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메이커-190화 (190/227)
  • < 제 64장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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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편지라도 한 장 써보심은 어떠십니까?”

    키르티무카는 이달 들어 벌써 일곱 번째 선물 받은 목도리를 목에 두르며 말했다. 그녀의 주인이자 동생이며 딸 같은 격노의 왕은 기계적으로 놀리던 손을 잠시 멈추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바느질을 재개했다. 아무래도 좀 더 구체적인 말로 등을 밀어주길 바라는 것 같았다.

    키르티무카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너무나 귀여운 주군의 모습에 자꾸만 웃음이 나왔기 때문이다.

    팔부중과 마몬 가의 동맹이 결성되고도 약 두 달.

    그 시간 동안 격노의 왕과 마몬 가 사이의 교류는 조금도 없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동맹 간이라 하여 매일 같이 연락을 주고받을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오히려 교류가 잦은 것은 적신호에 가까웠다. 무언가 사달이라도 나지 않는 한 동맹 간의 교류는 뜸한 것이 보통이었고, 이는 마계뿐만 아니라 다른 이계에서도 통용될 상식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격노의 왕은 안달이 났다. 적어도 키르티무카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두 달 사이에 옷을 수십 벌이나 만드는 기행을 벌이지는 않았을 터였다.

    키르티무카는 웃음기를 지우고 새삼 진지하게 격노의 왕을 바라보았다. 간다르바의 수장인 그녀는 어렸다. 죄악의 힘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간다르바는 물론이고 팔부중 전체를 대표하는 왕의 자리에 올랐지만, 수백 년을 우습게 살아가는 간다르바의 관점에서 보면 아직 어린 소녀에 불과했다.

    키르티무카는 격노의 왕이 행복해지기를 바랐다. 그랬기에 반쯤 장난이던 처음과 달리 이제는 제법 진지하게 격노의 왕의 혼담을 고려하고 있었다.

    마몬 가의 가주에게 사실상 연인이나 다름없는 여인이 몇 명 있다는 것 같았지만 이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문의 수장은 하나하나가 작은 왕국의 왕이라 할 수 있었다. 자손을 잇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했고, 당연히 마계에서는 일부다처나 일처다부 형태의 결혼관계를 유지하는 자들이 흔했다. 특히나 북부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개체 수가 크게 줄은 팔부중들은 자손을 많이 생산할 수만 있다면 어떤 형태의 결혼이든 허락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드리타라슈트라는 격노의 죄를 가진 왕이었다. 더욱이 그녀는 팔부중 전체를 이끄는 자였다.

    격노의 왕과 마몬 가의 가주가 맺어지는 순간 격노의 왕이 정실부인이 되는 것은 절대적인 이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결합은 단순한 남녀의 결합이 아닌, 팔부중과 마몬 가의 결합이었다. 다소 껄끄러운 수식어였지만 ‘정략’이란 말이 붙어야 마땅했다.

    더욱이 왕과 일개 가문의 혼약이었다. 마몬 가가 팔부중에 포함되는 형태의 혼약이 이상적이었고, 이는 마계의 상식에도 어긋나지 않았다.

    키르티무카는 이 모든 형식적인 것들을 입밖에 내지 않았다. 다소 늦었지만 이제야 첫사랑의 두근거림을 느끼는 격노의 왕의 기분을 깨트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간단한 서신으로 안부를 묻는 것 정도는 괜찮을 겁니다. 동맹을 맺은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우호를 다질만한 선물을 주고받는 것도 흉이 되지 않을 거고요.”

    격노의 왕의 귀가 쫑긋 거렸다. 키르티무카는 기다려주었고, 격노의 왕은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손을 꼼지락 거렸다. 애써 딴청을 부리다 말했다.

    “으음. 우호 증진이라.”

    “네, 우호 증진. 필요한 일입니다.”

    키르티무카가 다시 등을 밀어주었다. 격노의 왕은 입술을 살짝 벌렸다. 마지 못한 것처럼, 마치 키르티무카가 거듭 권하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할까?”

    키르티무카는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하지만 둘 사이에 새로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전 반대에요. 이쪽이 안달 난 모습을 보여줘서 좋을 것 없어요. 밀고 당기는 타이밍이 중요한 걸요.”

    열린 창문 사이로 가르디문디가 날아들었다. 이번에도 정문을 통하지 않은 가르디문디의 난입에 키르티무카는 노성을 토하려 했지만 그보다 격노의 왕이 더 빨랐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그녀는 헤실헤실 웃는 처녀가 아닌 왕의 얼굴이 되어 가르디문디를 보았다. 가르디문디의 손에 들려 있는 작고 붉은 함 때문이었다.

    가르디문디는 가타부타 말을 늘이는 대신 격노의 왕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붉은 함을 격노의 왕에게 공손히 바쳤다.

    “폭력의 왕의 답신이 마침내 도착했습니다.”

    붉은 용의 비늘로 만든 함은 폭력의 왕의 친필 서신을 의미했다. 격노의 왕은 함을 받아든 뒤 크게 숨을 골랐다. 지난 석 달 동안 아무리 연락을 해도 응답이 없던 폭력의 왕이 마침내 보낸 답신인 터라 절로 긴장이 되었다.

    폭력의 왕에 관계된 일이면 과민 반응을 보이는 키르티무카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격노의 왕이 서신을 읽기를 기다렸다. 가르디문디 역시 처음 던졌던 농담과 달리 긴장한 얼굴이었다.

    격노의 왕은 함에서 서신을 꺼내 펼쳤다. 마법이 깃든 서신으로부터 폭력의 왕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용 군단을 움직인 것은 식탐의 왕을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결코 널 위협할 생각은 아니었으니 그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려무나.]

    [용 군단은 자신들의 현재 위치를 지킬 것이다. 공격받지 않는 한 공격하지 않을 것이니, 이 점을 명심해두거라.]

    [마몬 가의 가주에 관한 소문은 나도 들었단다.]

    [네 동맹 대상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자라 생각한다.]

    [그와 네가 신실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구나.]

    폭력의 왕의 짤막한 평에 격노의 왕은 작게나마 미소를 지었다. 용호에 대한 평뿐만 아니라 폭력의 왕이 용 군단을 움직인 이유 등이 기꺼웠기 때문이다.

    폭력의 왕은 적이 아니었다. 우군이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격노의 왕은 안심할 수 있었다.

    키르티무카는 대놓고 안도의 숨을 크게 토했다. 폭력의 왕을 두려워하는 한편 경계하는 그녀였지만 그래도 폭력의 왕의 말을 믿었다. 저 위대한 드래곤이 거짓 편지로 자신의 주인을 속이는 치졸한 짓을 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르디문디는 여전히 표정을 풀지 않았다. 폭력의 왕의 목소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드리타라슈트라, 격노의 왕이여.]

    [진정 마몬 가와 동맹을 맺었다면, 그리고 그 동맹을 유지해나갈 생각이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거라. 동맹을 맺는데 그치지 않고 동맹의 힘을 활용하거라. 나와 용 군단 역시 이용할 수 있다면 이용하거라.]

    [선택은 언제나와 같이 너의 몫이다.]

    [나는 언제나처럼 네 선택을 지켜보도록 하마.]

    서신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격노의 왕은 다시 함 안에 서신을 담았고, 본래 앉아있던 자리에 다시 털썩 자리를 잡았다.

    서신 후반부에 실려 있던 이야기들.

    격노의 왕은 결코 어리석은 자가 아니었다. 동맹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라는 표현 하나만으로도 폭력의 왕이 무엇을 제안했는지를, 정확히는 어떤 조언을 자신에게 했는지 이해했다.

    “오만의 왕과 질시의 왕은 전쟁 중입니다.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의 남쪽에서 일어나는 일에 신경을 쓰지 못할 것입니다.”

    가르디문디가 말했다. 비로소 이야기의 진의를 파악한 키르티무카가 눈을 크게 떴다.

    “마몬 가와 연계해서 식탐의 왕을 치자는 겁니까?”

    격노의 왕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수비를 위해 동맹을 생각했지, 결코 공격을 위해 동맹을 만든 것이 아니었다.

    가르디문디가 다시 말했다.

    “색욕의 왕은 오만의 왕과 질시의 왕 사이의 전쟁에도 끼어들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침묵할 가능성이 높죠. 작금의 혼란기는 우리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어요.”

    타당했다. 폭력의 왕의 용 군단은 그 존재만으로도 식탐의 왕에게 위협이 되었다. 마몬 가와 팔부중이 각기 서와 남에서 밀고 올라가면 식탐의 왕은 어쩔 수 없이 군사를 셋으로 나눌 수밖에 없을 터였다.

    마몬 가의 저력이 처음 평가했던 것 이상이기에 수립할 수 있는 계획이었다. 아직 탁상공론 수준에 불과했지만, 승산이라면 충분했다.

    하지만 공격이었다. 격노의 왕 자신이 먼저 전쟁을 일으키는 꼴이었다.

    격노의 왕은 지금 이 계획을 난생 처음 보는 것이 아니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을 뿐, 처음 마몬 가와 동맹을 생각했을 때부터 몇 번이나 고려해보았던 계획이었다. 팔부중의 수장들 가운데서 은근히 선공을 요청하는 자도 있었다.

    “전하께서는 모든 전투에 앞장서셨습니다. 이는 양측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셨죠.”

    가르디문디가 격노의 왕에게 다가섰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격노의 왕과 눈높이를 맞췄다.

    “다르지 않습니다. 같은 이치입니다. 식탐의 왕을 내버려두면 언제고 더 큰 화를 부를 것이 분명합니다. 북부가 혼란스러운 지금 남부를 정리해야 합니다. 그리 된다면, 오만의 왕이 설사 질시의 왕을 쓰러트려 그 모든 것을 취한다 할지라도 감히 남부를 넘보지 못할 것입니다.”

    격노의 왕은 눈을 감았다. 가르디문디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았다. 타당한 동시에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허나 전쟁이었다. 겨우 몇 마디 말을 주고받은 것으로 쉬이 결정할 수 없는 일이었고, 결정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가르디문디.”

    “예, 전하.”

    “마몬 가의 가주에게 비밀 회담을 요청해줘. 날짜는 앞으로 보름 뒤. 장소는 지난 번 회담과 같은 곳이면 좋겠어.”

    격노의 왕의 얼굴에는 설레임이나 두근거림이 없었다. 가르디문디는 그 사실이 가슴 아팠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예를 표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창밖으로 몸을 던져 날아올랐다.

    “키르티무카.”

    격노의 왕의 부름에 키르티무카가 움찔했다. 격노의 왕은 다시 한 번 숨을 골랐다. 오만의 왕이 놓은 불씨 때문에 언제든지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 중인 팔부중을 떠올렸다. 나직한 한숨과 함께 말했다.

    “팔부중의 수장들을 소집해 줘.”

    아직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 수장들 모두의 의견을 수렴해야 했다.

    키르티무카가 방을 나섰다. 격노의 왕은 만들다 만 옷가지를 내려다보았고, 바늘을 쥐는 대신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평정심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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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자, 진정들하고 잘들 보게나. 이 첫 번째 카드가 상징하는 여인이 누구인지 맞춰 보는 것도 재미이겠지.”

    유스티아의 조곤조곤한 목소리를 흘린 뒤 카드를 가리고 있던 손을 치웠다. 카드 안에는 황혼을 등지고 선 기사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여기에 특징을 나타내는 카드들은…….”

    유스티아가 연달아 카드 몇 장을 뽑아 책상 위에 늘어놓았다. 이번에도 세 장이었다.

    “맙소사. 이런 패를 보는 건 또 오랜만이군.”

    카타리나와 카이완의 얼굴에 긴장이 어렸다. 특히 황혼을 등진 기사에서 ‘그림자’를 떠올린 카타리나는 마른 침까지 삼켰다. 자신의 카드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스티아가 말했다.

    “점쟁이들의 전매특허인 은유적인 에둘러 말하기 없이 직설적으로 말해주지. 이 카드의 소유자는 호구의 별 아래 태어났다네. 더욱이 취한 용의 가호까지 받고 있어. 이건 누구도 부정 못할 허당에 호구라는 뜻이지. 마몬의 12 사역마 중에서도 이런 운명을 타고난 녀석이 있었지.”

    “엘룬이요?”

    카이완이 바로 말했고, 카타리나는 울상이 되어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유스티아가 낄낄 웃었다.

    “그렇다고 나쁜 것만은 아니야. 취한 용의 가호를 받는 자는 비록 괴롭고 슬픈 일에 휘말릴 지언정 죽을 가능성은 낮거든. 악운에 강하다고 해야 할까?”

    “그게… 좋은 건가요?”

    카타리나가 귀를 축 늘어트린 채 물었다. 그녀답지 않게 지금 놀리냐는 투였다.

    유스티아는 다시 한 번 낄낄 웃은 뒤 나머지 카드들을 설명했다.

    “이 여인은 누구보다 충실한 사랑을 왕자에게 보내고 있네. 누군지 짐작이 간다면 잘해주는 게 좋겠구려.”

    말을 마치며 유스티아는 용호에게 눈짓했고, 카타리나는 꼬리를 살랑거렸다.

    “두 번째 카드는 이거군. 여왕.”

    채찍을 들고 선 여인의 그림에 모두의 시선이 카이완에게로 향했다. 당연히 자신에 관한 카드라 생각한 카이완이었지만 너무 직설적인 그림이 나온 터라 약간이지만 당황하고 말았다.

    “허허. 이거 참.”

    “왜요?”

    유스티아의 표정이 좋지 않은 터라 카이완이 급히 물었다. 유스티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더니 히죽 웃으며 말했다.

    “누군지 몰라도 우리 왕자에게 아주 푹 빠져 있구만. 아주 푸욱 빠져 있어. 다른 사람한테는 도도하며 고고한 여왕인데, 왕자에게는 무척이나 헌신적이고 순종적인 천사나 다름없구먼.”

    모두의 시선이 다시금 카이완에게 향했다. 카이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 그런 거 아니거든?”

    설득력 없는 설득에 마몬가의 예속 사역마들은 푸근한 미소로 답해주었다. 카이완은 괜히 용호의 허리를 꼬집었다.

    “자자, 그럼 마지막으로 세 번째 카드를 보도록 하지. 안 좋은 것까지 전하를 닮았는지 카드가 많기도 하구먼.”

    민망함에 몸부림치던 카타리나와 카이완의 시선이 다시 날카롭게 변했다. 용호도 꽤나 긴장한 얼굴로 세 번째 카드를 보았다. 짐작가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빠르게 카드를 뒤집은 유스티아는 연달아 카드 더미에서 새 카드들을 늘어놓았다. 뜸 들이지 않고 바로 해석을 내놓았다.

    “순결한 처녀라. 허허, 이 아가씨도 호구의 별을 타고났군. 취한 용의 가호를 받는 것까지 똑같으니 첫 번째 카드의 여인과 좋은 친구가 될 것 같구먼. 동병상련이란 거지.”

    카타리나는 눈을 껌벅였고, 카이완은 용호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용호도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순결한 처녀와 호구에 허당이라는 키워드를 결합해 봐도 딱히 떠오르는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가능성일 뿐이라네. 처음 이야기한 것처럼 무수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절대적인 예언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말일세.”

    어느새 카드 더미를 깔끔하게 정리한 유스티아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 몸을 늘어트렸다. 용호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랜만에 말을 많이 해서 피곤하구려. 왕자, 오늘은 이쯤하고 다음에 다시 뵈어도 되겠소?”

    유스티아의 인정을 받아 인내의 힘을 손에 넣었다. 대도서관을 장악하기에는 아직 루시아의 장악력이 부족했으니 용호도 딱히 이곳에서 더 할 일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었다.

    “편히 쉬도록 해요.”

    “고맙구려.”

    오필리아와 티그리우스는 대도서관의 장서 목록에 관심을 보였지만 오늘만 날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아쉬움을 묻어두고 도서관을 나섰다. 엘리고스와 스컬은 말할 것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대도서관의 전경을 크게 둘러본 용호 역시 돌아서려 할 때였다. 유스티아가 나직한 목소리를 토했다.

    “폭풍이 언제 불지는 아무도 확언할 수 없소. 하지만 구시온의 일을 너무 미루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소. 폭풍에 맞서기 위해서는 온전한 마몬 가의 힘이 필요할 터이니.”

    용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스티아에게 한 차례 목례한 뒤 대도서관을 나섰다.

    비단 유스티아의 조언 때문이 아니었다. 지난 한 달하고 보름이란 시간 동안 식탐의 왕의 던전들을 공략할 때 외에는 늘 투기장에 머문 용호였다. 이제는 스카자하에게 했던 약속을 지킬 때였다.

    한 차례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용호는 투기장으로 향했다.

    구시온을 마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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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64장 #2 > 끝

    ⓒ 취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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