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162화 (162/657)
  • < --  [급변하는 주변상황]  --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연구하는 과학도인 의사로는 놀라운 발견에 신이 났다. 하지만 안태형의 입장에서는 다 부질없는 개소리 같은 연구 결과다.화를 내는 안태형을 보며 장인성은 일단 보고를 끝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또 다른 연구 결과를 말했다.“회장님의 정액으로 어떤 정액이 들어와도 정자가 모두 죽습니다.”“뭐야? 죽어?”“예, 아주 작은 수량의 회장님의 정액으로 다른 남자의 정액이 아무리 많이 들어가도 정자가 모조리 죽어버립니다.”“그래서 그게 어떻다는 건가?”“뭐 쉽게 설명하면 어떤 여자고 다른 남자 정액을 받아 임신을 했든 아니면 수정이 막 진행되어 세포 분열이 벌어져도 모조리 죽어버린다는 거죠. 무조건 유산을 한다는 겁니다.”이런 보고에 안태형은 화가 나지만 너무 이상했다.회1/16 쪽

    단순히 영양상태가 너무 좋은 정액이라면 두 경우 모두 임신이 잘되어야 한다. 이미 수정되었거나 임신 상태인 여자에게 유산을 유발시킨다니 기가 막혔다.괴이한 일이 지금 연구되고 있는 것이다.안태형은 임신한 여자가 유산됐다는 보고에 대해 의문이 생겨 물었다.“자네 그런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동물 실험은 해봤나?”안태형의 물음에 정인성은 기겁해 답했다. “예? 감히 회장님 정액을 가지고 동물 실험을 하다니요?”“그런데 그런 것을 어떻게 아나?” “그거야 그냥 정자가 죽고 분열되는 수정된 난자가 죽으니 추측이 그렇다는 거죠. 회장님의 정액이 보통 독한 것이 아닙니다. 아주 미세한 양만 넣어도 사그리 죽습니다.”정인성의 보고에 안태형은 사실인지 확인해 보고 싶은 충동이 생겨 급히 물었다.“회장님 정액이 그렇게 독성이 강하다면 임신 중인 동물도 죽어서 유산할 것이 아닌2/16 쪽

    가?”“이론 적으로 그렇지만 사람의 정액을 더구나 회장님의 정액으로 그런 동물실험을 함부로 못하죠.”“그렇지, 그런 불경죄를 함부로 저지를 수야 없지.”“그렇습니다.”정인성은 이렇게 답했지만 사실은 이미 동물 실험을 해봤다. 결론은 수정이 안 된 상태의 난자와 접하면 난자가 양분을 흡수해 어떤 정액이 들어와도 수정이 아주 잘되게 변한다.그러나 난자와 접하지 않은 정액은 그야말로 극독에 속해 정자는 물론 수정된 난자와 임신된 생명체를 사그리 죽이고 있었다. 정인성은 그 성분이 정확하게 뭔지 알면 두 가지 용도의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해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 가지 의약품으로 불임치료제와 강력한 피임제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그런 물질이 회장님 몸에 들어 있기는 하지만 혹시 다른 곳에서도 발견될 수 있어.’3/16 쪽

    정인성은 속으로 무척 신이 났다.‘이건 대단한 발견이라고.’ 잘하면 의학계에서 큰소리칠 연구 논문을 발표하게 생겼다. 신물질의 정체만 밝히면 특허를 내서 명성과 더불어 엄청난 돈도 벌게 생겼다. 그러나 연구를 계속하려면 지금과는 비할 수 없는 많은 정액이 필요하니 그저 생각만 해보는 정도에 불과했다.‘지금 회장님에게 정액을 채취하자고 권하면 화를 낼 거야.’  무정자증으로 스트레스를 잔뜩 받고 있을 최태욱에게 자기가 명성이나 혹은 돈을 벌자고 정액을 채취하자고 요구할 처지는 아니었다. 최태욱을 열렬히 추종하는 안태형의 긴장된 모습으로 보아 어쩌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들었다.‘함부로 발설하려 하면 그냥 저승길로 직행하는 수도 있다고.’한의사나 의학 학위증은 없지만 안태형은 독을 사용하는 기술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이다. 그런 사람의 열 받은 심기를 건드려 봐야 무색무취한 극독으로 언제 독살 당할지도 모른다.처참한 포로생활을 하며 거의 죽다가 살아난 새로운 인생을 사니 장인성은 뜨거운 학4/16 쪽

    구열로 연구결과는 정리를 해볼 생각이다.  ‘일단 연구 결과는 정리해 놓자고.’심열을 기울여 새로 발견한 결과라 연구 논문을 작성하고 싶었다. 정인성 박사는 신물질을 Q물질이라고 명명해 연구 자료를 정리하기로 했다.Q란 퀘스트(Qwest) 즉 자신이 앞으로 계속 풀어야할 숙제이자 탐구해야할 약자다.미완성인 논문이나 일단 정리하기로 했다. 앞으로 최태욱의 정액을 확보할 기회가 생긴다면 계속해서 연구를 해볼 계획이다.너무 이상한 현상이라고 판단한 안태형은 지시했다.“남은 정액으로 연구를 해보고 그 결과는 나에게 보고해.”“넷!”안태형은 최태욱에 대한 비밀유지를 위해 보다 철저히 감시했다. 그래서 정인성 박사가 정액을 모두 사용하는 동안 독사연구소에서 지냈다. 그리고 연구진들이 정액을 모두 사용해 연구한 자료를 모조리 챙겨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다.그러자 정인성은 약간 뿔이 났다.5/16 쪽

    ‘아니, 연구하라더니 자료를 모조리 회수해 가지고 가면 죽게 날밤을 세운 나는 도대체 뭐란 말이야. 바지저고리도 아니고.’봉급이야 후하게 받아 좋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그저 기억으로 남는 연구결과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최태욱에게 큰 은혜를 입은 처지라 그냥 이런 정도의 불만이 전부다. 그러나 연구에 깊이 참여한 석사인 다른 연구원들은 연구 자료를 모조리 회수해가자 불만이 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 두 연구원이 조심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연구 자료를 모조리 수거해 가다니 너무하는군.”“맞아. 이건 부당하다고.”이들은 새로운 물질이 최태욱의 정액이라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다. 그냥 막연한 추측으로 어떤 동물에서 나온 정액으로 판단하고 있었다.이들은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히말라야에 사는 설인의 정액이 혹시 아닌 가 추측하고 있었다. “이건 동물은 아니고 고릴라도 아니야. 그러니 어쩌면 설인의 정액 인지도 모르지.”6/16 쪽

    “그야 잘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어.”마침 SG 미디어에서 인도 영화사와 합자로 설인이라는 판타지와 같은 영화를 찍어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그래서 설인의 전설이 사실과 같다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었다.두 연구원은 답을 모르는 신물질이라 마침 설인 영화의 영향도 조금 받아 그런 쪽으로 생각하고 있었다.“우리 그냥 설인 정액으로 추정하고 대충 미확정해 놓은 상태로 논문을 정리하지.”“그게 좋겠어. 확인은 우리도 못하지만 남도 못하니 그게 적당하겠어.” 정액의 출처가 외계인이라고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그래 봐야 미친 놈 취급 받기 좋으니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정리하기로 했다.두 연구원들은 자신들의 기억으로 남은 연구 결과를 정리하며 신물질을 SS 라고 명명해 기록하고 있었다. 설인인 S와 섹스와 관련된 물질이라고 해서 더블 S를 암호로 지정한 것이다.한편 최태욱은 강경에서 지내다 익산의 미륵사지를 찾아갔다. 미륵사지의 석탑을 해체해서 복원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익산 미륵사지 석탑에서는 의외로 역사 논쟁이 벌어지는 새로운 발견이 있었다. 진평7/16 쪽

    왕의 딸인 선화공주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이 적힌 금판이 나왔다. 사택 덕적의 딸인 왕후가 미륵사지를 창건한 것으로 기록이 있었다. 민택수가 이런 사실을 두고 말했다.“선화 공주 전설은 허구로 밝혀졌어. 사택 덕적 딸을 졸지에 신라출신인 선화공주로 둔갑시켰군.”이런 말에 한광필은 기겁하며 응수했다.“무슨 소리야 꼭 그렇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 혹시 선화공주가 죽고 나서 절을 창건하자 덕적 딸이 생색을 내기 위해 그런 내용을 탑 안에 적어 넣었는지도 모르지.”전에 대마도를 놓고 서로 의견이 갈렸었다. 이번에도 선화공주 전설을 두고 의견이 서로 달라 심한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최태욱은 두 비서가 또 다시 의견을 달리해 티걱티걱 다투고 있자 조용히 말했다. “본래 백제는 일 탑 일 가람 형태로 사찰을 짓는 경우가 많아. 그런데 이곳 미륵사는 일 가람으로 좌우에 탑이 있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두 왕후가 탑을 하나씩 봉안한 것이 아닐까? 서탑은 덕적 부인, 동탑은 선화공주, 서로 출신도 그런 방향이고.”“그럴 수 있겠군요.”8/16 쪽

    “나야 그냥 탑이 두 개니 그냥 해보는 소리지. 내가 역사에 대해 뭘 아나?”최태욱의 이런 색다른 의견으로 두 비서는 이런 추측 또한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대부분의 전설이 허구라지만 때로는 전설 내용 안에는 깊은 진실인 사실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눈에 보이는 사실이 하나 발견되었다고 해도 그게 전부가 아닐 수 있었다.귀한 국보급 문화재의 발견이 연달아 터진 익산 미륵사지는 원 역사와는 전혀 다르게 빠르게 유적지 발굴이 진행되고 있었다.강경에 내려온 최태욱은 고향의 지인들에게 홍삼을 선물하며 지내고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자 드디어 누나의 결혼식을 참석하게 되었다.벨기에 대사도 결혼식에 온다고 하니 최태욱은 백작 예복을 입고 참석하게 되었다. 키가 큰 최태욱이 하얀 해군 제독 복장에 수많은 훈장을 달고 예식장에 나타나자 다들 감탄하고 있었다.“너무 멋있다.”사람들은 부러운 시선과 약간은 경이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최태욱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러자 자기 남편이 남동생에게 치이게 생긴 최태란은 심통이 나서 투덜거렸다.9/16 쪽

    “너는 언제고 나에게 항상 민폐야.”“누나, 어쩔 수 없어. 나도 이런 화려한 예복을 입기는 별로 좋아 않는다고.”최태욱의 말에 최태란은 여전히 불만이 많아 투덜거렸다.“입기 싫으면 안 입으면 되지. 너는 도대체 누구 결혼식인데 그런 화려한 차림으로 유난스럽게 요란을 떨고 그러냐. 사람 은근히 기분 나쁘게.”“미안해. 누나.”기분 좋은 날 누나와 논쟁하기 싫어 최태욱은 얼른 미안하다고 했다.사이가 좋아졌다고 생각했으나 누나는 여전히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있었다.  매사 자신에게 부정적으로 보는 누나의 시선이라 별로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달리 생각하니 문제는 문제다.한의사인 송연우는 매우 성실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백강 예식장에서 송연우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자 최태욱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매형, 누나 잘 부탁합니다.”10/16 쪽

    “처남, 걱정하지 마. 잘하고 살 태니까.” 이렇게 인사를 나누고 있는 동안 백강 예식장 안으로 눈에 확 뜨이는 미녀들이 나타났다.“어, 뭐하는 여자지?”사람들이 누군지 잘 모르는 여자는 박연화다. 그녀는 경호원과 같이 조용히 찾아와 예식장을 휘돌아 보고 제일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박연화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장소희로 인해 약간 소란스러워졌다.“장소희가 왜 여기를 온 거지?”“이 사람아. 최 회장이 SG 미디어 소유주잖아. 그러니 소속사에 속한 연예인이 참석하는 거야 당연한 거지.”대만에 이어 홍콩에서도 유명 연예인으로 널리 알려진 장소희가 나타나자 다들 그녀의 미모에 감탄하고 있었다.“야아! 진짜 실물이 더 예쁘네.”11/16 쪽

    “그러니 동양 제일 미인 소리 듣지.”“오늘 연예인들 많이 보겠어.” 이런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SG 미디어 소속인 주현미가 와서 축가를 부르고 있었다. 더구나 그녀 이외에도 수많은 유명 연예인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그러자 하객들은 오늘의 주인공인 신부 보다 미모가 뛰어난 여자 연예인들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있었다.  ‘야, 진짜 예쁘네.’자신의 옆에 있어야할 신부 들러리까지 모두 하객으로 참석한 연예인들 구경을 한다고 나가고 있었다. 그러자 열 받은 최태란이 드디어 큰 목소리로 어머니에게 화를 냈다.“태욱이, 그 자식은 내 결혼식을 망치려고 온 것이 틀림없어요.”“너 왜 또 그러냐? 공연히 심통 부리고.”신부는 자신의 결혼식인데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치이니 열이 날 수밖에 없었다. 최12/16 쪽

    태란은 입이 퉁퉁 부어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었다.‘그 자식은 끝까지 민폐야. 하필 왜 내 결혼식에 귀국해 이런 식으로 훼방을 놓는지 몰라. 그냥 하던 대로 유럽에서 처박혀 있지 않고.’최태란의 입장에서 보면 동생인 최태욱은 여전히 자기 인생에게 끝없이 피해를 주는 그런 나쁜 존재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사람이란 이렇게 한번 어떤 생각이 너무 깊이 각인되어 뇌리에 주입되면 그것을 온전하게 빼서 버리기가 무척 힘들다.그래서 인간관계에서 첫 인상을 흔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매형과 인사를 하고 나자 최태욱은 서둘러 예식장 밖으로 나왔다. 예식장 입구에서 찾아오는 하객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집안 어른인 나이 많은 분이 최태욱의 예복을 보며 물었다.“옷이 아주 멋지군. 그 옷이 벨기에 왕국의 백작이 입는 예복인가?”“예, 공식적인 행사에는 꼭 입어야 돼서.”“아주 훌륭하네. 백작이면 한국으로 따지면 당상관은 한 셈이 아닌 가?”“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13/16 쪽

    최태욱이 벨기에 왕국에서 백작의 작위를 받게 되었다는 것은 이미 TV 방송국과 신문으로 보도되어 다들 알고 있었다.  “자네도 이제 결혼해야 되겠군.”“천천히 할 생각입니다.”“무슨 소리야 빨리 아버님에게 손자를 안겨 드려야지.”찾아오는 하객들은 대부분 손위 누나가 결혼했으니 최태욱에게 결혼을 권하고 있었다. 자꾸 그런 소리를 들으니 최태욱은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휴우! 빨리 벨기에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어.’많은 하객들이 참석한 결혼식이라 상당히 성대하게 끝나고 있었다. 더구나 천인교와 연결된 국회의원이나 장군들 그리고 베네룩스 3국의 대사들도 많이 참석하자 최태욱의 위상만 돋보인 결혼식이었다.자신과 깊은 관계인 두 여자도 결혼식에 참석했으니 지금과 조금 다르게 욕심을 부릴 수도 있었다. 두 여자 틈에서 처신을 어찌해야 할지 매우 난감했다. 14/16 쪽

    최태욱은 가족들과 단체 사진 촬영을 끝나자 급하게 부모님에게 인사했다.“저, 서울로 올라가 바로 출국할 생각입니다.”“그래? 바쁜 모양이구나.”“예.”벌여놓은 사업이 너무 많아 직접 챙기려면 복잡하기는 했다. 그러나 회사들은 모두 전문 경영인들이 운영하기 때문에 특별히 바쁠 것도 없었다. 막상 집을 떠나려니 다소 쓸쓸해 하는 어머님이 마음에 걸려 뭉그적거리고 있었다.이때 살림집으로 안태형이 사랑방으로 찾아왔다.“무슨 일인가요?”“급하게 보고 드릴 일이 있습니다.”“그래? 여기서 하면 안 되고요?”“예, 서울 저택으로 가서 금고에 있는 살법 서적을 보고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15/16 쪽

    “알았어. 그럼 올라 가지고.”최태욱은 매우 심각한 표정을 짓는 안태형을 보자 일이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안태형과 같이 리무진으로 올라 서둘러 강경을 떠나고 있었다.16/16 쪽

    “알았어. 그럼 올라 가지고.”최태욱은 매우 심각한 표정을 짓는 안태형을 보자 일이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안태형과 같이 리무진으로 올라 서둘러 강경을 떠나고 있었다.16/16 쪽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