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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174화 (174/657)
  • < --  [몽블랑의 참사]  -- >하얀 산······. 몽블랑은 눈이 많아 사람들은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최태욱은 프랑스의 샤모니몽블랑에 도착해 스키장 옆의 작은 여관에 투숙했다.규모가 작은 여관이라 그런지 주인여자는 매우 친절했다.“어머, 영광입니다. 타이거 최가 우리 집을 다 오고.”“며칠 조용하게 지낼 거니 잘 부탁합니다.”다소 풍만한 몸집의 50대인 주인 여자는 최태욱을 알아보고 매우 반겼다.이곳 몽블랑 산은 본래 눈이 많은 지역이다. 더구나 유럽으로 불어온 찬 공기로 인해 유난히 눈이 더 많이 내려 주변은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최태욱은 여관 근처의 작은 스키장에서 부하들과 같이 스키를 타고 있었다. 며칠간 계속된 연습으로 인해 이제 어느 정도 탈 정도가 되었다.같이 스키를 연습하던 강호철이 최태욱을 보며 말했다.“회장님, 이제 스키를 잘 타시네요. 저는 아직도 멀었는데.”회1/17 쪽

    “잘 타긴·······. 겨우 넘어지지 않고 내려오는 정도야.”운동신경이 특별하게 발달한 몸이고 배짱까지 두둑한 최태욱은 아무래도 다른 사람보다는 빠르게 스키를 배우고 있었다.이들이 스키를 즐기는 장소는 큰 스키장이 아니다. 그저 커다란 목장을 간이 스키장으로 사용하는 눈썰매장과 같은 곳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큰 스키장을 피한 것은 조용한 곳에서 지내고 싶어서다.이곳은 주변에 초지를 이루는 방목장들이 많았다. 최태욱은 골짜기 마다 작은 촌락을 이루는 이곳이 마음에 들어 부하들과 같이 계속 머물고 있었다.스키를 어느 정도 배우고 나자 최태욱은 다른 운동을 배우기로 결정했다.최태욱은 전에 대학에서 등산동아리에 속해 활동하던 부하를 보며 조용히 물었다.“빙벽 등반이 재미있다고?”“예, 근처에 좋은 빙벽이 있으니 가서 배우시면 좋을 겁니다.”“그래? 그럼 가보자고.”최태욱은 스키를 어느 정도 타자 빙벽 등반을 연습하기로 했다. 등산 장비가 들어 있는 배낭을 메고 가끔 근처에 있는 절벽으로 가고 있었다.2/17 쪽

    20미터 높이의 절벽에 단단하게 얼어 있는 폭포인 빙벽이 있었다. 최태욱은 이곳에 도착하자 장비를 챙기고 빙벽을 타기 시작했다.팍! 팍!두 개의 피켈로 단단한 얼음을 찍어가며 연습에 몰두했다. 빙벽등반용 아이젠을 찬 발을 이용해 천천히 위로 오르고 있었다. 외줄로 몸을 유지하며 점점 빠르게 오르고 있었다.때로는 실수해 외줄에 대롱대롱 매달리기도 했다.“휴우! 쉽지는 않군. 이것도 요령과 기술이 많이 필요해.”아래에서 로프를 잡아 주는 강호철은 약간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빙벽을 타는 최태욱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 조금 위험해 보이자 옆에 있는 부하를 마무랐다.“야! 너는 왜 빙벽 등반이 재미있다고 말해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하냐?”“죄송합니다. 제가 본래 빙벽등반을 좋아하다 보니.”“앞으로 뭘 생각하고 말해.”3/17 쪽

    “알겠습니다.”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했다고 하지만 암벽등반이나 빙벽등반은 아주 위험한 스포츠다. 그러니 최태욱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강호철은 위험한 운동을 하는 지금 상황이 별로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조금 익숙해진 스키나 타기 위해 큰 스키장으로 가서 휴가를 즐겼으면 했다. 물론 큰 스키장으로 가면 경호원인 자신들이 할 일이 많아지기는 하겠지만 테러의 위험만 없다면 편하게 지내다 돌아갈 수 있었다.이윽고 최태욱이 20미터 빙벽을 타고 로프를 이용해 점프하는 식으로 쉽게 아래로 내려왔다. “생각보다 재미는 있군.”최태욱은 새로운 스포츠를 배웠다는 것이 기분이 좋은지 이렇게 말하고 강호철이 들고 있는 홍삼차를 마시고 있었다. 최태욱은 좋은지 모르지만 강호철은 죽을 맛이다.‘하나도 재미가 없군.’  큰 스키장으로 가면 수많은 유럽 여자들과 만나 뭔가 좋은 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4/17 쪽

    하지만 이건 영 아닌 곳에서 시간만 소모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새로운 스포츠에 잔뜩 재미가 들린 최태욱은 눈만 뜨면 빙벽을 하루 종일 타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최태욱은 보며 강호철은 여전히 부하만 나무라고 있었다.“인마, 너 때문에 목에 디스크 걸리겠어.”“죄송합니다. 저는 그저 한 두 번 하고 끝낼 줄 알았죠.”“인마, 회장님 성품 몰라서 그래? 너 때문에 좋은 휴가 다 망쳤다.”여전히 빙벽을 오르는 최태욱을 계속 올려다보다가 보니 목이 결려서 토하는 불평이다.  이들이 이곳으로 온지 어느새 20여일이 지나고 있었다. 며칠 스키를 배우고 나서 이후로는 계속 빙벽 타는 연습만 하고 있었다. 얼마 있으면 크리스마스가 돌아오니 이들이 지내는 마을 곳곳에는 트리가 많이 보이고 있었다. 빙벽을 등반하는 기술이 조금 익숙해지자 최태욱이 부하에게 물었다.“몽블랑 산에서 우리가 갈만한 곳이 있다고?”5/17 쪽

    “예, 빙벽이 많은 곳이 있습니다.”“그쪽은 이탈리아잖아?”“우리 비자면 국경을 넘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알았어. 그리 가자고.”최태욱은 이제 계속해서 같은 빙벽을 타다가 보니 약간 실증이 나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모두 7명인 일행은 장비들을 챙겨 겨울산행을 겸해 빙벽을 타기 위해 샤모니몽블랑을 떠나고 있었다.몽블랑 산은 서쪽인 프랑스 방향은 경사가 완만하고 동쪽인 이탈리아는 경사도가 급했다.이탈리아 국경초소에서 신고를 하고 최태욱 일행은 겨울 산행을 떠나고 있었다. 이윽고 작은 마을에 도착하자 다시 산을 오르고 있었다.“헉! 헉!”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산길을 가다가 보니 다들 급하게 숨을 토하고 있었다.6/17 쪽

    이들이 가는 산행 코스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가 아니다. 산세가 너무 험악하고 도로 사정도 좋지 않았다. 아직은 관광객이나 등반가들이 별로 찾지 않는 오지다. “수고하십니다.”“예, 눈이 많으니 조심하세요.”산에 오르는 도중에 간간히 전문 산악인들이 오가면 인사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었다.이틀이나 걸려 산을 오르고 나자 정상이 훤하게 보이는 8부 능선까지 도착했다. 이제는 주변에 전문산악인 팀도 하나도 보이지 않고 최태욱 일행만 산행을 하고 있었다.“여기서 야영하자.”“넷!”눈사태 위험이 없어 보이는 안전하게 생긴 개활지에 텐트를 치고 야영하고 있었다. 부하들이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강호철은 무전기와 라디오를 작동시키며 기상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7/17 쪽

    “회장님, 날씨가 너무 좋지 않다고 하네요.”“그래? 언제부터?”“내일 아침에 또 폭설이 내린다고 합니다.”상세한 지도야 가지고 있지만 지리를 잘 모르는 곳이다. 처음 오는 장소에서 폭설이라도 만나면 자칫 고립되어 조난당할 확률이 높았다. 그저 즐기자고 온 산행인데 굳이 위험을 자초할 이유가 없어 최태욱이 지시했다.“알았어. 그럼 내일 하산하도록 하지.”   몽블랑 산은 이상기류가 자주 흐르는 곳이라 날씨 변화도 아주 심했다. 내일 오전부터 내린 다른 폭설은 의외로 초저녁이 되자 내리기 시작했다.야간에 손전등을 켜고 주변에 쌓이는 눈을 치우고 있었다.“회장님, 이거 눈이 1미터는 오는 모양입니다.” 부하들과 3개의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이들은 계속해서 함박눈으로 인해 밤이 늦도록 눈을 치우고 있었다. 몇 명의 부하들은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 나뭇가지를 모아오고 있었다. 8/17 쪽

    “통신을 잘 되나?”“예, 무전기도 잘 작동하고 배터리도 충분합니다.”한 밤에 내리는 눈으로 인해 가시거리가 10미터도 안 되고 있었다.쉬에엑!갑자기 어둠만 보이는 하늘에서 굉음이 들리고 있었다. 최태욱 일행은 괴이한 소리에 다들 놀라 급하게 하늘을 바라보았다.번쩍!하늘에서 뭔가 흐릿한 불빛이 보이더니 이내 큰 폭음이 들렸다. 밤이라 어둡기도 하고 또한 내리는 눈으로 인해 전혀 보이지는 않았다. 쾅!공중에서 들리는 폭음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뭔가 지상으로 급하게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9/17 쪽

    쒸이익! 쾅! 콰광! 여러 번의 폭음과 함께 멀리서 갑자가 환한 불빛이 보이고 있었다. 부하가 불빛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뭐지? 미사일이라도 떨어진 건가?”전쟁의 위험이 있는 남북한 지역이나 혹은 중동이라면 모를까 이곳에 갑자기 미사일이 공중에서 떨어질 이유는 없었다. 순간 강호철이 놀라 외쳤다.“회장님, 항공기가 추락한 것 같습니다.”“뭐?”“아무래도 그렇게 보입니다.”“알아 봐!”“넷!”10/17 쪽

    강호철이 급하게 무전기를 작동해 산악구조대로 연락하고 있었다. 하지만 교신을 끝내고 난 강호철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아직 잘 모르는 모양입니다. 아직 그런 사고가 난 소식을 모른 답니다.”“그래? 그럼 우리가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모양이군.”“그런 것 같습니다. 아까 보이던 불빛으로 보아도 아주 가까운 곳 같습니다.”피곤은 하지만 주변에 항공기 추락 사고가 났으니 다들 텐트에서 나와 모닥불 주변에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도를 펴놓고 항공기가 추락한 지점을 예상해 보던 강호철이 놀라 외쳤다.“회장님, 추락한 지점은 아주 위험한 곳이네요. 눈사태도 많이 나는 곳이고요.”“그렇군. 산악구조대가 출동하겠어.”자신들도 조난을 당할 위험이 많은 처지라 최태욱은 부하들에게 지시했다.“다들 신경 끄고 빨리 잠이나 자자고. 내일 아침 일찍 철수할 생각이니.”11/17 쪽

    “넷!”둘씩 교대하기로 하고 최태욱 일행은 모두 잠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잠을 자는 동안 모닥불에서 여전히 지도를 펴 놓고 살피는 강호철이 고개를 저었다.“구조헬기가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라 조난자를 구하기 어렵겠어. 좁은 골짜기 사이로 항공기가 추락한 것 같군.”“그럼, 헬기로 구하기도 어렵겠군요.”“지도로 보아 헬기를 보내는 눈사태 위험이 많아 조금 어렵다고 생각 되는 지형이야.”   항공기 추락사고야 탑승자들은 거의 100퍼센트 사망이다. 강호철은 그냥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만 흔들고 있었다. 무료하기도 해 강호철은 무전기를 가지고 주파수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소리를 듣고 있었다. 찌지직, 찌지직.12/17 쪽

    가끔 무전기에서 심한 잡음이 들리기도 했다. 그런 잠음이 생기면 신경을 써서 주파수를 조종해 보고 있었다. 혹시 사고 난  항공기에서 구조 신호라도 올지 모른 다는 생각이 들어서다.아무런 신호음이 들리지 않자 강호철은 교대하려는 부하에게 지시했다.“계속 주파수를 바꾸며 한번 확인해 봐.”“넷!”보초를 서면서 피곤해 졸수도 있다. 그래서 불침번을 서며 졸음이 달아나게 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그저 시간 때우라고 하는 지시다.수많은 사람들이 지르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화염에 쌓여 항공기가 떨어지며 폭발하는 장면이 무수히 지나가고 있었다.“아악! 살려줘!”“제발!”검붉은 불에 타서 처절한 비명을 토하며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부모들의 13/17 쪽

    품에 안겨 공포에 질려 죽어가는 어린 아이들이 죽는 모습은 더욱 끔찍했다.너무나 처참한 광경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었다.최태욱은 잠이든 상태에서 지옥도를 연상하게 하는 항공기 추락 장면들을 반복해 꿈꾸고 있었다. 때로는 불타는 몸으로 자기에게 달려드는 괴물도 있었다.뒤척뒤척.계속된 악몽으로 인해 최태욱의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다 최태욱은 화들짝 놀라 외마디를 토했다.“헉!”놀라 잠에서 깨어나며 몸을 급하게 일으키고 있었다. 불에 활활 타고 있는 흉측한 사람이 자신을 향해 달려들어 껴안자 놀라 깬 것이다.“휴우! 사람들이 많이 죽은 모양이군.”최태욱은 더 잠자고 싶은 생각이 없어 슬며시 텐트 밖으로 나왔다.아직은 이른 시간인 새벽 5시다. 14/17 쪽

    여전히 텐트 주변은 온통 진한 어둠만 깔려 있었다. 눈도 계속 내리고 있어 날이 밝아지면 바로 철수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이때 모닥불 옆에서 계속 무전기의 주파수를 조작하던 부하가 외쳤다.“회장님, 신호가 옵니다.”“뭐? 무슨 신호.”“구조 신호가 잡혔습니다.”“누군지 아나?”“회장님, 잘 모르겠습니다. 프랑스 어인데요.”최태욱은 급하게 무전기 주파수를 조심스럽게 돌려 신호가 더 정확하게 잡히도록 노력했다. 이윽고 잡음이 많이 나지만 이런 메시지를 접하게 되었다.‘생존자 있음. 빨리 구조바람. 주변에 눈사태 위험.’구조를 요청하는 남자의 목소리는 힘이 하나도 없다고 느껴졌다. 심하게 부상당한 상태로 어렵게 무전을 보내는 것 같았다.15/17 쪽

    최태욱은 순간 고민되었다.‘이거 무조건 구하러 갈 수도 없고.’부하들을 데리고 구하러 가자니 자신들도 자칫하면 조난당할 위험성이 높았다. 그러나 생존자가 있다는 구조 신호를 받고 모른 척 할 수도 없었다.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한 것이다.‘미치겠군.’자신들은 구조 장비도 별로라 구하겠다고 나서면 부하들이 동의해 줄지도 모른다. 아무리 충성스러운 부하들이라도 이런 상항에는 무조건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다.잠시 고민하던 최태욱은 조용히 지시했다.“모두 깨워!”“넷!”이곳도 결코 안전하지는 않았다. 최태욱은 일단 빨리 일어나 철수 준비를 끝내고 날만 밝아지면 바로 이동할 생각이다. 지시에 의해 텐트 안에서 잠자던 부하들이 일어16/17 쪽

    나 장비들을 챙기고 있었다.“식사부터 하자고.”“넷!”모른 척 철수하든 아니면 항공기가 추락한 지점으로 가서 조난자들을 구조하러 가든 일단 든든하게 먹고 이동하기로 했다. 17/17 쪽

    “넷!”모른 척 철수하든 아니면 항공기가 추락한 지점으로 가서 조난자들을 구조하러 가든 일단 든든하게 먹고 이동하기로 했다. 회17/17 쪽

    “넷!”모른 척 철수하든 아니면 항공기가 추락한 지점으로 가서 조난자들을 구조하러 가든 일단 든든하게 먹고 이동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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