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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12화 (12/657)
  • < --  [하룻밤의 열정]  -- >새벽 공기를 마시며 다섯 명의 대학생들이 운동장을 돌고 있었다.보통 조기 축구에 나오면 대충 준비운동하고 바로 공을 찼다. 그러나 이들은 조기축구에 나와서 다른 사람이 하는 운동 방법과 조금 달랐다.30분 정도 체력 단련인 운동장 돌기와 왕복 달리기, 지그재그 달리기, 제자리 점프 등의 기초 체력 훈련하고 그 다음에 6시부터 30분간 드리블, 트래핑, 패스 연습을 했다.“하나 둘.”“하나 둘.”구령으로 하기도 하고 호루라기 소리에 맞추어서 운동하고 있었다.삑! 삐빅! 삐이익!“헉! 헉!”운동장을 도는 청년들이 더운 입김을 품어내고 있었다.체력 훈련 우선으로 운동하고 6시 30분 정도에 운동장으로 모인 다른 사람들과 게임하고 아침 운동을 끝냈다.회1/19 쪽등록일 : 12.09.06 23:16조회 : 4716/4730추천 : 21평점 :(비허용)평점 :(비허용)선호작품 : 1915

    모두 최태욱의 주도하에 하게 되는 운동 방법으로 처음에는 5명의 대학생들만 참여했다. 그러나 일찍 조기회를 나온 고등학생이나 혹은 고교를 졸업하고 집에서 노는 청년들 그리고 군대를 막 전역한 청년들이 거의 따라했다.“우리도 같이 따라 해도 돼요?”“마음대로 해.”“고마워요. 열심히 배울게요.”축구가 너무 배우고 싶은 중학생 녀석들이 하는 말이다. 표정들은 보니 정말 축구를 정식으로 배우고 싶어서인지 다들 진지한 표정들이다.그래서 그렇게 합류된 인원이 10명 정도가 됐다. 이제는 15명 정도가 새벽 공기를 마시면서 뜨거운 열기를 품어내고 있었다.이러다 보니 이들을 이끄는 최태욱은 자연스럽게 호칭으로 최 코치라는 별칭이 붙게 됐다.조기회에 나온 사람들이 편을 나누어 게임하고 나서 운동장 옆에 있는 돌계단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2/19 쪽먼저 대화를 꺼낸 사람은 해병대를 전역하고 나이가 30살 되는 민병호다. 그는 부친이 대동택시회사를 운영하는 터라 그 회사에서 상무로 근무하고 있었다. “최 코치, 우리 이러지 말고 정식으로 대동 조기회 만들어, 동 대항 대회도 나가고, 다른 동의 조기 축구회와 친선 경기도 해보는 것이 어떤가?”“형님, 그거야 좋은 생각이지만, 사실 조기 축구회 운영은 생각처럼 쉽지 않아요.”“왜?”최태욱은 자신이 보아온 조기회에 대해 설명했다.“사람이란 어떤 규약에 억매이면 싫어해요. 또 조기회를 하려면 최소한 유니폼을 같이 만들어 등번호도 부여해 입어야 경기하잖아요. 그런 돈도 각자 걷어 하려면 보통 일이 아니지요.”“다른 문제가 또 있어?”“있죠. 사람이란 규약에 메이면 그 대신 뭔가를 요구하는 법이거든요. 평상시3/19 쪽는 자기가 알아서 사먹던 우유도 회가 정식으로 결성되면, 회비나 아니면 회장하는 사람이 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쉬운 것 같으면서도 사실 어려운 것이죠.”“그렇군.”민병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최태욱은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돈 관리를 위해 총무도 잘 선정해야하고요. 제 고향에서는 총무가 회비를 모조리 개인적으로 써버려서 깨진 조기회도 있었어요.”“뭐, 그런 일이야 다른 회에서도 있지.” “그렇다고 많지도 않은 돈으로 고향 친구나 선후배 사이에 고소할 수도 없고요. 보통 그런 사람은 다들 철면피라 그런 돈 마음대로 써도 되는 줄 알고, 그런 일 벌여 남에게 피해를 주고도 자기들이 남보다 잘나서 그래도 되는 줄 알거든요. 사실 도둑질을 자랑하는 것이죠.”“하긴 살다보면 별 놈 다 있지.”4/19 쪽서로 이렇게 먼저 조기축구회를 결성하는 부분에서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도 대화에 합류가 되어, 조기 축구회 결성에 대한 이야기는 급진적으로 빠르게 진행됐다.“최 코치는 어른들이 하는 조기회에도 나갔었나 보네.”“예, 선수 생활 그만두고는 늘 새벽에 조기 축구회에 나가서 공을 찼어요. 지역대회도 나가고요.”“그래서 조기회 운영에 대해 잘 아는군.”결국 정기적인 회비는 없고 필요에 의해 특별회비는 내기로 하고 조기회는 결성하기로 했다. 다만 그래도 가입비는 1만 원씩 내서 조기 축구회 기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추리닝은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어려운 일이라 단체복으로 입기는 포기했다. 유니폼과 스타킹은 회장으로 내정된 민병호가 스폰서하기로 결정됐다.“형님, 부담이 너무 많잖아요?”“걱정마라. 나는 그런 정도 돈은 있는 사람이야.”회5/19 쪽“그래도. 너무 무리하면 안돼요. 처음부터 돈을 많이 쓰면 나중에는 버거워요.”“알았어.”입회비 말고는 회비도 따로 내지 않는 조기회이고, 더구나 회원이 되면 공짜로 유니폼 한 벌이 생기게 된다. 그러자 운동장에 나오는 중학생이고, 고등학생 혹은 일반인도 다들 슬며시 가입을 원하는 눈치를 보였다. 매일 나오지 않고 어쩌다 얼굴을 보이는 그런 사람들이 특히 더욱 그런 태도를 보였다. 그래서 최태욱과 민병호는 조기회를 둘로 구분하기로 결정됐다.일반 팀과 청년 팀이라는 구분을 두어 일반 팀은 입회비와 월회비가 있는 통상적인 조기 축구회를 만들었다. 청년 팀의 경우는 속칭 선수 운영하듯이 회비가 없는 조기회를 만들고 청년 팀 선수들만 유니폼을 나누어 주기로 했다.그 대신 매달 10일 이상 조기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유니폼은 반납하는 규약을 두었다. 그렇게 해 선수로 선발된 청년 팀 20명에게 유니폼이 지급됐다. 새벽에 마치 축구 선수들처럼 기본 적인 체력 훈련을 시작으로 하는 아침 운동을 했다.6/19 쪽민병호는 사업 수안이 있어 그런지 대동 조기회의 유니폼에 대동 조기회가 아닌 대동택시라는 마크를 넣어 앞에 붙이고, 등에는 대동이라는 글씨를 적어서 나누어 준 것이다.가끔 택시회사 끼리나 대전시내의 직장축구경기에 이들 청년 팀을 대동택시회사 선수로 출전시킬 욕심도 있기 때문이다.별 어려움 없이 두 개의 조기회 팀이 결성되어 대동 조기회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다. 보다 정학하게 말하면 대동 택시 조기회도 있으니 3개 축구팀은 하부에 두고 있는 대동 조기축구회다.졸지에 회원의 수가 80여명에 이르는 큰 단체가 생겼다. 택시기사를 하는 나이가 조금 먹은 공 잘 차는 사람들도 청년 팀에 합류했다. 이제 25명으로 불어난 대동 조기회 청년 팀은 본격적인 축구 연습에 들어간 것이다.최태욱으로는 또다시 대전에 와서 할 일이 생겼다.대전에 올라온 최태욱은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하던 학교생활과 하숙 생활이 이제 재미가 있게 바꾸었다.별다른 일 없으면 항상 새벽에 일어나서 조기회서 공을 찼다. 학교로 가서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미술 실기 숙제를 해주었다. 하숙집에 와서 만화방에서 만화나 소설을 빌려보고 잠자는 아주 평범하고 변화가 거의 없는 생활하고 있었다.7/19 쪽이미 헤어지자고 말을 하였으나 여전히 장미란과 편지는 주고받고 있었다. 달리 사귀는 여학생이 없으니 지속된다고 봐야 한다.또한 답장은 아주 정확하게 장미란이 다섯 통을 보내면 자기는 겨우 한 통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장미란은 매일 일기 쓰듯이 편지를 보내고 있었다.무슨 이유인지 최태욱은 그가 좋다는 장미란을 끈질기게 강경에 가도 만나지도 않고, 겨우 마지못해 답장을 보내는 수준이다. 그런 반면 장미란은 집요할 정도로 최태욱에게 연애편지를 계속 보내고 있었다. 편지 내용은 그야 말로 구구절절 애절하게 표현하는 거의 사랑 타령으로 일관된 내용했다.또한 표현 방법이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성애에 대한 표현이 나타나고 있었다.대략 이런 표현 방식이다.‘오빠가 부드럽게 애무하던 제 수즙은 작은 가슴은, 아직도 그때의 감미로운 느낌을 간직해 오늘도 뜨거운 열기를 품어내고 있어요. 뜨거워진 열기로 인해 내 가슴은 오빠에 대한 불같은 사랑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답니다. 다시 한 번 만나 뜨거워진 내 가슴을 오빠의 부드러운 입술로 녹아내리게 해주세요.’8/19 쪽‘저는 오늘도 꿈속에서 그리운 오빠를 만나, 부여의 반월루에서 미처 끝내지 못하던 일들을 진행하며, 사랑하는 오빠를 만나 다시 한 번 그곳에 가고 싶은 꿈의 날개 짓으로 인해 한 잠도 이루지 못하고 있답니다.’유치하다면 유치한 표현이다. 사실 사랑이란 유치한 것에서 출발한다. 그로 인해 이성간에 감격한다. 그것을 오골 거려 못한다는 사람은 평생 독신으로 살 각오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것도 상대가 감격할 때 일이고 감응이 없다면 그것은 정말 유치찬란한 글이다.이에 반해 최태욱의 편지는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오늘도 차가워진 내 마음은 나도 모르게 먼 다른 세상을 향해 날아가고 있어, 이미 끝난 옛 추억을 뒤돌아 볼 여유조차 없이, 젊음을 다 불태우고 마른 가지만 남은 고목과 같이 메말라 있어.’헤어지자고 한 처지라 답장을 안 하려고 생각도 했지만 별로 할 일이 없는 최태욱은 가끔 답장을 해주고 있었다.이런 식으로 하숙생활을 하며 지내던 최태욱에게 기말 시험을 앞두고 의외의 사건이 발생했다.9/19 쪽그것은 별 생각이 없이 남의 숙제를 그려준 일이 학교 전체에 크게 소문이 났다. 모든 학생들과 교수님들 사이에 알려진 사건이다.미술과에 다니는 임숙영은 지금 골이 잔뜩 나있었다.분명이 자기보다 그림 실력이 아주 형편없는 두 여학생이 미술실기 점수에서 자기와 똑같이 B학점을 받았기 때문이다.실기 점수의 경우 한태랑 교수님이 항상 학생들 앞에서 발표를 해 알게 됐다.‘아니? 해도 너무하지. 그림을 전혀 못 그리는 학생에게 실기 점수를 나와 같이 주다니.’그녀가 화가 난 진짜 이유는 다른 중요한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공도 잘 차고 키도 크고 잘생긴 최태욱에게 호감을 느껴서 점근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저 평범한 얼굴인 여학생과 나이가 자기들 보다 서너 살이 더 많은 여자가 최태욱의 주변에서 항상 맴도는 것이다.더구나 뻔뻔하게도 두 보기 싫은 여학생들은 최태욱이 그림 숙제를 대신해주는 것을 제출했다.실기 점수에서 자기와 같이 B학점을 받자 울화가 치밀어 골이 잔뜩 났다.처음에는 수채화 과제만 해주더니 도안과 디자인도 해주고 급기야는 데생도 해주는 것이다.10/19 쪽

    그 결과 두 여학생 모두 실기 점수에서 모든 과목에서 B 학점을 받았고, 자기는 오히려 한 과목에서 C 학점까지 받았다.더구나 나이 많은 여자는 조금 곱상하게 생긴 얼굴로 최태욱이 나타나면 금방이라도 안길 것 같이 호들갑을 떨면서 팔에 매달리는 일이 자주 있었다.그리고 하교 길에는 자주 팔짱을 끼고 다니고 있었다.‘늙은 여자가 뭐가 좋다고.’말은 이렇게 하지만 자그마한 체구에 얼굴만 예쁜 자기와는 다르게 체격도 적당했다. 어찌 보면 더 세련되고 예쁜 여학생이다.그런데 처음에는 자기의 불만을 조금 호응하던 다른 여학생들도 이제는 수시로 최태욱에게 그림 숙제를 대신 그려 달라고 조르는 이상한 풍토가 생기고 있었다.‘아무튼 별꼴이야.’이런 저런 이유로 임숙영은 골이 나서 참을 수 없었다.최태욱이 미술과 실기 실에 나타나면 전에는 반갑던 것이 영 못마땅했다.오늘도 최태욱은 넉살 좋게 여러 여학생에 둘러싸여 그림을 대신 그려 주니 골이 잔뜩 났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말했다.11/19 쪽“흥! 별꼴이야. 경영학과나 잘 다니지, 남의 강의실에 와서 그림이나 그리고.”자기 딴에는 최태욱과 주변 여자들이 들으라고 한 소리이나 아무도 그런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주변에서 그림을 그리던 남학생들이 다들 자기를 보며 의미 삼삼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남학생들은 다들 임숙영이 왜 이러는지 아주 잘 안다.다른 남학생들은 이미 임숙영이 최태욱에게 관심이 많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것은 경영학과의 전배영이란 남학생이 임숙영에게 접근하자 거절했다. 그녀는 노골적으로 자기는 이미 공을 잘 차고 그림도 잘 그리고 키도 큰 경영학과에 다니는 남학생에게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드디어 데시를 하는군.’그런 조건을 지닌 남학생은 이 학교에서는 딱 한명이다.뭔가 그림을 그리는 이야기를 하며 여학생들이 감탄하고 있었다. 여전히 마음이 가는 최태욱이라 호기심이 생긴 임숙영은 슬며시 학생들이 모여 있는 옆으로 가고 있었다.최태욱은 마침 실기 점수가 발표가 되었다고 해 이제는 별로 부담이 없었다. 하얀 도화지에 검정 물감만 가득하게 풀어놓은 상태로 여학생들이 원하는 난을 그리고 있었다.12/19 쪽본래는 화성지에 먹물로 그려야 하는 난했다. 여학생들이 한번 보고 싶다고 조르자 검정 물감으로 그렸다.획! 휘리릭!커다란 붓으로 난을 그리는 솜씨는 예사 솜씨가 아니었다.“야! 대단하네.”여학생뿐만 아니라 구경하던 남학생들도 기도 안차다는 듯이 얼이 빠진 상태로 주변으로 모여 최태욱이 난을 그리는 구경을 했다.작은 바위 위에 난이 멋있게 그려진 것이다.거의 일필휘지로 그리듯이 난을 그리고 최태욱은 옆에 한문 초서로 글씨를 척척 쓰고 있었다.이 또한 한문을 거의 배우지 않은 한글세대인 학생들의 눈에는 기도 안차는 일했다.“어머나? 어쩜!”“어머! 진짜 멋있었다.”“한문도 엄청 잘 쓰네, 나는 무슨 글씨인지도 한자도 모르겠구먼.”  13/19 쪽다들 한마디씩 하게 되고 그 후에 서로 그림을 자기를 달라고 경쟁이 벌어졌다.“그 그림 나 줘요.”“야! 태욱아, 그 그림 나주면 안 되냐?”그러자 뒤쪽에서 구경하던 임숙영이 자기도 질세라 크게 소리를 질렀다.“태욱씨, 그 그림 내가 가질래요.”달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가진다는 이야기다.그러자 남학생들이나 여학생들이 모두 임숙영을 바라보고 최태욱도 그건 또 무슨 소리냐는 듯이 처다 보았다.“다른 사람은 다 그려 줘서 학점도 좋게 받게 해줬으니, 그 그림은 제가 가져야 해요.”점점 하는 말이 요상한 쪽으로 흐르는 것이다.어이가 없다는 듯이 최태욱은 임숙영을 바라보고 실없이 웃으며 말했다.14/19 쪽“너, 그게 무슨 말이냐, 내가 왜 그림을 너를 줘야하는데.”그러자 임숙영은 자기가 말을 조금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대답을 못했다.최태욱은 별 이상한 여자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혀를 차며 말했다.“기도 안 차네, 별 이상한 소리나 하고, 누나! 이 그림 누나가 그려 달라고 한 것이니 누나가 필요하면 가지세요.” “정말? 진짜 나 주는 거지.”“예, 나중에 시간이 나면 화선지에 먹물로 새로 그려 줄게요.”“알았어. 고마워!”다른 여학생들은 다들 부러운 시선을 이미영에게 보내고 있었다.설상가상으로 화선지에 먹물로 그림을 준다는 소리에 나이 많은 이미영은 옆에 있는 최태욱을 껴안다 시피하며 볼에 살짝 뽀뽀를 했다.쪽! 15/19 쪽“고마워, 동생! 학점도 좋은 점수 받게 해주고 좋은 그림도 주고, 다음에 강경 가서 내가 회 잔뜩 사줄게.”이미 고향의 선후배 사이이고 부친들도 친한 사이라는 것을 대부분 학생들이 다 아는 일했다. 두 사람의 이런 행동을 이상하게 느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정한 오누이가 하는 그런 자연스런 행동이라고 다들 느끼고 있었다.“헤! 헤! 나 누나에게 뽀뽀 처음 받았는데 기분 삼삼하네.”이러자 그렇지 않아도 심통이 난 상태인 임숙영의 눈에는 천불이 나는 두 사람의 너무 다정한 행동이다.저 남자는 반드시 내 남자야 된다는 식으로 마음을 정한 임숙영은 자신도 모르게 크게 소리를 질렀다.“그림도 못 그리는 늙은 여자가 창피한 것도 모르고, 강의실에서 남자에게 추파나 던지고.”여자가 질투에 눈이 멀면 보이는 것이 없는 법이다.임숙영의 말은 목소리도 커서 강의실은 일순 정적이 감돌고 냉랭하고 이상한 16/19 쪽기운이 흘렀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멀리 있던 학생들도 다들 어이가 없는 말에 얼이 빠진 상태다. 당사자인 이미영은 그 말에 충격을 받은 듯이 멍하니 얼이 빠진 상태로 서있었다. 그런 상태로 조금 있다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고이며 슬며시 자기 책상으로 돌아가면서 말했다.“동생들 미안해. 나 먼저 갈게.”그러자 최태욱이 임숙영을 보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너, 당장 누나에게 사과 안 해?”“사과는 왜 내가 하냐. 숙제를 남이 그러준 것으로 내서 학점 받은 것 사실이잖아.”“뭐라고? 정말 싸가지 없네.”“나보고 욕했어.”“그래, 욕했다 어쩔래?”17/19 쪽하지만 임숙영은 그 이야기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다시 화살을 다른 여자에게 돌렸다. “강의실에서 나이가 한참 어린 남학생에게 키스하면 그게 잘한 일이냐?”“뭐? 이게.”하도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임숙영이 왜 이런 억지 부리는지 당사자인 최태욱만 모르고 있었다. 다른 미술과 학생들은 강짜를 부리는지 안다는 듯이 그저 구경만 하고 있었다.“이게라니, 왜 다른 여자들에게는 경어를 쓰고 나에게는 반말이야?”“기도 안 차는군 이제 보니 아주 싸가지 없는 계집애네.”이미 질투심에 의해 이성을 거의 상실한 상태인 임숙영이다. 계집애라는 소리에 그만 꼭지가 돌은 듯이 악에 바친 소리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너, 나에게 계집애라고 욕도 했어, 내가 가만 두나 봐라.”18/19 쪽“가만 안두면. 어쩔 건데.”“감방에 처넣어서 콩밥 먹일 거다.”“뭐? 이게 보자보자 하니, 정말 싸가지가 하나도 없네.”19/19 쪽“뭐? 이게 보자보자 하니, 정말 싸가지가 하나도 없네.”19/19 쪽“뭐? 이게 보자보자 하니, 정말 싸가지가 하나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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