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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29화 (29/657)

< --  [애틋한 슬픈 사랑과 변화]  -- >[애틋한 슬픈 사랑과 변화]소리 없이 다가온 사랑은 어느새 한희정을 사고력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기도 하고 간절하게 그립기도 했다. 또 쉬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가슴은 갑자기 콱 막혀 숨쉬기가 버거울 때도 있었다.단순한 호감을 넘어 이건 진정한 사랑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이제 나는 어쩌지?’사랑은 분명하나 이런 때 자신이 어찌해야 되는지 경험이 없다. 누구에게 자세하게 들어본 사실도 없으니 그저 답답하기만 했다. 자신의 소중한 사랑인 최태욱에게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 하나?’ 하고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었다.그런 한희정 옆으로 귀엽게 생긴 여학생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교수님! 전에 화방에서 같이 화구 사던 남자는 누구에요?”회1/17 쪽등록일 : 12.09.11 01:25조회 : 3145/3155추천 : 29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1915“화방?”“예, 도청 앞에 있는 화방요. 무척 다정하게 팔짱끼시고 계시던데요.” 여학생의 묻는 말에 순간 한희정은 ‘아무튼 세상 참 좁다!’라는 생각이 스쳤다. 최태욱과 처음으로 팔짱 끼고 다정하게 다니던 모습을 제자인 여학생에게 정통으로 걸린 것이다.정확하게 장소까지 말하니 부정하기는 곤란해 흘리듯이 답했다.“조금 아는 동생이야.”“에이, 나이는 교수님 보다 어려 보이지만, 교수님 행동은 애인처럼 대하시던 걸요?”마치 추궁하듯이 하는 말에 한희정은 정색하며 답했다.“뭐야? 너 왜 쓸데없는 이야기는 지어서 하고 그래?”“교수님, 진짜라니까요. 제가 연애 잘하던 친구들이 많아서 잘 알아요. 남자를 좋아하면 여자가 어찌 행동하는지요. 그날 제가 화방에 같이 있는 줄도 잘 모르시고 그 남자에게 교수님이 애교 떨고 그러시던데요.”2/17 쪽“너, 어디에 있었는데?”분명 화방에서 여학생을 만난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여학생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똑 부러지게 응수하고 있었다.“교수님, 진짜 그 남자에게 혼이 나가신게 분명하네요. 그날 제가 카운터에서 계산했잖아요.”“뭐야?”길에서 우연히 본 것이 아니라 화방에서 카운터를 보며 자신이 하던 행동을 모조리 본 것이다. 하긴 한희정은 그날 온 정신이 최태욱에게 쏠려 아무 기억도 없었다. 마냥 마음은 붕 떠서 어디를 어떻게 돌아 다녔는지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여학생은 다시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교수님, 저희 집이 그 화방이에요. 배달 다녀온 기사 아저씨에게 제가 물어 봤더니 두 분이 같은 하숙집에서 산다더군요.”3/17 쪽“너는 별게 다 궁금하구나.”“궁금하죠. 사실은 제가 그 남자를 전에 찜했었거든요.”“뭐야? 찜하다니.”여학생이 최태욱을 노렸다는 말에 한희정은 자신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눈에서 불길이 일었다. 그러나 쏘아낸 레이저가 강하지 못해서 그런지 여학생은 계속 말하고 있었다.“그분 저희 집 단골이에요. 그래서 조금 뒷조사해 알아요.”“뭘 알아?”“집이 어디고 왜 집에 잘 안 가는 지, 또 그림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요. 마음에 드는 남자를 꼬이려면 그 정도는 알아야죠.”“별소리 다하네.”“제가 교수님이라면 양보하죠. 아무튼 조심하세요. 그 남자 노리는 여자들이 아주 많으니까요.”4/17 쪽한희정은 최태욱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는 말에 궁금하나 여학생에게 지금 상황에서 물어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일단 말하기 시작한 여학생은 그녀의 심정을 아는지 계속해 설명해주었다.  “교수님도 그 남자에 대해 잘 모르시는 모양이니 일단 간단하게만 알려드리죠. 태권도 3단, 고교축구선수출신, 검도 2단, 국전입선, 서예대전에서 가작한 동양화가에 서예가에요.”“동양화가에 서예가?”“예, 입선한 경력이 생겼으니 이제 그렇게 불러도 되는 거죠.”“그렇군. 그것뿐이냐?”  “아뇨, 저야 더 알죠. 본댁은 강경, 가족 사항은 양부모 모두 계시고, 위로 두 살 많은 누나 하나와 네 살 적은 남동생 하나. 자세한 재산 내역은 모르나 강경에서는 갑부라고 소문난 백강주유소 집 큰아들. 어려서 강경에 천재가 났다고 소문도 있었어요. 결론은 머리가 아주 좋다는 이야기죠.”“······”회5/17 쪽묵묵히 듣고 있던 한희정은 여학생의 설명 길어질수록 초조해지고 다급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정도 레벨인 남자라면 주위에서 노리는 여자가 엄청나게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여학생을 한희정의 그런 속을 눈치 챈 듯이 다시 입을 열었다.“교수님, 사실은 제가 마음에 두어 한 이야기가 아니고, 미술과 여학생들이 저희 집으로 와서 화구를 사면서 자주하던 대화 내용입니다. 하도 침이 마르게 칭찬해 궁금하던 차에 교수님과 어울리자 제가 수소문 좀 해본 것이죠.”“어떻게 수소문해서 알아?”“그야 간단하잖아요. 그 학교 미술과 여학생들이 저희 집 단골인데요.”“그렇군.”“교수님과 완전히 별 관계없다면 저도 한번 도전 해볼까 해서요. 제집 자주 이용해준 호의라고 할까. 아무튼 두 분 사이는 당분간 비밀은 지켜드리죠. 두 분 잘되길 빌게요. 교수님, 나이 그런 것은 별것 아니에요. 더구나 교수님은 어려보이는 미인이신데.”6/17 쪽“고맙다. 그리 봐줘서.”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토한 여학생은 슬며시 일어나 도닥거리는 걸음으로 강의실로 들어가고 있었다.혼자 남은 한희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앞으로 최태욱과 접촉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것을 느꼈다. 전에 분명히 1년 후에는 군으로 입대한다고 했다. ‘시간이 별로 없어.’최태욱은 전문대학도 졸업시험만 보면 바로 2개월 코스로 전국 명산을 돌면서 겨울풍경 스케치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여차하면 대학교로 편입을 안 하고 해병대에 자원입대할 생각이라는 것도 하숙집에서 식사를 같이하며 말했었다.‘이런 상태로 그냥 군대로 가버리면 큰일이야.’큰돈이 드는 집수리하는 바람에 그런 군 복무에 대한 질문을 오영자가 하자 알게 된 사실이다.같은 하숙집에서 최태욱과 살지만 자기도 직장을 다니는 처지라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다. 아무튼 제일 큰 문제는 최태욱을 노리는 여자들이 주변에 아주 7/17 쪽많다는 사실이다.최태욱에게 마음을 주고 나니 천지사방이 온통 강적들만 눈에 보이고 있었다.‘경쟁자가 너무 많아.’다행스럽게도 최태욱이 여학생들을 좋아해 따라 다니지는 않는다. 하지만 잘나 보이는 남자를 주변의 여자들이 그냥 방치할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제자인 여학생으로부터 최태욱에 대한 정보를 듣고 나자 더욱 초조해졌다. 한희정은 오후 강의가 없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급하게 공중전화로 가서 전화했다.“할머니, 학생 좀 바꿔 주세요.”최태욱이 전화를 받자 한희옥은 급하게 말했다.“나야. 지금 대전 극장 옆의 선화 제과점으로 좀 와줄래. 응! 꼭 사가지고 갈 것이 있어.”드디어 나이 조건 모조리 때려치우고 최태욱을 꼬이는 연애프로젝트를 시작하려고 작심했다.8/17 쪽선화 제과점은 대전 극장 통로인 도로가 나있는 교차로 바로 옆에 20평정도이 가게다.이제 2학년 2학기말 시험이자 졸업시험을 앞두고 있었다. 그림 그리던 작업을 잠시 멈추고 최태욱은 학과 공부에 매진하고 있었다.할머니가 전화를 받으라는 소리에 받아 보니 같은 집에 사는 한희정이 이곳으로 나오라고 했다. 무엇을 사서 같이 가지고 갈일이 있다고 해 나오게 됐다.제과점 안으로 최태욱이 들어가자 주인 여자가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했다.“어서 오세요.”최태욱이 슬며시 가게를 휘 돌아보고 자리에 앉자 주인 여자는 작은 물 컵을 가져와 테이블에 놓았다.커피와 음료수도 파는 찻집도 겸하는 제과점이라 최태욱은 이내 주문했다.“우유 한잔 주세요.”제과점 주인 여자는 얼른 우유를 컵에 넣어 몇 조각의 작은 비스킷과 같이 가져다주었다.최태욱은 작은 비스킷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먹었다. 간간히 우유를 조금씩 마시며 창밖을 보며 기다리고 있는 중·······. 9/17 쪽한희정이 높은 하이힐에 연한 하늘색 투피스 정장 차림으로 제과점 안으로 들어섰다.“빨리 왔네.”한희정이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하고 최태욱의 앞에 앉으면서 주문했다.“블랙커피로 주세요.”잠시 뒤에 진한 향기를 풍기는 뜨거운 블랙커피가 탁자에 놓였다. 한희정은 아주 조심스럽게 조금씩 입김으로 호호 불면서 마시고 있었다. 최태욱은 우유를 다 마시고 나자 부드럽게 물었다. “뭐 사가려고요?”“내가 옷들이 대부분 정장이라 평상복도 사야하고 할머니 드릴 음식 좀 내가 직접 만들어 보려고·····. 중앙 시장으로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사가지고 갈까하고.”“그래요······.”10/17 쪽중요한 물건이라도 사는 것처럼 말하던 전화 내용과는 달랐다. 그저 짐꾼 노릇하라는 것이라 최태욱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기왕에 여기까지 오게 된 처지로 뭐라 응수를 안 하고 우유를 마시고 나서 한희정이 커피를 다 마시기를 기다렸다.커피를 반쯤 마신 한희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계산하고 나서 제과점을 먼저 나서고 있었다.거리로 나오자 한희정은 자연스럽게 최태욱의 팔에 매달렸다.“우리 중앙시장부터 가자.”“그러죠.”중앙시장으로 가면 필요한 물건을 모두 파는 터라 가려는 것이다.최태욱은 한희정과 팔짱을 낀 상태로 걸어가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기억을 떠올려 부여에서 헤어진 여자의 얼굴을 유화로 그리려고 했으나 마치 안개와 같이 그 여자 얼굴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림을 그리다 보니 그 여자 얼굴은 점점 흐릿해 지고 있었다. 자꾸만 한희정의 환하게 미소 짖는 얼굴만 떠오르니 몇 번이나 그림을 그리다가 중단했다.‘둘이 너무 닮았어.’11/17 쪽최태욱은 겨우 만수원에서 스케치한 한희정의 뒷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아직은 유화로 그리는 그림 솜씨가 미숙해 작업 속도가 너무 느려 미완성이다.그림을 그리려고 집중만 하면 두 여자의 얼굴이 자꾸만 뒤엉키고 있었다.대전역 앞에서 좌측으로 있는 중앙시장은 매우 번잡했다. 대전의 상권은 물론 충남북의 상권 지역이라 항상 많은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와글! 와글!실내로 구성된 상점들도 많지만 도로에 있는 노점상인의 수도 그에 못지않게 많았다. 마치 시골의 번잡하고 소란스러운 5일 시장과 비슷했다.“손님! 구경하고 가세요. 싸게 팔아요.”노점상의 주인들은 물건을 보며 그대로 지나는 손님들을 잡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액세서리 파는 노점 앞에서 최태욱이 걸음을 잠시 멈추고 바라보고 있었다. 최태욱은 부여 5일 시장에서 싸구려 하트 모양의 목걸이를 장미란에게 사준 기억이 났다.12/17 쪽‘결국 싸구려 목걸이 하나와 첫 키스와 바꾼 건가?’그러다 유달리 액세서리를 좋아하는 오영자 생각이 나자 좌판에 있는 물건을 골랐다. 목걸이와 귀걸이 그리고 팔찌를 고르고 나서 말했다.“포장 되요?”“예!”“그럼, 해주세요.”노점상 주인은 익숙한 솜씨로 작은 상자들을 고운 색종이로 포장하고 빨간색 리본으로 끈을 매서 넘겨주었다.최태욱은 묵묵히 누구를 줄 것인지 말하지 않고 액세서리를 사고 있었다.그러자 옆에 있는 한희정은 최태욱 마음이 궁금했다. 아무리 싸구려 약세서리지만 자신도 최태욱에게 선물을 받고 싶은 마음에 입을 열었다.“그거 누구 줄 거야?”“영자 주려고요.”13/17 쪽다른 여자가 아니고 오영자에게 선물은 준다니 다행이다 싶지만 반박이라도 하듯이 씰쭉하며 급히 투정을 부렸다.“나는 안사주고?”“누나야 이런 싸구려 안 차잖아요.”“그래도.”“가지고 싶으면 고르세요.”골라 주는 것도 아니라 그냥 골라서 가지라는 말에 기분이 조금 상해 한희정은 다소 퉁명스럽게 토했다.“골라 줘야지.”그러자 최태욱이 고르고 말고 할 것도 없다는 듯이 대충 목걸이와 귀걸이가 세트로 된 것을 집어 들고 나서 주인에게 말했다.“이것도 포장해 주세요.”14/17 쪽포장이 끝나자 그것을 한희정에게 넘겨주면서 말했다.“차봐서 마음에 안 들면 영자나 주세요.”듣기에 따라서 찜찜하고 얄밉다는 생각이 드는 말만 잘도 골라서 하고 있었다.   최태욱은 볼일을 다 보았다는 듯이 앞장서서 걷고 있었다. 선물을 받은 한희정이 자기도 선물할 생각이 들었다. 얼른 좌판에 있는 지포 라이터를 집어 들어 돈을 지불하고 최태욱의 뒤를 따라가서 팔짱을 끼며 말했다.  “여기 라이터.”“고마워요.”두 사람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중앙시장의 노점상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결국 한희정은 노점상인 청바지 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청바지를 두벌사고 잠바와 티셔츠를 사게 됐다. 주요 요즈음 여대생들이 입는 캐주얼 복을 고르고 있었다.최태욱보다 자신이 나이가 많으니 최대한 어리게 보일 필요가 있어 구입하는 것이다.15/17 쪽한희정은 필요한 옷들을 사고 나자 바로 옆에 있는 어물전으로 가서 여러 가지 생선을 골고루 구입했다. 자기가 저녁에 해물 잡탕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두 사람은 중앙시장을 한 시간 정도 돌아다니며 이렇게 물건 구입하며 돌아 다녔다. 한희정은 하이힐을 신고 있어 다리가 아프다고 엄살을 부렸다.“다리가 너무 아프네. 발목도 아프고.”“뭐 하러 그렇게 높은 하이힐은 신어요. 편한 단화를 신지.”결국 최태욱의 이런 말에 한희정은 근처 구두 가게로 가서 굽이 조금 낮은 편한 구두 두 켤레를 구입했다. 이어서 과일도 사자 최태욱이 들고 다니는 짐 보따리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최태욱이 중앙시장 통로에 있는 국밥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국밥집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돼지고기를 푸짐하게 삶아놓고 파는 국밥집을 보자 부여에서 해어진 여자가 또 떠올랐다. 국밥을 먹으며 애처롭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이 흐릿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가녀린 눈빛이 생생했다.‘지금 어디서 살까?’16/17 쪽멍하니 길에 서서 국밥집을 바라보는 최태욱을 옆에서 지켜보는 한희정도 생각에 잠겼다. ‘또 여자 생각해.’최태욱의 이런 멍한 표정은 바로 다른 여자를 생각한 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뭔가 깊이 생각하고 공허한 표정이기 때문이다.약간 기분이 상한 한희정이 끼고 있는 팔을 다소 거칠게 잡아끌면 최태욱은 그제야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국밥집 여자와 연애했나?’시장에서 순대 국밥집만 나타나면 자꾸 눈길을 집중하고 있다. 가게 안을 유심히 살피는 최태욱의 행동 때문에 해보는 추측이다.17/17 쪽시장에서 순대 국밥집만 나타나면 자꾸 눈길을 집중하고 있다. 가게 안을 유심히 살피는 최태욱의 행동 때문에 해보는 추측이다.17/17 쪽시장에서 순대 국밥집만 나타나면 자꾸 눈길을 집중하고 있다. 가게 안을 유심히 살피는 최태욱의 행동 때문에 해보는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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