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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96화 (96/657)
  • < --  [끝나지 않은 전쟁]  -- >[끝나지 않은 전쟁]동서 진영의 냉전 시대 비극인 KAL기 피격사건으로 인해 나라 전체가 온통 슬픔에 잠겼다. 수많은 사람들이 탄 민간항공기의 피격은 충격 그 자체다.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또한 탑승객은 한국인만이 아니고 일본인이나 미국인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소련에 대해 대대적으로 성토하고 있었다.한국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었다. “죽일 놈들.”“소련 놈들에게 당했어.”죽음은 말이 없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은 크게 분노했다. 복수를 생각해 보지만 방법이 없으니 더욱 열이 나서 적개심만 커지고 있었다.‘우리도 핵무기나 장거리 미사일이 있으면 해보는데.’군사력이 강한 나라인 소련에게 당한 사건이라 분노는 하지만 보복은 어불 설성이었다.미국 뉴욕을 출발해 앵커리지를 거쳐 김포공항으로 올 예정인 대한항공 여객기가 레이더망에서 사라졌다. 사할린 상공에서 사라진 민간여객기는 소련공군기에 의해 피격된 것이 발표되었다. 전국은 소련을 성토하는 대규모 규탄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사건을 이미 알고 있던 최태욱은 심한 자책감에 빠져들고 있었다. 수많은 죽음을 방치한 자신의 불찰을 후회하고 있었다.“그 사람들을 살렸어야 하는데.”지나고 보니 구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미국에 있는 천인교 교인을 통해 공항에 폭탄을 장착했다고 협박 전화를 넣어 시간을 늦추었다고 해도 어쩌면 구할 수 있었다. 살리려고 했다면 방법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오르니 너무 괴로웠다.‘후! 내가 죽일 놈이야.’이런 생각을 하며 최태욱은 트럭에 올라 신속하게 30경비단으로 복귀했다.회1/9 쪽등록일 : 12.10.04 10:31조회 : 2951/2958추천 : 65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2685

    부대 안으로 들어가는 정문에는 이미 위병들 수가 늘어나 있었다.30경비단의 분위기가 자못 심각했다. 다들 긴장한 상태로 초조하게 비상 대기 상태다. 실탄을 분배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나라에 큰 일이 터지면 권력의 심장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최태욱은 30경비단장을 찾아가 보고했다.“훈련 끝났습니다.”“고생했군. 그래 휴가는 갈건 가?”“넷! 나라가 어수선해 휴가를 간다는 것이 조금 그렇지만 머리를 식힐 겸 며칠 다녀올까 합니다.”경비단장은 약간은 자조적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알았어. KAL기 피격사건이야 우리 손으로 어떻게 처리되는 것은 아니니 휴가를 다녀오게.”“넷!” 경비단장에서 신고하고 이어서 청와대로 들어가 장세동을 만나 휴가를 받아 서울을 떠났다. SG 미디어로 연락하니 대만에서 활동하던 장소희가 워커힐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승용차를 보내 의정부의 연립주택 주변에서 합류하기로 약속했다.장소희는 진한 선글라스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청바지에 가벼운 셔츠 차림으로 차에 타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어린 소녀의 모습은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진한 선글라스를 쓰고 있지만 몸에서는 저절로 진한 여인의 향기가 풍기고 있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음습한 어둠이 보이고 있었다.‘헉! 전 보다 음기가 더 강해졌어.’등산복 차림으로 최태욱이 뒷좌석으로 오르자 장소희가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오빠, 왜 저를 보자고?”“그냥, 너에게 물어 볼 것이 있어서.”2/9 쪽

    장세동 실장으로부터야 속된 표현으로 장소희를 날름해 버리라고 심한 압박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생각은 없었다. 최태욱이 승용차에 오르자 운전석에 앉아 있는 태일호가 급하게 물었다.“회장님, 어디로?”“동두천 소요산으로 가지.”“넷!”동두천의 소요산으로 가자는 지시에 태일호는 약간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빠르게 승용차를 몰아 북쪽으로 향했다.의정부를 떠나 북쪽으로 가는 도로는 수많은 미군 차량들이 보였다. 물론 한국군 군용차량들도 많았다. 이런 것으로 보아도 이곳은 서울 방어를 위해 꼭 필요한 루트다.KAL기 피격사건 때문인지 모르지만 미군들이 유독 더 눈에 뜨이고 군인들 모습이 평소와 달리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분위기가 다소 살벌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최태욱은 동두천으로 오는 동안 단 한마디도 안하고 뭔가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모르쇠해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자책을 여전히 하고 있었다.‘후! 내 잘못이야.’오는 내내 많은 죽음들이 외치는 비명소리로 인해 너무 괴로웠다. 그로 인해 침묵하던 최태욱은 이윽고 동두천으로 들어서자 지시했다.“유흥가로 가!”“넷!”최태욱은 동두천의 유흥가인 속칭 매음굴이 있는 골목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겨우 오후 4시에 불과하나 화려한 조명도 켜진 거리에는 흑백색의 미군들이 무수히 보였다. 홍등가의 여자들은 가발인지 염색인지 모르지만 머리나 눈썹들이 총천연색이다.그런 모습은 이곳이 과연 한국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때 골목길에서 누군가 심하게 다투고 있었다.3/9 쪽

    “오빠, 살려줘! 나 여기 싫어.”“이년이! 잔말 말고 따라 들어와!”“악! 살려줘.”이어서 여자의 처절하게 외치는 비명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소란일 뿐이고 이내 그런 비명소리는 사라지고 있었다.이곳도 무수한 죽음이 가득한 곳이다. 최태욱은 비명소리가 모두 환청으로 들리고 있었다. 공허한 시선으로 홍등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골목 마다 건달들이 이곳에 나타난 최태욱 일행을 은근히 경계하고 있었다. 최태욱과 장소희 그리고 태일호가 앞서 가고 그 뒤를 10명의 경호원들이 따라 다니기 때문이다.“저것들은 뭐지?”“모르지. 처음 보는 녀석들인데.”“당구장으로 가서 애들 불러와.”“넷!”처음에는 긴장해서 그런지 건달들이 우르르 모여들더니 아무 이상이 없자 경계심을 풀고 있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은근히 함부로 상대하지 못할 군인들의 포스가 풍기니 슬며시 피한 것이다.전혀 이질적인 곳으로 데리고 오자 장소희는 두려운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빠, 저를 다음 영화에는 몸 파는 여자로 출연시키려고요?”“········.”장소희는 요즈음 한국에서 한창 유행하는 애로영화에서 홍등가 생활에 대해 출연시키기 위해 현장 견학을 시킨다고 판단하고 있었다.좁은 골목으로 들어갈수록 호객 행위를 하는 여자들의 모습은 민망할 정도다. 간혹 팬티까지 벗고 마네킹처럼 서있는 여자도 보였다. 눈빛이 완전히 돌아간 것으로 보아 아마도 마약에 취한 것 같았다.4/9 쪽

    껌을 짝짝 씹으며 얼굴은 도깨비 화장한 여자가 입고 있는 미니스커트를 더욱 위로 올리고 있었다. 검은 팬티가 훤히 보이도록 하고 크게 외쳤다.“캄온!”  키가 190센티인 최태욱을 아마도 미군으로 판단한 것 같았다. 최태욱이 그저 힐끗 쳐다보며 지나가자 여자는 즉시 뒤통수에 소리쳤다.“씨팔 놈! 스리섹스 하려나 애인까지 달고 왔어.”최태욱은 장소희를 데리고 마치 순찰이라도 돌듯이 홍등가를 휘젓고 다녔다. 때로는 싸게 해준다고 매달리는 여자도 있고 어떤 때는 남자 놈이 가냘픈 여자 목소리로 유혹하기도 했다.“오빠, 나 죽여주게 잘 조이는데.”“········.”“어머머, 멋진 오빠, 그냥 가면 안 돼.”매달리다가 뒤에 따라 다니는 청년들을 보고 기겁했다.‘어마나, 조직인가 봐.’청년은 아무래도 홍등가에 새로운 조직이 나타난 것으로 이해했다. 사실 남색을 즐기는 남자들은 조직에서는 대부분 배척하는 처지다. 그러니 정신없이 꽁지가 빠지라 사라지고 있었다.최태욱 일행은 홍등가의 포장마차에서 음식도 먹으며 2시간이나 돌아다녔다. 도대체 왜 이러는지 전혀 모르는 장소희는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두려운 생각이 들어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빠, 저 여기다 팔려고 데리고 왔어요?”“········.”“오빠, 말 좀 해봐요. 저 불안해 죽겠어요.” 5/9 쪽

    아무리 날고 기는 여자라도 이곳에 있는 홍등가로 팔려오면 세상과는 완전히 단절된다. 감옥보다 더한 곳에서 지내며 신분 세탁은 물론 그날로 인생은 완전히 끝장이 난다. 탈출. 그것은 그냥 소설 속에서만 나오는 이야기다.이곳은 그야말로 어둠만이 존재하는 그런 암흑세계다. 마약, 폭력, 매춘이 어우러진 이곳은 밤만 되면 향락을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해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장소희는 눈동자가 매우 불안해지고 있었다.두리번두리번.겁에 질린 장소희는 이제 최태욱을 팔에 꼭 매달려 걷고 있었다. 거리를 지나다가 멈추고 가게들을 바라 볼 때마다 장소희는 가늘게 떨고 있었다.달달달.왜 이러는지 모르지만 몸이 심하게 떨리며 두려움이 생기고 있었다. 걷고 있는 다리도 힘이 빠져서 휘청거리고 있었다.아무 말 없이 마치 이집이 팔아넘기기 좋은지. 아니면 저 집이 좋은지 알아보려는 것처럼 돌아다니는 최태욱의 행동에 점점 겁에 질렸다.‘오빠가 오늘 왜 이러지?’설마하고 생각하지만 자꾸 홍등가인 이곳에서 뭔가 자세하게 살피고 있으니 별 이상한 생각이 다 들고 있었다.‘여기서 오늘 하려고?’그렇게만 해준다면 어딘들 마다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화려한 배우 생활에 젖은 처지로 약간은 거부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기왕이면 바다가 보이는 호텔이 나는 좋은데.’이윽고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홍등가는 조금 전보다 더욱 활기로 넘치고 있었다. 윈도우에 반라인 여자들이 보이고 호객 행위는 더욱 노골적이다.그런 홍등가를 한없이 돌아다니던 최태욱은 그제야 장소희를 보며 입을 열었다.“봤냐?”6/9 쪽

    “예? 뭘 봐요?”“못 봤군.”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약간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최태욱은 뒤에 따라다니는 태일호에게도 물었다.“태 호법, 봤습니까?”“넷! 보입니다.”“그럼, 갑시다.”최태욱은 태일호가 봤다고 말하자 이내 승용차로 돌아와 올라타고 지시했다. “소요산 역 근처의 극락암으로 가요.”“넷!”태일호는 빠르게 차를 몰아 극락암 근처에 있는 작은 주택으로 들어갔다.넓은 마당에 승용차를 주차하고 내린 최태욱은 같이 내린 장소희에게 말했다.“여기서 지내자.”허름해 보이는 집으로 다른 집들과 조금 떨어진 외딴 가옥이다. 두 가옥이 붙어 있는 곳이다. 그렇다고 다른 가옥들과 그리 멀지는 않고 10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다.완전히 폐가와 비슷하나 최근에 약간 손을 본 표시가 나고 있었다. 뒤를 따라온 경호원들은 다른 가옥에 머물고 최태욱은 장소희와 둘이 지내기로 했다. 방이 두 개라 각자 하나씩 사용하면 된다.최태욱은 다소 조용한 이곳에서 지내며 복잡해진 머리도 정리하며 소요산을 등산할 생각이다.저녁 시간이 되자 근처에서 배달해온 중화요리로 식사하고 마루에 앉아 최태욱은 장소희에게 조용히 물었다.“장세동 경호실장과 잘 아냐?”7/9 쪽

    “아뇨, 6촌 오빠라고 하지만 저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어요. 할머니는 가끔 그분을 만나는 것 같아요.”만나면 물어볼 것이 많다고 생각했으나 장세동을 만난 적이 없어 잘 모른다니 더 이상 물어볼 말이 없었다. 그래서 최태욱은 다른 쪽으로 말머리를 돌렸다.“너, 지금도 태풍이 오면 이상해지냐?”최태욱의 물음에 장소희는 얼굴이 벌게지며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예, 조금 이상해요. 몽유병 환자가 된 것처럼 아직도 이상하게 행동하나 봐요.”“그럼 깨어나면 기억을 못해?”“예.”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도 못하는 여자 애와 무슨 이야기를 하나 싶었다. 방에 텔레비전도 없어 무료하고 답답한 최태욱은 크게 외쳤다.“태 호법, 라디오 가져와.”“넷!”작은 트랜지스터를 가져다주자 다이얼을 돌려 방송을 들었다. 뉴스시간은 물론 대부분 방송은 KAL기 폭파 사건에 대한 보도뿐이다. 민항기로 첩보기로 오인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었다.‘이제 이런 식으로 수습하는군.’ 최태욱은 미국과 소련이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급하게 사건 수습에 나서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미 어떤 식으로 정리가 되는지 아는 최태욱은 더 이상 들어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려 미군 방송을 듣고 있었다.미군 방송에서는 특이한 사건에 대해 보도하고 있었다. 이미 끝난 전쟁인 월남에는 아직도 송환되지 못한 미군 포로가 존재한다는 내용이다. 그런 미군포로를 구하기 위해 미국영화배우이자 감독에 제작자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자금을 지원8/9 쪽

    해 포로들을 구하겠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영화 팔아먹으려고 별짓 다해.’실재로 태국을 경유해 미군포로를 구한다고 라오스로 침투한 미국인들이 있었다. 물론 구출 작전은 실패로 끝나고 주권국가인 자국에서 무기를 들고 군사 활동을 했다고 해서 태국에서 미국 정부로 항의한 사건도 있었다.‘이게 사실이면 혹시 한국군 포로들도 남아있지 않을까?’이런 생각을 하며 라디오를 듣는 중. 마지막에 태풍이 북상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아직 그런 보도를 하지 않으나 아마도 미군들은 공군기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 빠르게 발표하는 것 같았다.태풍이 불어온다는 보도를 접하자 최태욱은 아차 싶은 기분으로 급히 옆에 앉아 있는 장소희를 바라보았다.‘헉! 일 났어.’조금 전까지 멀쩡하던 장소희의 눈동자가 약간 이상하게 돌아가며 얼굴이 벌게지고 있었다. 장소희는 아주 요염한 목소리를 토해냈다.“오빠, 안자요? 나 많이 피곤한데.”“먼저 들어가 자.” 9/9 쪽

    ‘헉! 일 났어.’조금 전까지 멀쩡하던 장소희의 눈동자가 약간 이상하게 돌아가며 얼굴이 벌게지고 있었다. 장소희는 아주 요염한 목소리를 토해냈다.“오빠, 안자요? 나 많이 피곤한데.”‘헉! 일 났어.’조금 전까지 멀쩡하던 장소희의 눈동자가 약간 이상하게 돌아가며 얼굴이 벌게지고 있었다. 장소희는 아주 요염한 목소리를 토해냈다.“오빠, 안자요? 나 많이 피곤한데.”‘헉! 일 났어.’조금 전까지 멀쩡하던 장소희의 눈동자가 약간 이상하게 돌아가며 얼굴이 벌게지고 있었다. 장소희는 아주 요염한 목소리를 토해냈다.“오빠, 안자요? 나 많이 피곤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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