는 없었다.‘레베이카 구상대로 멀리 앤틸리스 제도의 총독으로나 보낼 걸 아무래도 잘못 생각했어.’아무리 생각해도 어리지만 레베이카가 머리는 잘 돌아간다고 판단했다. 레베이카는 앤틸리스의 별장을 최태욱에게 준다고 그곳으로 가 있었다.  16/16 쪽

어.’아무리 생각해도 어리지만 레베이카가 머리는 잘 돌아간다고 판단했다. 레베이카는 앤틸리스의 별장을 최태욱에게 준다고 그곳으로 가 있었다.  16/16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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