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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126화 (126/657)
  • < --  [검은 숲과 습한 늪]  -- >[검은 숲과 습한 늪]아름드리나무가 가득한 검은 숲을 급하게 내달려 산불을 피했다. 하지만 화기가 느껴질 정도의 거리라 아직은 너무 위험했다. 잠시 숨을 고른 최태욱은 다시 급하게 뛰고 있었다.다다다닥! 얼마나 이동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오직 동쪽으로 달렸다. 몇 시간을 쉬며 달리기를 반복해 도착한 곳은 곳곳에 물이 고여 있는 습지대다. 질척거리는 습지대라 이동하기에 무척 힘이 들었다.“헉! 헉! 어휴 힘들어!”지금까지 살아오며 제일 힘들게 멀리 뛰어서 이동한 것 같았다. 주위는 이미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의 나무들이 더욱 울창해 보였다.철벅! 철벅!회1/17 쪽등록일 : 12.10.14 10:26조회 : 2805/2808추천 : 72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3048속도는 조금 줄였지만 빠르게 이동 중이다. 등에 여자를 업고 있는 최태욱은 여전히 질척거리는 숲속을 달리고 있었다. 주변이 온통 습지로 가득해 앉아서 쉬기에 적당해 보이지 않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여긴 어디지?’사실 누가 어디라고 말해준들 이곳 지명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니 소용없는 물음이다. 한참을 이동해 가다가 보니 작은 개울이 보였다.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제 주변의 땅도 건조해 낙엽이 쌓여 있어 약간 푹신 거렸다.‘됐어. 여기 정도는 안심해도 돼.’산불이 난 지역과 충분히 떨어졌다고 판단했다.뛰던 발걸음을 멈춘 최태욱은 개울로 가서 등에 업고 있는 여자를 내려놓고 엎드려 물을 마셨다.“후르릅! 후르릅!”검은 숲을 지나서 흐르는 물이라 그런지 아주 시원했다. 물을 마시고 나서 회2/17 쪽

    옆에 내려놓은 여자를 바라보자 완전히 기절한 상태다. 기절해 펴져 있는 여자를 보며 최태욱은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아직 어려 보이는데 어떻게 그런 아들이 있지? 이상하네.”여선생은 분명 남편이 죽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다소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최태욱은 그냥 흘려버렸다. 여자가 아들이 있건 남편이 있었던 유부녀건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주위를 돌아보던 최태욱은 여전히 축축한 등산복을 뒤적이고 있었다. 너무 오래 힘들게 이동하다 보니 허기가 져서 혹시 먹을 것이 있나 찾아보았다.“하나 있네.”아이들을 구하기 전에 혹시 해서 호주머니에 넣어 놓은 초콜렛이 손에 잡혔다. 입에 넣고 먹으려다 쓰러진 여자를 보자 차마 먹을 수가 없었다.최태욱은 여자에게 다가가 얼굴을 툭툭 건드려 깨웠다.“어서 일어나요.”“아응!”3/17 쪽

    마치 곤하게 잠자다 일어나는 것처럼 여자는 가볍게 신음을 토했다. 스르르 눈을 뜨고 슬며시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런 여자에게 초콜렛을 디밀자 눈을 반짝이며 급하게 먹었다.다 먹고 나자 여자는 다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고마워요. 미안해요.”그래도 기본 양심은 있는 여자 같아 보여 최태욱은 구하기는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게 구한 여자가 싹수가 노래면 별로 기분이 좋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제 밤이라 어두워 더 이상 이동하기는 곤란했다. 최태욱은 주변을 돌아봐도 먹을 만한 것이 없자 커다란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 쉬고 있었다.여자는 개울로 가서 물을 마시고 세면을 하고 있었다.‘이 판국에 얼굴은?’ 세면하고 머리도 다듬고 차림새에 신경 쓰는 여자를 보며 한숨을 토했다. 여자는 몸을 추스르고 나자 최태욱 옆으로 다가와 아무 거리낌 없이 품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고 있었다. 흐트러진 모습으로 볼 때와 전혀 다르게 더 나이가 어려보이고 더욱 예뻐 보였다. 마치 흑진주 보는 느낌이 들었4/17 쪽

    다.‘상당히 어린데?’최태욱은 품으로 안기는 여자를 꼭 껴안고 서서히 잠이 들었다. 허기가 졌지만 그래도 물을 너무 많이 마셔 갈증은 해소되고 피로가 밀려왔다.끼리릭. 끼리릭.검은 숲속에서는 다소 괴이한 야생동물의 울음소리가 들이고 있었다. 겁에 질린 여자는 더욱 깊게 품속으로 파고들며 최태욱의 두 손을 자기 가슴으로 올리고 부여잡고 그제야 눈을 감으며 스르르 잠이 들었다.‘아, 포근해.’여자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다음날 습관이 된 최태욱은 새벽에 일찍 일어났다. 여자는 여전히 허기도 지고 긴장으로 너무 지쳐서 거의 빈사 상태에 이르고 있었다.‘완전히 맛이 가버렸군.’5/17 쪽

    최태욱은 다시 개울로 가서 물을 마시고 여자를 깨워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하고 등에 업고 다시 이동했다. 이제 산불이 일어난 지역과는 너무 멀어서 안심이다.빈사 상태에 이르기도 했지만 여자를 등에 업고 있는 이유는 신발도 없는 맨발이기 때문이다. 업고 있는 여자의 불룩한 가슴이 등에서 비비적거려지자 문뜩 그것이 생각났다.‘후우! 주책없이.’얼마 전에 남편이 죽었다는 여자에게 욕정이 생기니 황당했다. 애써 고개를 흔들며 잡스러운 생각을 떨치고 발걸음을 급하게 했다.       최태욱은 주변 지형을 살피다가 멀리 작은 건물이 보이자 그쪽으로 이동했다. 마치 작은 산장처럼 지어진 아담한 집이다. 조심스럽게 숲을 지나 건물로 다가가던 최태욱은 건물 앞에서 나이 많은 노인이 자길 발견하자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그러나 노인은 급하게 집 안으로 들어가더니 뭔가 긴 것을 들고 나오더니 자기를 겨누었다.6/17 쪽

    탕! 탕!경고도 없이 엽총을 들고 나와 쏘자 기겁한 최태욱은 여자를 업고 내달렸다.‘쌍!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어!’미국은 개인이 총을 휴대하니 벌어진 사태다. 더구나 산불로 인해 치안이 혼란한 틈을 노려 때로는 부랑배들이 외딴 집을 습격하는 일이 벌어지자 노인은 겁에 질려 총을 쏘아 버린 것이다.총질하는 노인의 입장을 생각하니 탓할 일은 아니었다.‘후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재수 없었으면 엽총에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자 화가 치밀었다. 이제 살았다는 기분이 달아나고 위기라는 생각이 들었다.탕! 탕!또다시 총소리가 들렸다. 노인이 겁에 질려서 계속 숲을 향해 경고 사격을 7/17 쪽

    하는 것 같았다. 꼬박 하루를 걸려 사람은 만났는데 보자마자 총질이니 미칠 노릇이다. ‘여기서 꾸물거리기보다 다른 곳으로 가봐야겠어.’급하게 숲속으로 도망친 최태욱은 조심스럽게 주변 지형을 살폈다. 외딴 집과 연결된 작은 도로를 따라 이동하게 되었다.사람이 자주 다닌 길은 아니고 가끔 승용차가 이동하는 산길이다.“왜 이렇게 멀어?”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숲은 한국과 달라 흔한 산딸기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하루 종일을 굶은 상태로 길을 따라 이동했다. 그러나 사람의 모습이나 어떤 건물이 하나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두두두두.이때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가 들려 하늘을 보자 자신이 어제 지나온 지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자신들을 찾기 위해 헬기가 동원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8/17 쪽

    ‘등신들 거기로 가면 어떻게.’구난 신호를 보낼 방법도 없었다. 최태욱은 계속 걸어 드디어 아스팔트로 포장된 큰길까지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길을 오가는 차량은 단 한 대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쌍! 그 많던 차는 다 어디로 간 거야.’또 다시 밤이 되어 최태욱은 전날과 같이 커다란 나무에 기대고 앉아 여자를 품에 안고 밤을 보냈다. 전날 보다는 여자와 사이가 조금 진전되었다.품에 안긴 여자의 봉긋한 가슴을 약간 주물러도 별로 거부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키스하며 달려드는 정도도 아니다. 그냥 거의 무감각한 상태로 여자는 축 늘어져 있었다.‘건드렸다가 재수 없으면 나중에 강간범으로 고소할지도 몰라.’상황은 여자를 당장 눕히고 해결해야 될 분위기 같아 보인다. 하지만 얼마 전에 남편이 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남편이 죽는 모습을 본 과부인데.’ 9/17 쪽

    여자가 나중에 어찌 나올지 모른다는 염려 되었다. 그러니 그냥 품에 폭 안겨 있는 여자의 탱탱한 가슴을 가끔 주무르는 그런 정도만 진행되고 잠이 들었다.결국 최태욱은 이틀간을 숲에서 헤매다 수색 범위를 넓인 경찰을 만나게 되어 구조되었다. 순찰차가 숲에 난 산길을 이동하던 중에 만난 것이다.경찰이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어떻게 거기서 나타난 거요?”“길 찾아 계속 걷다가 보니 그렇게 됐소.”생각지도 못한 다른 곳에서 여자를 업고 나타나자 경찰은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사실 사람의 발걸음이 그리 빠르지는 않지만 끝없이 걸으면 상당히 먼 거리의 이동이 가능하다.최태욱은 여자를 업고 있는 상황이지만 끝없이 걸었다. 그 때문에 이틀간에 산길을 50킬로미터 정도를 이동해 전혀 다른 곳에 나타난 것이다. 급하게 경찰이 연락하자 요란한 소리를 내며 구급차가 달려왔다. “타고 병원으로 가죠.”10/17 쪽

    “아니요. 나는 상관없으니 여자나 병원으로 데리고 가요.”구급차에 실려 여자가 먼저 떠나는 것을 보고 최태욱은 그제야 경찰에게 말했다.“먹을 것 혹시 있소.”“아!”최태욱의 말에 그제야 정신이 든 경찰은 순찰 돌며 간식으로 먹으려고 하던 햄버거를 넘겨주었다.“고맙소.”햄버거를 먹으며 최태욱은 경찰차를 타고 LA에 있는 아파트로 돌아오게 되었다.아파트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강호철이 만나자 마자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11/17 쪽

    “죄송합니다. 회장님.”“뭐가?”“저만 살자고 구조헬기를 철수해서.”“신경 끄고 먹을 것이나 줘.”“넷!”강호철이 급하게 라면을 끓이고 그 전에 먹으라고 초코파이와 우유를 가져다주었다. 허기진 최태욱은 급하게 음식을 먹고 침대로 가서 옷을 몽땅 벗고 누우며 말했다.  “나, 찾으면 죽었다고 해.”“넷!”벌거벗은 상태로 최태욱은 침대에 누워 이내 잠이 들었다. 이제 온전하게 12/17 쪽

    살았다는 기분이 들자 헤어진 여자가 떠오르고 있었다.‘가슴의 돌기가 작던데. 이상하네.’아무리 모유 수유를 안 하더라도 아이를 낳은 여자는 가슴의 돌기가 적당히 크다. 그런데 품에 안겨 주물렀던 여자의 가슴돌기는 아주 작았다.‘특이한 체질인가?’이제 배가 부르니 별로 생각 없던 욕정이 슬며시 치밀어 해보는 생각이다. 그러나 밀려오는 식곤증으로 인해 깊이 잠들고 있었다.   그가 깊이 잠들고 나자 강호철은 급하게 전화로 연락했다. “김 관장, 회장님이 오셨으니 주변에서 경호원을 보내줘요.”아파트에는 많은 청년들이 몰려와 경비를 서고 있었다. 다소 늦게 소식을 접한 언론사 기자들이 떼 지어 몰려 왔지만 그들은 최태욱을 만날 수 없었다.“나중에 찾아오세요. 당분간은 만나지 않을 겁니다.”13/17 쪽

    “어디 아픔 것은 아니요?”“예, 음식 잘 드시고 잠이 들었어요.” 미국 시민들은 먼데일 후보의 장례식을 보면서 매우 슬퍼했다.‘아까운 사람이 죽었어.’더구나 마약에 취한 정신병자가 사고를 냈다니 더욱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사람의 가치는 죽은 다음에 나타나는 것인지 먼데일은 미국을 이끌만한 정치지도자라고 다들 아쉬워했다. 이어서 LA 지역에서는 산불로 인해 사망한 사람들의 합동 장례식이 진행되었다. 사람들은 다들 슬퍼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많이 죽었다는 보도에 오열하고 있었다.“흑! 어쩌다 저런 일이.”“하필 애들이 그곳에서 야영하고 있을 때 불을 지르다니.”14/17 쪽산불을 지른 범인도 마약에 취해 일을 저질렀다니 생각이 있는 시민들은 다들 마약을 제조하거나 파는 사람을 엄단해야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마약 조직은 반드시 소탕해야 한다고.”“당연하지.” 무려 100명이나 사망하고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끔찍한 산불이었다. 불행은 연속해서 일어나는 것인지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인해 미시시피 강이 범람해 많은 수재민도 발생했다. 연달아 터지는 대형 사고로 인해 가히 미국의 위기라고 느낄 정도로 큰 재난들이었다.그러나 미국 시민들은 이어서 나오는 뉴스 속보를 보고 열렬하게 환호했다. “와! 드디어 살았어.”“역시 초인이야.”여자를 업고 숲속으로 사라져 소식이 궁금하던 최태욱이 드디어 살아서 나타났으니 다들 기뻐했다. 죽은 사람은 죽고 산사람은 살아야 하니 죽은 자 보다는 살아 있는 영웅을 반길 수밖에 없었다.15/17 쪽하지만 시민들은 영웅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대신 병실에 입원해 있으나 아주 건강해 보이는 여자만 화면 속에서 보고 있었다.오래 잠들어 있던 최태욱은 잠이 깨자 뉴스를 보고 있었다.“어, 유부녀라고 하더니 저 여자야?”자신이 구한 흑인 여자는 이제 20살로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는 여배우다. 제니퍼라는 여배우는 유부녀로 알려진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선생이 저를 조카의 엄마로 착각한 것은 제가 죽은 언니 대신 잠시 엄마로 행세해서 그래요.”“그럼 죽은 형부와는?”이 판국에도 뭔가 스캔들 거리를 찾는 연예부 기자의 요상한 질문에 제니퍼가 화를 버럭 냈다.“뭐요? 기자님은 무슨 의도로 그런 이상한 질문을 하시죠? 언니가 사망한지 한 달도 안됐고 형부가 불에 타 죽는 모습을 본 사람에게. 저는 아직 남자를 전혀 모르는 여자에요.”16/17 쪽부드러워 보이던 제니퍼가 화를 내자 매서운 눈은 마치 검은 살쾡이 같았다. 당황한 기자가 얼른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죄송합니다.”제니퍼가 인터뷰하는 내용을 지켜보던 최태욱은 입맛을 당겼다.‘쩝! 아깝네. 숲에서 해결했어야 하는데.’최태욱이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야 그동안 여자를 접한 지 상당히 오래 됐기 때문이다. 체질상으로나 건강 상태로 보면 매일 두 여자 정도는 품어야 될 지경이다. 그러나 최태욱은 몇 달간을 여자를 전혀 접하지 않았으니 지금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17/17 쪽

    기 때문이다. 체질상으로나 건강 상태로 보면 매일 두 여자 정도는 품어야 될 지경이다. 그러나 최태욱은 몇 달간을 여자를 전혀 접하지 않았으니 지금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17/17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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