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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130화 (130/657)
  • < --  [검은 숲과 습한 늪]  -- >아직 어린 선수가 은퇴를 한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한국에서 찾아온 기자가 다급하게 물었다.“진짜로 육상에서는 은퇴할 생각입니까?”“예, 이제 제가 하고 싶은 운동을 해보고 싶습니다.”이미 육상계에서 크게 성공한 처지로 다른 종목으로 가서 새롭게 시작한다니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이런 것은 누가 말리거나 충고한다고 해서 쉽게 번복되지는 않는다.더구나 아직은 그런 이야기를 자꾸 논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한 기자는 흘리듯이 말했다.“많이 지친 모양이군요.”“예, 그런 셈이죠.”최태욱은 달리 설명하기 곤란해 기자의 말에 동의해주고 기자들과 헤어졌다.회1/16 쪽등록일 : 12.10.15 12:10조회 : 2677/2681추천 : 70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3048

    미국은 온통 최태욱으로 인해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들었다. 다른 대회에서 이미 남들보다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금메달을 여러 개 차지해 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최고의 대회인 올림픽에서도 6관왕으로 오르자 더욱 열광했다.세계 언론들은 모두 최태욱이 LA 올림픽에서 거둔 놀라운 성과를 알리며 또한 붉은 환에 대해서도 같이 보도하고 있었다.최태욱이 가는 곳은 구름같이 사람들이 몰려와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혼잡이 일어나고 있었다.‘이거 너무 유명해져도 불편하군.’은둔자처럼 조용히 숨어서 실속이나 차리려던 인생의 삶에 방식이 전혀 틀려져 버렸다. 이제 쉽게 자신의 몸을 숨기지 못할 정도로 변해버렸다.그러다 보니 최태욱은 상당히 많은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었다.‘후우! 대회가 끝나면 어디 처박혀 버려야 되겠어.’개인적인 어떤 행복감은 전혀 기대하기 어려운 생활이라 최태욱은 서서히 은둔자 생활을 고려해 보고 있었다.2/16 쪽

    고심하던 최태욱은 자신의 경기가 모두 끝나자 전에 약속한 대로 농구 경기장으로 찾아가고 있었다. 한국 여자 농구는 걸출한 스타인 박찬숙이 등장해 전과 달리 중국 팀을 누르고 결승까지 오르고 있었다.체육관 안에는 수많은 관중들이 사이좋게 둘로 나뉘어 미국과 한국 팀을 응원해 주고 있었다.“와!”여자 선수들이 날렵한 동작으로 득점을 할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최태욱은 남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모자도 쓰고 마스크를 하고 선글라스까지 끼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이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고 있었다.‘원 역사에는 은메달인데. 금메달을 따려나?’아쉬움이 많이 남는 농구의 은메달이라 최태욱은 나름 SG 의류를 통해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주었다. 농구를 후원하는 기업은 태평양화학이었다. 화장품 회사로 성장해가는 태평양 화학은 한국 농구를 이런 정도까지 끌어 올리고 있었다.3/16 쪽

    남보다 우월한 체력과 또한 우수한 체력을 기르는 보약 제조 기술을 최태욱은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여자 농구 선수들에게도 많은 보약을 전해 주었었다.막상 경기장을 찾아 왔으나 최태욱은 농구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물론 단순한 룰 정도야 알지만 세계의 농구계 실력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래도 결승전이라 양 팀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경기라고 판단했다.‘어라! 차이가 많이 나네.’결승 경기를 하는 한국 선수들은 기술이나 체격 조건에서 미국 선수들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이런 모습에 최태욱은 약간 실망했다. 자기가 기대하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에이, 보약 효과가 별로야.” 한국은 사실 중국을 이기면 메달 권에 진입하게 되니 모든 역량을 중국전에 투입했었다.그래도 체력이 좋아진 여자 선수들은 원 역사 보다 많은 부분에서 미국 팀에 아주 근접하고 있었다. 10점이나 차이를 보이고 경기가 끝나고 있었다.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을 차지하게 되자 한국 팀의 감독이나 선수들은 위장4/16 쪽

    하고 응원을 와 구경하고 있는 최태욱을 불러 다들 인사했다.“고마워!”“고맙네, 최 회장.”“아닙니다. 고생 많았습니다.”원 역사에 분명 은메달을 딴 대회라 금메달을 목표로 보약을 줬다. 그런 행동이 지금은 마치 최태욱이 보약을 지원해 줘서 은메달을 따게 된 식으로 변하고 있었다.‘쩝! 일 참 요상하게 변하는군.’그래도 구기 종목에서 은메달이란 대단했다. 한국은 LA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15개나 따는 선전을 해서 단번에 6위로 진입해 버렸다.원 역사보다 더 많은 금메달을 딴 이유는 최태욱의 육상 6관왕 이외에 권투와 유도에서 금메달의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림픽 경기의 매달 순위가 국력의 기준은 아니다. 하지만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을 추월해 상위권으로 진입하자 세계인들은 놀라고 있었다.5/16 쪽

    “한국이 어느새 저렇게 컸나?”걸출한 스타인 최태욱이 나타남으로 인해 다른 종목도 급성장을 하고 있었다. 한국은 원 역사와는 전혀 다르게 빠르게 많은 분야에서 세계무대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었다.특히 이종 경기를 활성화할 생각이라 최태욱은 격투기인 유도나 권투 선수들에게 그동안 계속 보약을 보내주며 각종 후원을 해준 결과다.스포츠 강국인 동구권 국가들이 출전을 안 한 반쪽인 대회지만 한국 국민들은 LA 올림픽에서 대단한 성과를 거두자 열광했다.시상식이 진행될 무렵 최태욱은 체육관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때 일단은 검은 리무진 승용차들이 오더니 최태욱의 옆에 서고 있었다.“누구지?”고급리무진에서 아이아코카가 내리더니 빠른 걸음으로 최태욱에게 다가 왔다. 그의 주변에는 많은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전에 테러 사건이 벌어진 이후로 후보자에 대해 경호 인력이 대폭 늘어난 상태다.6/16 쪽

    최태욱에게 악수를 청하며 아이아코카가 입을 열었다.“이거 너무 바빠서 서로 만나기도 힘들군. 축하하네. 역시 대단해.”“감사합니다. 하신다는 선거 운동은 잘 되고 있나요?”“그럭저럭. 하지만 자네가 나를 도와주니 않아 힘든 싸움을 한다고 봐야지.”“죄송합니다.”아이아코카의 뜻은 최태욱이 벌인 활동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람보 2를 비롯해 올림픽에서의 활동 그리고 LA 지역에서 어린아이를 구한 사건들을 모두 공화당에서 선거에 이용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더구나 붉은 환으로 인한 것도 레이건과 만나 담판을 지어 미국에 공장을 세웠으니 더욱 그렇다.먼저 수인사로 간단하게 대화를 나누고 나자 아이아코카는 자기가 찾아온 목적을 말했다.“자네 나와 이야기 좀 하겠나?”7/16 쪽

    “지금요?”“그렇다네. 나와 차를 타고 가며 이야기하면 되는데.”“그러죠.”전부터 서로 별로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던 사이라 최태욱은 이내 아이아코카의 리무진에 올라 주차장을 떠나고 있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수많은 정치부나 스포츠연예 기자들이 다들 놀라고 있었다.“두 사람이 본래 저렇게 친했나?”“자네 그것을 아직도 모르나? 전에부터 두 사람은 아주 친했지.”“그렇군. 아이아코카 후보가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어 출마한 것이군.”아주 단순한 동행에 불과하지만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다들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대통령선거 열기는 LA 올림픽으로 인해 다소 소강상태로 보이나 사실 물밑에서는 더욱 치열해 지고 있었다. 다소 일방적으로 몰리던 선거 양상이 약간 변했다. 이유는 LA에서 일어난 8/16 쪽

    거대한 산불과 남부 지역의 홍수로 인해 레이건 행정부가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이건 무능력한 행정부 탓이야.’레이건 행정부는 그동안 대외 외교정책에서 강한 군대를 표방하며 해외 파병 등에 국비를 소모했다. 그러다 보니 국내 문제에 너무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정책의 실패로 인해 일어난 재난이라고 미국 국민들은 평가하고 있었다. 군수 산업은 활성화가 되었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에서는 실업자가 늘어나 버렸다. 방화범이나 권총 테러범이나 모두 정신이상도 있지만 실업자가 되어 벌인 사건이라 그런 것도 행정부 잘못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강한 나라도 좋지만 내 목숨이나 내 삶이 풍족해야지.’더구나 아이아코카가 후보로 결정되자 그의 회사 운영 방침에 찬성한 노조들이 민주당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하자 양상이 급변하고 있었다. 리무진은 빠르게 LA의 도심을 벗어나 최태욱이 어린이들을 구한 장소로 가고 있었다.9/16 쪽

    “왜 여길?”“오늘 여기서 산불로 인해 희생된 추모비 건립식이 있다네. 자네를 초청하고 싶다고 해서 내가 직접 자네를 만나 데리고 온다고 한 거야.”“그렇군요.”아이아코카는 호수가까이 가다가 멈추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나도 강한 미국이 되길 원하네. 하지만 국내의 문제를 다 버리고 대외 강경외교는 절대로 반대하는 걸세. 이번 산불도 산불 진화에 동원될 헬기로 보내야하는 예산을 함부로 해외파병으로 전비로 돌려 사용한 레이건의 잘못이라 국민들이 변하고 있다네.”“그래요? 그런 편법으로요.”“그렇다네, 그러니 공화당 의원들도 그 문제로 불만들이 많다네. 레이건이 너무 독주한다고.”“········.”10/16 쪽

    남의 나라 정치 문제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하고 싶지 않은 최태욱은 침묵했다. 그러나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최태욱을 끌어들일 요량인 아이아코카는 다시 말했다.“자네가 아칸소의 잭슨빌에 건립한 제약회사 경우도 사실은 레이건이 민주당의 아성을 무너트리기 위한 치졸한 수단에 불과하네.”“그런가요? 뭐 저야 쉽게 미국에 공급하게 되어 결정한 일인데요.”“아무튼 나를 도와주게.”간곡하게 부탁을 하지만 최태욱은 여전히 같은 생각이라 답했다.“무슨 말씀인지 알지만 저는 직접 나서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그렇게 아세요. 다만 제가 영향력이 있는 한도 내에서 도와 드리기는 하죠.”“고맙네. 역시 자네는 신의가 있군.”최태욱의 답변은 사실은 하나마나한 두루뭉술한 내용에 불과했다. 아이아코카도 그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최소한 최태욱이 레이건 편을 일방적으로 11/16 쪽들어준다는 것은 아니라 안심하고 있는 것이다.이후 아이아코카는 최태욱에게 몇 가지 중요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었다. 자기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대부분 한국이나 최태욱이 벌인 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도와준다는 내용이다.이런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누고 나서 두 사람은 같이 추모행사에 참여했다.작은 호수 가에는 크지는 않지만 비석이 서있고 많은 사람들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산불의 화마로부터 목숨을 구한 어린 소년소녀들은 행사장으로 최태욱이 나타나자 열광했다.“타이거! 와! 와!”세계적인 스타지만 또한 자신들의 목숨을 구해준 인물이다. 그러다 보니 어린이들은 우르르 하며 최태욱에게 달려와 크게 외쳤다.“고마워요.”“건강은 하고?”12/16 쪽“넷! 저 싸인 해주세요.”“알았어.”어른들이야 어떤 예식을 따지지만 아이들이야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포츠 스타가 나타났으니 다들 종이와 팬을 가져와 사인을 받고 있었다.“용감한 파울러! 네가 용기를 내서 아이들 구했어. 앞으로 그렇게 용감하게 살아라.”“네!”제일 먼저 로프를 타고 하강한 소년에게 하는 말이다. “수즙은 메리. 너는 겁이 많고 성품이 온순하니 앞으로 좋은 아내와 어머니가 될 거야.”“정말요.”겁에 질려 결국 자신이 등에 태워 구해준 소녀에게 하는 말이다.    일일이 아이들에게 그저 느끼는 그대로 덕담을 던져주고 있었다. 덕담이 13/16 쪽다 그렇듯이 최태욱은 조금은 과하게 칭찬을 해주고 있었다.그러자 아이들은 다들 신이 나서 즐거워하고 있었다.  다소 침울하던 행사장은 최태욱이 나타남으로 인해 약간 밝게 변했다. 죽은 자의 애도는 필요하지만 산자들은 그들 나름대로 슬픔을 잊고 새로운 길로 걸어가야 한다.추도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의 요구로 최태욱은 짧은 연설을 하고 있었다.“저는 이제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합니다. 과거의 영광이나 이룬 것에 연연하지 않고 나 스스로가 좋아했던 새로운 행복한 인생을 살 생각입니다. 여러분도 가족의 죽음으로 인해 생긴 과거의 슬픔이나 원망은 이제 모두 잊고 행복이 가득한 새로운 세상을 찾아 힘차게 전진하기 바랍니다.”별로 대단한 의미는 아니고 그저 슬픈 과거를 잊고 산사람은 힘내서 살아가자는 뜻이다. 그러나 최태욱은 너무 모르고 함부로 이런 메시지를 전국으로 생방송 중인 상태에서 던지고 있었다.연단에서 내려오며 아이아코카를 보자 그는 너무 좋아서 입이 귀에 걸리도록 크게 벌어지고 있었다.‘왜 저러지?’14/16 쪽그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수행원들은 미친 듯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좋아하고 있었다. 또한 행사장으로 왔던 방송사 카메라 기자나 기자들은 마치 혼이라도 나간 표정으로 얼을 빼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어떤 기자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 덜덜 떨고 있었다. 세상이 금방 뒤집어 지기라도 한다는 듯이 다들 놀라고 있었다.‘다들 왜 저러는 거야?’명언도 없고 그저 평범한 말이다.최태욱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주 중대한 실수를 하고 말았다. 그로인해 어둠이 가득한 검은 숲으로 이루어진 깊고 습한 늪으로 빠져들고 있었다.한번 발을 담그면 절대로 빠져 나오기 어려운 정치라는 암흑과 같은 세계로 스며든 것이다. 아이아코카 후보는 최태욱에게 다가와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정말 고맙네, 나를 이렇게 도와주다니 평생 이 은혜 잊지 않겠네.”간단한 말로 이런 대접을 받으니 최태욱은 너무 황당했다. 눈물까지 글썽이는 모습에 어이없어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15/16 쪽‘아이아코카도 너무 늙어서 벌써 치매 증상이 생기나? 왜 이렇게 울먹이며 감격하고 그래.’나중에 LA 선언이라고까지 불리는 이 짧은 연설은 미국은 물론 세계를 온통 뒤집어 버리는 중요한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는 그런 중요한 말이 아니라 그런 중요한 말로 변해 버렸다.16/16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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