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메이커-126화 (126/227)
  • < 제 42장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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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종족들 가운데 최강은 무엇인가.

    많은 이견이 있었다. 같은 종족 내에서도 개체 간 격차가 큰 마계인 터라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반드시 언급되는 종족이 있었다.

    드래곤.

    환상의 수맥을 올곧이 이어받은 저 위대한 일자왕一者王의 후예들.

    누군가는 그들을 모든 들짐승들의 왕이자 날짐승들의 왕이라 평하였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들의 존재 자체가 기적이라 하였다.

    그들은 강했다. 다 자라면 몸길이만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체는 참으로 강인했다. 근력은 초월적이었고, 비늘은 단단했다. 그 거체와 무게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누빌 수 있었다. 드래곤의 뼈와 이빨, 발톱은 마계의 가장 단단한 금속과 비견되었다.

    이미 육체 능력만으로도 마계에서 손에 꼽힐 존재들이거늘 타고난 마력 또한 엄청났다. 각 종족의 마력 평균치를 논한다면 드래곤이야말로 마계제일이었다.

    이것만으로도 부족한지 갖가지 이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개중에는 가주들의 권능에도 비교되는 초능력의 소유자도 있었다.

    드래곤.

    혹자의 말처럼 완전무결한 존재들.

    그런 드래곤이 가진 최강의 무기.

    저 위대한 일자왕으로부터 물려받은 원초의 힘.

    드래곤 브레스. 혹은 브레스 웨폰.

    그것이 하늘로부터 쏟아졌다. 지독한 사기가 어린 힘의 덩어리였다.

    보랏빛이었다. 미치광이 오로스는 그 이상을 알 수 없었다. 방어나 회피의 여지도 없이 압도적인 힘에 짓눌려 소멸했다.

    녹염의 태양이 그러했던 것처럼 브레스 웨폰은 지상에 충돌한 순간 크게 폭발했다. 보랏빛 사기는 직경 수십 미터를 뒤덮었고, 그 안에 존재한 모든 것들을 무로 되돌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셈한다면 수십 미터는 족히 될 존재가 허공에 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경이롭건만 실로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었다.

    전장이 얼어붙었다. 엠브리오의 군대와 자유도시의 병력들은 눈앞의 싸움조차 잊고 본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본능이었다. 그리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직후에 일어난 일은 다시 한 번 모두를 경악케 했다.

    본 드래곤이 지상에 몸을 던졌다. 추락이라고 해도 좋을 급강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공격이었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지면이 뒤흔들렸다. 본 드래곤의 거체에 수많은 이들이 압사 당했다. 본 드래곤이 움직였다. 거칠게 몸을 회전시키며 꼬리로 땅을 훑었다. 그 단순한 공격에 다시 수십 명이 넘는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본 드래곤이 포효했다. 지독한 사기를 방출하며 돌아섰다. 텅 빈 눈구멍 속에서 새빨간 안광을 불태웠다.

    피아를 구분할 것도 없었다. 자유도시의 병력들은 뱀 앞의 개구리마냥 움직이지 못했다. 엠브리오의 군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직 자신들에게 위해 되는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본능적인 공포에 사로잡혔다.

    “본 드래곤이야. 언데드야. 그러니까 약해. 생전보다 약해. 이능도 없어. 쫄지 마.”

    이 와중에 빠르게 말했다. 카이완이었다. 그녀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본 드래곤과 엠브리오를 동시에 경계했다.

    그녀의 말은 정론이었다. 본 드래곤은 살아있는 드래곤보다 약했다. 굳이 분류하자면 스켈레톤의 일파라 할 수 있을 본 드래곤은 드래곤 특유의 강력한 무기들을 여럿 잃은 존재였다.

    그 어떤 갑옷보다도 단단한 비늘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언데드로 영락하는 과정에서 보유하고 있던 이능 대부분을 잃었고, 냉철한 지성은 짐승의 그것으로 몰락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드래곤이었다. 더욱이 잃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지독한 사기. 죽음에서 다시 일어섰기에 얻게 된 것들.

    방어력은 약해졌지만 내구력은 더 강해졌다. 살아있는 존재라면 견뎌내지 못할 부상 속에서도 전투를 속행할 수 있었다. 마치 스컬이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자유도시의 병력 수백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남은 병력이 문자 그대로의 전멸을 맞이하는 데도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터였다.

    시간이 없었다. 본 드래곤의 브레스 웨폰이 지상을 강타한 순간에도 엠브리오는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이완.”

    용호가 불렀다. 다소 긴장어린 그 목소리에 카이완이 눈동자를 굴렸다. 표독스런 눈매에는 약간의 두려움과 그 두려움을 감추기 위한 오기가 잔뜩 어려 있었다.

    용호는 말했다.

    “소원이야. 엠브리오를 붙잡아 줘.”

    짧은 말이었지만 그 의미는 확실했다. 아주 잠깐의 틈을 두고 카이완이 쓰게 웃었다. 일천에 가까운 적들 한 가운데 서 있음에도, 본 드래곤과 엠브리오의 무시무시한 기세를 마주한 상황임에도 호기를 보였다.

    “좋아, 잘 해내면 소원 하나 더 들어줄게. 그리고 너도 내 소원 하나 들어 줘.”

    웃을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카이완은 억지로 발랄하게 말했다. 용호 역시 쓰게나마 웃으며 답했다.

    “소원권 너무 남발하는 거 아니야?”

    “그럴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뒷말은 숨겼다. 카이완은 용호 대신 엠브리오를 노려보았다. 표독스런 눈매에 어울리는 사나운 미소를 지었다.

    “방어는 내 전문이야. 버틸게. 하지만 빨리 돌아와 줘. 솔직히 좀 버거울 것 같으니까.”

    말을 끝낸 순간 본 드래곤에 의해 얼어붙었던 전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 드래곤이 날개를 펼치고 지면을 박찼다. 엘리고스와 오필리아가 다시 전투를 재개했고, 함성과 비명과 울부짖음이 전장을 가득 채웠다.

    엠브리오가 한 걸음을 내딛었다. 카이완이 네 개의 뿔을 모두 개방한 채 진각을 밟았다. 용호에게 얼굴이 아닌 등을 보였다.

    용호 역시 돌아섰다. 카이완을 지켜보는 대신 카타리나의 허리를 안았고, 카타리나는 자신이 할 일을 이해했다. 용호를 마주 끌어안으며 검은 마력의 날개를 크게 펼쳤다.

    동시다발적이었다.

    본 드래곤이 마침내 홰를 치며 날아올랐다. 카이완이 휘두른 사복검이 엠브리오와 그녀 사이에 위치한 병력들을 마구 난도질했다. 티그리우스가 고개를 들었고, 엘리고스와 오필리아는 눈빛으로 서로의 뜻을 공유했다. 엠브리오의 군세를 헤치며 카이완을 향해 나아갔다.

    카타리나가 날았다. 그리고 하늘에 그려진 검은 궤적에 붉은 불꽃의 궤적이 더해졌다. 불꽃의 잔영을 불태우며 날아온 살라미가 다시금 용호와 카타리나를 자신의 등에 태웠다.

    용호는 마지막으로 지상을 보았다. 스컬과 데스나이트가 싸우고 있었다. 엘리고스와 오필리아가 카이완에게 거의 도달했다. 카이완은 일부러 시선을 모으겠다는 듯 화려한 공격을 펼쳤다.

    그리고 엠브리오.

    그는 카이완에게 마주 달려들지 않았다. 한 걸음을 내딛었던 그곳에 서서 고개를 들었다. 용호 자신을 보았다.

    엠브리오의 눈은 차가웠다. 그리고 용호는 알 수 있었다. 이유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엠브리오 역시 모험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얼핏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력을 다했다.

    용호의 생각은 맞았다. 엠브리오에게 있어 본 드래곤은 가급적이면 쓰고 싶지 않은 비장의 카드였다.

    이미 데스나이트를 공개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본 드래곤이 더해진다면 지나치게 주변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왕들 가운데서 의심을 품는 자들도 나올 수 있었다. 데스나이트와 본 드래곤은 남부 공백지의 가주가 거느리기에는 너무나 강력한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했다. 수많은 수라장을 통해 단련된 엠브리오의 감각이 말하고 있었다.

    이 싸움은 어설프게 힘을 숨길 싸움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몰아붙여 적의 숨통을 끊어야 하는 싸움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고개를 돌렸다. 용호는 살라미의 등에 자리한 손잡이를 붙잡고 이를 악물었다. 시야를 가득 메우는 본 드래곤의 거체에 지지 않겠다는 듯 마력을 방출했다.

    엠브리오는 다시 한 걸음을 내딛었다. 수레 앞의 사마귀처럼 최대한 화려한 공격을 펼치고 있는 카이완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마구잡이로 방출하던 마력을 하나로 모아 제대로 된 전투태세를 갖췄다.

    본 드래곤이 포효했다. 그 기세를 정면에서 마주한 살라미는 발악하듯 마주 괴성을 토했다. 불꽃의 날개를 크게 펼치고 더욱 높은 곳을 향해 날아올랐다.

    용호는 생각했다. 압도적인 열세 상황인 지금 지원은 바랄 수 없었다. 어떻게든 용호 자신과 카타리나의 힘만으로 본 드래곤을 격파해야만 했다.

    살라미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었다. 어마어마한 거체임에도 불구하고 본 드래곤은 빨랐다. 방금까지만 해도 살라미가 머물러 있던 공간을 본 드래곤의 어금니가 관통했다.

    이빨과 이빨이 맞물리는 소리만으로도 이미 공포였다. 하지만 거기에 매몰될 수 없었다. 용호가 명했고, 살라미는 다시 비명을 지르며 비행했다. 본 드래곤에게서 거리를 벌리기는커녕 오히려 근접했다. 그 목을 향해 파고들었다!

    카타리나가 전력을 다해 만들어낸 검은 마력의 칼날이 본 드래곤의 목을 치고 지났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뼈에 작은 흠집이 났지만 결코 부러지지 않았다. 공격을 얻어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본 드래곤은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오히려 공격을 펼친 카타리나가 반발력에 튕겨져 나갈 뻔 했다.

    그 와중에 용호는 의식을 집중했다. 본 드래곤의 육신에 흐르는 마력을 살폈다. 거대한 불길이었다. 붉고 붉은 마력의 불길이 본 드래곤의 육신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너무나 강렬한 힘이었기에 약점 같은 것을 포착할 수 없었다.

    쾅!

    본 드래곤이 다시 한 번 허공을 깨물었다. 이번에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마력을 방출했다. 언데드가 되면서 마법을 잃었지만 마력의 운용법까지 잃은 것은 아니었다. 원형으로 뭉친 마력의 덩어리 여럿이 용호를 향해 쇄도했다.

    “살라미!”

    “키아아아아아아아!”

    살라미가 괴성을 토하며 날개를 펼쳤다. 필사적인 곡예비행으로 공중에서 방향을 바꾸더니 다시 한 번 본 드래곤의 등을 향해 날았다. 용호는 아몬을 휘둘러 본 드래곤의 등에 녹염을 퍼부었다.

    본 드래곤도 포효했다. 드래곤의 타고난 이능 가운데 하나인 드래곤 피어에 언데드 특유의 죽음의 기운이 더해졌다. 마치 바포메트가 발산하던 죽음의 기운처럼 삶의 의지를 박탈하는 무시무시한 힘이었다.

    카타리나가 급히 검은 마력을 뭉쳐 거대한 방패를 만들었지만 애당초 물리적인 공격이 아니었다. 죽음의 기운에 정면으로 노출된 살라미가 순간 의식을 잃었다. 이를 악물고 견뎌낸 용호는 카타리나에게 마음으로 명했다. 다시 한 번 아몬을 휘둘러 본 드래곤이 아닌 주변 전체를 불태웠다. 본 드래곤의 시야를 잠시나마 어지럽혔다.

    추락하는 와중에 카타리나가 자세를 낮췄다. 용호의 등에 몸을 묻으며 두 팔을 살라미의 등에 올렸다. 검은 마력을 방출해 살라미의 육신을 단단이 옭아맨 뒤 등 뒤로 거대한 날개를 펼쳤다.

    “흐끄으윽!”

    다소 기묘한 신음을 토하며 카타리나가 날갯짓을 했다. 지면과 충돌하기 직전에 가까스로 다시 날아올랐다.

    쾅!

    다시 굉음이 터졌다. 더욱이 이번에는 지면이 폭발했다. 녹염의 파도에 시야가 봉쇄된 본 드래곤이 다짜고짜 지면을 향해 드래곤 브레스를 내 쏜 결과였다.

    죽음의 기운이 사방으로 번졌다. 엠브리오의 군대 일부가 지면과 함께 소멸했다.

    살라미가 마침내 의식을 회복했다. 다시 날갯짓을 했고, 카타리나는 거친 숨을 토하며 검은 마력의 날개를 거두었다.

    이런 식으로는 안 되었다. 이쪽의 소모가 너무 컸다. 뭔가 다른 방법이, 회심의 일격이 필요했다.

    “살라미!”

    용호가 소리쳤다. 살라미는 다시 한 번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억눌렀다. 주인의 명에 따라 모든 힘을 불꽃의 날개에 더했다. 본 드래곤조차 잊어버리고 오직 하늘 높은 곳을 향해 날아올랐다.

    본드래곤과 살라미가 교차했다. 그 짧은 순간에 용호는 다시 한 번 본 드래곤을 보았다. 죽음의 마력이 불길처럼 일렁였다.

    죽음의 마력.

    죽음의 기운.

    용호는 깨달았다. 살라미를 더욱 독려했다. 거의 수직으로 솟구쳐 오르는 와중에 아몬을 움켜쥐었다. 왼손에 장착한 마장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본 드래곤은 분명히 강했다. 그 육체적 능력은 바포메트보다도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죽음의 기운이라면 달랐다. 이계에 강림한 죽음의 화신이었던 바포메트와 달리 본 드래곤은 그저 언데드에 불과했다. 워낙에 강대한 마력 덕분에 그 기세만은 어마어마했지만, 본질적인 부분에서 보자면 바포메트보다 한 수 아래였다.

    그러니 할 수 있었다. 해내야만 했다.

    붉은 마계의 하늘. 지상의 모든 것들이 너무나 작게 보일만치 높은 그 곳에서 살라미가 회전했다. 그 머리를 지상으로 향했다. 수백 미터 아래에 위치한 본 드래곤을 노려보았다.

    “키아아아!”

    불꽃의 날개가 허공을 불태웠다. 살라미가 수직으로 강하했다. 용호가 아몬을 옆구리에 끼웠다. 용호와 카타리나의 브리가다가 동시에 빛을 발했고, 무지막지한 검은 마력이 홍련의 마창 아몬을 뒤덮었다. 참으로 거대한 창을 만들어냈다.

    수직으로 쏟아지는 랜스 차징.

    본 드래곤이 그것을 보았다. 살라미가 공중에서 방향을 튼 그 순간 이미 입을 벌렸다. 드래곤 브레스를 내쏘았다!

    이제까지와 달랐다. 단발형이 아니었다. 마치 레드 드래곤들의 불꽃의 숨결처럼 새빨간 죽음의 기운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살라미는 피하지 않았다. 비명에 가까운 포효를 토하며 더욱 속도를 높였다. 검은 마력으로 이루어진 거창과 브레스 웨폰이 격돌했다. 그리고 그 순간, 용호의 마장이, 탐욕의 왕의 신기가 푸른 물빛을 발했다!

    생명의 힘.

    불사의 마녀 스카자하의 힘이 검은 마력의 창을 뒤덮었다. 생명이 더해진 거창이 죽음의 기운으로 가득 찬 브레스 웨폰을 정면에서부터 파고들었다.

    무지막지한 힘의 충돌이었다. 창끝이 마구잡이로 흔들렸다. 상극이라 해도 좋을 생명의 힘에 브레스 웨폰 자체가 요동쳤다.

    하지만 부족했다. 브레스 웨폰을 관통할 수 없었다. 생명의 기운이 죽음의 기운을 찍어 누르기는커녕 점차 잠식당하기 시작했다.

    스카자하는 말했었다. 신기의 힘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필요하다고.

    바포메트와 싸울 때는 가능했다. 홍련의 마창 아몬조차도 감탄할 정도로 강렬한 탐욕의 힘이 용호에게 있었다.

    허나 지금은 아니었다. 마력이 부족했다. 신기로부터 생명의 힘을 온전히 이끌어 낼 수 없었다.

    용호는 이를 악물고 죽을 힘을 다해 마력을 이끌어냈다. 조금이라도 밀리는 순간 끝이었다. 브레스 웨폰을 관통하기는커녕 죽음의 기운에 압사당할 터였다.

    욕망해야 했다. 탐욕의 마력을 이끌어내야 했다. 삶의 의욕을 고취시키여만 했다.

    하지만, 하지만!

    “좋아해요!”

    등 뒤에서 카타리나가 소리쳤다. 생사의 경계에 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용호는 눈을 깜박이고 말았다.

    카타리나는 용호의 등을 꽉 끌어안았다. 비단 바포메트와의 싸움을 목격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지금이 아니라면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고개를 파묻으며 다시금 소리쳤다.

    “좋아한다고요!”

    브리가다를 통해 감정이 전달되었다. 백 마디 말보다도 더 강렬하고 확실한 의사의 표현이었다.

    용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살라미가 이 와중에 대체 무슨 개수작들이냐고 울부짖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카타리나의 생각과 감정을 느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삶의 의욕이 미친듯이 솟구쳐 올랐다.

    [욕망하라!]

    아몬의 목소리가 닿았다. 용호는 마주 고함을 질렀다. 스스로의 단순함에 감사하며 욕망했다. 탐욕하고 또 탐욕했다.

    살아남는다. 반드시 살아남는다. 승리하고 마리라!

    “우오오오오오오!”

    탐욕의 마력이 폭발했다. 신기로부터 스카자하의 생명을 이끌어냈다. 아주 약간의 힘이 부족해 뚫지 못했던 연결로를 마침내 관통했다. 탐욕의 미궁에 자리하고 있을 스카자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생명이 죽음을 압도했다. 상쇄에 그치지 않고 파괴했다. 본 드래곤의 막대한 마력에도 불구하고 브레스 웨폰이 붕괴했다!

    살라미가 불꽃의 날개를 펼쳤다. 다시 한 번 속도를 더했다. 카타리나가 용호의 허리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아몬이 포효했다.

    일격.

    랜스 차징이 브레스 웨폰을 관통했다. 기세를 늦추지 않고 본 드래곤의 입안에 파고들었다. 거창으로부터 일어난 생명의 소용돌이가 죽음을 찢어발겼다. 그리고 마침내 닿았다. 본 드래곤의 중심. 생전에 강대한 마력의 덩어리인 드래곤 하트가 존재했을 곳.

    탐욕이 소리쳤다. 용호의 전신에서부터 일어난 탐욕이 정확히 둘로 갈렸다. 하나의 무리는 카타리나를 휘감았고, 다른 하나의 무리는 마력의 중심을 휘감았다.

    검은 마력으로 만들어진 창이 해체되었다. 물빛 푸른 생명의 기운이 폭발해 재차 길을 열어주었다. 남은 것은 오직 순수한 탐욕의 녹염뿐이었다.

    탐욕이 길을 인도했다. 쏜살같은 빠르기로 본 드래곤을 관통하는 순간임에도 용호는 마력의 중추를 아몬으로 꿰뚫었다.

    그리하여 일어나는 일.

    살라미가 마침내 본 드래곤을 꿰뚫고 지났다. 카타리나가 화끈거리는 얼굴로 등 뒤를 돌아보았고, 허공에서 산산이 붕괴되는 본 드래곤을 보았다.

    용호는 지체하지 않았다. 죽음의 기운에 오염된 언데드의 정수를 산 자가 흡수할 수 없다는 마계의 상식 따위는 무시했다.

    탐욕.

    칠대죄악 가운데 하나인 그것.

    녹염이 본 드래곤의 정수를 집어삼켰다. 그 힘을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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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42장 #3 > 끝

    ⓒ 취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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