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152화 (152/657)
  • < --  [집요한 욕망과 슬픈 사랑]  -- >벨기에의 브뤼셀은 축제 열기에 휩싸이고 있었다. 강적인 마르세유 팀을 역전승으로 이기고 돌아온 축구선수들이 도착하자 사람들은 너도 나도 거리로 튀어나와 그들을 환영해 주었다.“와! 와!”다른 선수들과 별도로 최태욱 일행은 공항에서 대형 버스를 타고 도심에 있는 숙소인 아파트로 돌아오게 되었다. 넓은 거리가 모두 사람들로 가득했다.와글와글.아파트 주변에는 환영 인파가 몰려 있었다. 근처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이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모여든 관중들에게 사정하고 있었다.“선수들도 쉬어야 하니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얼굴이나 한번 보고 가고 싶어요.”“지금 쉬어야 다음 경기하죠. 이러면 다음 경기 준비에 차질이 있어요.”회1/17 쪽

    “얼굴만 본다니까요.”많은 경찰들이 수없이 계속해서 몰려드는 시민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전혀 돌아갈 기미를 안보이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옥상에서 내려다 본 최태욱은 강호철에게 지시했다.“강 비서, 축구공과 유성 펜을 가져와. 정무 형과 주성이도 올라오라고 하고.”“넷!”최태욱은 자신과 허정무 그리고 김주성이 사인한 축구공 100개를 모여든 시민들에게 옥상에서 힘차게 던지거나 차주고 있었다.“와! 사인볼이다.”우르르.축구공을 차지하기 위해 이리 절리 몰리고 있었다. 시민들은 이런 행운도 다 있다 생각하고 축구공을 차지하고 다들 기뻐하고 있었다.한국출신 선수 3명은 자신들을 열렬히 환영해 주는 시민들을 상대로 사인볼을 주는 2/17 쪽

    방식으로 답례하고 그들을 돌려보냈다.시민들을 돌려보내고 나자 계속 우울한 표정인 강호철에게 물었다.“강 비서, 집안에 우환이 있나?”“회장님, 고아인 제가 무슨 집안이 있어요. 그냥 그럴 일이 생겨서 그래요.”“뭔데? 말을 해야 내가 해결을 해주지.”최태욱이 이렇게 말하자 강호철은 그제야 스포츠 복권으로 인한 사건에 대해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고 나자 최태욱기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충분히 있을 수 있는 전력 분석인데 그것으로 왜 안나를 탓하나? 귀가 얇아 이리 저리 흔들린 자네 탓이지.” 그러나 안나에게 감정이 남아 있는 강호철은 기어이 한마디 던졌다.“아무튼 이상한 여자입니다. 전에는 노란 금발이더니 이번에는 시커먼 흑발로 변해서 무슨 짓을 또 벌일지 모릅니다.”3/17 쪽

    “그래? 흑발이면 정상이구만 그것을 이상하다니 내가 보기에는 안나를 자꾸 이상한 여자로 보는 강 비서가 오히려 이상하네.”  어찌 되었건 강호철이 다른 방식으로 배팅해서 돈을 잃었다는 것을 안 최태욱은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내가 본전은 보너스로 따로 줄거니 그 일은 모두 잊도록.”“넷!”“앞으로 스포츠 복권을 사려면 각자 직접 사고 한 사람이 사는 일 없도록 해. 지금처럼 이상하게 서로 불신감이 생기는 사건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알겠습니다.”이후 경호원들은 마르세유에서 있었던 스포츠 복권 사건을 대부분 잊어버렸다. 그러나 강호철은 여전히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고 있었다.‘내가 졸지에 역적이 되어 버렸어.’어웨이 경기에서 승리했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많이 남았다. 그래서 최태욱은 차분4/17 쪽

    하게 강호철에게 지시했다.“대리점 가서 축구공 100개 새로 사오고 내일 아침부터 연습할 수 있게 준비해.”“넷!”최태욱과 두 선수들은 즉시 다음 경기를 위한 준비에 들어가고 있었다. 아직은 유럽 컵을 거머쥐기에는 여러 번의 고비가 남아 있었다. 최태욱은 이번 기회가 자신들에게 배우 중요한 기회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쉽게 큰 것을 얻을 좋은 기회야.’한국 속담에는 물들어 올 때 배질한다고 했다. 어떤 호기를 감지하면 악착 같이 그것을 잡아야만 성공하는 지름길을 잘 아니 이번 찬스에 집착을 보이는 것이다.최태욱은 점점 집요하게 욕망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숙소의 응접실에서 최태욱은 허정무에게 권했다.“형, 유럽 컵에서 우승하면 결혼하세요.”“알았어.”5/17 쪽

    “우승만 하면 아파트 따로 구단에서 마련해 줄거니 근처에서 신혼생활 하면 될 겁니다. 저도 그렇고 김종부를 불러오면 같이 훈련시키고요.”“그러지.”최태욱은 벨기에에서 한국 선수들의 위상이 높아진 이때를 기해 유망한 선수들을 이곳 브뤼셀로 불러들여 허정무로 하여금 조련시키게 할 생각이다. 최태욱은 한국축구를 최소 한 단계 정도는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은 욕망이 생기고 있었다.‘전부는 어렵지만 20명 정도를 여기로 데리고 와서 우수한 선수로 양성해 보자고.’  의정부에 만들어둔 육상 선수들의 집단 합숙 훈련장과 같이 이곳에서도 어린 축구선수들을 위한 합숙소를 따로 만들 생각이다. 그렇게 해서 최소한 20명을 양성하면 그중에 성공하는 선수가 10명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더 어린 애들도 불러 와야겠어.’ 자신의 생각처럼 조기유학도 잘 되면 규모를 더 늘려볼 생각이다. 6/17 쪽

    한편 마르세유에서는 새로운 일이 일어났다. 최고한도인 20만달러를 3대 2로 이긴다는 스포츠 복권을 사게 된 안나카에르는 세금을 제외한 150만 달러를 수령했다. 돈을 수표로 수령한 안나는 신이 났다.‘이것으로 여기 별장 문제는 깔끔하게 정리가 되겠어.’인생에서 행운이 여러 번 찾아온다더니 안나는 졸지에 큰돈이 별로 힘들이지 않게 생기자 기분이 너무 좋았다. 해변가의 별장으로 돌아온 안나는 집사인 늙은 피르에게 물었다.“피르, 옆집을 판다고 했다지?”“예, 100만 달러에 판다고 합니다.”“그럼 지금 당장 가서 흥정해 사도록 해.”매입하려는 곳은 본래 백작인 귀족이 살던 별장으로 포함된 건물이었다. 그 건물은 사야 본래 모습으로 되고 시녀들이나 경호원들이 따로 지낼 숙소로 적당해 매입하기로 한 것이다.피르가 돈을 가지고 급하게 나가고 나자 피르의 딸로 시녀 장으로 일하는 파울렛에게 지시했다.7/17 쪽

    “건물을 사면 시녀들과 경호원의 숙소는 그쪽으로 옮겨.”“넷!”안나는 계속 추가해 지시했다.“레스토랑은 앞으로 시녀들을 데리고 운영해 봐.”“공주님, 그러려면 일손이 모자랍니다.”“그거야 레스토랑은 아르바이트를 모집해서 운영하면 되잖아. 그리고 아르바이트생은 절대로 별장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무슨 뜻인지 잘 알지?”“예, 공주님.”“별장 유지를 위한 관리비만 공제하고 나머지는 모두 파울렛이 사용해.”“감사합니다.”전에는 매번 집사나 시녀들에게 인건비를 따로 줘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대형 레스8/17 쪽

    토랑을 운영해 그 수익으로 해결하라는 뜻이다.“앞으로 내가 자주 안 오더라도 잘 관리하고.”“알았어요.”“그리고 요트선장도 레스토랑 위층의 숙소로 이사를 오도록 조치해.”“예.”안나카에르가 집사나 요트선장을 챙기려는 이유는 그들은 오래전 그리스에서 망명을 떠날 때 같이 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적이 모두 프랑스로 변했다. 하지만 자신과 운명을 같이해와 한 가족과 같았다. 시녀나 경호원들은 그리스 출신 고아나 혹은 전에 같이 그리스를 떠난 측근들의 자손들이다.  “나는 당분간 브뤼셀에서 지낼 것이니 그렇게 알고.”“넷!”안나카에르는 빨간 페라리를 몰고 저택을 떠나고 있었다. 9/17 쪽

    급하게 떠나는 안나를 보며 파울렛은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망해버려 외국으로 떠도는 안나 공주는 사실 아무도 돌보지 않은 자신들을 살리기 위해 늙은 귀족과 영국에서 결혼했다. “후우! 뜻대로 왕자님이나 낳으시면 그래도 좋은데.”파울렛은 처음에는 최태욱이 동양인이라 마음에 안 들었다. 하지만 며칠간 여기서 같이 지내며 본 그는 아주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딱히 잘해준 것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살라고 서슴없이 가지고 있던 보약이나 홍삼을 넘겨주었다. 그런 행동으로 보아 주인으로 모실만한 사람이라고 판단했다.그러나 안나 공주와 결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니 안타까웠다.‘어쩌다 일이 그렇게 됐는지.’설사 아이가 생겨도 그 아이는 네덜란드의 카에르 백작가문을 이어야 되니 매우 복잡했다. 안나 공주의 표정으로 보아 전과는 달리 생기가 돌고 있었다. 눈이 항상 초롱초롱 빛나고 얼굴이 환해지는 것으로 짐작하니 최태욱을 사랑하는 것이 분명했다.10/17 쪽

    ‘다 잘 되어야 되는데. 불쌍하신 우리 공주님.’남들이야 안나를 돈만 탐하는 거머리 같은 여자라고 하겠지만 실상 내용을 보면 참으로 불쌍한 인생을 사니 해보는 생각이다.안나의 사랑도 슬픈 사랑일 수 있지만 이곳 프랑스에는 약간 형태는 다르지만 또 다른 슬픈 사랑이 있었다.파리 외곽의 작은 교회에서는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웅성웅성.신부(新婦)는 오래전에 부모님에 의해 강제로 프랑스로 유학을 오게 된 한희정이다. 신랑은 외교관인 부모 때문에 프랑스에서 학교를 마치고 변호사로 일하는 양민수다. 양민수는 찾아오는 하객들에게 인사하며 계속 싱글벙글이다. 처음 대학교에서 만나 반해버린 여자와 오랜 줄다리기 끝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축하해.”“감사합니다.”한희정은 오래 전부터 최태욱의 활약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행여나 자기를 11/17 쪽

    찾아올까 기다렸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기다림도 지치고 계속 자신에게 프러포즈를 하는 양민수에게 끌려 결혼하게 되었다.첫사랑······.첫사랑은 맺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그래 내 첫 사랑은 이제 완전히 끝난 거야.’한희정은 하얀 드레스를 입고 신부대기실에 앉아 다소 우울한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한희정을 보며 프랑스에서 사귄 친구들이 나무라고 있었다.“희정아, 오늘 같이 좋은 날 왜 표정이 그래?”“아니야. 그냥 기분이 그래서·······.”“좀 환하게 웃어라.”“알았어.”첫 사랑의 남자가 보잘 것 없으면 쉽게 털어 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12/17 쪽

    첫사랑인 최태욱은 이제 넘보기 힘든 존재로 변해 버렸다.너무 잘난 남자를 만났으나 결국 자신이 차버렸다.결혼하게 된 남자가 결코 싫어서도 아니고 또 못난 사람이라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사람이기 때문에 속으로 자꾸 너무 잘난 최태욱과 남편과 비교되는 것은 사실이다.‘후, 내가 그때 실수한 거야.’부모님의 강요로 한국을 떠나오고 난 이후에 편지 한 통을 해주지 않았으니 그때 이미 끝난 사이다. 부모님이 영향을 주기는 했지만 결국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 프랑스로 왔다.딸의 우울한 표정을 보는 어미의 심정은 속이 갈가리 찢어지고 있었다. 그때 아주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오늘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는 미련이 남았다.‘우리가 딸의 신세를 망치게 한 거나 다름없어.’사람의 욕심이란 한이 없다. 그러니 너무 잘나가는 최태욱이다 보니 이제는 모두 소용이 없는 실없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다.그런 한희정의 깊은 내막도 모르고 신부 들러리로 모여든 여자들이 신문을 보며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13/17 쪽

    “어머나, 최태욱은 축구도 진짜 잘하네. 육상에서 금메달을 6개나 따더니 축구선수로도 크게 성공하고 있어.”“그러게. 그림도 잘 그리잖아. 회사도 많은 재벌이잖아.”“그런 잘난 남자와 결혼하는 여자는 진짜 행복할 거야.”“그렇겠지. 그런데 그 남자 애인은 여러 명 있다고 하던데. 아무리 잘나도 바람둥이라면 결혼 상대자로는 조금 문제가 많잖아?”“하긴 바람피우는 남자와 살면 여자만 힘들지.”이런 소리를 들으며 한희정은 그나마 마음을 다독이고 있었다.‘그래, 결혼은 그냥 연애와는 전혀 다른 거야. 아무리 잘나도 여자들이 주변에 많으면 같이 사는 것이 행복할 수 없어.’애써 이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다 잡아 먹고 있었다.그러나 다소 평온해 지는 마음과는 달리 그녀의 깊은 내면에 잠재된 본능은 조금 달랐다. 오래전에 최태욱에 의해 길들여져서다. 본능의 욕망에 매우 충실한 몸은 자꾸만 그 14/17 쪽

    남자 강한 힘이 은근히 그리워지고 있었다.이어서 결혼식이 진행되었다.“축하해.”“고마워!”부모님들은 한희정의 심중을 너무 잘 아니 당부했다.“이제 다 잊고 잘 살아라.”“예, 잘할게요.” 마음을 정리한 한희정은 하객들에게 처음으로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고 멀리 남쪽인 마르세유로 신혼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엇갈린 운명으로 인해 한희정과 최태욱 사이의 깊었던 인연은 서서히 끝나가고 있었다.세상의 이별이 모두 애절하거나 깊게 슬프지는 않았다. 나름 각자의 인연으로 인해 이어지거나 사라지는 것에 불과했다.이때 한희정이 다른 남자와 결혼해 환하게 웃으며 신혼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 본 안태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15/17 쪽

    “제일 강한 존재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군.”한희정이 나이가 많아서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오직 그녀 집안이 믿고 있는 종교가 천인교를 완전히 배척하는 패거리라 거부하는 것이다.최태욱이 천인교와 여전히 간격을 두려고 하지만 누가 뭐래도 그는 천인교의 실질적인 교주다. 천인교를 세계적인 종파로 성장시켜야 하는 무거운 사명을 가진 안태형은 최태욱의 주변 여자들이 모두 감시 대상이었다. 안태형은 같이 이곳을 오게 된 사람들에게 말했다.“우선 주변을 관광하고 벨기에의 브뤼셀로 갑시다.”“예.”30대인 5명의 남자들과 이곳에 오게 된 안태형은 조용한 가운데 안나카에르의 주변을 조사하고 돌아다녔다. 유럽에서 결코 소홀하게 생각할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사건이 벌어졌다는 강호철의 보고를 받아서다.‘황태자님이 아이를 낳으라고 했다니. 그럴 수는 없지.’16/17 쪽

    아무리 세계화를 추진하는 천인교라지만 순수민족종교를 표방하는 처지로 차기 후계자를 외국출신 여자의 몸에서 때어나게 할 수는 없었다.그러니 안태형은 일생일대의 중요한 임무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이 온 5명의 남자들은 또 다른 인연으로 최태욱과 연결되어 오게 되었다.  17/17 쪽

    계자를 외국출신 여자의 몸에서 때어나게 할 수는 없었다.그러니 안태형은 일생일대의 중요한 임무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이 온 5명의 남자들은 또 다른 인연으로 최태욱과 연결되어 오게 되었다.  17/17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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