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메이커-205화 (205/227)
  • < 제 70장 #3 >

    &

    용호는 혼란을 느꼈다. 부지불식간에 폭력의 왕을 떠올리기는 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빠르게 생각했다. 가지고 있는 정보들을 머릿속에서 재조합해 보았다.

    먼저 사마엘을 통해 알게 된 것들.

    첫째, 던전 상회가 오만의 왕의 휘하에 들어갔다.

    둘째, 오로바스, 아브라삭스, 비프론즈 세 이사들의 담당 구역은 온전히 오만의 왕의 것이 되었고, 사마엘의 영역은 불완전하게 흡수되었다. 시트리의 영역은 흡수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했다.

    셋째, 오만의 왕은 던전 상회를 손에 넣음에 따라 던전 상회의 유통망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유통망이야말로 오만의 왕이 전격적인 기습작전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왕들은 자신들의 영지 내에 다른 왕의 수하들이 움직이는 것을 당연히 경계한다. 하늘을 오가는 이들을 확인하고 때로는 영격하거나 방해하는 대공 결계가 대표적인 예였다.

    하지만 왕들은 던전 상회를 경계하지 않았다. 왕들의 영토 내에는 던전 상회가 빠른 운송을 위해 만들어둔 여러 고속 이동 수단이 존재했다. 왕들은 던전 상회가 영공을 오가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천 년의 세월동안 만들어진 신뢰였다. 아니, 어찌 보면 망각이라 해도 좋았다. 던전 상회는 마계 내에서 마치 물이나 공기처럼 당연한 존재로 여겨졌다.

    물론 왕들이 던전 상회를 완벽히 신뢰하는 것은 아니었다. 던전 상회의 유통로를 용인할지언정 그들의 유통로가 가장 중요한 지점들까지 장악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마엘은 말했다. 왕과 다섯 이사 간의 비밀 거래를 위한 비밀 유통로가 존재한다고. 때때로 비밀 유통로는 그 은밀함 때문에 중요한 지점과 맞닿아있기도 한다고.

    오만의 왕은 유통로를 이용해 팔부중 사원을 비롯한 격노의 영토 곳곳을 기습했다.

    오필리아는 이 기습을 무척이나 효과적이지만 두 번은 쓰지 못할 방법이라 평했다. 던전 상회의 사역마들과 유통로를 이용해 대대적인 기습을 했으니 던전 상회의 변모를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사마엘은 던전 상회의 모반이 일어난 날 오만의 왕이 질시의 왕을 쳤을 거라 말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유통로를 이용한 기습을 어느 정도 병행했을 거라고도 했다. 하지만 질시의 왕을 공격할 때는 조금 더 비밀리에 소규모로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았고, 오랜 시간 준비한 만큼 그 사실을 보다 쉽게 숨길 수 있었을 터였다.

    겉모습만 보면 오만의 왕은 지금도 질시의 왕과 전쟁 중이었다. 오만의 왕이 이러한 기만을 행한 것은 격노의 왕을 기습할 때까지 던전 상회의 이변을 숨기기 위함이 분명했다.

    ‘기습을 한다면 지금뿐이야.’

    오직 지금뿐이었다. 오늘이 지나면 더 이상의 기습은 불가능했다. 던전 상회의 이변을 알아차린 폭력의 왕이 영토 내에 존재하는 던전 상회의 유통로를 파괴하거나 봉인할 것이 분명했다. 동부 국경에 웅크리고 있는 용 군단 역시 움직일 터였다.

    그럼 전면전 양상이 만들어진다. 대규모 전쟁을 치룰 수밖에 없다.

    ‘전격전.’

    던전 상회 세 이사들은 시트리와 사마엘을 놓쳤다.

    오만의 왕은 시트리가 나태의 왕임을 이제 알았다.

    식탐의 왕이 죽었다는 사실 역시 알았다.

    오만의 왕에게 남은 적은 폭력, 격노, 나태 이렇게 세 왕뿐이었다. 나태의 왕인 시트리의 담당 구역은 남부였으니, 만약 폭력의 왕과 전면전 양상이 펼쳐지면 시트리의 힘이 온전히 폭력의 왕에게 더해질 터였다.

    머릿속에서 퍼즐조각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

    색욕의 왕으로 격노의 왕을 쓰러트린다.

    오로바스와 던전 상회의 정예를 투입해 격노의 왕의 주요 던전을 타격한다.

    오만의 왕 자신이 최정예를 이끌고 폭력의 왕을 직접 타격한다. 용 군단의 대부분은 지금 서쪽 땅 끝에 있는 폭력의 왕의 레어 부근이 아닌 동부 국경지대에 자리했다. 더욱이 폭력의 왕의 영토는 아브라삭스의 담당 구역이었다. 아브라삭스는 가장 먼저 오만의 왕 휘하에 들어간 자이니 어쩌면 폭력의 왕 몰래 비밀 통로 같은 것을 만들어두었을 수도 있었다.

    앞의 둘과 달리 마지막 하나는 가정이었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용호는 이 모든 일들이 실제로 이루어졌을 경우를 상상해보았다. 그러자 실로 무시무시한 결과가 눈앞에 펼쳐졌다.

    오만의 왕에게 맞설 자가 나태의 왕 하나밖에 남지 않게 된다. 오만의 왕은 ‘왕’이라는 구심점을 잃은 무리들을 하나하나 시간을 들여 통합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과정은 본격적인 전면전보다 훨씬 더 수월할 터였다.

    사마엘이 두려워한 도미노의 완성이었다.

    물론 현실은 달랐다. 탐욕의 왕인 용호 자신이 존재했다.

    색욕의 왕으로부터 격노의 왕을 구했고, 사마엘과 시트리 역시 확보했다. 오로바스의 기습에 의해 격노의 군세가 얼마나 피해를 입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무리 그 정도가 심해도 초토화 같은 양상은 나오지 않을 터였다. 즉, 격노의 왕과 그 세력이 보전된 셈이었다.

    ‘그리고-.’

    오만의 왕이 정말로 폭력의 왕을 기습했다면 적어도 한 가지 전제가 필요했다.

    오만의 왕이 폭력의 왕보다 강하다. 기습으로 폭력의 왕을 쓰러트릴 자신이 있다.

    용호는 눈을 꽉 감았다. 정보가 부족했다. 너무 많은 가정이 연속되었다. 어쩌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었을 수도 있었다.

    질시의 왕이 아직 죽지 않았다면? 오만의 왕이 질시의 왕과 싸우는 흉내를 내는 게 아니라 진짜로 싸우고 있다면? 질시의 왕을 쓰러트리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큰 부상을 입고 요양 중이라면?

    용호는 생각을 끊었다. 더 고민해봐야 의미가 없었다. 스스로도 놀랄 만치 짧은 시간 만에 많은 생각을 했지만, 결론은 간단했다. 직접 확인해보면 될 일이었다.

    용호는 다시 현실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품안에서 꼼지락 거리는 무언가를 느꼈다.

    “어, 음… 저기…….”

    달콤한 체향에 달콤한 목소리가 더해졌다. 이번에도 품 안에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용호는 얼른 손을 풀어 격노의 왕을 놓아주었다. 팔에 남은 부드러운 느낌을 애써 지운 뒤 한 발 물러서며 말했다.

    “미안해요.”

    폭력의 왕에 대해 생각하는 내내 끌어안고 있던 셈이었다. 아마 지금의 닳고 닳은 용호가 아니라 마계에 첫 진입할 당시의 용호였다면 민망해하며 온갖 호들갑을 떨었을 터였다.

    “흠흠. 괜찮소. 나쁘지 않았소. 좋았… 아니, 아니오. 아무 것도 아니니까 잊어주시오. 크흠흠.”

    헛기침을 하다가 허둥거린 격노의 왕은 좀 더 큰 헛기침을 했다.

    용호는 얼른 마법의 주머니를 뒤져 평소 입고 다니던 망토를 꺼냈다. 갑자기 뭐하냐는 듯 눈을 껌벅이는 격노의 왕에게 가만히 망토를 둘러주었다. 그렇잖아도 짧고 얇은 격노의 왕의 옷이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이다. 팔 다리가 피투성이가 되는 와중에 옷이 무사할리 만무했다.

    격노의 왕은 이번엔 헛기침을 토하는 대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용호가 둘러준 망토 자락을 꼭 움켜쥐더니 정신을 차리려는 듯 도리질을 세게 했다.

    색욕의 왕이 도주했지만 아직 전투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더욱이 당장 눈앞의 급한 불이 꺼진 만큼 미뤄두었던 일들을 해결해야만 했다.

    “아무래도 해야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소. 하지만 그 전에…….”

    말끝을 흐린 격노의 왕 자세를 한 차례 가다듬은 뒤 말했다.

    “정식으로 감사를 표하는 바이오. 구해줘서 고맙소. 당신이 와주지 않았다면 정말 큰 일이 날 뻔 했소.”

    탐욕의 왕이라는 사실을 감춘 것에 관해 추궁 받을 거라 생각한 용호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풀어지고 말았다. 격노의 왕의 미소는 너무나 해맑았다. 순수한 감사에 왠지 모를 부끄러움이 생길 지경이었다.

    “아닙니다. 탐욕의 왕이라는 사실을 감춰서 미안할 뿐입니다.”

    용호도 나름 솔직하게 응답했다. 격노의 왕은 눈썹을 팔八 자로 모았다.

    “식탐의 왕을 쓰러트린 것 역시 당신이오?”

    “그렇습니다.”

    격노의 왕은 결코 멍청하지 않았다. 용호와 교환한 신기가 모든 것을 증명했다.

    마몬 가의 가주는 탐욕의 왕이다.

    그가 식탐의 왕을 쓰러트렸고, 격노의 왕 자신을 구했다.  비록 교환이긴 했지만 격노의 왕 자신에게 격노의 신기를 거침없이 건네주었다.

    죄악과 짝을 이루는 신기를 갖추었을 때야 비로소 진정한 ‘왕의 힘’이 완성되는 법이었다.

    격노의 왕뿐만 아니라 용호 역시 그 사실을 절감했다.

    용호가 최초로 마주했던 왕인 식탐의 왕과 이번에 싸운 색욕의 왕 사이의 간극은 컸다.

    식탐의 왕이 예속 사역마의 전멸로 큰 타격을 입은 것도 있고, 뿔의 개수나 전투 기술에 대한 차이도 컸지만 ‘왕의 힘’에 의한 차이가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격노의 왕은 격노의 신기를 장착하지 않은 왼손을 망토가 아닌 허벅지에 슥슥 닦은 뒤 용호에게 내밀었다.

    “약간의 거짓이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난 당신을 믿고 싶소. 오만의 왕과 북부에 맞선 우리의 동맹이 지속된다고 생각해도 되겠소?”

    오히려 용호가 청하고 싶은 바였다. 용호는 격노의 왕의 작은 손을 맞잡아 악수를 했다.

    그러자 격노의 왕의 얼굴에 다시금 미소가 어렸다. 계속 바라만 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였지만 지금은 이렇게 노닥노닥 이야기를 나눌 때가 아니었다. 팔부중 사원을 구하러 간 예속 사역마들과의 연결에 이렇다 할 문제가 없는 것을 보니 그쪽 역시 무사한 것 같았지만, 어찌되었든 사원을 비롯한 각지가 공격당했다는 사실을 격노의 왕에게 알려야 했다. 폭력의 왕의 위급 가능성 역시 검토해 봐야 했다.

    “드리타라슈트라,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용호와 맞잡은 손을 쳐다보던 격노의 왕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연달아 다른 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하! 전하! 큰일입니다!”

    “가주님!”

    “용호야!”

    키르티무카뿐만 아니라 카타리나와 카이완이 이쪽을 향해 다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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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계에서도 이름 높은 전투 종족인 레드 데몬들의 싸움은 특별했다.

    그들은 다른 마계의 강자들처럼 호화롭고 현란한 마법이나 초능력을 운용하지 않았다. 그저 날때부터 타고난 육체로 싸웠다. 움켜쥔 주먹으로 적을 부쉈고, 날카롭고 강맹한 일각으로 적을 파괴했다.

    때문에 레드 데몬들 간의 싸움은 순수한 육체의 격돌이었다. 더 없이 거친 그들의 싸움이야말로 폭력의 정수라 할 만 했다.

    팔부중 사원의 입구 부근은 완전히 초토화 되어 그 흔적조차 제대로 찾을 수 없었다. 육체능력만으로 드래곤을 압도하는 두 괴물이 맞부딪힌 결과였다.

    오로바스는 파괴되었다.

    그의 자랑이던 여섯 뿔은 모조리 부러졌고, 왼팔은 뜯겨져 나갔다. 온 몸의 뼈가 부서지다 못해 짓이겨졌다.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구시온은 거친 숨을 토했다. 구시온 본인과 오로바스의 피로 물든 주먹을 펴 오로바스의 가슴 위에 얹었다. 오로바스의 정수를 추출해 갈무리 했다.

    구시온 자신보다는 다른 이가 취하는 것이 나았다. 깊은 숨을 삼킨 구시온은 움직이지 않는 왼팔 대신 재차 오른손을 놀려 허리춤의 엘릭서를 꺼내들었다. 마몬의 투기장 창고에도 몇 없는 소중한 물건이었지만 지금은 아낄 때가 아니었다.

    한 병을 단숨에 비우자 체력과 마력이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구시온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왼손을 뻗어 뜬 눈으로 죽은 오로바스의 눈을 감겨주었다.

    무도의 길에 끝은 없었고, 기술의 연마에 한계는 없었다.

    오로바스는 그것을 놓쳤다. 그는 마력의 증가를 통한 육체의 강화에만 집착했고, 그 결과 천 년의 세월동안 무도의 길을 걸은 구시온에게 패배했다.

    완전히 몸을 일으켜 세운 구시온은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예속 사역마인 그는 알 수 있었다. 용호는 무사했다. 아직 동부 전선의 싸움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우려했던 사태는 발생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동부 전선을 향해 달려가고 싶었지만 무리였다. 공간의 문의 하루 이용 제한 횟수는 이미 꽉 찼다. 더욱이 구시온에게는 아직 남은 일들이 있었다.

    “다른 곳은?”

    구시온은 등 뒤에 물었다. 딱히 기감을 펼친 것은 아니었지만 강적과의 전투로 예민해진 감각이 오필리아의 존재를 잡아냈다.

    먼발치에서 멍한 얼굴로 오로바스의 시신을 바라보던 오필리아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구시온에게 다가섰다.

    “팔부중 사원은 확보했습니다. 팔부중 가운데서도 아수라왕과 용왕이 예상 이상으로 선전을 해준 덕분에 수월했습니다. 결정적으로 구시온님께서 오로바스를 쓰러트리셨고요.”

    팔부중 각 종족의 수장이라 하나 그들도 결국엔 일개 가주에 불과했다. 아수라왕이나 야크샤왕처럼 전투에 특화된 자들도 있었지만 마호라가왕처럼 전투와는 무관한 자들도 있었다.

    구시온이 오로바스를 쓰러트리지 못했다면 결국 전멸을 면치 못했을 터였다.

    카타리나를 닮아 가는지 오필리아의 꼬리가 파닥거렸다. 구시온은 탈골된 뼈를 맞추며 계속 물었다.

    “우리 쪽 피해는?”

    “죽은 자는 없습니다.”

    “다친 놈은 있다 이거구만. 나중에 명단 뽑아 줘. 빡세게 한 번 굴려야지.”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한 구시온은 재차 숨을 길게 토했다. 엘릭서의 효능 덕분에 벌써부터 체력이 꽤나 회복된 기분이었다.

    “주변에 공격받고 있는 던전이 있나?”

    “몇 군데 있습니다. 가르디문디가 지금 정보를 모으고 있습니다.”

    천 년 전의 사건 때문에 구시온은 외부인을 믿는 것을 저어했다. 하지만 용호가 격노의 왕과 동맹을 맺었고, 그런 격노의 왕의 던전들을 수호할 것을 구시온에게 명했다.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 왕의 명을 따를 뿐이었다.

    ‘오만의 왕.’

    대가 바뀌었다지만 여전히 증오스러운 이름이었다. 북쪽을 보며 한 차례 으르렁 거린 구시온은 돌아섰다. 뭔가 이상한 걸 봤다는 얼굴을 한 오필리아를 재촉해 지원할 던전을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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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욕의 왕은 가슴을 움켜쥐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용호와 격노의 왕을 상대로 싸운 부상 때문만이 아니었다. 방금 예속 사역마가 죽었다. 고작 이틀 전에 예속 사역마로 삼은 오로바스였다.

    계획이 어긋났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났다.

    탐욕의 왕이 돌아왔다. 더욱이 그는 식탐의 죄와 신기를 가졌고, 홍련의 마창 아몬을 소유했다.

    마몬이 아니었다. 하지만 마몬과 닮았다. 새로운 탐욕의 왕의 손에 들린 아몬이야말로 그가 마몬의 진정한 계승자란 사실을 증명했다.

    어쩌면 살아남은 것은 아몬만이 아닐지도 몰랐다. 얼핏 전장에서 스카자하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로바스를 쓰러트린 것 역시 마몬의 12 사역마 가운데 하나일지 몰랐다.

    색욕의 왕은 고개를 들었다. 전장에서 먼 수풀에 앉아 서남쪽을 보았다. 새삼 가슴을 죄는 죄악감과 후회를 애써 억누르며 정인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벨리알.”

    시간이 없었다. 용 군단이 회군을 시작했을 터였다. 돌아온 탐욕의 왕이 또 무언가 수를 낼지 몰랐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결판을 내야만 했다.

    색욕의 왕은 다시 연기로 화했다. 오만의 왕의 승리를 기원하며 북으로 향했다.

    제 70장 - 박투 끝, 제 71장 - 용마결전으로 이어집니다.

    < 제 70장 #3 > 끝

    ⓒ 취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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