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메이커-208화 (208/227)
  • < 제 71장 #3 >

    &

    서로 방식은 달랐지만 똑같이 영원을 살아가는 두 사람이었다.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이끌렸고, 기나긴 시간을 함께하게 되었다.

    색욕의 왕은 오만의 왕을 사랑했다.

    오만의 왕은 그의 새로운 도구를 어여삐 여겼다.

    다시 시간이 흘렀다.

    마계에는 칠대죄악을 가진 일곱 명의 왕이 하나의 상식처럼 자리 잡았다.

    오만의 왕은 북부의 왕으로서 군림하였다. 색욕의 왕이 그때그때 모습을 바꿔가며 때로는 세력을 일구고 또 때로는 그저 세상에 묻혀 은둔한 것과 달랐다. 그랬기에 똑같이 영원을 살아가는 두 사람이었지만 오직 오만의 왕만이 ‘왕가’를 이루었다.

    오만의 왕은 우월한 존재였다. 색욕의 왕이 마계 제일의 검사인 검마가 된 것과 비슷했다. 오만의 왕에게는 아득한 시간이 만들어준 수많은 경험과 기술이 있었다.

    사람들 모두가 오만의 왕가가 일곱 왕들 가운데서 으뜸이라 말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오만의 왕이라 하여 다른 왕을 쉬이 제압할 수 없었다. 다른 왕들의 연합 공격을 이겨낼 정도의 힘은 없었다.

    오만의 왕은 그것으로 만족했다. 설사 홀로 두 왕을 감당할 힘이 없다 할지라도 그는 최고의 마왕이었다. 오만의 왕과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왕들조차도 그 사실을 인정했다. 오만의 왕 위에 선 자는 마계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남자가 나타났다.

    오만의 왕이 상상만 하던 일들을 거침없이 현실로 이루어낸 남자.

    격노의 왕과 식탐의 왕을 쓰러트리고 그들의 죄악을 취했을 뿐만 아니라 마계의 남부를 일통한 자.

    탐욕의 왕 마몬.

    오만의 왕은 그의 존재를 견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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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갈려나가는 것만 같았다. 던전 상회의 군세는 절벽이 자신들에게 돌진하는 기분에 휩싸였다.

    단 한 번의 몸짓으로 던전 상회의 군세 중앙이 허물어졌다. 폭력의 왕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회전의 힘을 살려 날갯짓을 했다. 어마어마한 거체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비상하는 모습은 또 다른 초현실적 공포를 야기했다.

    폭력의 왕이 좀비 드래곤의 목을 물었다. 팔 다리를 버둥거리며 발악하는 놈을 바닥에 세차게 내리 꽂았고, 연이어 화염을 통해 지표를 불태웠다.

    땅이 녹아내렸다. 좀비 드래곤의 뼈와 가죽이 바닥에 눌러 붙었고, 그 밑에 있던 던전 상회의 군세는 말할 것도 없었다. 화염 앞에 그들은 한줌 재조차 되지 못했다.

    폭력의 왕이 착지와 도약을 다시 한 번 반복했다. 고양이과 맹수와 같은 기민함이었다. 용언 마법으로 좀비 드래곤들의 브레스를 막아냈다. 이번에는 손을 놀려 남은 둘 가운데 하나의 머리를 짓눌렀고, 화염이 아닌 파동을 내쏘아 마지막 좀비 드래곤의 비행을 어그러트렸다. 파동에 휩쓸린 좀비 드래곤은 허공에서 뒤뚱거리다 지상으로 추락했다. 다시 한 번 큰 충격과 진동을 야기했다.

    이 모든 위업을 달성하는 와중에도 폭력의 왕은 하늘을 경계했다. 진흙탕 싸움에 끼기 싫다는 듯 하늘에 고고히 자리한 오만의 왕이 그런 폭력의 왕을 향해 마치 지휘를 하듯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하늘이 갈라졌다. 구름을 뚫고 불타는 운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만의 왕의 마력에 이끌려 이 세상에 강림한 하늘의 재앙은 수십 수백 개로 분열해 불의 비가 되었다. 폭력의 군세와 던전 상회의 군세를 가리지 않고 지상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폭력의 왕은 다시 한 번 크게 날갯짓을 했다. 손에 붙잡은 좀비 드래곤의 머리를 으스러트려 박살낸 뒤 마력으로 염동력을 발했다. 좀비 드래곤의 시체를 방패처럼 앞세운 뒤 오만의 왕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오만의 왕이 웃었다. 이번에는 왼손을 놀렸다. 운석과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쏟아진 거대한 벼락이 좀비 드래곤을 강타했다. 불의 비를 뒤집어쓴 탓에 너덜너덜해진 좀비 드래곤의 거죽이 단번에 박살이 났고, 폭력의 왕은 그 잔해를 꿰뚫고 날았다. 오만의 왕을 향해 거대한 입을 벌려 세 번째 드래곤 브레스를 내뿜었다.

    가까웠다. 더욱이 앞의 두 번과는 비교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강맹한 힘이었다.

    그렇기에 오만의 왕은 비껴내지 않았다. 오른 손에 거머쥔 오만의 신기를 휘둘렀다. 검의 형태를 한 오만의 신기의 칼날 위로 빛의 칼날이 솟구쳐 올랐다. 수십 미터에 달할 그것이 드래곤 브레스를 정면에서부터 갈랐다.

    드래곤 브레스가 둘로 갈렸다. 오만의 신기 앞에서 갈라진 그것이 하늘을 꿰뚫었고, 갈라지는 와중에 비산한 조각들이 불의 비와 뒤섞여 사그라들었다.

    빛의 기둥이 완전히 사라졌다. 큰 힘을 단번에 소진한 폭력의 왕이 순간이나마 비틀거렸고, 오만의 왕은 질시의 신기를 낀 왼손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오만의 왕을 감싸고 있던 검은 연기들이 뭉쳐 순식간에 거인의 형상을 이루었다. 마찬가지로 검은 연기로 만들어진 도끼를 휘둘러 폭력의 왕을 내리찍었다.

    싸움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폭력의 왕이 고통을 토했다. 붉은 거체가 크게 뒤흔들렸고, 검은 연기는 흩어져 거인의 형상을 잃었다. 그대로 폭력의 왕의 몸 안으로 파고들어 폭발했다.

    오만의 왕도 힘겨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만족감이 그를 유쾌하게 하였다.

    탐욕의 왕 마몬.

    이미 천 년도 넘는 과거에 죽은 자. 이제는 사라진 자.

    그는 오만의 왕에게 크나큰 모욕감을 주었다.

    천계를 막자며 먼저 손을 내밀었고, 진심으로 마계를 구하기 위해 움직였다. 흡사 스스로가 마계의 왕인 것처럼 행동했다.

    오만의 왕은 그를 이길 수 없었다. 색욕의 왕은 탐욕의 왕 마몬을 기적과도 같은 존재라 평했다. 질시의 왕은 오만의 왕을 질투하는 것 이상으로 마몬을 질투하였다.

    그래서 배신했다.

    아니, 응당 어울리는 결말을 선사해주었다. 천방지축 날뛰던 마몬을 죽음의 문턱에 밀어 넣었다.

    색욕의 왕은 격렬히 반대했다. 마몬이 죽은 후 남은 세 왕이 힘을 모아 천계의 문을 닫는다는 계획은 너무 큰 위험을 감수해야한다며 오만의 왕에게 뜻을 돌리라 애원했다.

    하지만 오만의 왕은 뜻을 굳혔다. 그는 마몬의 몰락을 보고 싶었다. 배신당한 것에 몸부림치며 살기 위해 천계의 문을 포기하는 그를 보고 싶었다. 오만의 죄가 그것을 갈망했다.

    색욕의 왕은 결국 오만의 왕의 뜻을 따랐다. 질시의 왕은 오히려 앞장서기까지 했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순간이 왔을 때.

    마몬은 지금까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모욕감을 오만의 왕에게 주었다.

    그는 홀로 남아 천계의 문을 닫았다. 최후의 최후까지 숭고한 마계의 왕을 자처하며 천계로부터 마계를 구원했다.

    색욕의 왕은 죄책감에 괴로워했다. 질시의 왕은 최고의 결과라며 기뻐했다.

    그리고 오만의 왕은 영원히 헤어 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졌다.

    마몬 가와 탐욕의 미궁을 초토화시켰지만 조금의 기쁨도 느낄 수 없었다.

    마몬이 없는 마몬 가를 짓밟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마몬을 능가해야만 했다.

    이미 죽은 마몬을 이기는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탐욕의 왕 마몬이 죽은 날.

    그날 이후로 오만의 왕가는 변하였다. 오만의 왕은, 아니 오만의 죄는 이제 단순히 새로운 육신을 손에 넣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색욕의 왕의 말마따나 마몬은 기적과도 같은 존재였다. 우연에 우연이 더해져 태어난 괴물이었다.

    오만의 왕은 괴물을 재현하고자 했다. 마치 농부가 농작물을 개량하듯이, 사냥꾼들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사냥에 적합한 사냥개와 매를 길러내듯이 후손들을 개량하였다.

    오직 스스로만을 중시하는 오만의 왕에게 있어 후손이란 어차피 쓰고 버릴 도구에 불과했다. 그는 자신의 피를 이은 이들을 마치 개돼지처럼 다루며 더 강한 피를 가진 존재를 만드는 것에만 몰두하였다.

    지금까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대가 바뀌었다. 사람들은 지난 천 년 동안 북부를 지배한 오만의 왕의 숫자를 다섯 명 내외라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심지어 비프론즈가 보았다고 생각한 전대 오만의 왕과 당대 오만의 왕 사이에도 수십, 수백 명의 실험체가 존재했다.

    그리고 마침내 만들어냈다.

    마몬의 자질과 잠재력을 뛰어넘는, 왕의 그릇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최상의 육체.

    오만의 왕은 현실을 보았다.

    폭력의 왕이 추락하는 와중에도 고개를 쳐들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오만의 왕은 그런 폭력의 왕을 내려다보며 오만의 신기를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

    오만의 죄는 영혼에 깃들었다. 마왕의 권능 역시 영혼에 깃들었다.

    오만의 왕은 후손의 육신뿐만 아니라 영혼까지도 지배할 수 있었다. 때문에 오만의 왕에게는 늘 권능이 두 개 존재했다.

    권능 또한 고르고 또 골랐다. 완성된 그릇 셋 중에서 최고의 권능을 가진 하나만을 선택했다.

    마력의 마왕.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최고의 권능.

    오만의 왕의 머리 위에 돋아나있던 일곱 개의 뿔이 모두 사라졌다.

    천 년의 세월을 들여 만들어낸 그릇.

    그 그릇에 질시의 왕의 힘이 더해졌다. 그리하여 왕의 그릇은 신의 그릇으로 승화하였다.

    빛으로 된 여덟 개의 뿔이 솟구쳐 올랐다.

    오만의 왕의 등 뒤로 여섯 장의 빛의 날개가 펼쳐졌다. 머리 위로 거대한 헤일로가 형성되었다.

    실로 신과도 같은 힘.

    오만의 왕은 확신했다.

    자신은 그날의 마몬과 동등하다. 아니, 이제 그를 뛰어넘었다. 그를 능가하는, 마계 사상 최고최강의 존재가 되었다.

    오만의 왕은 폭력의 왕의 눈을 보았다. 그 거대한 눈에 공포와 절망이 어리기를 바라며 오만의 신기로 허공을 찍었다. 그러자 그 길이가 백 미터가 넘을 빛의 검이 허공에 형성되었다. 검은 연기의 거인이 빛의 검을 쥐었고, 비틀거리는 폭력의 왕을 꿰뚫어 바닥에 내리꽂았다.

    폭력의 왕을 죽인다. 그가 가진 탐욕의 신기를 빼앗고, 마계 역사상 가장 강대한 드래곤인 그의 드래곤 하트를 취한다.

    왕들을 모두 죽인다. 그들의 죄악을 강탈해 사라진 탐욕의 죄를 제외한 칠대죄악과 일곱 개의 신기를 하나로 모은다. 진정한 마신왕의 자리에 오른다.

    그리고 다시 열릴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천계의 문을 닫으리라. 아니, 오히려 열어젖히리라. 마신왕의 힘으로 천계조차 무릎 꿇게 하리라.

    마몬 따위 아득히 뛰어넘으리라.

    진정한 마신왕의 위업 앞에 그가 세운 위업들은 한낱 어린 애 장난으로 치부되리라.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폭력의 왕은 그런 오만의 왕을 보았다. 오랜 세월 세계의 관찰자로만 머물러 있던 그는 여덟 개의 뿔이 만들어내는 어마어마한 마력과 오만의 왕의 광기를 목도한 순간 결심하였다.

    [나의 권속들이여, 나와 최후를 함께하라.]

    폭력의 군세 모두에게 목소리가 전달되었다. 그것은 왕의 명령이었고, 거부권은 존재하지 않았다. 폭력의 왕은 왕의 자리에 오른 이래 처음으로 폭군이 되어 권속들의 힘을 쥐어짰다.

    이 땅은 폭력의 왕의 던전이었다. 오만의 군세와 싸우던 폭력의 군세가 힘을 잃고 바닥에 나자빠졌다. 다크 엘프나 오크 같은 종족들만이 아니었다. 폭력의 왕의 마력으로 움직이던 용아병들을 비롯한 여러 던전 사역마들이 쓰러졌고, 하늘을 누비던 폭력의 왕의 후손들 또한 그러했다.

    던전의 힘이 하나로 집결하였다. 던전 안에 자리한 모든 권속들의 힘을 집어삼킨 그것이 던전의 주인인 폭력의 왕에게 전달되었다.

    오만의 왕이 그 힘을 느꼈다.

    폭력의 왕이 사납게 웃었다. 등 한복판을 꿰뚫은 빛의 검을 무시하고 날아올랐다. 빛의 검이 그의 몸을 갈라 어마어마한 고통을 야기했지만 무시했다.

    폭력의 왕이 날갯짓을 했다. 오만의 왕이 급히 중력장으로 폭력의 왕을 찍어 눌렀다. 하지만 폭력의 왕은 멈추지 않았다. 그로부터 일어난 마력의 소용돌이가 중력장을 와해했다. 붉은 하늘을 피로 물들이며 폭력의 왕이 오만의 왕과의 거리를 좁혔다.

    오만의 왕이 재차 오만의 신기를 휘둘렀다. 거대한 빛의 검이 폭력의 왕을 정면으로부터 꿰뚫었고, 폭력의 왕은 거부하지 않았다. 빛의 검을 가슴으로 받아내며 오만의 왕과의 거리를 더욱 더 좁혔다.

    질시의 힘이 오만의 왕을 감싸 검은 거인이 되었다. 마침내 도달한 폭력의 왕이 그런 거인을 물었다. 그의 계획은 애당초 하나뿐이었다.

    비프론즈는 알아차렸다. 그는 던전 상회의 군세를 조종하던 마력을 해제했다. 급히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벽을 펼쳤다. 아브라삭스 또한 그러했다. 용 군단을 두려워할 상황이 아니었다. 하늘로 향했던 마력을 모두 거둬들였다.

    폭력의 왕의 이빨이 검은 거인을 파고들었다. 검은 거인 속에서 오만의 왕이 재차 오만의 신기를 휘둘렀다.

    빛의 검이 폭력의 왕의 심장을 관통했다. 폭력의 왕은 더는 지체하지 않았다. 오만의 왕과 거리를 좁히고, 검은 거인의 목을 무는데 걸린 시간으로 이미 충분했다.

    사상 최강의 레드 드래곤.

    던전에 집중된 모든 권속들의 힘.

    그 모든 것이 폭발하였다. 단 하나의 빛이 되어 세상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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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 군단의 수장, 가장 멀리 보는 자 앙카블로사는 날갯짓을 멈추었다.

    너무나 먼 거리였지만 그녀는 볼 수 있었다.

    왕의 마지막 명령이 전달되었다. 그녀는 서쪽으로 향하는 대신 다시 동쪽으로 향했다.

    폭력의 영토 전역에 존재하는 용 군단을 하나로 집결시켜라.

    하나 된 힘으로 탐욕의 왕을 찾아가라. 그를 도와 최악의 마신을 저지하라. 오직 탐욕의 왕만이 다시 한 번 마계를 구원하리라.

    앙카블로사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강인한 드래곤답게 그녀는 복수를 생각했다. 전력을 다해 동쪽으로 향했다.

    &

    팔부중 사원에 일어난 비극에 통곡하던 격노의 왕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이미 너무 많은 눈물이 흐른 두 눈에 새로운 눈물이 더해졌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가슴 한 구석이 아려왔다.

    격노의 왕은 가슴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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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트리는 사마엘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폭력의 왕은 그녀의 계약자였다. 그랬기에 그녀는 폭력의 왕에게 일어난 일을 알 수 있었다.

    폭력의 왕이 마지막으로 본 광경. 그가 최후의 빛과 함께 전달한 사념.

    시트리는 이를 악물었다. 폭력의 왕이 그러했던 것처럼 결심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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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의 왕의 레어는 사라졌다. 광대하기 짝이 없는 그의 던전은 한 줌의 재조차 남기지 못했다. 마치 세계를 창조한 신이 서쪽 지대 일부를 들어낸 것만 같았다.

    폭력의 왕이 오만의 왕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필요했던 짧은 시간.

    그 사이에 전해진 것은 용 군단에 대한 최후의 명령과 시트리에게 전달한 사념만이 아니었다.

    천 년 전 마계의 운명을 결정지었던 땅.

    나태의 왕 시트리가 탐욕의 왕 마몬의 마지막 숨을 거둔 땅. 오직 시트리와 폭력의 왕만이 알고 있는 저 위대한 탐욕의 왕 마몬의 무덤.

    그 한 가운데 묘비처럼 자리한 탐욕의 신기가 꿈틀거렸다. 폭력의 왕이 마몬에 대한 경의를 담아 세워두었던 탐욕의 신기가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폭력의 왕의 마지막 한 수.

    탐욕의 신기가 날아올랐다. 자신의 반쪽을 향해 질주했다.

    제 71장 - 용마결전 끝, 제 72장 - 탐욕의 왕으로 이어집니다.

    < 제 71장 #3 > 끝

    ⓒ 취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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