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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메이커-183화 (183/227)
  • < 제 61장 - 합체 강화 >

    제 61장 - 합체강화

    마계는 방대했고, 왕의 영토 또한 넓었다. 때문에 던전 하나하나 사이의 거리가 말을 달려도 하루 이상 걸리는 경우가 흔했다.

    왕들은 일반적으로 수십 개가 넘는 던전을 자신의 휘하에 두었다.

    서로 간의 거리가 하루라 하더라도, 수십 개면 수십 일이었다. 서로 간의 거리가 가장 먼 던전 두 개를 왕복하기 위해서는 나라 하나를 가로 질러야만 했다.

    위대한 탐욕의 왕 마몬은 생각했다.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마몬 님은 모든 던전에 공간의 문을 설치하셨다. 그리고 그 공간의 문을 모두 하나로 이으셨지.]

    마몬 가로 귀환 중인 적색거룡 티아메트의 선실 안에서 홍련의 불길이 타올랐다.

    아몬은 계속해서 설명했다.

    [물론 마몬 님이 최초로 공간의 문을 만드신 것은 아니다. 공간의 문을 이용해 휘하 던전을 오간 최초의 마왕 역시 아니지.]

    [다만 수십 개가 넘는 던전을 하나로 이은 것은 최초이다. 마몬 님이 행하신 위대한 업적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마계에는 먼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이 제법 있었다. 던전 상회 경매장에 방문할 때 탑승했던 시트리의 고양이 마차나 던전 상회의 비행 마차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것들조차도 순간 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의 문보다는 느렸다.

    “과연. 그리고 9층에 그 모든 길들과 문들을 관리하는 관제 센터가 있다는 거고?”

    용호가 묻자 불길이 조금 더 크게 타올랐다.

    [그렇다.]

    [다만 마몬 님께서 만드신 연결망을 이용할 수는 없을 거다.]

    [주인은 주인만의 새로운 연결망을 만들어야 한다.]

    “효율적이네.”

    휘하에 둔 던전들 사이를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은 곧 이 세상의 전술 핵병기에 해당하는 가주와 예속 사역마들의 활동 범위가 어마어마하게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도 적의 이목을 조금도 끌지 않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연결망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수십 명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하루에 두 번 밖에 이용할 수 없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공간의 문을 이용해서 대규모 병력을 운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용호는 실망하지 않았다.

    “그래서 티아메트 호가 있는 거니까.”

    티아메트만이 아니었다. 추후에는 몇 개인가 되는 비공정을 더 구매할 생각이었다. 비행형 대형 사역마를 구매해 진화시킨다는 선택지 역시 매력적이었다.

    하늘을 누비는 대함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사나이의 로망이 불끈불끈 거리는 것 같았다.

    “그럼 돌아가서 바로 9층 공략에 도전할 거야?”

    카이완이 용호의 바로 옆에 털썩 앉더니 허리를 안으며 물었다. 용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좀 더 준비한 다음에.”

    9층을 지키고 있는 마몬의 12 사역마는 대마법사 마그나돈이었다.

    전설 속의 그는 대지를 가르고 산을 부수는 그야말로 재앙과도 같은 존재였다.

    아몬은 마그나돈과의 싸움은 피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스카자하나 리처드와는 달랐다. 미쳤든 미치지 않았든 일단 공격 주문부터 외울 자였다.

    카타리나는 카이완의 반대편에 앉았다. 약간은 자신없는 투로 용호에게 물었다.

    “침묵의 전사 리처드 역시 예속 사역마로 삼으실 생각이신가요?”

    8층의 수호자인 그와 용호의 관계는 굉장히 미묘했다. 스카자하나 구시온처럼 조언이나 도움을 주지도 않았고, 바포메트나 아스클레피오스처럼 용호를 공격하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보물고의 입구를 지킬 뿐이었다.

    카타리나의 물음에 용호는 어깨를 늘어트렸다.

    “그러고는 싶은데, 약간 문제가 있어.”

    “자리 문제?”

    카이완이 바로 물었다. 용호는 고개를 끄덕였고, 아몬이 다시금 목소리를 내었다.

    [주인에게는 현재 한 사람 분의 자리가 남아 있다.]

    [물론 추후 주인이 좀 더 성장한다면 더 많은 예속 사역마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거다.]

    한 사람 분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사역마가 아닌 마몬의 12 사역마를 대상으로 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오필리아가 조심스럽게 말을 보탰다.

    “예속 사역마의 숫자는 왕이라 해도 다섯에서 여섯 명 정도인 것이 보통입니다. 최소 일곱 명 이상의 예속 사역마들을 부린 식탐의 왕은 꽤 특이한 경우에 속하죠.”

    식탐의 왕의 예속 사역마는 모두 여덟이었지만 오필리아가 본 것은 일곱이었다.

    하지만 일곱이든 여덟이든 이미 일반적인 경우를 넘어선 숫자인 것은 분명했다.

    [각각의 죄악에는 저마다의 특별한 능력들이 있다.]

    [지금의 주인이라면 탐욕의 근본적인 힘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거다.]

    다소 주제에서 어긋난 것 같은 속삭임이었지만 용호는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몬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소유욕. 그래서 마몬은 예속 사역마를 열둘이나 둘 수 있었던 건가?”

    탐욕은 갖고 싶어 했다.

    순수한 소유욕이야말로 탐욕의 근원이었다.

    더 많은 예속 사역마.

    남들이 다섯이든 여섯이든 상관없었다. 탐욕은 소유를 갈망했다.

    [물론 탐욕의 힘이기도 하다. 하지만 식탐과 격노의 힘이 더해진 덕분이기도 하지.]

    [죄악을 셋이나 소유하지 않으셨다면 아무리 마몬 님이라 하셔도 우리 12 사역마 모두를 예속 사역마로 거두지는 못하셨을 거다.]

    그리고 용호는 현재 탐욕과 식탐을 가지고 있었다. 언젠가는 마몬처럼 열 두 명의 예속 사역마들을 부릴 날이 올 수도 있었다.

    “아무튼 그럼 당장은 선택의 문제라는 건가?”

    카이완이 요점을 집었다. 용호가 수긍했다.

    “리처드는 아직 날 인정하지 않았어. 단지 보물고를 사용할 수 있는 자로 허락했을 뿐이지. 그가 가졌다고 하는 ‘신뢰’의 힘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예속 사역마로 삼을 수 있을 지까지는 모르겠어.”

    거부 의사를 가진 상대를 강제로 사역마화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물며 다른 누구도 아닌 마몬의 12 사역마 가운데 하나를 강제로 예속 사역마화 하는 일이었다. 가능보다는 불가능을 떠올리는 것이 당연했다.

    [굳이 우선순위를 나눈다면 리처드보다는 구시온을 예속 사역마로 삼는 것이 먼저라 생각한다.]

    [리처드는 스스로가 마음으로 납득하지 않으면 결코 새로운 주인을 모시지 않을 거다.]

    [차라리 죽음을 택할 남자다.]

    천 년의 세월동안 죽은 주인의 보물고를 지킨 남자였다. 12 사역마들의 충성심을 비교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지만, 리처드의 충성심에 비할 수 있는 자는 그리 많지 않을 터였다.

    “스컬스컬.”

    돌연 스컬이 목소리를 내었다. 용호만큼이나 오랫동안 스컬을 보아온 카타리나는 스컬이 방금 무슨 소리를 했는지를 이해했고, 귀를 몇 번 파닥이더니 용호의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

    “저도 스컬과 같습니다. 가주님 외에는 결코 다른 주인을 섬기지 않을 겁니다.”

    “뭐, 난 니꺼니까.”

    카이완이 용호의 팔을 끌어안으며 장난스럽게 끼어들었다. 용호는 민망함과 기꺼움을 동시에 느끼며 고개를 들었고, 머뭇머뭇 거리며 입술을 달싹이는 엘리고스에게 말했다.

    “괜찮아, 엘리고스. 마음 다 아니까 무리하지 않아도 돼. 더불어 오필리아랑 티그리우스도.”

    엘리고스는 그렇지 않아도 붉은 피부를 더욱 붉혔고, 오필리아는 그런 엘리고스를 보며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티그리우스는 헛기침으로 민망함을 달랬다.

    아몬이 모두에게 속삭였다.

    [한 사람 분의 자리라 했지만, 약간 부족한 감도 있다.]

    [주인에게 속한 예속 사역마들은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 그들 모두를 포용할 수 있을 만큼 주인 역시 성장해야만 한다.]

    [진화의 권능이 주인과 예속 사역마들을 보다 높은 곳으로 인도할 것이다.]

    과거 마몬의 12 사역마들도 그러했다.

    마계의 정점에 도달한 이후에도 마몬과 12 사역마들은 끊임없이 성장을 거듭했었다.

    용호는 짝 소리가 나게 손바닥을 쳤다.

    “좋아, 카디스 요새를 담당할 오필리아와 티그리우스를 투기장에서 가열차게 굴리기 위해서라도 9층을 손에 넣어야겠어. 돌아가면 바로 준비에 착수하자.”

    격노의 왕과의 회담 전에 차지한 북부의 요새 카디스.

    엠브리오와 스트라바디라는 두 외적의 침공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된 요새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꽤나 많은 관심과 손길이 필요할 터였다.

    용호는 울상을 짓는 오필리아와 점잖게 헛기침을 토하는 티그리우스를 외면하며 그리 말했고, 카이완이 조금 더 세게 용호의 팔을 끌어안았다.

    “아까는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며?”

    “물론 있지.”

    용호의 시선이 예속 사역마들 가운데 하나로 향했다.

    “스컬컬?”

    &

    [이름 : 검은 장송곡]

    [분류 : 마검]

    [검은 장송곡은 제작자를 알 수 없는 마검입니다.]

    [현재로써는 대장장이였던 ‘카쿠 라 둠’이 복수를 위해 스스로의 영육을 바쳐 만든 마검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거대한 클레이모어 형태의 마검인 검은 장송곡은 사용자에게 강력한 죽음의 저주를 겁니다.]

    [이 저주에 굴복한 자는 언데드로 전생하여 검은 장송곡의 꼭두각시가 됩니다. - 꼭두각시를 손에 넣은 검은 장송곡은 무차별적인 학살을 반복하며 언데드들의 숫자를 불립니다. -]

    [하지만 저주를 이겨낸 자는 검은 장송곡의 저주의 힘으로 네크로멘싱을 행할 수 있게 됩니다.]

    [마검의 힘을 이용한 것이기에 사용자가 마법에 무지한 자라도 사용 가능합니다.]

    [던전 상회의 Tip]

    [저주 자체가 언데드로 전생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애당초 언데드인 자가 검은 장송곡을 사용하면 됩니다.]

    [던전 상회의 경고]

    [검은 장송곡의 사용자가 설사 언데드라 할지라도 의지가 약한 자라면 검은 장송곡에게 조종당할 수 있습니다.]

    [구매 후 저주를 발동시킨 경우에는 어떠한 이유가 있더라도 반품 및 환불이 불가능합니다.]

    던전 상회의 물품 설명서를 내려놓은 용호는 장식대 위에 올려놓은 검은 장송곡을 보았다. 검은 사기를 연기처럼 풀풀 내뿜고 있는 모습이 과연 마검다웠다. 그냥 손을 대기만 해도 저주에 걸릴 것 같았다.

    용호는 연이어 두 번째 설명서를 집어 들었다.

    [- 결함품 -]

    [분류 : 언데드]

    [세부 분류 : 리치]

    [던전 상회에서 이계의 대마법사를 재료로 하여 탄생시킨 리치입니다.]

    [일반적으로 리치 생산에는 ‘산 자’를 이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스스로 리치가 된 자들도 살아생전에 의식을 준비합니다.]

    [이계의 대마법사는 발견 당시 이미 죽어 있었기에 애당초 성공 확률이 낮았습니다.]

    [던전 상회의 축적된 노하우에 힘입어 이미 죽은 자임에도 불구하고 대마법사의 시체는 리치로 전생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렇게 탄생한 리치에는 제대로 된 자아가 깃들지 못했습니다.]

    [강대한 마력과 몇 가지 네크로멘싱 마법을 타고났지만 자아가 없기에 제대로 된 운용이 불가능합니다.]

    이번에는 시제품이 아니었다. 결함품을 쌓아놓은 창고에서 시트리가 특별히 구해준 사역마였다.

    거의 스컬에 필적하는 크기를 가진 거대한 해골이 검은 장송곡 옆에서 몸을 축 늘어트리고 있었다. 검은 사기를 풀풀 내뿜고 있는 것은 검은 장송곡과 마찬가지였지만, 무언가 맥아리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안광이 빛나야 할 자리에도 흐리멍텅한 빛이 조금 머물 뿐이었다.

    자아가 없기에 팔 수 없는 결함품.

    하지만 용호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재료가 없었다.

    “좋아, 해보자고.”

    용호는 리치와 검은 장송곡 중 어떤 것을 스컬과 합체시킬지 고민하지 않았다. 훨씬 더 효율적인 제 삼의 선택지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합체 강화.

    일반적인 합체 진화와는 다른 것.

    ‘아이템’이라 불러야 할 것과 사역마를 하나로 합체 진화시키는 것.

    합체 강화는 사역마당 단 한 번만 실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 대신이기라도 한 것처럼 진화 숙련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용호의 두 눈에서 녹색 안광이 번쩍였다. 두 팔에서도 녹염이 피어올랐다.

    5층 무기고의 구석에 자리한 빈 방 안.

    용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예속 사역마들이 마른 침을 삼켰다. 용호가 마침내 검은 장송곡의 칼날과 리치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진화의 권능을 발동시켰다!

    어마어마한 빛이 일었다.

    아니, 빛이 아니라 어둠이었다. 순간적으로 방출된 빛이 시야를 뒤덮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만들어냈다.

    용호는 순식간에 마력이 쑥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뿔 여섯 개로부터 방출되는 강대한 마력의 절반가량이 단숨에 소진되었다.

    다시 어둠이 걷혔다. 용호는 급히 루시아로부터 던전의 비축 마력을 공급 받았다. 천천히 뒤로 물러서서 합체 강화로 새로이 태어난 리치를 바라보았다.

    외견부터가 달라졌다. 흐리멍텅한 안광과 축 늘어진 자세는 여전했지만 몸 자체가 보다 전투적으로 변했다. 검과 합체시켰기 때문인지 날카로운 인상이 강했다.

    검은 사기가 휘몰아쳤다. 리치의 강대한 마력과 결합함에 따라 검은 장송곡의 저주가 더욱 강력해졌다.

    용호는 마른침을 삼켰다. 뒤로 물러서는 대신 돌아서서 스컬을 보았다.

    “스컬.”

    검은 장송곡의 저주가 생각 이상으로 강했다. 아예 자아가 없는 리치는 오히려 저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지만 의지를 가진 스컬은 아니었다.

    만약에라도 스컬이 검은 장송곡의 저주에 패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스컬스컬.”

    스컬이 말했다. 보랏빛 안광을 발하며 발걸음을 내딛었다.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지만 용호는 이해했다. 걱정하는 대신 스컬을 믿었다.

    스컬이 리치의 곁에 섰다. 용호는 스컬로부터 시작된 보랏빛 연기가 리치를 휘감는 것을 보았다.

    용호는 숨을 골랐다. 등뒤에서 바라보는 예속 사역마들이 마른 침을 삼키며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다.

    “스컬컬.”

    스컬이 웃었다. 용호는 따라 웃었고, 이내 다시 발걸음을 내딛었다. 스컬의 듬직한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합체 진화.

    용호가 이를 악물었다. 조금 전보다 더 많은 양의 마력을 쏟아 부었다. 리치가 마치 비명이라도 지르듯 입을 크게 벌린 채 검은 사기를 토해냈고, 스컬은 보랏빛 불꽃을 맹렬히 일으키며 의지를 굳건히 했다.

    다시 한 번 빛이 일었다.

    빛이 어둠을 낳았다.

    마력이 소진되는 가운데 용호는 다른 무언가를 느꼈다. 리치와 검은 장송곡을 합체 강화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힘을 감지했다.

    마몬의 신기.

    검정에 가까운 보랏빛이 왼팔의 마장으로부터 방출되었다. 용호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마장 안에 봉인된 죽음이, 바포메트의 힘이 스스로 일어선 것이었다.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용호는 이해했다.

    마몬의 12 사역마.

    황도 12 궁을 모티브로 삼은 그들.

    12좌의 계승이었다. 지금 이 순간 바포메트의 죽음이 자신의 계승자를 결정하였다.

    검정에 가까운 보랏빛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것은 점점 더 검정 보다는 보라에 가까워졌고, 어느 한 순간 강렬한 빛을 내뿜은 뒤 소멸하였다.

    고작 몇 초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었다.

    카타리나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귀와 꼬리를 파닥거렸다.

    카이완은 다소 바보같은 웃음을 흘렸다. 엘리고스와 오필리아는 몇 번이고 눈을 깜박였고, 티그리우스는 소리죽인 감탄을 토했다.

    예속 사역마들은 용호를 통해 서로를 느꼈다.

    용호는 보다 직접적으로 눈앞에 선 자를 이해했다.

    예속 사역마의 성장은 곧 주인의 성장을 촉발했다. 그리고 그것은 또 다시 예속 사역마 모두에게 전파되었다.

    용호의 머리 위에 우뚝 솟은 여섯 개의 뿔이 전율했다. 다른 예속 사역마들 역시 저마다의 뿔을 곧이 세우며 자신들 가운데 하나가 완전히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음을 절감했다.

    데스나이트 따위가 아니었다.

    리치 따위에도 비할 수 없었다.

    일컬어 부르나니 노 라이프 킹.

    언데드의 왕.

    스컬의 텅 빈 눈구멍 속에서부터 보랏빛 안광이 불타올랐다.

    &

    “스컬스컬.”

    < 제 61장 - 합체 강화 > 끝

    ⓒ 취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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