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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124화 (124/657)
  • < --  [붉은 (불끈?) 환(丸)의 신드롬]  -- >세상에 살다가 보면 항상 죽을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자리만 찾아가는 사람이 있다.이상하게 사고 현장에 자주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최태욱은 본시 ‘재수가 좋다 없다.’를 같이 체크해서 그런지 모르나 이번에도 어김없이 일이 엄청 꼬여 버렸다.적당히 산불 진화 작업에서 허드렛일이나 하며 조금 돕다가 LA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구조에 필요한 장비를 헬기에 실어 주거나 아니면 주변의 낙엽을 태우고 끄는 단순한 작업이다.‘이런 정도면 도울 만하네.’소방대원들도 유명한 스포츠 스타가 찾아와 더 힘든 작업에 동참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그런 일만 시키고 있었다.“그래도 와서 돕자는 마음이 고마운 거야. 더구나 외국인인데.”“저런 정도면 훌륭한 선수지. 나 같으면 어림없어. 몸값이 얼마인데.”최태욱의 몸값은 미국으로 오면서 전에 비해 2배 이상은 오르고 있었다. 회1/18 쪽등록일 : 12.10.13 18:06조회 : 2875/2880추천 : 60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3048

    물론 몸값이란 방송출연요청을 위한 출연료나 상품 광고 촬영 제의를 하며 제시하는 금액이다.넓은 개활지에 임시로 만들어진 헬기 착륙장이자 구조 본부에 많이 사람들이 몰려왔다.와글와글 다들 방송국이나 신문사에서 보낸 기자들이다.최태욱이 산불 진화 작업의 자원봉사자로 신청하게 되자 이는 즉시 언론사로 알려졌다. 그로인해 그가 산불 진화를 위해 소방대원들과 같이 그냥 허름한 장비를 들고 낙엽만 치우는 현장으로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구조 장비가 든 상자를 옮기고 있는 최태욱을 보며 한 여기자가 다가와 물었다.“타이거 최는 여기서 뭐하시는 건가요.”“보면 몰라요? 자원 봉사자로 돕고 있죠.”“예?”2/18 쪽

    최태욱은 라오스에서 미국 포로를 혼자서 15명이나 구하고 돌아왔다. 그래서 은성무공훈장도 받았다. 그는 이미 미국 국민들에게 영웅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런 영웅인 그가 참으로 보기에 민망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런 일이니 하다니.’언론사 기자들 생각으로는 산불 진화 작업에서 최소한 인명구조팀에 합류해 적극적으로 구조 활동하는 줄 알다 실망하고 말았다.“겨우 이런 일을 한단 말입니까?”“·········.”밉상으로 생긴 여기자의 이런 응수에 최태욱은 기분이 정말 더러웠다.‘생긴 것도 지랄 같이 생겨 가지고 말도 싸가지 없게 하네.’이런 일도 위험하다고 나서지 않는 놈들도 많았다. 그리고 자신은 이제 귀하다면 귀한 몸이다. 그런데 못 생긴 여기자가 던지는 말을 들어가면 타죽기 좋은 불속으로 들어가서 사람을 구해야 된다는 뜻이다.3/18 쪽

    ‘지랄들 하네. 나도 내 목숨 귀한 줄은 안다고.’더구나 잘해서 10년만 무사히 보내면 세계에서 최고 갑부 소리도 듣게 생겼다. 엄청난 부를 이루게 투자까지 잘해놓은 시점이다. 이제는 부자 몸조심을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이런 상황에 불속에 들어가 죽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구조 현장으로 몰려온 많은 기자들의 입장에서 너무 황당했다. 기자들은 두고두고 기사를 써서 우려먹을 영웅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니 최태욱의 이런 활동에 매우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다들 자기들끼리 모여 수군거리고 있었다.“나는 또······. 무슨 대단한 구조 활동을 한다고······.”“그러게 실망이군.”“이거 큰일이야. 나는 회사에서 특종 사진 찍는 다고 장담하고 왔는데. 저런 사진을 가져다주면 아마 해고시킬 거야.”다른 기자들도 입장이 비슷하니 다들 공감하고 있었다. 생방송으로 구조 장면을 내보낼 계획이던 방송사 PD들 역시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4/18 쪽

    등록일 : 12.10.13 18:06조회 : 2875/2880추천 : 60선호작품 : 3048(비허용)자신들의 직분에 의해 필요에 의해 찾아오고 오히려 최태욱을 원망하고 있었다.‘그림 좋은 구조 활동을 하지 여기서 뭐하는 거야.’ 사람이란 때로는 하기 싫은 일도 남들의 시선 때문에 등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때도 있다.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위험한 인명구조 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생겼다.이런 분위기를 먼저 감지한 강호철이 조심스럽게 말했다.“회장님. 빨리 여길 떠나죠.”“왜?”“여기 그냥 있다가는 오히려 비겁한 사람 취급 받게 생겼네요.”“그렇군.”그거야 그렇지만 이런 판국에 하루 자원봉사자 활동하고 피하기도 곤란했다. 그런 행동을 하면 그 또한 쪽 팔리게 생긴 상황이다. 체면이 뭔지 최태욱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언론사 기자들에게 말했다.5/18 쪽

    “소방대원이 아닌 자원 봉사자는 본시 이런 일 밖에 시키지 않아 돕고 싶어도 돕지 못하는 거요. 뭘 알고 말하시오.”“아, 그런가요.”결국 이런 말이 오가다가 마침 구조헬기가 도착해 구조한 사람들을 내려놓고 있었다. 모두 어린 아이들로 작은 호수가 있는 숲속의 야영장에서 구해온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구한 애들은 모두 백인인 여자애들뿐이다.‘이상하네, 왜 백인 여자 애들만 있지?’이렇게 생각하고 구조대원들을 보니 모두 백인들로만 구성되어 있었다.‘어라? 험한 일에는 흑인들이 많은데.’ 백인들로만 구성된 구조대가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리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다른 구조 헬기가 LA 지역에서 도착하자 조심스럽게 다가가 물었다.“애들을 구하러 갑니까?”6/18 쪽

    “예, 늦었지만 갑니다.”헬기 조종사나 구조대원이 이상하게 흑인으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최태욱은 느낌이 조금 이상하지만 그들에게 다가가 말했다.“나도 같이 갑시다.”“정말 입니까? 아주 위험합니다.”“장비나 나누어 주시죠.”그들은 여유 장비가 없다고 하며 로프만 한 뭉치 주고 있었다. 최태욱은 급하게 강호철에게 지시했다.“내 배낭 가져와.”“넷!”강호철이 급하게 승용차로 가서 커다란 배낭을 가져왔다. 틈이 나면 산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항상 준비하고 다니는 산악 등반용 장비가 배낭에는 7/18 쪽

    가득 들어 있었다.배낭을 짊어진 최태욱은 수송헬기에 올라 산불로 인해 연기가 자욱한 숲으로 날아가고 있었다.수송헬기가 가는 목표는 작은 호수다. 그곳에는 호수 중간에 아주 작은 바위섬이 있었다. 불이 나자 겁에 질린 아이들이 불을 피해 도망친 곳이 그 바위섬이다.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제방을 쌓아 만든 인공호수가 잠기며 지상으로 남아 있는 작은 봉우리다. 생각 보다는 위험하지는 않은 구조 활동이다. 하지만 수송헬기가 착륙할 장소가 없고 산불로 인해 바람이 거세지니 문제다. 누군가 호수로 뛰어들어 바위섬으로 들어가 헬기에서 내려준 구조망에 아이들을 타도록 해줘야 한다.“내가 내려가죠.”“정말입니까? 맨몸으로 호수로 뛰어 들어가야 합니다.”“알았소. 최대한 낮게 내려가 보시오.”8/18 쪽

    대형 산불이 나면 헬기 구조에 어려움이 많은 이유가 있다. 산불로 인해 상승 기류도 생기고 예상하지 못한 돌풍도 불기 때문이다. 자칫 그로 인해 조종이 어려워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 그렇다.  이윽고 구조 헬기가 호수 위로 낮게 나르며 섬 옆으로 다가가자 최태욱은 등산 배낭을 힘차게 바위산에 던졌다. 그리고 구조 헬기가 다시 호수로 이동하자 급하게 뛰어 내렸다.획!20미터 높이에서 전투 다이빙이라고 부르는 가슴에 손을 모으고 다리부터 입수하는 방법이다.폭!작은 물방울을 일으키고 최태욱의 큰 덩치는 호수 속으로 들어갔다. 등산복과 등산화 차림으로 수영하려니 쉽지는 않았다.  철퍽 철퍽.호수로 뛰어들어 급하게 수영해 바위산으로 올라가 보니 이제 겨우 6-7 세 정도 아이들 5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9/18 쪽

    “선생님은?”“저쪽요.”인솔자라는 선생 둘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녀다. 겁에 질려 서로 껴안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애인사이 같아 보였다.“다쳤소?”“예, 둘 다 다리를 다쳤습니다.”이들 이외에 학부모인 젊은 여자가 있었다.‘헉! 미인이네.’위급한 상황이지만 물에 젖은 티셔츠에 짧은 청바지를 입은 여자는 섹시해 보였다. 몸매도 그렇고 얼굴이 상당한 미모를 지녔다. 피부가 약간 검은 모습으로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여자다. 그녀는 완전히 혼이 달아나 있는 상황에 어린 꼬마만 끼고 멍한 시선으로 앉아 있었다.10/18 쪽

    “왜 저러는 거요.”“남편이 불에 타서 죽은 것을 목격해서 그래요.”“그래요?”“남편은 미식축구 선수하던 사람입니다.”이런 짧은 대화를 하며 최태욱은 그제야 아이들이 거의 대부분이 흑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불이 언제 이쪽으로 번질지 모르는 급한 상황이다. 허겁지겁.시간이 촉박하다고 느낀 최태욱은 급하게 배낭에서 장비를 꺼냈다.바위산 옆에는 절벽이라 가깝게 헬기가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다. 여기서 이대로는 구조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반대편 30미터 정도 떨어진 호수 옆의 작은 개활지로 보내야 된다.최태욱은 남자 선생에게 물었다.“움직일 수 있소?”11/18 쪽

    “예.”“그럼 갑시다.”최태욱은 다리가 다쳤다는 남자 선생을 들쳐 업고 호수로 가서 30미터를 수영해 넘어가고 있었다. 호숫가에 도착한 최태욱은 급하게 커다란 나무에 로프를 단단히 고정하고 급히 말했다.“저쪽에서 내가 애들을 내려 보낼 것이니 받으시오.”“알겠습니다.”로프 끝을 잡고 최태욱은 수영해 다시 바위섬으로 넘어가서 제일 높은 곳의 바위에 로프를 맸다. 건너갈 로프를 설치하자 아이들에게 크게 외쳤다. 힘이 좋은 터라 줄은 아주 팽팽하게 당겨졌다.팽팽하게 줄을 메고 나자 최태욱은 아이들을 보며 크게 외쳤다.“줄타기 하고 싶은 사람.”“저요.”12/18 쪽

    사내아이가 먼저 나서자 최태욱은 빠르게 소년의 몸에 로프로 안전장치하고 고리를 걸어 힘차게 밀어 내려 보냈다.쉬익!팽팽하게 당긴 줄이라 중간에 멈추지 않고 빠르게 넘어가고 있었다. 반대편에서 기다리던 남자 선생이 아이를 받아 주고 있었다. 로프를 타고 먼저 무사히 넘어간 아이가 신이 나서 크게 외쳤다.“야, 재미있어! 내려와!”수송헬기에서 다행히 구조 장비를 내려 보내 주었다.처음에는 두려워하던 아이들은 안전하게 반대편으로 하나둘 넘어가게 되었다. 나중에는 마치 즐거운 놀이하듯이 로프를 타고 내려가고 있었다. “엉엉! 무서워요?”“눈 감고 있어. 그럼 돼.”개중에 겁이 많은 아이들은 울기도 했지만 살살 달래서 겨우 겨우 내려 보13/18 쪽

    냈다.그래도 겁에 질려 줄을 타지 못하는 애들은 등에 태우는 방법으로 호수를 수영해서 반대편으로 넘기게 되었다.“헉! 헉!”어린 아이들은 모두 내려 보내고 흑인 여자가 안고 있는 아이도 강제로 빼앗아 내려 보냈다. 하지만 학부모라는 여자는 완강하게 버티고 있었다.“저는 무서워서 못가요.”“더 늦으면 산불이 이쪽으로 번져요. 빨리 넘어가야 해요.” “저는 죽어도 못가요. 고소 공포증이 있어서.”여자는 죽으면 죽어도 줄을 타고는 넘어가지 못한다고 버티고 있었다. 별 수 없이 최태욱은 수영해서 넘겨다 주는 수밖에 없었다. 겁이 많기는 여 선생도 같은 지경이라 호수를 헤엄쳐서 이동시키는 수밖에 없었다.“수영해서 갑시다.”14/18 쪽

    “저 수영 못합니다.”수영도 못하는 여자 선생이 무슨 애들을 호수로 데리고 야영을 왔나 싶었다.“썩을, 나만 혼자 죽어나는군.” 여선생을 옮기고 나서 너무 숨이 차서 잠시 쉬는 동안. 갑자기 혼자 남게 된 여자가 괴성을 질렀다.“캬악!”혼자 남아 무섭기도 하지만 거센 불길에 가까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아악! 제발 살려줘요!”바위섬에 유일하게 혼자 남아 있으니 더욱 두려워진 것이다. 더구나 반대편 가까이 숲까지 불길이 거세게 번지고 있었다. 바위산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 불에 타서 죽게 된 위급한 상황이다.15/18 쪽

    ‘수영도 못하나?’최태욱은 이런 어린이 구조 장면을 촬영만 하지 구명보트도 내려 보내지 않은 구조헬기나 방송 헬기를 보며 한숨을 토했다.“저 자식들은 도대체 뭐하는 거야?”지쳤지만 최태욱은 다시 수영해서 바위섬으로 넘어갔다. 공포로 인해 완전히 혼이 반 이상은 달아난 여자를 들에 업고 호수를 넘어오는 수밖에 없었다. 겁에 질린 여자는 다리와 팔을 이용해 찰거머리처럼 최태욱의 몸을 짝 감고 있었다.무사히 넘어와도 여자는 등에서 내릴 생각을 안 해 신경질을 부렸다.“안 내려요?”크게 소리를 질러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억지로 등에서 내려놓으려니 여자는 팔과 다리를 이용해 몸통을 착 감고 있으니 쉽지 않았다. ‘찰거머리 같군.’목을 감은 손을 억지로 풀었다. 허리를 강하게 감고 있는 다리도 풀고 내16/18 쪽

    보니 이미 여자는 기절한 상태다.‘겁이 엄청 많은 여자군.’조금 구조하기 편한 안전한 곳으로 아이들을 옮기고 나자 본격적으로 헬기에서 구조 장비가 내려오게 되었다. 어린아이들을 헬기로 옮기고 있었다.두 대의 수송헬기가 교대로 이이들을 싣고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산불은 빠른 속도로 근처로 번져 오고 있었다.“빨리 빨리 타!”“넷!”아이들을 모두 헬기로 올려 보내게 되었다. 이어서 부상자인 두 선생도 헬기로 실어 보내게 되었다. 이제는 여자와 자신만 탈출하면 되는 상황이다. 잠시 기절했다 깨어난 여자를 구조망에 태우려니 또 말썽이다.“저, 죽어도 못 타요.”한 대 때려서 기절시킬까 생각도 했지만 잘못하면 다칠 위험이 있어 망설이고 있었다.17/18 쪽

    화르륵! 화르륵!이때 산불이 거세지며 최태욱이 있는 쪽까지 불길이 이동되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영락없이 타죽거나 질식사 하게 생겼다.‘헉! 불이 번졌어.’최태욱은 급하게 혼서 도망치려다 차마 여자를 두고 갈수 없어 등에 업고 내달리고 있었다. 이제는 구조 헬기럴 기다릴 여유는 없다.오직 믿는 것은 자신의 체력으로 산불을 피하는 수가 최선이다.다다다닥!숲으로 뛰어들어 빠르게 반대편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산불이 너무 거세지자 구조나 방송 헬기도 이내 호수 주변에서 사라지고 말았다.18/18 쪽

    내달리고 있었다. 이제는 구조 헬기럴 기다릴 여유는 없다.오직 믿는 것은 자신의 체력으로 산불을 피하는 수가 최선이다.다다다닥!다다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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