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메이커-172화 (172/227)
  • < 제 58장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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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욕의 미궁 1층으로 자리를 옮긴 마왕의 방 좌우에는 작은 방 여럿이 딸려 있었다.

    오른쪽에는 용호의 방과 카이완, 카타리나의 방이 각각 자리했고, 왼쪽에는 회의실과 용호의 개인 집무실이 있었다.

    용호가 카이완, 카타리나와 더불어 회의실에 도착하니 이미 회의에 필요한 사역마 일동이 모두 모여 있었다. 바둑이와 함께 찻잔을 나르던 유리아가 용호에게 배꼽 인사를 하는 것을 시작으로 사역마들이 용호에게 예를 표했다.

    “건재하신 모습을 보니 정말 기쁩니다.”

    엘리고스가 모두를 대표해 말했다. 용호는 더욱 단단해진 것 같은 엘리고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다들 무사해서 나도 좋아. 일단 앉도록 하지.”

    세로로 긴 직사각형 테이블 상석에 용호가 앉았다. 그런 용호의 오른편에는 카타리나와 엘리고스, 티그리우스, 리쿰이 자리했고, 왼편에는 카이완과 오필리아, 스컬, 버그림이 자리했다.

    예속 사역마가 아닌 자는 리쿰과 버그림뿐이었다. - 구석에 위치한 찻잔 세트 곁에 자기 자리를 마련한 유리아와 바둑이, 이름 모를 새끼 던전 미어 캣도 있긴 했지만 말이다. -

    “일단 나는 보다시피 건강해. 식탐의 왕… ‘비루다카’의 정수를 흡수한 덕분에 마력 역시 강해졌고. 실제로 개방해보진 않았지만 현재 내 마력은 식탐의 왕과 동등할 거야.”

    용호가 취한 것은 식탐의 왕의 정수만이 아니었다. 탐욕은 식탐의 왕의 기억조차 먹어치웠다.

    물론 식탐의 왕의 기억 모두를 완벽하게 흡수하지는 못했다. 거의 대부분이 무의식의 바다 깊은 곳에 가라앉았다. 하지만 용호는 개중 몇 가지를 기억할 수 있었다. 식탐의 왕의 이름인 비루다카 역시 그런 기억들 가운데 하나였다.

    용호는 식탐의 왕과 맞서기 위해 마신왕의 심장을 사마까지 발동시켰었다. 그런데 이제는 마신왕의 심장의 도움 없이도 식탐의 왕과 대등한 마력을 소유하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셈이었다.

    ‘환골탈태의 성과가 더 큰 것도 같지만.’

    레드 데몬인 구시온에게 마력의 활용을 배운 용호는 적어도 전투 상황에 있어서만은 단순한 마력의 총량보다 순간적으로 집중시킬 수 있는 마력의 양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환골탈태의 결과 마력의 순환 속도가 이전보다 훨씬 더 빨라졌다. 지금의 용호는 주먹을 내지르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전신 마력의 1/3 이상을 주먹에 집중시킬 수 있었다.

    용호의 성장은 곧 마몬 가 전체의 성장과도 같았다. 카이완이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주인님의 성장에 힘입어 우리 예속 사역마들도 강해졌어. 이제 예속 사역마 전원이 뿔 다섯 개 중간 이상의 경지라 해도 좋아. 나는 뿔 여섯 개가 되기 직전이고. 딱 벽 앞에 서 있는 기분이야. 아, 물론 아몬을 제했을 때 이야기야.”

    카이완의 시선이 용호의 손목으로 향했다. 그러자 허공에 홍련의 불길이 일었다.

    [나 역시도 강해졌다. 전성기 시절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과거의 힘을 온전히 되찾을 날이 곧 올 거라 생각한다.]

    마몬이 죽으면서 마몬의 예속 사역마들이었던 12 사역마들의 힘 역시 감퇴하였다.

    용호는 새삼 마몬의 강대함을 실감했다. 감퇴한 아몬의 힘이 저 정도라면 과연 전성기 때는 얼마나 강했다는 것일까? 그리고 그런 아몬을 거느리고 있던 마몬의 힘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천외천.

    그야말로 하늘 밖의 하늘을 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성취해야 할 목표를 본 기분이었다.

    “좋아, 그럼 본격적인 회의에 들어가도록 하지. 첫 번째 안건-이라기보다는 의문점인데, 식탐의 왕이 데려왔던 언데드 군단은 어떻게 된 거지?”

    오기 전에 카이완과 카타리나, 스카자하에게 물어봤지만 회의 때 이야기하자며 대답을 피했다. - 물론 호구기사 카타리나는 별 생각 없이 말하려 했지만 바로 옆에 붙어있던 카이완이 저지했다. -

    오필리아가 보고했다.

    “가주 님께서 식탐의 왕과 사라지신 직후 사라졌습니다. 스카자하의 말에 따르면 바로 역소환 상태에 들어간 것 같다고 합니다.”

    “역소환?”

    “예. 고위 소환사들의 경우엔 ‘특별한 소환수’들을 따로 아공간에 보관해두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에만 소환해서 사용하는 거죠. 그리고 마찬가지로 필요하지 않을 때는 바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고요.”

    마몬 가의 마법 담당인 티그리우스가 설명했다.

    “식탐의 왕은 애당초 가주 님과의 단독 대결을 염두에 두고 마몬 가에 난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그 목적을 이룬 순간 쓸데없는 소모를 줄이기 위해 언데드 군단을 역소환 시킨 게 아닐까 합니다.”

    “실제로 뱀파이어 로드들이 소환해낸 잡다한 언데드 병력들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스컬 부대가 모두 해치웠지만요.”

    티그리우스의 설명을 보충하듯 오필리아가 말했다. 마지막에 스컬 쪽을 살짝 돌아보자 스컬이 언제나처럼 껄껄 웃었다.

    “스컬스컬.”

    자랑스러움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터였다.

    훈훈한 가운데 아몬이 말했다.

    [주인은 이제 식탐을 손에 넣었다. 식탐의 왕의 정수 또한 손에 넣었지.]

    [탐욕은 소유의 힘… 지금 당장은 무리더라도 보다 식탐을 잘 다룰 수 있게 되면 식탐의 왕이 만든 ‘아공간’에 접속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식탐의 왕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은 탐욕의 것이 되었으니 말이다.]

    “과연.”

    용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몬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마도 무의식의 영역에 가라앉은 식탐의 왕의 기억들 때문일 터였다.

    열 기가 넘는 데스나이트와 다섯 명의 뱀파이어 로드.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식탐의 왕의 기억이 말해주었다. 그 아공간 안에는 본 드래곤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식탐의 왕이 다른 여섯 왕들과의 싸움에 대비해 모아둔 정예 병력.

    이미 이것만으로도 하나의 군단이라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마몬 가의 휘하에 들어왔다. 지금 당장은 활용할 수 없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비장의 수로써 활용할 수 있을 터였다.

    아몬의 설명에 예속 사역마들 모두가 기꺼움을 감추지 못했다. 용호는 본 드래곤들도 아공간에 수납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 다들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졌다.

    ‘즐거움은 잠시 미루도록 하지.’

    아직 나눠야 할 이야기가 많았다. 본 드래곤들 이야기는 정말로 식탐의 왕의 아공간을 다룰 수 있게 된 다음에 해도 충분했다.

    용호는 카타리나에게 눈짓으로 신호했고, 카타리나는 테이블 위에 소중히 운반해 온 붉은 건틀렛을 올려놓았다.

    척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마법기였다. 용호가 말했다.

    “마신왕의 육의 파편 가운데 하나. 식탐의 왕이 가지고 있던 ‘격노의 신기’다.”

    회의실 안에 있던 모두가 긴장한 얼굴로 격노의 신기를 보았다. 눈앞에 놓여 있는 신기를 보니 새삼 용호가 식탐의 왕을 쓰러트렸다는 사실이 실감되었다.

    잠시 눈치를 살피던 오필리아가 홍련의 불길 쪽을 보며 물었다.

    “외람된 질문이오나… 식탐의 왕이 ‘격노의 신기’를 가지고 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른 예속 사역마들 역시 그 점이 궁금했다는 듯 바로 아몬을 돌아보았다. 용호 역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시선을 돌리자 홍련의 불길이 조금 더 강하게 타올랐다. 아몬이 모두에게 속삭였다.

    [과거 위대한 탐욕의 왕 마몬 께서는 세 개의 죄악과 네 개의 신기를 손에 넣으셨다.]

    [세 개의 죄악은 각각 탐욕과 격노와 식탐.]

    [네 개의 신기는 각각 탐욕과 격노와 식탐과 색욕.]

    여기까지는 익히 알려진 이야기였다. 아몬이 계속 말했다.

    [마몬 께서 돌아가신 이후 세 개의 죄악과 네 개의 신기는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색욕의 신기는 색욕의 왕의 손에 돌아갔다. 하지만 탐욕과 격노, 식탐은 자신들의 진정한 주인을 찾지 못하고 마계를 떠돌았다.]

    세 신기는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주인을 여러 번 바꾸었다. 당대에는 세 신기 모두 각기 다른 주인의 손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온전한 만남을 이루지는 못하였다.

    [식탐의 왕이 격노의 신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그러한 연유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 폭력과 격노의 왕 또한 그러하겠지. 어쩌면 당대의 오만과 질시 또한 자신의 죄악과는 다른 신기를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죄악과 신기의 일치가 중요한가?”

    용호의 물음에 홍련의 불길이 다시 한 번 타올랐다. 아몬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중요하다.]

    [신기가 진정한 힘을 발하는 것은 자신과 짝을 이루는 죄악과 마주했을 때뿐이다.]

    용호는 다시 격노의 신기를 돌아보았다. 그러고보면 식탐의 왕의 손에서 그리 큰 활약을 하지 못한 격노의 신기였다. 공간을 도약하는 공격은 분명 막강했지만, 마계에 단 일곱 개 밖에 존재하지 않는 ‘신기’의 이름에는 부족한 능력이었다.

    아몬의 설명대로라면 격노의 신기는 격노의 왕의 손에 있을 때에만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용호는 역으로 생각해보았다. 그렇다면 용호 자신이 격노의 신기를 보유하고 있는 한 격노의 왕은 결코 완벽한 상태에 도달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격노의 왕과는 현재 상당히 긍정적인 교류 관계가 구축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완벽한 우군인 것은 아니었다. 식탐의 왕과의 전투를 통해 ‘진정한 탐욕의 신기’를 손에 넣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격노의 신기를 손에 넣은 것도 나름 행운이라 할 수 있었다.

    고개를 한 번 끄덕이는 것으로 생각을 정리한 용호는 회의에 참석한 사역마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모았다. 다음 화두를 꺼냈다.

    “식탐의 왕을 쓰러트렸다는 사실 자체는 일단 숨기는 쪽이 좋을 것 같아. 너희 생각은 어떻지?”

    “저도 동의합니다. 이번 공격은 아무리 봐도 비밀스런 기습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어쩌면 식탐의 왕 쪽에서도 현 상황을 ‘갑작스런 왕의 실종’으로 받아들이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번에도 오필리아가 가장 먼저 응답했다. 연이어 티그리우스가 말했다.

    “식탐의 왕 쪽에서도 왕의 죽음을 일단 숨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왕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공표되면 격노의 왕이나 폭력의 왕이 움직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식탐의 왕 진영 쪽에서 뭔가 움직임을 보인다면 모를까, 구태여 이쪽에서 식탐의 왕을 쓰러트린 사실을 공개해 세간의 이목을 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야. 겉치레보다 실속이 중요한 거 아니겠어? 의심을 사도 우리보다는 폭력의 왕이 살 가능성이 높은데 말이야.”

    카이완이 도발하듯 말했다. 용호가 시선을 주자 묵묵히 듣고 있던 리쿰이 다소 긴장한 얼굴로 답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사실상 만장일치였다. 용호가 다시 화제를 전환했다.

    “그렇다면 바로 격노의 왕 이야기로 넘어가도록 하지. 모두 이 영상을 봐줘. 카타리나?”

    부름에 카타리나가 얼른 서신을 꺼내 펼쳤다. 회의실 테이블 위에 격노의 왕의 영상이 나타났고, 구석진 자리에서 구경하던 유리아는 무척이나 청초한 격노의 왕의 모습에 눈을 반짝였다.

    영상이 끝나자 용호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보다시피 격노의 왕이 직접 만날 것을 요청하고 있어. 나는 일단 만남에 응할 생각이야. 그리고… 내가 식탐의 왕을 쓰러트렸다는 것은 물론이고 탐욕의 왕이란 사실 역시 숨길 생각이고.”

    앞뒤 내용 모두 중요했다. 티그리우스가 엘리고스마냥 훈훈한 얼굴이 되었다.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격노의 왕의 호의는 마몬 가가 ‘왕가가 아니다’라는 사실에서 기인한 것이겠죠. 상대의 무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쪽에서 적극적으로 속인 것도 아니니 도의적으로도 큰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오필리아가 약간은 악동 같은 어조로 설명을 보탰다.

    전형적인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였다.

    [격노의 왕과 마주할 때 격노의 신기는 소지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야겠지. 어떤 공명 같은 것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몬의 조언을 받아들인 용호는 다시 오필리아에게 물었다.

    “가르디문디였나? 격노의 왕의 사자는 어떻게 지내고 있지?”

    “선술집에서 평범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어제 하루는 자유도시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다녔고, 오늘은 하루 종일 도박만 하고 있다는 군요.”

    용호는 잠시 가르디문디의 인상을 떠올려 보았다. 붉은 머리칼과 날개를 가진 밝고 쾌활해 보이는 미녀. 도박장에서 돈을 좀 잃는 것 정도로 우울해할 것 같지는 않았다.

    “큰 탈만 없다면 상관없겠지. 격노의 왕과 만나는 날은 어떻게 할까?”

    “격노의 왕 쪽에서 고르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대신 이쪽에서 장소를 지정하고요. 공백지 북부나 서부가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똑 부러지는 오필리아의 대답이었다. 어쩐지 모르게 만족스런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던 엘리고스가 용호에게 말했다.

    “정상회담을 청하는 것을 보면 격노의 왕 측에서 이번 동맹에 거는 기대가 큰 것 같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격노의 왕 본인이 직접 행차하는 일이었다. 예삿일로 치부할 수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 때였다. 이야기가 빠르게 오가는 와중에 이리저리 눈치를 보듯 눈동자를 굴리던 카타리나가 소심하게 손을 들어올렸다.

    “저기…….”

    “응?”

    용호가 돌아보자 카타리나는 입술을 한 번 움츠렸다. 카이완의 눈치까지 한 번 살핀 뒤 꼬리를 살짝 흔들며 물었다.

    “혹시 함정인 것은 아닐까요? 식탐의 왕이 가주 님을 직접 공격한 것 처럼요.”

    당연히 누군가가 의문을 제시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카타리나는 괜히 바보 같은 질문을 한 게 아닌가 싶어 다시 눈치를 살폈고, 용호는 손을 쭉 뻗어 그런 카타리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좋은 질문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저쪽은 내가 탐욕의 왕이라는 사실을 모르니까. 그리고 만약에라도 함정이라면… 그때는 상대해주면 그만이야.”

    용호는 더 이상 일방적인 약자가 아니었다.

    마계를 지배하는 여섯 왕들과 동등한 선에 선 강자였다.

    격노의 왕이 술수를 부린다면 정면에서 깨부숴주면 그만이었다. 정상회담은 용호뿐만 아니라 격노의 왕에게도 위험한 자리였다.

    굵직굵직한 이야기들이 대강 마무리 되자 엘리고스를 필두로 하여 리쿰과 버그림이 각각 현황 보고를 시작했다.

    엘리고스와 리쿰의 보고는 마몬 가에 소속된 일반 사역마들과 휘하 던전, 자유도시에 관한 것이었고, 버그림의 보고는 각종 장비와 던전 복구 작업에 관한 것이었다.

    《실버 드래곤 아머는 자체 수복 기능이 발동 중입니다. 파괴된 던전 입구는 현재 복구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아마 이틀 후면 완전 복구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버그림 특유의 칠판 보고가 끝났다.

    유리아가 새로 가져다 준 차를 한 입 마신 용호는 목을 가볍게 풀었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진 회의도 슬슬 마무리를 지을 때였다.

    “좋아, 그럼 마지막 안건이다.”

    마지막이란 단어는 묘한 긴장감을 부르는 법이었다. 사역마들의 시선이 충분히 집중되기를 기다리던 용호는 카타리나와 카이완을 한 번씩 번갈아 본 뒤 말했다.

    “집에 좀 다녀올게.”

    &

    “딱 좋은 시기인 것 같긴 합니다.  얼마 후엔 다시 지독한 혼란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 제 58장 #3 > 끝

    ⓒ 취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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