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156화 (156/657)
  • < --  [벨트 라인의 경계선]  -- >세상에 완벽함이란 없는 것인지 정인성이 확인한 정액에는 꼭 있어야 할 것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순전히 맹맹한 것만 보이고 있었다.차마 입으로 말하지 못하고 슬며시 안태형에게 말했다.“직접 보시죠.”안태형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현미경을 직접 보고 한탄했다.“한 마리도 없군.”“예, 이런 경우는 거의 없는데 한 마리도 없습니다.”안태형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 버리고 말았다. 너무도 황망한 사태에 직면하자 참담한 심정으로 안태형이 신경질 적으로 명령했다.“입 꽉 다물어! 이게 외부로 알려지면 죽는 줄 알고.”“넷!”회1/17 쪽

    이 문제는 너무 중대해 함봉을 엄명하고 있었다. 안태형은 자기가 조제해 주거나 혹은 최태욱이 조제한 한약의 영향 때문인지 몰라 급히 말했다.“아무래도 보약에 대해 조사를 더 해봐야 하니 회장님 숙소로 가서 경호원들도 모두 채취를 해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겠군.”“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이들은 병원에서 나와 급하게 다시 최태욱이 머무는 숙소로 왔다. 최태욱은 마침 필립 왕자를 만나러 외출하고 없었다. 그러자 안태형은 때는 이때다 하고 허정무를 비롯한 경호원들에게 정액 채취를 요구했다.“보약의 성능에 대해 조사를 할 필요성 때문이니 정액 좀 내놓으시오.”“뭐요? 우리 전부요?”“그렇소.”그런 이야기를 들은 허정무가 너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응수했다.2/17 쪽

    “혹시 이것 장사할 생각은 아니죠?”“무슨 소리인가? 우리가 그런 짓거리나 하는 사람으로 보이나?”마침 유럽에서 체력이 좋은 운동선수를 상대로 정액을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어서 하는 소리다. 아무튼 자신들이 먹은 보약의 성능 실험에 필요하다니 다들 방으로 들어가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다다다다.아무튼 제일 빨리 방에서 나온 사람은 김주성으로 제일 먼저 채취를 했다는 것이 다소 어색하다는 듯이 멋쩍은 표정으로 시험관을 넘겨주며 말했다.“이거면 됐죠.”“됐소.”때 아닌 숙소에서는 벨트 라인 아래가 바빠지고 있었다. 정인성이 시험관 20개를 챙기고 나자 안태형은 더 이상 유럽에 있을 이유도 없지만 있고 싶지도 않았다.‘빨리 돌아가 뭔가 대비책을 만들어야 한다고.’3/17 쪽

    이제 차기 후계자 문제에 이상이 생겼으니 천인교도 뭔가 대비는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최태욱의 여자들 문제도 재정립할 필요성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후계자를 보는 여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런 기본 틀이 변해질 수밖에 없었다.안태형 일행이 떠나고 나서 숙소로 돌아온 최태욱은 다들 정액을 채취했다는 소리를 듣자 뭔가 문제가 생긴 것으로 짐작했다.‘후우! 내가 씨 없는 수박이라 그런 모양이군.’안태형의 행동으로 충분히 짐작이 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어려서 그런지 모르나 최태욱은 무덤덤했다. 그렇다고 아주 아무렇지는 않고 뭔가 찜찜하고 매우 허전한 기분은 들었다.이런 엄청나고 놀랄 사건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최태욱은 태연했다. 그날 밤에 연락해 온 안나카에르와 만났다. 그녀가 소유주로 되어 있는 타이판이 머무는 아파트로 가서 진한 하룻밤을 보냈다.물론 자신이 무정자증 환자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전혀 말하지 않았다. ‘나중에야 자연히 알겠지.’4/17 쪽

    이런 사실이 안나카에르에는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유럽 컵 결승에 오른 안더레호트 선수들은 매일 같이 전술 연마에 힘쓰고 있었다. 최태욱도 중앙의 미드필드 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드디어 다른 편에서 한 준결승에서 스페인 마드리드 팀을 이기고 올라온 영국의 뉴캐슬 유나이티드 FC 팀으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결승으로 나중에 오른 팀의 홈경기를 먼저 하게 되었다. 다들 영국의 중부 해안 도시인 뉴캐슬어폰타인으로 떠나게 되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타인 강이 북해로 들어가는 위치에 있는 뉴캐슬은 중화학 공업이 매우 발달해 있었다. 천연의 양항이 있는 이곳은 일찍 로마시절부터 도시를 이루던 곳이다.아주 오래된 건물들이 많은 도시다. 벨기에의 안더레호트 팀 선수들은 경기 당일 이동했다. 간단하게 컨디션 조절만 하고 경기장으로 가게 되었다.선수 대기실에서 최태욱은 선수들에게 빅토리 파워 워터를 나누어 주는 강호철에게 물었다.“강 비서, 오늘도 스포츠복권 사나?”“예, 삽니다.”5/17 쪽

    “어떤 복권 사려고 하냐?”“그냥 대충 각자 알아서 삽니다.”“잘 생각했어. 오늘은 예감이 좋지가 않아. 아무래도 불길해.”아무리 태연하려고 해도 자신이 무정자증 환자라는 것이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확실했다. 어째 뭔가 의욕적으로 해보고 싶은 충동이 사라지고 맥이 풀려 있는 상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눈치를 전혀 채지 못하고 있었다.  이윽고 시간이 되자 안더레흐트 선수들은 준비를 마치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거대한 경기장에는 양국의 관중들이 가득 차 있었다. 양 팀 선수들이 운동장으로 나오자 관중들은 일제히 큰 함성을 지르고 열렬히 환영했다. “와! 와! 타이거!”드디어 유럽의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시청하는 유럽 컵의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선수들이 나오자 간단한 개막식 행사가 진행되었다.6/17 쪽

    영국에서도 이번 경기에 비중을 두는 듯이 찰스 황태자 부부가 경기장으로 나와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최태욱은 다이애나 황태자비를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결국 저 여자는 현대판 씨받이였어.’그녀가 교통사고로 비참하게 죽은 이후 영국인들이 칭송했다. 하지만 남들이 높이 떠받들 정도로 미모가 뛰어나고 매우 훌륭한 여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태욱의 주변에 있는 여자들이 다들 너무 뛰어난 미모에 높은 지식을 지녔으니 해보는 객쩍은 생각이다. ‘덩치가 애는 잘 낳게 생긴 스타일이야. 어깨도 떡 벌어지고 엉덩이도 크고.’어쩌면 자신이 씨 없는 수박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묘한 시기심이 생겼다. 아이를 쑥쑥 잘 낳는 여자에 조금 묘한 반발감이 생겨서 그런지도 모른다. 전에는 별 볼일 없다고 바라보던 코만 커다란 찰스 황태자가 어째 조금은 잘나 보이기까지 했다.‘쩝! 저 여자면 내 아이도 낳을 수 있으려나?’아닌 척 하지만 아무래도 무정자증 환자 판결은 엄청난 충격으로 뇌리에 파고들고 있7/17 쪽

    었다. 개막식 행사가 끝나고 나자 경기는 속개되었다.삐익!주심의 긴 휘슬 소리와 함께 뉴캐슬의 선축으로 경기는 시작되었다.“와! 와!”경기가 시작되자 관중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양 팀 모두 너무 중요한 경기라 다들 수비에 치중하고 있었다. 이리저리 자신들의 진영에서 공을 돌리다가 조심스럽게 전방으로 종 패스 해주어 기습 공격을 노리고 있었다. 이때 중앙 미드필더로 뛰는 최태욱이 공을 길게 차내고 있었다. 펑! 오른 발로 아주 강하게 감아 찬 공은 터치라인을 따라 오른쪽 코너로 날아가고 있었다.다다다다.8/17 쪽

    패스 받은 김주성이 매섭게 공을 향해 내달렸다. 빈자리를 노리고 차준 공이라 수비수가 미처 대비를 못해 당황해 급하게 육탄방어를 하고 있었다.삐익!당황해서 한 슬라이딩 태클에 걸려 김주성이 넘어지자 주심이 크게 휘슬을 불었다. 안더레흐트 팀에서 기다리던 세트 플레이 상황이다.펑!키커로 나선 최태욱이 찬 공이 타이판의 머리로 항하고 있었다. 그러자 뉴캐슬 팀의 수비수들이 일제히 같이 튀어 오르며 방어에 나서고 있었다. 공은 너무 높아 뒤에 있는 허정무로 가고 있었다. 최태욱은 전보다 집중력이 떨어져 실축을 한 것이다. 경기 중에서 자꾸 잡생각이 들었다.이후에도 양 팀은 사력을 다해 뛰고 있었다. 안더레흐트 팀은 경기 중반부터 양쪽 사이드를 이용한 매서운 공격을 하고 있었다. 아나운서가 목에 힘을 주어 크게 외치고 있었다.“오른쪽. 킴! 빠른 발로 수비수 힘들게 따돌리고 코너에서 센터링! 아깝군요. 골 에어9/17 쪽

    라인 밖으로 나갔군요.”최태욱이 약간 맥이 들려서 그런지 뭔가 공격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었다. 드디어 전반전 45분이 그대로 흐르고 0대0 무승부로 끝나고 말았다. 선수 대기실로 돌아오자 크라프 감독이 전과 달리 이상해 보였는지 최태욱에게 물었다.“자네, 무슨 일 있나?”“아뇨.”“그런데 왜 경기 내내 딴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이나?”“예? 제가요?” 크라프 감독은 아주 예리하게 최태욱의 컨디션 상태를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소한 실수지만 하나도 빠짐  없이 살펴 알아내고 있었다.크라프 감독은 순간 많은 고민을 했다.‘저러다 부상당하기 쉬워. 아무래도 교체해야 되겠어.’10/17 쪽

    당장 승리도 중요하지만 다음 경기도 생각해야 한다. 다소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는 최태욱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자네 후반전에는 쉬지.”“알았어요.”  이윽고 최태욱이 멤버에서 완전히 빠지고 그 대신 수비수가 투입되었다. 이제 수비로 시간을 최대한 끌어 볼 생각이다.“수비에 치중해.”“넷!”이윽고 후반전이 시작되자 최태욱이 없는 중앙은 이제 장신인 뉴캐슬 선수들이 장악해 버렸다. 그러자 조히미스가 후방으로 내려와 수비에 가담해 그런대로 제공권은 비등하게 변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해 이번에는 허정무가 오른 쪽으로 왔다.오랜만에 허정무가 공을 잡고 코너로 내달리고 있었다. 신이 난 벨기에의 아나운서가 열변을 토했다.11/17 쪽

    “허, 오른쪽으로 치고 가자 강하게 센터링! 예, 멋지게 날아서 반대편에 포진한 타이판에게 향합니다. 타이판 강한 헤딩 슛! 골키퍼 펀칭! 다시 중앙으로 날아간 공!”중앙에서 접전을 하다 이번에는 왼쪽에서 김수성이 왼발로 센터링을 날렸다.“조히미스 선수 다이빙 헤딩 슛! 너무 아깝습니다. 골키퍼 키를 훌쩍 벗어나 버렸군요.”아나운서의 말이 끝나자 해설자가 급하게 한마디 했다.“예, 너무 아깝습니다. 오늘은 선수들이 다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모양입니다. 너무 무리해 경기 당일 이동한 것이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그렇습니다. 타이거 선수가 교체가 된 것으로 보아 그게 확실해 보입니다.”잠시 이런 대화를 나누는 중에 뉴캐슬 팀의 집요한 공격이 있었다.“센터링! 골키퍼 펀칭!”“아! 위험합니다.”12/17 쪽

    아나운서가 비명을 토하는 사이 골키퍼가 펀칭한 공을 노마크 상태에서 잡은 미드필드가 강하게 슛을 날리고 있었다.펑! 큰 소리와 함께 날아간 공은 골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와! 와!”드디어 기다리던 골을 넣자 영국의 응원단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다. 이후 양 팀의 공방은 계속 되었으나 경기는 결과적으로 1대 0으로 뉴캐슬 팀이 승리하고 말았다. 안더레흐트 팀은다들 풀이 죽어 심란한 상태이나 강호철 혼자만 신이나 있었다.‘아싸, 2배로 받아 돈 좀 챙겼어.’자신이 돈을 벌자 팀 분위기가 엉망이 변해 침울해도 시간을 내서 선물 가게로 달려가고 있었다. 이제 깊은 사이로 변한 김영옥에게 옥으로 만든 목걸이를 선물로 사주기 위해서다.13/17 쪽

    쓸쓸해진 기분으로 벨기에의 안더레흐트 팀은 뉴캐슬어폰타인을 조용히 떠나고 있었다. 사기가 죽은 선수들을 향해 크라프 감독이 호기를 부리고 있었다.“자! 힘내라고 돌아가서 푹 쉬고 다음 경기에서 이기자고.”“넷!” 적진으로 가서 1대0으로 패배하고 브뤼셀로 돌아오자 감독이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선두들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다.벨기에의 언론들은 일제히 중간에 최태욱을 교체한 크라프 감독을 질책하고 있었다.한편 1차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뉴캐슬 유나이티드 FC 는 이제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들떠 있었다. 유럽의 언론들은 모두 유럽 컵은 결국 영국에서 가지고 가게 된다고 대서특필로 보도하고 있었다.이 무렵 브뤼셀로 와서 드디어 최태욱과 정사를 나누었던 안나케에르는 산부인과 병원으로 가서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검사 결과를 듣고 놀랐다.“정말입니까? 하나도 없다고요?”14/17 쪽

    “예, 이 남자는 무정자증 환자입니다.”너무 기가 막혔다. 자신의 눈에 너무 건강하고 잘난 남자가 결정적인 험인 그런 병이 있다니 세상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숙소인 아파트로 들어와 침통한 표정인 안나에게 속을 모르는 엘렌이 말했다.“염려 마세요.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죠.”“후우!”말을 바꾸어 타는 수도 있지만 이미 안나의 몸은 어느새 그 남자가 아니면 세상의 모든 남자가 싫었다. 그리고 더 이상 이 남자 저 남자 품에서 떠도는 짓도 더 이상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이것이 어쩌면 신이 자신에게 큰 시험에 들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사랑이냐 돈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그래도 너무 많은 재산이 걸린 일이라 안나는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 영국에서 패배를 하고 풀이 죽어서 벨기에로 돌아오는 최태욱의 다소 쓸쓸한 모습을 보고 그녀는 생각했다.“저 분도 아마 지금 안 것 같아.”15/17 쪽

    두 사람 사이에 중대한 위기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래, 그이 말대로 남편의 재산을 포기하더라도 꼭 필요하면 한국에서 저 분 닮은 사내아이 입양해 키우는 것도 방법이 될 거야.”이렇게 마음먹고 나자 안나는 편안해졌다. 그래서 급하게 최태욱의 숙소로 연락했다.“저 지금 회장님을 무척 보고 싶은데요.”“알았어. 그럼 그리 가지.”자신이 지내는 아파트로 온다고 하자 안나는 즉시 다른 것을 원했다.“아뇨. 우리 다른 곳에서 만나요.”“어디?”“전에 지내던 여름 별장이 어때요? 거기 지금 이른 포도는 익었는데.”16/17 쪽

    “아, 그럼 거기서 만납시다.”최태욱은 우울한 기분이라 조용한 그곳이 좋다고 판단해 급하게 강호철에게 지시했다.“나 여름 별장으로 가니 그렇게 알아. 강 비서는 따라 오지 마.”17/17 쪽

    최태욱은 우울한 기분이라 조용한 그곳이 좋다고 판단해 급하게 강호철에게 지시했다.“나 여름 별장으로 가니 그렇게 알아. 강 비서는 따라 오지 마.”17/17 쪽

    최태욱은 우울한 기분이라 조용한 그곳이 좋다고 판단해 급하게 강호철에게 지시했다.“나 여름 별장으로 가니 그렇게 알아. 강 비서는 따라 오지 마.”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