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 다른 삶-146화 (146/657)

< --  [프로페셔널의 길]  -- >벨기에의 아나운서가 흥분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중앙에서 선수들이 헤딩으로 공방이 계속 됩니다. 앗! 타이거 헤딩으로 오른쪽의 킴에게 롱 패스!”옆에 있던 해설자가 같이 외쳤다.“제트, 무척 빠르군요. 한사람 따돌리고 오른쪽 코너로 치고 달려가겠군요. 아마 타이판의 머리를 향해 높이 중앙으로 올리겠죠.”아나운서가 다시 외쳤다.“킴! 쓰러지면서 오른발로 강하게 센터링! 높이 날아가는 공!”두 주먹을 쥔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비장하게 들리고 있었다.“중앙으로 오른 공 타이판! 강력한 헤딩! 슛! 골~! 아~! 아깝습니다. 골포스트를 받고 흐르는 왼쪽으로 공 양쪽 선수들이 달려듭니다.”회1/17 쪽

아나운서는 차분하게 앉아서 방송하지 못하고 들썩거리고 있었다. 이 경기를 이기면 프랑스로 가서 합법적으로 회사 돈을 이용해 재미 볼 기회가 생긴다. 이때 왼쪽으로 흐르는 볼을 기다리고 있던 허정무가 논스톱으로 다시 중앙으로 높이 차올렸다. 그러자 이번에도 타이판이 높이 점프하며 헤딩했다.팅!골을 노리고 하는 슛이 아니고 약간 뒤에 처진 최태욱에게 공의 속도를 죽여 백패스를 했다.도르르륵.속도를 최대한 죽여 패스한 공은 최태욱의 발 앞에 정확하게 떨어지고 있었다.휘리릭! 최태욱은 달려들면서 강슛을 날린 페인트 동작으로 수비수 한명을 가볍게 제쳤다. 오른 쪽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달려오는 김주성에게 살짝 밀어주었다.대굴대굴2/17 쪽

공은 아주 서서히 구르고 있었다. 그러자 김주성은 빠르게 달려들며 골포스트 반대를 노리고 가볍게 왼발 인프론트 킥으로 감아 찼다.퍽! 휘익!약간 반원인 포물선을 그리며 공은 정확하게 반대편 골포스트를 스치듯이 지나며 골 망에 박혀 버렸다. 골키퍼는 그저 만세만 부르고 말았다.삑! “와! 골인! 골인!”아나운서가 흥분으로 인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크게 함성을 질렀다. 옆에 있던 해설자도 벌떡 일어나 두 손을 높이 쳐들며 외쳤다.“예, 정말 훌륭합니다. 아주 기가 막히게 절묘한 슛입니다. 제트가 빠르기도 하지만 저렇게 감아 차는 잔재주도 있군요.”“대단하군요.”벨기에에서 응원을 온 관중들은 열광했다.3/17 쪽

“와! 제트! 제트 킴!” 졸지에 한골 뒤지게 된 함부르크 관중들은 응원할 생각도 못하고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축구에서 한참 후진국이라고 생각하던 한국이 이런 정도 실격을 지닌 축구선수들이 많은 줄 이제야 알았다. “코리아는 차 붐만 있는 나라가 아니었어.”“맞아, 훌륭한 선수가 그저 나오는 것은 아니야.”다시 경기는 속개되었다. 선취골로 승기를 잡은 안더레호트 선수들의 공격은 매서웠다. 좌우 날개에 포진된 허정무나 김주성이 올려주는 중앙 공격은 함부르크 진영을 흔들며 혼비백산하게 만들고 있었다.공중으로 높이 오르면 모두 최태욱이나 타이판의 머리에서 헤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완전히 제공권을 장악 당하니 다른 부분에서도 밀리고 있었다.드디어 몇 번 중앙의 공중에서 공방하던 타이판이 허정무가 높이 차올린 공을 향해 러닝 점프를 하며 강하게 헤딩했다.팍!  “슛!” 출렁! “와! 골인!”4/17 쪽

“타이판! 타이판!”노마크 찬스에서 15미터의 강한 헤딩슛이 성공하자 벨기에의 응원단들은 괴성을 지르며 외쳤다.“끼약! 와! 이겼어.”그러나 함부르크 팀의 악몽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중앙으로 오른 높은 공을 공방 중에 최태욱은 발로 차서 가볍게 왼쪽으로 흘려주고 있었다. 왼쪽 사이드에 있던 허정무가 중앙 쪽으로 달려들며 오른 쪽 발로 살짝 감아 차는 방법으로 골 망을 흔들어 버렸다.“골인! 골인! 세 골입니다.”어어 하는 순간에 3골이나 먹은 함부르크 팀은 철저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드디어 3대 0이 되자 함부르크 팀은 이제 따라다닐 기력도 상실하고 말았다. 다들 좌우를 흔드는 파상 공격을 따라다니느라 너무 지쳐있었다. ‘헉! 헉!’ 5/17 쪽

다들 3골 차이가 나자 다리에서 힘이 빠졌다. 그저 시간이 지나기만 기다리는 형편이다. 이후 최태욱은 중앙으로 물러나 가끔 롱 슛을 시도하는 방법으로 시간을 끌고 있었다.그리고 경기는 안더레호트 팀이 3대 0으로 승리하는 것으로 끝났다.삑!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경기장 안에는 괴성들이 울렸다.“대~ 한 민국!”때 아닌 대한민국을 외치는 함성 소리가 들렸다. 최태욱이 관중석을 보자 태극기를 흔드는 여러 명의 한국인들이 보였다. 무슨 뜻인지 알던 모르던 이런 특이한 함성소리로 인해 관중들은 그저 따라서 같이 외치고 있었다.“대~ 한 민국!”드디어 독일의 강호인 함부르크를 꺾고 4강에 오르게 되었다. 크라프 감독은 최태욱에게 달려들어 덥석 안겼다. 그러자 최태욱이 아주 가볍게 크라프 감독을 머리에 올려 무동을 태웠다.6/17 쪽

그러나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말았다. 타이판이 나서서 이내 제지하며 말했다.“회장님, 이런 험한 일은 소인이 해야죠.”“그럴래.”230센티미터의 타이판의 어깨에 오려져 무동을 타니 크라프 감독은 기분이 하늘로 붕붕 오르는 기분이다. 그런 상태로 운동장을 돌아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인사를 했다.이윽고 잠시의 흥분을 누르고 유럽의 많은 스포츠 기자들 앞에서 사진 촬영도 하고 인터뷰를 했다. 벨기에의 기자가 허정무에게 질문했다.“어떻게 이긴 거죠? 평소 자주 먹는 음식이 있나요. 소문대로 한국의 홍삼을 자주 먹어서 그런가요?”“아, 그거야 홍삼의 힘도 있지만 검은 맥주의 한 방 톡 쏘는 힘도 있었죠.”“그렇군요.”7/17 쪽

완전히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인터뷰도 이런 식의 질문과 답변을 하고 있었다. 김주성은 승용차가 욕심이 났는지 인터뷰에서 말했다.“제규어가 먹이를 노려 질주 하듯이 달렸습니다.”“그렇군요.”지고 나서 이런 식으로 인터뷰하면 욕먹을 일이다. 하지만 이기고 나서 하는 이런 멘트야 벨기에는 물론 어떤 유럽 국가들에서도 통용된다.다 먹고 살자고 하는 운동이다. 말 한 번 후하게 하니 기분이 너무 좋아진 주필러 회사로는 허정무와 CF 계약을 안 할 도리가 없었다.크라이슬러 유럽 지사장도 김주성의 말에 재빨리 움직였다. 허정무와 김주성에게 스포츠카인 제규어 엑스를 선물로 보내 주기로 했다. 신혼인 타이판이야 그저 옆에 있는 아내인 엘렌만 자랑했다.“모두 아내가 내조를 잘한 덕분이죠.”골을 넣지 못한 최태욱은 인터뷰를 원해도 거절했다.“나중에 골 넣으면 하죠.” 8/17 쪽

최태욱은 유럽 언론사들과 인터뷰를 끝내고 다가온 타이판을 심하게 나무라고 있었다.“타이판, 너! 마누라 팔아먹을 일 있냐? 그 대목에 마누라 선전은 왜 해?”“죄송합니다.”“아직도 뭘 모르고 사네.”“시정하겠습니다.”엄밀하게 말해 타이판은 SG 미디어의 프로덕션 소속이다. 그래서 그의 수익은 일정부분 회사에 수수료로 보내줘야 한다. 잘 골라서 말했으면 광고 촬영으로 돈 벌 기회가 사라지자 주지시키고 있었다.“타이판, 너 언제까지 보약 값 안 줄 거야?”“다음에는 실수 안하고 꼭 잘 말해서 드리겠습니다.”매일 먹는 우유도 원가가 드는데 비싼 보약을 제조하며 원가가 안들 수 없으니 나누9/17 쪽

는 대화다. 기분좋게 승리한 일행은 대형버스를 타고 아파트인 숙소로 돌아왔다.벨기에의 안더레흐트 팀이 독일의 함부르크 팀을 이기고 4강으로 오르자 프랑스 언론들은 다들 환영했다. ‘독일의 전차 군단 벨기에의 황색 기병대에게 무너짐.’독일의 막강한 전력을 가진 팀이 허접해 보이던 한국 출신들에게 무너졌다고 조롱하고 있었다. 기병대라고 칭한 이유는 최태욱이 가끔 벨기에 왕실 행사에서 기병대의 말을 타고 나타나기 때문이다.‘독일은 완전히 자존심이 무너졌어.’사실은 벨기에 기병대가 아닌 폴란드 기병대가 2차 대전 당시에 막강한 독일 전차에게 무모하게 돌진하다 전멸한 웃지 못 할 사건이 있었다.프랑스 국민들은 독일보다 약한 벨기에 팀이 4강으로 오르자 좋아했다. 자국 팀과 준결승에서 쉬운 상대가 만나게 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외부에서 흥분해 떠들고 있지만 최태욱과 타이판은 여전히 주필러 리그에서 홈경기에만 출전하고 원정 경기는 출장하지 않고 있었다.10/17 쪽

새벽 아직 주변이 어두운 상태에서 타이판과 최태욱은 러닝해서 연습장으로 가고 있었다. 연습장에는 의외로 한국에서 온 SG 산업의 유럽지사 관계자들이 와 있었다.“무슨 일이죠?”“회장님, 주문하신 축구화와 옷들을 가져 왔습니다.”“그래요? 어디 봅시다.”대구에 생산 공장이 있는 SG 산업은 이제 주로 등산 도구를 만들거나 가죽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그래서 축구화는 물론 축구공 야구공들을 생산하고 운동화나 축구화 등을 생산하고 있었다.악어가죽 제품 생산으로 아시아에서는 상당히 유명했다. 그러나 유럽은 워낙 좋은 브랜드가 많아 수출실적이 다소 미미하다.눈에 뜨이는 디자인들이라 도용해서 써먹으려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 유럽의 유명 브랜드는 역사가 너무 오래되어 함부로 도용해 써먹기 어려웠다. 그래서 SG 디자인 부에서 결국 번개 표시를 로고로 정해 제품을 생산했다.“타이판, 그 아디다스 축구화 버리고 이것 신어 봐.”11/17 쪽

“넷!”덩치가 크니 발도 커서 그동안 아디다스에서 수제품으로 주문해 신고 있었다. 새로 한국에서 가져온 축구화를 신고 나자 발이 가볍고 동작이 더 부드러워지자 타이판은 매우 좋아했다.“아주 좋네요.”“너 이제 SG 제품으로 모두 바꾸어 입고 다녀. 대신 옷값은 안 받는다.”“알았어요. 엘렌에게 그렇게 말하죠.”로고만 도용안하고 사실은 자신이 살던 시절에 아디다스에서 출시한 제품이다.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해 놓은 축구화를 중간에 홀라당 도용해서 제품을 생산해버렸다. 그러니 연구비 한 푼 들이지 않고 그냥 저절로 좋은 성능을 지닌 축구화가 생산되는 것이다.최태욱은 축구화 이외에 옷도 박스로 하나 넘겨주며 말했다. “타이판, 이제 평소 입고 다니는 옷 다 버리고 내가 주는 옷을 입고 다녀.”“넷!” 12/17 쪽

“엘렌과 커플 옷 입기 좋아하니 네 아내도 세트로 입고 다니고.”“그러죠.”타이판은 230센티미터 장신이라 설사 축구 선수가 아니라도 남의 눈에 뜨일 수밖에 없다. 이제 유럽에서 다들 알아보는 축구 선수가 되었으니 살아 있는 광고판으로 써먹을 발상으로 하는 당부다.다른 두 선수야 이미 SG 산업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따로 부탁할 필요가 없었다. SG 산업에서는 한국의 국가 대표의 옷이나 기타 스포츠용품을 모조리 후원하는 업체다.광고 효과도 있고 또한 그나마 애국하는 방법이라고 해서 이런 식으로 홍보 마케팅을 하고 있었다. 타이판이 옷을 모두 갈아입자 최태욱이 지시했다.“타이판, 연습이나 하자.”“넷!”13/17 쪽

SG 산업 관계자는 축구공도 100개나 가져와 넘겨주었다. 공을 주어서 놓아두던 경호원들이 허리 굽히기 싫었다. 이제는 커다란 철망에 공을 넣고 하나씩 자동으로 흘러내려가는 기구를 두 개나 만들었다.그러다 보니 전에는 100개를 차던 프리킥 연습은 2배로 늘어나게 되었다.당연히 타이판도 짧은 시간에 헤딩해야 하는 수가 2배로 늘 수밖에 없었다. 새벽 연습을 끝내고 나자 타이판이 하소연을 했다. “헉! 헉! 회장님, 수를 조금만 줄여 주세요. 너무 힘듭니다.”“지랄, 그게 뭐가 힘들어?”“진짜 힘이 듭니다.” 그냥 하는 헤딩도 아니고 점프해서 헤딩을 계속하려니 약간은 버거운 것이다. “너 자꾸 그러면 우리 숙소에서 지내라고 한다.”타이판이 헐떡이는 것으로 보아 수상했다. 아무래도 밤일을 너무 좋아하는 엘렌하고 같이 사니 보약 먹여 키운 힘을 엉뚱한 곳에 너무 소모하는 것 같았다.14/17 쪽

‘너 혼자만 마냥 좋을 수야 없지.’타이판을 힘들게 갈구면 눈치 빠른 엘렌이 알아서 저절로 움직인다고 판단했다. 전에 만난 여자를 다시 만나게 해줄 거라는 음흉한 계산이 깔려 있었다. 자기가 달려들면 나중에 떨치기 힘드니 여자가 매달리는 형국으로 만날 생각이다. ‘그게 제일 편해.’새벽 운동을 끝내고 팀과 합류하자 선수들이 다들 타이판이 신고 있는 새로운 축구화를 보며 물었다.“이게 타이거가 신는 축구화야?”“그래, 같은 회사서 주문해 보내왔어.”“우리도 주문하면 보내 주려나?”“그건 나도 모르지. 아무튼 발이 무척 편하고 좋다고.”축구 선수들은 축구화가 아주 중요한 아이템이다. 생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주기 때문에 아주 사소한 점도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15/17 쪽

선수들은 그래서 일종에 터부나 징크스들이 있고 때로는 승리의 상징인 마스코트도 지니고 다닌다. “회장님, 우리도 주문해서 보내 주세요.”“알았어. 브뤼셀의 SG 대리점으로 가면 주문될 거야.”안더레흐트 팀 선수들은 타이거나 타이판 그리고 허정무나 김주성이 좋은 성과를 거두자 자연스럽게 SG 제품을 사용하기로 했다.그런 결정에 크라프 감독도 환영했다.“잘 판단했어. 신어 보면 좋을 거야.”크라프 감독도 사실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다. 그는 SGEU 유통회사의 브뤼셀 대리점을 아내의 남동생이 운영하고 있었다. 코치에게도 그런 식으로 협조관계가 있었다. 최태욱은 본시 모든 사업 방법을 사이비 교주인 박동훈에게 배웠다. 그러니 한번 수중에 들어온 먹잇감은 절대로 그냥두지 않고 완전히 벌거벗기는 방식으로 철저하게 우려먹고 있었다. ‘잘 키우고 수틀리면 아예 구단을 사버리자고.’ 16/17 쪽

하고 많은 직업을 놔두고 유럽의 축구 선수가 된 것은 다 철저한 프로페셔널 정신으로 계산된 움직임이다. 그가 계산된 움직임을 보이는 동안·······. 최태욱과 관련된 유럽 사람들도 철저한 계산에 의해 그와 접근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17/17 쪽

그가 계산된 움직임을 보이는 동안·······. 최태욱과 관련된 유럽 사람들도 철저한 계산에 의해 그와 접근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17/17 쪽

그가 계산된 움직임을 보이는 동안·······. 최태욱과 관련된 유럽 사람들도 철저한 계산에 의해 그와 접근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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