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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175화 (175/657)
  • < --  [몽블랑의 참사]  -- >부하들이 식사를 모두 끝내고 나자 최태욱은 조용히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나는 구조하러 가야겠다. 가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여기 남아.”“예? 가고 싶지 않으면 남으라고요?”“그래, 내가 같다고 따라 갈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각자 신중하게 생각해서 결정해.”죽을지 모르는 곳으로 간다며 경호원들에게 이렇게 말하니 다들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뒤로 빠지면 앞으로 경호원 생활은 그만 두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따라 간다고 하기에는 너무 무모한 행동이 분명했다.강호철은 우거지상을 지었다. 이곳이 빙벽 등반하기 좋다고 권했던 부하를 보며 인상을 쓰고 있었다. 표정은 다 네가 저지른 일이라는 의미다.쉽게 답하지 못하는 부하들을 보며 최태욱은 속으로 생각했다.‘에이, 믿을 놈들 없군.’회1/16 쪽

    사실 경호원들은 무술만 뛰어나고 전에 특전부대나 해병대에서 특수한 임무를 담당하던 경력을 위주로 뽑았다.강호철을 제외하고는 태인교 교인들도 아니니 과도한 충성심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사람들이다. 강호철이 양성하는 경호원 후보들은 아직 군에서 복무하고 있었다.최태욱은 조용히 강호철에게 말했다.“너도 안가고 싶어?”“아뇨. 가고 싶고 안가고 싶고 가 있나요. 회장님이 가신다면 저야 당연히 따라 가야죠.”“알았어.”결국 지은 죄가 있는 부하 녀석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저도 가겠습니다. 그쪽 지리를 제가 아니 가야죠.”“추락 지점의 지리를 알아?”“예, 대학 시절에 한번 갔던 곳입니다.”2/16 쪽

    먼저 같이 간다고 나서는 부하가 나오자 그제야 다들 따라 가겠다고 나서게 되었다. 그러나 억지로 끌고 갈 생각이 전혀 없는 최태욱은 부하들에게 지시했다.“아무리 봐도 산사태 위험 때문에 우리가 있는 여기까지만 구조헬기가 올 수 있으니 몇 명은 여기 남아서 기다려. 무전기는 우리가 가지고 갈수 없으니 여기서 통신하고.”일단 야영하던 곳을 구조본부인 베이스캠프로 정했다.“여긴 베이스캠프인 타이거 원으로 교신하고 투와 스리로 교신해.”“넷.” 최태욱은 휴대용 무전기 두 대만 가지고 떠나기로 했다. 등에 짊어져야 하는 무전기는 이곳에 놓고 가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두 개의 텐트만 철거했다.7명의 일행 중에 최태욱, 강호철, 양인복, 유한호는 떠나고 3명은 남았다.“남은 사람은 구조대와 자주 교신하고.”“넷! 저희는 여기서 기다리다 산악구조대가 도착하면 같이 가겠습니다.”3/16 쪽

    “그렇게 해.”어차피 비상식량도 여유가 없으니 모두 구조에 나서기는 힘들다. 더구나 장비도 부족해 같이 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였다. 일단 장비들은 모두 챙기고 식량도 약간만 남기고 모두 챙겨 최태욱은 떠나게 되었다.여전히 눈이 내리는 어둠을 뚫고 최태욱은 선두에 나서서 이동하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새벽에 꿈에서 보이던 악몽들이 머리에 남아 있었다.‘살려달라고 애원하던데. 몇 명이나 살아남았는지 모르겠군.’구조 신호를 보낸 남자가 있었으니 최대한 빨리 추락 지점으로 가서 구조하기로 결정했다. 최태욱은 마치 홀린 사람처럼 바쁘게 가고 있었다.“헉! 헉!”체력이 뛰어난 최태욱이야 그런대로 눈길을 헤치며 쉽게 가고 있었다. 하지만 뒤따라오는 부하들은 다들 버거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두 시간 정도 이동을 하자 그제야 날이 밝아오고 내리던 눈도 멈추었다. 시야가 확보4/16 쪽

    되어 좋기는 하지만 이제부터는 경사가 급한 바위산을 올라야 하는 난코스가 시작되고 있었다.최태욱은 바쁘게 가던 걸음을 멈추고 지시했다.“교신해봐!”“넷!”무전 교신을 해보니 이제야 구조헬기가 출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아마 추락 장소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눈 때문에 다소 늦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추락되어 추위에 견뎌야 하는 조난자들로는 1-2시간의 차이는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시간이다.최태욱은 잠시 쉬며 지도를 살폈다. 앞으로 가야할 코스를 머릿속에 익히고 있었다. 가파른 산을 오르고 나면 빙벽으로 이루어진 30미터 정도를 내려가야 하는 골짜기가 추락 예상 지점이다.“완전 호구와 같은 곳에 추락했어.”“그렇습니다. 그곳은 눈사태가 많은 곳입니다. 사실 우리가 가진 장비로는 조난자를 구조하기는 정말 어려운 곳이죠.”5/16 쪽

    “로프는 충분하지?”“예, 50미터 로프가 4개니 충분합니다.”최태욱은 다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경사가 가파르고 위험해 로프를 이용해 서로의 몸을 연결하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이동하고 있었다.드디어 12시가 되어 추락 지점이 보이는 산등성이에 도착했다.최태욱은 골짜기에 추락된 항공기의 잔해를 보고 놀랐다.“헉! 완전히 불바다군.”보잉747 항공기는 프랑스의 에어프랑스 항공사 소속이다. 날개는 모두 부려져 있고 동체도 여러 토막으로 파괴된 상태다. 폭발이 있어서 그런지 시커먼 잔해가 사방으로 널려 있었다.추락과 동시에 눈사태가 나는 바람에 불은 꺼진 것으로 보였다. 동체 잔해는 눈 속에 반쯤 파묻힌 것도 있었다. 접근하려면 직각인 50미터의 빙벽을 내려가야 한다.하지만 그런 높이라면 생존자를 발견한다고 해도 끌어 올릴 수는 없었다. 최태욱은 양인복에게 지시했다. 6/16 쪽

    “낮게 접근이 가능 한 곳은 없나?”“조금 위험하지만 다른 코스가 있습니다.”양인복이 선두로 나서 사람 두 명이 겨우 지나는 100미터 높이의 절벽에 난 좁은 틈으로 향했다. 자칫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바로 추락사하게 생긴 위험한 길이다. 로프를 길게 연결하는 방법으로 통과했다. 좁은 통로를 지나 20미터 높이의 절벽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사방 20미터 정도의 다소 평탄한 자리가 있었다.“여기다 텐트를 쳐.”“넷!”두 명의 부하들이 두 개의 텐트를 급하게 치는 동안 강호철은 무전으로 연락했다. 감이 조금 낮았지만 베이스캠프 격인 야영지에 남은 부하들과 교신은 가능했다.“여긴 타이거 투! 원! 응답하라!”“타이거 투! 잘 들린다.”7/16 쪽

    “구조헬기는 도착했나?”“구조대가 도착했다. 지금 구조 장비를 가지고 그쪽을 향해 1진 20명이 출발했다.”결국 구조대가 도착하자 무전 교신의 호출은 약간 변경했다. 베이스캠프는 이제 타이거 제로로 정해 산악구조본부가 사용하기로 했다. 남아 있던 부하들은 비탈진 산으로 오르는 근처까지 이동하기로 했다.지형으로 보나 항공기에 접근해 사람을 구조해도 20미터 절벽위로 끌어 올려 운반해야 되니 내려갈 사람을 결정해야 됐다.“강 비서, 이렇게 하자. 내가 혼자 내려갈 것이니 너희들 세 명이 위에서 끌어올려.”“아닙니다. 제가 내려가죠.”“아니야, 보아하니 잔해를 치우며 구해야 할 것 같아. 그러니 힘이 좋은 내가 내려가는 것이 지금으로는 최선이야.”서로 옥신 간신 의견이 엇갈리다가 결국 최태욱이 내려가기로 결정되었다.‘내가 내려가서 잔해를 치우다 파이프 등을 찾으면 올려 보낼 것이니 안전한 이동 통8/16 쪽

    로도 만들고.’“넷!”“텐트도 보강해. 혹시 산사태가 날지 모르니까.”“알겠습니다.”로프를 바위에 고정하고 최태욱은 20미터 빙벽을 점프하는 방법으로 두 번 만에 아주 쉽게 내려갔다. 다른 사람 같으면 빙벽 타기로 내려가야 하는 난코스를 아주 쉽게 내려가자 양인복은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대장님, 회장님은 너무 쉽게 사시네요.”“뭐야? 이게 쉽게 사는 거냐? 죽는 자리 찾아다니며 어렵게 사는 거지.”“제 이야기는 그게 아니라········. 저 같으면 한 시간을 족히 걸려 내려가야 하는 난코스를 너무 쉽게 내려가니 그렇죠.”이들이 이런 대화를 나누며 최태욱의 움직임을 조심스럽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의 맨몸으로 내려간 최태욱은 급하게 뭔가 챙기고 있었다. 이곳저곳에 처참한 시신들이 9/16 쪽

    보이고 있었다. 꿈에서 목격한 아이가 불타 죽은 모습에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끔찍한 모습이지만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이 없었다. 최태욱은 잔해 더미를 뒤적이고 있었다. 절벽 위에서 잔해를 뒤적이는 최태욱을 내려다보며 강호철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뭐하시는 거지? 폐물이라도 챙기나?”최태욱은 맨몸으로 내려와 제일 먼저 부서진 잔해를 살피며 생존자를 찾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우선 자신이 사용 가능한 물건들부터 챙기고 있었다. 잔해를 뒤져 물건을 챙기며 투덜거렸다.“썩을! 내가 거지도 아니고 완전히 현지 조달이네.”두리번거리고 돌아다니던 최태욱은 드디어 자신에게 필요한 등산장비를 찾아냈다.“됐어. 이제 최소한 내가 살 장비는 생겼군.”온전한 상태의 배낭을 찾아내서 등에 짊어지고 본격적으로 수색에 나섰다. 그리고 대부분 산산이 부서진 잔해와는 달리 항공기의 앞부분이 온전하게 남아 눈 속에 파묻힌 것을 보고 급하게 그곳으로 가서 조사했다.10/16 쪽

    “생존자가 있다!” 무전 교신은 부조종사가 마지막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머리에 피를 흘린 부조종사는 이미 죽어 있었다.“으으윽!”이곳저곳에서 신음소리를 내자 급하게 다가가 살펴보았다. 운 좋게 앞에 탄 승객들이 많이 살아남았다. 최태욱은 급하게 구급상자를 찾아 응급처치를 했다. 사람들을 등에 업고 절벽 아래로 날라 왔다. 잔해를 이용해 들것처럼 만들어 생존자를 눕히고 위로 올리는 작업을 했다.“빨리 잡아 당겨. 내가 올려준 파이프를 고정해서 거기에 로프를 걸고 잡아당겨.”“넷!”아직 산악 구조대가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다. 그러니 절벽 위에 있는 부하들이 생존자를 보호해야 된다. 더구나 밤이 되면 추위로 견디기 힘들다. 현지에 남아 있는 잔해 중에서 보온에 필요한 담요들을 챙겨 올려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구해온 사람이 많아지자 강호철에 최태욱을 향해 소리쳤다.11/16 쪽

    “회장님, 음식도 찾아보세요.”“알았어!”  바쁘게 잔해들을 뒤지며 생존자도 찾고 필요한 물건도 나르다 보니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다행이 담요도 충분히 위로 올려 보내고 구급약도 찾아 올려 보냈다.다행이도 기내에서 승객에게 주던 음식도 찾아 위로 올려 보냈다. 그러는 와중에 생존자들을 찾아 절벽 위로 올려 보내게 되어 20명을 구하게 되었다.  “헉! 헉!”아래서 필요한 물건이나 생존자를 나르는 최태욱도 힘들지만 위에서 맨손으로 끌어 올려야 하는 세 명도 기진맥진하고 있었다.너무 힘이 드니 강호철에 아래로 소리를 질렀다.“회장님, 혹시 도르래 있나 찾아보세요.”“알았어.”혼자서 힘들게 구조작업을 하는 중에 자신들 편하자고 도르래를 찾으니 다소 어이는 12/16 쪽

    없었다.“저게 나중에는 별것을 다 찾네.” 괘씸한 생각도 들지만 다 살자고 하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이해되었다. 최태욱은 잔해 더미를 뒤져 도르래로 써먹을 물건을 찾았다. 기내식을 나르는 커터의 바퀴의 고무를 제거하니 훌륭한 도르래 역할이 가능했다.도르래 장치와 같이 사용되자 이제 두 명이 끌어 올려도 충분했다. 양인복은 본격적으로 생존자들을 이동할 통로를 보강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깡! 깡!단단한 암벽에 팩을 박고 있었다.저녁이면 도착한다는 산악구조대는 작은 산사태를 만나 내일 아침에 도착한다니 모든 작업은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최태욱이 올려 보낸 항공기의 잔해를 이용해 부지런히 동로를 보강해 이제 구조대가 오면 생존자를 빨리 이동시킬 통로는 개설되었다.  “대장님, 우선 통로는 확보 되었습니다.”13/16 쪽

    “수고 했어. 이제 좀 쉬지.”“넷!” 이미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더 이상 어두운 밤에 위험한 작업을 더 할 수 없었다. 일단 생존자는 모두 구한 것 같았다. 세 명의 경호원들은 이제 5개로 늘어난 급조해 만든 텐트를 오가며 생존자들을 돌보고 있었다.의식이 돌아온 한 남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우릴 구한 사람이 혹시 타이거 백작이 아닙니까?”“예! 맞습니다.”그러자 남자는 전혀 엉뚱한 소리를 했다.“타이거 백작이 설인 후손이 맞는 모양이군요. 눈 속을 쉽게 다니는 것을 보니.”강호철은 이런 소리에 다소 어이가 없어 그저 싱겁게 답했다.“그런 이상한 소리는 그만 두고 정신이 들었으면 다른 생존자를 같이 돌봅시다.”14/16 쪽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르는 사람도 있으니 붕대를 새로 감아 줘야하니 세 사람의 손길로는 너무 힘이 들었다.“저도 돕죠.” 생존자 중에 그래도 가벼운 상처를 입고 온전하게 살아남은 사람들이 하나둘 몸을 일으켜 같이 돌보게 되었다. 아래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최태욱은 어두운 가운데에도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추락한 항공기의 잔해 주변만 살피다가 수색 범위를 넓이고 있었다.하지만 완전히 어둠이 깔리자 더는 수색하지 못하게 되었다.‘내일 더 찾아 봐야겠어.’ 조종석이 있는 앞부분으로 이동해 안으로 들어가 잠자리를 만들었다. 사람을 구할 욕심으로 너무 힘들게 구조작업을 해 매우 피곤해 누어있었다.잠들기 전에 최태욱은 강호철과 교신을 했다.“나 이제 죽으니 다음에 보자.”“넷!”15/16 쪽

    교신을 끝내고 최태욱은 조용히 누워 있었다. 바람소리만 들리는 가운데 최태욱은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귀신이 들린 듯이 배낭을 짊어지고 모포를 서너 장 들고 이동하고 있었다.바람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귀신이 우는 소리와 같은 흐느낌이 들려서다.‘이게 무슨 소리지?’16/16 쪽

    바람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귀신이 우는 소리와 같은 흐느낌이 들려서다.‘이게 무슨 소리지?’16/16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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