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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27화 (27/657)
  • < --  [사랑은 이슬처럼]  -- >민병호는 간다고 하는 사람 굳이 잡을 수 없었다. 더구나 두 여자가 기다리는 기색이자 얼른 지갑에서 50만원권 수표 한 장을 꺼내서 넘기는 것이다.“동생, 이거 가지고 가. 아무튼 너무 고마웠어. 자네 덕분으로 포니 하나 챙기고 이번에 우리 회사 운전기사들 겨울 잠바 하나씩 사주게 되었네.”“아닙니다.”“받으라고. 오늘 응원해준 사람들 저녁이라도 사주고 선물도 사줘.”시합을 이기도록 선수들을 지도하고 직접 골도 넣어 매우 기분이 좋아 후하게 돈을 주고 있었다. 또한 민병호는 최태욱이 천인교에서 중요한 인물이라는 소리도 약간 들어서 이런 호의를 베풀고 있었다. 결국 억지로 추리닝 아래 주머니에 수표를 밀어 넣어 주게 되어 최태욱은 돈을 받았다.“그럼, 다음에 또 뵙죠.”회1/17 쪽등록일 : 12.09.10 01:26조회 : 3417/3428추천 : 41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1915

    “그러세.”최태욱은 자기 운동 가방을 들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는 두 여자에게 다가가서 말했다.“영자야! 너 뭐 가지고 싶어. 너무 비싼 것 말고는 옷이나 그런 것 말해. 내가 한 벌 사줄게.”“정말요?”“그래.”“그럼, 오빠! 할머니 털옷이나 사줘요.”“그래? 그럼 할머니와 네가 입을 털옷 한 벌씩 사면되겠다.”본시 돈에 대해 별로 욕심이 없는 부잣집 아들이라 최태욱은 공돈이 생기자 후하게 인심을 쓰고 있었다.최태욱은 두 여자와 같이 택시를 타고 중앙시장으로 갔다. 털옷을 사러 시장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2/17 쪽와글와글.중앙시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노점을 차린 장사꾼들과 흥정을 벌이고 있었다. 시장을 돌아다니던 세 사람은 결국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겨울이라 겨울 털옷으로 사게 됐다.시장의 난전에서 파는 털옷이나 가격은 비싸지 않으면서 따뜻해 보여 마음에 든다는 것을 샀다.그러자 옆에서 구경하던 한희정은 약간 퉁명스럽게 말했다.“나는 안 사줘?”자기도 사달라고 하는 바람에 한희정에게도 집에서 편하게 걸칠 수가 털옷을 사주게 됐다.하숙집에 돌아와 선물을 할머니에게 주었다. 생각지 털옷을 선물로 받자 할머니는 너무 고마운지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학생, 고마우이.”“아닙니다. 우연히 공돈 생겨 사주는 겁니다.”3/17 쪽아직 한낮이라 최태욱은 샤워하고 방으로 들어가 잠시 담배를 피워 물고 생각에 잠겼다.“엄마에게도 털옷을 사서 보내야겠어.” 집으로 털옷을 사서 보낸다고 생각하던 최태욱은 부여에서 만나고 떠난 여자가 갑작스럽게 떠올랐다. 이제 추운 겨울이 돌아오면 춥지나 않나 은근히 걱정됐다.“후우! 잘 지내나 모르겠군.”길게 담배 연기를 품어내는 최태욱의 마음은 또다시 오래전과 같이 아리도록 저려오고 있었다.뭔가 생활에 큰 변화가 올 때 마다 그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있었다. 기쁠 때도 그렇고 때로는 어려울 때도 마찬 가지다.지그시 눈을 감고 쌓아놓은 이불에 비스듬히 기대어 생각하고 있었다. 도닥도닥.작은 하이힐 신은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눈을 떴다. 의외로 방문 앞에서 외출복인 화사한 원피스 차림으로 한희정이 서 있었다.4/17 쪽“뭐해?”“그냥 쉬고 있어요.”“너무 피곤하지 않으면 나와 구경이나 갈까?”“어디요?”최태욱의 말에 한희정은 잠시 생각하더니 기대에 찬 시선으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야 대전 지리 잘 모르니 태욱이가 데리고 가야지. 어디가 좋은지 알면 구경 좀 시켜줘.”“저도 대전에 올라와서 구경하기 위해 잘 돌아다니지 않아 어디가 좋은지 모릅니다. 제가 가본 곳은 만수원이라는 식물원 말고는 잘 몰라요.”“아! 그곳 나도 이야기 들었어. 지금 가면 구경하고 저녁까지 돌아 올 수 있나?”“예, 택시타고 가면 금방이고 버스를 타도 3-4시간이면 충분히 구경하고 옵니회5/17 쪽다.”“보문산은 어떻고?”“그곳은 전 잘 모릅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아서.”“그럼 오늘은 만수원만 구경하고 오면 되겠네.”한희정이 이렇게 말하자 최태욱은 별로 해야 할 일도 없는 터라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저도 옷 좀 갈아입게 문 좀 닫아 주세요.”“알았어!”한희정이 문을 닫고 조금 멀어지는 기색이다. 최태욱은 얼른 옷을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방문을 열고 나왔다.그러자 어느새 방문 앞으로 오영자가 다가오면서 요구했다.“오빠! 나가기 전에 운동복 꺼내 주고 나가세요. 빨래는 제가 해줄게요.”6/17 쪽“아니야. 내가 빨아도 돼.”“제가 안 빨면 할머니에게 혼나요. 이제 오빠 빨래 저보고 해주라고 했단 말이에요.”아마 털옷을 사준 보답으로 빨래라도 해주라고 하신 모양 같았다.서로 된다 안 된다 하다가 결국 최태욱이 추리닝, 유니폼, 양말, 스타킹들을 꺼내주게 됐다.“오빠, 다른 빨래는 없어요?”“없어.”“알았어요.”“너, 닭고기 좋아하지, 이따 들어오면서 닭고기 사올게.”이렇게 말하고 최태욱은 바로 한희정과 같이 하숙집을 나왔다. 큰 도로에서 지나가는 택시에 올라 만수원으로 가게 됐다.가수원동에 있는 만수원은 만가지 수목이 있다고 이름 지어진 입장료를 받는 7/17 쪽식물원이다. 주로 대전지역의 어린 학생들의 소풍 장소 혹은 젊은 연인들이 데이트 장소로 자주 찾아오는 곳이다.매표소에서 돈을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만수원 입구 주변의 잔디 위에는 많은 어린 학생들이 모여 놀고 있었다. 아마도 유치원에서 가을 소풍을 온 것으로 보였다.인솔하는 여선생의 구령 소리에 다들 작은 입을 크게 벌리고 옹기종기 모여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가수원 안에서 팔고 있는 솜사탕 과자를 사서 들고 먹으며 수목원을 구경했다.“나무 종류가 아주 많네.”“그러네요. 전에 왔을 때는 별 생각이 없이 와서 그런지 몰랐는데 이제 보니 나무 종류가 아주 많네요.”최태욱이 이렇게 말하자 한희정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물었다.“누구랑 왔는데.”“미술과 여학생들 하고요.”8/17 쪽한희정은 약간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남학생들하고는 안 오고?”“예, 여기서 그림 스케치 하러 한번 왔었지요.”그 말에 한희정이 다시 질문했다.“태욱이는 바람둥이 같아, 여학생들만 사귀는 것을 보면.”“그런 것이 아니라 올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대신 그림 숙제해주던 시절에 있던 일이다. 강경 출신 두 여학생들과 같이 와서 스케치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했었다. 이곳으로 와서 주로 수채화를 그려서 과제물을 제출했다.그러던 것이 이제 벌써 졸업이 가까워오자 빠르게 시간이 흐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한가하게 수목 사이를 돌아다니다 보니 꼭 부여의 부소산을 산책하던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잠시 잊었던 부여에서 만났던 여자가 또 생각이 났다.9/17 쪽며칠 사이에 무척 그런 생각이 더욱 많이 나는 이유가 있었다.그 이유는 한희정의 큰 키와 자연스런 긴 머리카락, 높은 구두를 신은 스타일이나 나이 그리고 호리한 몸매가 그 여자와 판박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비슷했기 때문이다.그러자 최태욱은 길을 가다 벤치에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워 물었다. 담배 연기를 허공에 품으며 긴 한숨을 토하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후! 지금 뭐할라나?”“누구?”한희정의 반문에 최태욱이 얼른 부정했다.“아! 아닙니다.”“누군데 말해봐? 애인?”“아니라니까요.”여자의 직감인지 한희정은 최태욱이 지금 다른 여자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10/17 쪽비록 남자와 미팅 정도는 해보았지만 손목 한번 재대로 잡아 보지 않은 숙맥이다. 이런 요상한 분위기를 감지 못할 눈치가 둔한 여자는 아니었다.‘분명이 다른 여자 생각하는 거야.’담배를 피우며 최태욱은 공허한 시선으로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런 최태욱을 보며 한희정은 공연히 우울해졌다.나이 차이도 많고 서로 좋아하는 이성인 애인사이도 아니다. 한희정은‘내가 왜 이런 일에 신경을 쓰나?’ 하고 생각도 하지만 자꾸만 최태욱의 이런 미묘한 표정이 영 못마땅했다.최태욱은 그 여자를 계속 생각하는 정확한 이유를 지금도 모르고 있었다.단 하루 아니! 시간으로 따지면 12시간도 안 되는 만남이었다. 처음으로 여자라는 실체를 생생하게 알게 해준 여자이기는 하다.그러나 설사 그런 일이 둘 사이에 있다고 하더라도 벌써 2년의 시간이 흘렀다.아무튼 최태욱은 여자 문제에 대해는 2년간 그 여자 하나만을 생각하고 지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내가 그 여자를 짝사랑하나?’11/17 쪽한희정 말고 그 여자와 비슷한 여자를 길에서 보기만 해도 뒤를 졸졸 따라간 적도 있었다. 여전히 그 여자는 최태욱의 가슴에 깊이 남아 가슴을 저려오게 했다.“후!”최태욱은 여전히 그 여자만 생각하면 나오는 것이 그저 한숨뿐이다.한희정은 자기가 바로 옆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듯이 계속해 먼 산을 보며 한숨을 토하는 최태욱에게 남모를 비밀이 분명히 있다고 판단했다.그리고 지금 생각하는 것이 아무래도 여자 같다는 생각을 했다.‘누구지? 예쁜 여자일까?’한희정은 자신이 왜 자꾸 최태욱의 이런 표정에 빠져드는지 모른 채 생각에 잠겼다. 문득 최태욱이 쓰라린 아픔을 품고 있다면 자기 가슴으로 보듬어 주고 싶다는 마음이 솟아오르고 있었다.두두두두!12/17 쪽그러다 최태욱은 요란한 프로펠러 소리를 내면서 하늘을 지나가는 헬기를 보고 나서 상념에서 벗어나게 됐다.최태욱은 헬기소리에 온전한 정신이 들어 고개를 돌려 한희정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한희정 역시 계속 최태욱을 바라보고 있는 탓에 두 사람의 눈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쳤다.잠시 그런 상태로 정지된 상태로 있다 최태욱이 작게 속삭이듯이 말했다.“눈이 많이 닮았네요.”“그 여자와?”“예, 눈이 참 예쁜 여자였어요. 서로 다른 느낌이 있다면 누님의 눈은 밝게 빛나는 눈이고, 그 여자의 눈은 어두운 슬픔에 잠긴 눈입니다.”“무척 사랑했나 보네.”“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너무 짧은 만남이었으니까요. 단 하룻밤이죠.”“하룻밤? 그럼, 같이 잠을 잔 깊은 사이야?”13/17 쪽“예!”“어머나. 그러고 헤어진 거야?”“예! 그게 전부입니다.”참으로 묻는 물음에 즉각 나오는 얄미울 정도로 잘도 답하는 명확한 대답이다.두 사람은 여전히 눈을 마주친 상태로 이런 이상한 대화를 스스럼없이 나누었다. 마치 눈싸움을 하듯이 서로의 눈을 뚫어지라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다 최태욱이 다시 조용히 입을 열었다.“참, 예쁘시네요. 너무 예뻐 키스하고 싶을 정도네요.”“정말?”“예!”그러자 한희정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조금 불거지고 화끈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고 당돌한 말이라고 화가나 노엽지는 않았다.14/17 쪽민망해진 한희정이 슬며시 자기 손을 들어 손등을 최태욱의 입 언저리로 올리며 말했다.“그렇게 하고 싶으면 여기다 해.”그러자 최태욱은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손등에 입술을 살며시 대고 나서 자신도 모르게 혀로 손등을 살짝 간질거렸다.찌리릿!“어마!”마치 전기에 감전이 된 느낌이 오자 한희정은 급하게 손등을 내리며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전신이 바삭 오그라드는 느낌과 더불어 갑자기 요기가 느껴졌다. 아주 미묘한 기분이 아래에서 폭발하듯이 터지더니 가슴을 지나 머리까지 치미는 것이다. 갑자기 다리가 후들거리면서 발끝이 파르르 떨렸다.얼굴이 벌게지고 화끈 거려 당황 했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이상한 느낌이고 짜릿한 전율이었다.뭔지는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오르가즘과 같은 현상을 느낀 것이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너무 창피한 생각이 들어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15/17 쪽최태욱은 손등의 입맞춤으로 한희정이 고개를 숙이자 조금 당황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떨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게 됐다.고개를 숙이고 있던 한희정이 최태욱이 일어나자 자기도 일어나면서 먼저 앞장서서 걸었다.최태욱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이 아름다워 보이자 다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스케치했다. 이제는 습관처럼 들고 다니는 노트 크기의 화첩에 한희정의 뒷모습을 그렸다. 스슥스슥!잔 꽃무늬의 원피스에 오른 쪽에 긴 끈이 달린 작은 핸드백을 매고 긴 생머리를 뒤로 늘어트리고 자연스럽게 걸어가는 모습이다. 주변의 나무들 모습이 서로 잘 어울리고 이 순간이 지나면 금방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스케치했다.천천히 걸으며 한희정은 애써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지탱하며 어께를 펴고 걷고 있었다. 그러다 최태욱이 자기를 따라 오지 않는 느낌이 들어 슬며시 뒤를 돌아보았다.벤치에 다리를 꼬고 앉아 급하게 작은 화첩에 자신의 모습을 스케치하는 폼이 정말 멋있게 보였다.16/17 쪽“어마. 너무 멋지다.”오늘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최태욱의 다소 격한 몸은 멋진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그런 모습에 어느새 남자라는 느낌이 서서히 스며들고 있었다.  지금 바라보는 최태욱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섬세한 예술가라고 평할 정도로 아주 편안하고 진지했다.  아주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 최태욱이 너무 신비롭게 느껴졌다.‘사람이 저리 달라보이다니.’스케치를 마친 최태욱은 문뜩 동양화가 아닌 유화로 이런 모습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느낌이 그대로 있다면 멋지게 그릴 자신이 생긴 것이다.‘유화 그리려면 화구를 새로 사야겠어.’이런 생각이 들자 최태욱은 마음이 다소 급해졌다. 빨리 돌아가서 화구를 구입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17/17 쪽이런 생각이 들자 최태욱은 마음이 다소 급해졌다. 빨리 돌아가서 화구를 구입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17/17 쪽이런 생각이 들자 최태욱은 마음이 다소 급해졌다. 빨리 돌아가서 화구를 구입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최태욱은 마음이 다소 급해졌다. 빨리 돌아가서 화구를 구입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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