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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179화 (179/657)

< --  [농염하고 처절한 생존투쟁]  -- >인간이란 의외로 강한 점도 많지만 때로는 극한 상황에 처하면 너무도 힘없이 무너지기도 한다. 그리고 아주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최태욱의 물음에 스테파니는 답을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내가 나이가 많다면 혹시 나를 버리지 않을까?’스테파니가 나이가 많은 것을 걱정하는 사이 레베이카는 전혀 반대되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내가 너무 어리다고 하면 어쩌면 나를 싫어할 지도 몰라.’자신의 몸이야 이미 성숙한 여인과 같았다. 하지만 나이는 아직 어린 소녀에 속하니 해보는 생각이다. 갑작스러운 물음으로 인해 생사의 갈림 길이라는 어떤 두려움이 밀려오자 두 여자는 거의 동시에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그저 흘리듯이 물어도 답을 안 하자 최태욱은 짜증이 나서 혼자 중얼거렸다.“여자 나이는 물어보면 실례라는 건가?”회1/15 쪽

하긴 이런 상황에 여자의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빈 깡통으로 팩을 만들던 작업만 계속하고 있었다.깡! 깡!힘차게 두드리다가 보니 좁은 공간이지만 그래도 운동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오른손과 왼손을 교대로 사용하며 팩을 만들고 있었다.이윽고 시계를 보니 밤 10시가 되자 최태욱은 모포를 덮고 눈을 감았다. 두 여자를 상대하기도 싫고 오만해 보이니 그저 자신이 할 일만 하자는 생각이다.그래서 혼자 투덜거렸다.“에이, 써먹을 곳은 하나도 없는 여자들이야.”다음날 일찍 일어난 최태욱은 다시 한 번 입구로 나가 밖을 살폈다. 50미터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곳에 쌓인 눈이 완전히 허방이었다.“헉! 로프 타고 아래로 내려가기는 틀렸어.”밤사이 바람 때문에 항공기의 작은 잔해가 아래로 떨어지며 눈 위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50미터 아래에 눈이 허술하게 쌓여 있고 절벽의 높이는 더 높다는 것이 짐작되었다.2/15 쪽

‘내려가면 눈에 빠져 죽겠군.’최태욱은 다시 통조림을 따서 먹다가 반쯤 남겨 슬며시 여자들에게 밀쳐주었다. 그러자 두 여자는 급하게 통조림을 받아 들고 사이좋게 나누어 먹고 있었다. 아직은 음식을 놓고 심하게 다투는 정도는 아니나 어제 보다 변하고 있었다.빈 깡통을 이용해 정확하게 반으로 나누고 있었다.‘드디어 양보가 없어지는군.’어제는 서로 더 먹으라고 권하더니 그게 어느새 사라져 버린 것이다. 최태욱은 여자들이 그런 행동을 보이던 말든 빈 깡통으로 팩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그저 행여나 구조대가 와서 깡통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구해주기를 기다리는 마음뿐이다.아무 하는 일도 없이 식량만 축내는 여자들을 보며 한숨을 토하며 중얼거렸다.“그냥 밖으로 던져 버릴 수도 없고·······.”최태욱은 팩 만드는 작업을 하다가 지루하면 그런 말 이외에 다른 말도 토했다.“저것들을 나중에 잡아먹어야 되나?”3/15 쪽

속절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해보는 불평이다. 살아 나갈 길은 안보이니 나오는 것을 그저 끔찍한 불평만 연달아 토하고 있었다.  그렇게 또 지루한 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도 똑 같은 일과는 지속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세 사람의 단조로운 생활은 계속되었다. 이들이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멀리 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수색작업이 한창이다.반경 1킬로미터 정도에 널리 퍼져 있는 눈 더미를 헤집고 있었다.웅성웅성.수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었다. 많은 수색견이 유해나 잔해 찾기 작업에 동원되고 있었다. 처참하게 찢겨진 유해들이 속속 발견이 되거나 유품들이 발견되고 있었다.컹! 컹!“여기 뭐가 있어요.”팔 한 짝이 떨어져 나와 있고 불에 타다 만 손가락에 보석 반지가 보였다. 그러자 수색하던 대원이 반지를 자세하게 살피고 나서 크게 외쳤다.4/15 쪽

“왕자님의 반지가 있네요.”“그럼, 왕자님은 결국 사망한 것이 확실하군.”드디어 블랙박스가 발견되고 사고 원인은 조금씩 밝혀지고 있었다.“이건 화물칸 부품입니다. 여기에서 화약 성분이 나왔습니다.”“그렇다면 폭탄테러가 확실하군.”“그렇게 추측 됩니다. 블랙박스가 발견되었으니 정확한 것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몽블랑 산은 기류가 일정치 않아 항공기 사고가 많이 나는 곳이다. 그래서 난기류 인해 추락한 것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이번 항공기 추락 사고는 폭탄에 의한 테러다.그로 인해 미국의 보잉사에서 나온 관계자들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표정이다. ‘후유. 불행 중 다행이야.’ 폭탄 테러가 아니고 난기류에 의해 추락했다면 보잉747기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 그리 되면 자신들의 항공기 판매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이런 생5/15 쪽

각을 하는 것이다.그래도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했다.“더 확실한 증거가 나오도록 금속 탐지기를 더 동원해 찾아 봐.”“넷!”많은 눈을 헤치는 수색 작업은 연일 계속되고 있었다. 부서진 잔해가 모아질수록 점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잔해 더미에서 폭발물이 터지면서 생긴 흔적을 지닌 부품들을 많이 찾아낸 것이다. 단순한 사고가 아니고 폭탄에 의한 테러라는 사실이 확실하게 밝혀지자 프랑스 경찰은 무척 바쁘게 되었다.“도대체 어떤 놈들인가?”“수사를 해봐야죠.”파리 공항의 모든 자료가 수집되었다. 폭발물을 항공기에 넣은 범인 추적에 나서고 있었다. 대대적으로 테러범에 대한 수사가 벌어지는 가운데 잔해나 유해를 찾는 수색 작업을 계속되고 있었다.6/15 쪽

벌써 추락사고가 난지 일주일이 지나고 있었다. 워낙 많은 사람이 동원되어 방대한 양의 눈 더미를 마치 채로 치듯이 조사했다. 대부분의 잔해나 유해들은 찾게 되었다.  하지만 어디에고 마지막으로 구했다는 두 여자의 자취는 없었다. 그녀들이 입었다는 빨간 드레스는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최태욱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고 있었다.강호철은 수색 작업을 끝내려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사정했다.“회장님을 찾을 때까지 수색을 중단하면 안 됩니다.”“우리도 찾고 싶지만 어쩔 수 없어요. 이제 수색대원들의 수를 줄이는 수밖에 없어요.”강호철은 하는 수 없이 경호원들과 같이 별도로 수색 팀을 구성했다. 계속 이곳에 머물며 찾아보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베네룩스 3국에서는 모두 20명씩의 수색 팀을 남겨 수색을 계속하기 때문에 100명이 수색을 계속하고 있었다.애타게 자신들을 전혀 엉뚱한 곳에서 찾는지 모르는 최태욱은 오늘도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좁은 공간에서 노력을 하고 있었다.  절벽의 좁은 공간에서는 오늘도 규칙적인 쇳소리가 들이고 있었다.7/15 쪽

깡! 깡!시간이 지날수록 보유한 통조림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구조의 손길은 없게 되자 최태욱은 더욱 강인하며 냉혹하게 변하고 있었다. 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결국 식량이 없어 굶어 죽을 판이다. 더 이상 구조대의 손길이 다가오기를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이제 움직이자고.’조심스럽게 자신이 만든 팩을 들고 입구로 나오고 있었다. 매일 몇 번을 살핀 상태라 팩을 박을 장소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팍! 팍!30미터 로프를 몸에 묵고 팩을 박아 최소한의 안전장치하고 서서히 절벽을 타고 팩을 박으며 이동했다. 그리고 10개의 팩을 박아 손쉽게 테라스 형태인 공지에 도착했다.“휴우! 겨우 여기로 오기 왔군.”최태욱은 항공기 잔해인 전선줄이나 기타 구명정의 부품들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고 8/15 쪽

서둘러 뭔가 준비하고 있었다. 그가 준비하는 것은 페어글라이드를 만들 생각이다.행글라이더를 만들어 탈출할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골조로 사용할 재료가 없으니 낙하산 형태의 페어글라이드를 만들어 날아서 탈출할 생각을 했다.그것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최대한 모으고 있었다. 일단 좁은 공간에서 할 작업은 따로 하기로 하고 이곳에서 작업할 것만 챙기고 있었다.이런 준비를 하다가 최태욱은 저녁이 되자 다시 좁은 바위틈으로 돌아왔다. 나오는 것이 한숨뿐이라 혼자서 중얼거렸다.  “휴우! 도저히 세 명이 동시에 탈출하기가 쉽지 않겠어.”시간이 점점 흐르고 살길이 점점 희박해 보이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이런 소리를 들은 여자들은 또 다시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어마, 드디어 누군가 포기할 모양이야.’        두 여자는 상황은 다르지만 조금은 비정상인 사고력으로 변하고 있었다. 너무 죽음이 두렵다보니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것을 제공하더라도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이 솔솔 피워 오르고 있었다.9/15 쪽

그래서 그런지 전에 나이를 물은 것이 생각난 레베이카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저, 나이가 15살인데요.”“그래? 대답을 일찍도 하는군.”레베이카는 처음에는 나이를 서너 살 올려서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쩌면 나이를 속인 것이 오히려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속설인지 뭔지는 잘 모르지만 남자란 어린 여자를 좋아 한다니 진실을 말하기로 결정해 정확하게 나이를 말했다.그러나 최태욱의 응수나 반응은 별로다. 그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전생에서 합의라도 어린 여자 건들면 그냥 평생 전자 팔찌 끼고 산다는 법이 너무 강하게 뇌리에 박혀서다.‘공연히 감옥 갈 이유는 없다고.’레베이카가 먼저 이렇게 나이가 적다고 답하며 선수를 치자 질 수 없는 입장인 스테파니는 또 달리 생각했다.‘나이가 많은 여자가 써먹을 것이 많지. 어린 여자 써먹으려면 투자에 오랜 시간이 걸10/15 쪽

리니 나이 많은 여자를 써먹으려고 할지도 몰라.’그렇다고 자신이 무슨 중늙은이 수준인 나이는 아니다. 아직 남자를 전혀 모르고 지내던 숫처녀로 사는 젊은 나이다. 다만 최태욱의 나이에 비해 조금 많다는 것뿐이다. 나이가 많다 뿐이지 어린 조카에게 꿀릴 것이 하나도 없었다. 더구나 배움도 많으니 유용하게 써먹을 부분이 많은 몸이다. “저는 33살입니다.”“아, 그래. 한창 좋은 삼삼한 나이군.”“어머, 고마워요.”본시 박동훈 교주에게 배운 대화 방법으로 위급한 처지에 이런 식으로 가벼운 농담을 해서 기분을 풀어 보려고 던지는 말이다. 최태욱은 두 여자의 나이를 듣고 나자 나이 차이가 모두 자기와 9살 차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자신은 1월이면 만 24살이 되니 모두 위아래로 9살씩 차이가 나고 있었다.“18년이군.”11/15 쪽

말을 토하고 보니 조금 어감이 이상하기는 했다. 하지만 한국말로 토한 소리라 별 상관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웬 걸 두 여자의 얼굴이 벌게지고 있었다.‘아차, 이 여자들이 한국어를 알지.’별 생각 없이 자기가 한국어로 간단하게 혼자 말을 해도 알아듣고 있었다는 생각이 그제야 떠올랐다. 문뜩 두 여자를 보고 중얼거린 말들은 많았다.‘나중에 잡아먹어?’ ‘그냥 밖으로 던져버려.’대충 이런 말을 식량이 줄어드는 것을 보며 한국어로 자주 토하며 투덜거렸다. 그때마다 두 여자가 몸을 덜덜 떨던 모습이 떠올랐다. 베네룩스 3국에는 아니 유럽에서는 최태욱으로 인해 한국어 배우기가 한창 유행이다. 그러니 조금은 간단한 용어는 두 여자 모두 알아듣고 있었다. 조금은 요상한 멘트를 날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설마 그런 속어를 알아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저 통조림을 따서 먹다가 불쑥 스테파니 앞으로 디밀었다.“먹고 힘내 보라고.” 12/15 쪽

그저 ‘나이 먹은 여자가 참 고생이 많구나?’ 해서 던지는 가벼운 멘트다.두 여자는 통조림 먹은 순서도 조금 변했다. 최태욱이 남은 통조림을 넘겨주면 누굴 주냐에 따라 그 사람이 모두 먹기로 밀약했다. 너무 양이 적어졌기 때문이다.최태욱이 두 여자에게 나누어 주는 통조림의 양을 줄인 이유는 식량 절약도 있지만 두 여자의 체중이 줄어드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그래야 페어글라이드를 타고 쉽게 하늘로 날아오르기 쉽다고 판단했다. 또한 공지로 힘들게 오가며 하는 탈출 준비 작업을 자신이 체력 유지해 계속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최태욱은 그런 속심이 있지만 그런 내용을 전혀 모르는 두 여자 입장에서는 전혀 달랐다. 스테파니는 자기를 지목했다고 유리한 쪽으로 판단했다.‘결국 나를 살리기로 결정한 거야.’사람이란 극한 상황으로 처하면 요상하게 변하는 것이 자주 일어난다. 그리고 그런 행동은 심한 공포감이나 또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면 나타나는 현상이다. 스테파니나 레베이카도 너무 절박한 상황이고 선택을 당해야 하는 입장으로 처해 있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도 모르게 아주 이상하게 정신이 변했다.13/15 쪽

자신이 살도록 선택이 되었다고 판단한 스테파니는 통조림을 급하게 혼자 먹었다.‘먹고 힘내라니 먹고 힘을 써야 해.’ 이제 뭐를 줘도 아까울 처지가 아니라 각오 단단히 했다. 그런 마음이라 제일 안쪽에 들어가 눈 녹은 물로 세면하고 그래도 뭔가 준비하고 있었다.철퍽! 철퍽!조심스럽게 아래를 차가운 물로 닦고 있었다. 속옷을 갈아입은 지 너무 오래되어 이상하게 오징어 썩은 냄새가 나니 그것은 제거해야 된다고 판단했다. 선택 되었지만 조금만 틀어지면 절벽 밖으로 내던져 질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생각도 들었다. 사람이란 무심히 던지는 말이 진심이라고 판단하니 더욱 그렇다.‘이제 와서 죽을 수는 없다고.’어떤 식으로 하던 그저 살아나고 싶었다. 죽기에는 너무 억울한 젊은 나이다.더구나 상대가 괴물도 아니고 유럽 여자들이 다들 은근히 뭔가를 바라는 그런 멋진 남자다. 어쩌면 이것은 자신에게 돌아온 튼 행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4/15 쪽

‘그래, 이건 모두 우릴 맺어주려는 하나님이 정해준 운명이야.’ 이미 약간 요상하게 변한 스테파니는 최태욱의 모든 행동을 좋게 보고 있었다. 또한 무조건 맹종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이런 기이한 현상을 흔히 스톡홀름 신드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상황은 전혀 다르지만 어찌 보면 비슷한 점도 있었다. 현재 외부의 도움을 전혀 기대하기가 어렵다. 오직 자신들을 구해줄 사람이 최태욱 한 사람 뿐이라는 것을 알자 일어난 현상이다. 15/15 쪽

물론 상황은 전혀 다르지만 어찌 보면 비슷한 점도 있었다. 현재 외부의 도움을 전혀 기대하기가 어렵다. 오직 자신들을 구해줄 사람이 최태욱 한 사람 뿐이라는 것을 알자 일어난 현상이다. 회15/15 쪽

물론 상황은 전혀 다르지만 어찌 보면 비슷한 점도 있었다. 현재 외부의 도움을 전혀 기대하기가 어렵다. 오직 자신들을 구해줄 사람이 최태욱 한 사람 뿐이라는 것을 알자 일어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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