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메이커-123화 (123/227)
  • < 제 41장 #2 >

    &

    비의 마왕 비자로는 작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불과 십여 분 전까지만 해도 그늘에 앉아 느긋하게 승전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하늘에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쏟아져 내렸다. 엄청난 흙먼지가 일었고, 그것들이 가셨을 때 보인 것이라고는 무참히 뭉개지고 부서진 리자드맨 대여섯 마리의 시신뿐이었다.

    그리고 그 광경에 시선을 빼앗겼을 때.

    도열한 일백 정예병의 좌우에서 폭발이 일었다.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는 굉음이었다.

    오른쪽에서는 천둥번개가 휘몰아쳤다. 왼쪽에서는 리자드맨들이 중력을 거스르기라도 하듯 떼 지어 하늘로 솟구치는 이변이 일어났다.

    번개를 휘두르는 것은 밤 그자체인 것 같은 새카만 말을 탄 칠흑의 기사였다. 마치 폭풍이라도 된 것처럼 리자드맨들을 하늘로 내치고 있는 것은 검은 뿔이 우뚝 솟은 붉고 거대한 괴물이었다.

    무어라 명령을 내릴 수도 없었다. 너무나 갑작스런 사태에 당황해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그리 큰 실책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비자로가 무언가 다른 명령을 내렸다 할지라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을 터이니 말이다.

    일백 리자드맨들 가운데서 도망치지 않고 싸웠던 마지막 한 마리가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주먹 한 방으로 200kg은 족히 나갈 리자드맨을 날려버린 붉은 근육질 거인은, 아니 짐승은 연옥의 연기를 연상시키는 입김을 토하며 비자로에게 다가섰다.

    비자로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몸을 떨었다.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졌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힘줄이 잘렸는지 양 팔이 축 늘어져 움직이지 않았다. 두 다리는 기괴한 각도로 꺾여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리자드맨 군단을 박살낸 네 사람 가운데 하나.

    불꽃처럼 넘실거리는 검은 마력에 휩싸인 존재가 오롯이 서서 바닥에 나자빠진 비자로를 내려다보았다. 보기 좋게 솟은 둔부나 잘록한 허리선은 영락없이 아름다운 여인의 것이었지만 얼굴은 그렇지 않았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예 얼굴이 없었다. 눈처럼 보이는 것이 있긴 했지만 그 외에는 그저 반질반질한 금속제 가면과 다를 것이 없었다.

    온통 새카만 그것은 문자 그대로 전신이 무기였다. 온 몸에서 솟구쳐 오른 검은 마력으로 리자드맨들은 물론이고 비자로의 양팔을 갈랐다.

    비자로는 숨을 가다듬었다. 비록 온몸이 만신창이였지만 그에게는 아직 권능이 남아 있었다. 그에게 비의 마왕이란 이명을 선사해준 권능을 발휘한다면 도망칠 수 - 아니, 적어도 발악 정도는 할 수 있을 터-

    “-라고 생각하지 마.”

    비자로의 양 다리를 박살낸 장본인이 까르르 웃었다.

    리자드맨 일백 마리를 쓰러트린 것은 정확히 말하면 네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었다. 검은 말에 탄 칠흑의 기사와 붉고 거대한 괴물이 리자드맨들을 박살내는 동안 비자로 자신은 두 여인에게 발이 묶여 싸움에 끼어들 수 없었다. 하나하나가 자신과 호각 혹은 그 이상인 두 사람을 동시에 상대해야 했으니 말이다.

    두 여인 가운데 하나, 레드 데몬 여인이 비자로의 허벅지를 짓밟았다. 끔찍한 고통에 비자로는 다시 몸부림쳤고, 레드 데몬- 오필리아는 양팔로 그런 비자로의 어깨를 짓눌렀다. 아랫입술을 살짝 핥으며 말했다.

    “마지막이니까, 충분히 즐겨줬으면 해.”

    이번에도 비자로의 이해를 벗어난 일이 일어났다.

    눈을 반쯤 감은 오필리아가 비자로에게 키스했다. 부드럽고 달콤했지만 동시에 소름이 돋았다.

    의식이 끊어졌다. 아주 잠깐이었다. 하지만 비자로는 직감했다. 키스를 마친 아랫입술을 핥으며 뜨거운 숨을 토하는 오필리아를 마주한 순간 자신이 정신을 읽혔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걱정할 겨를도 없었다. 거대한 그림자가 엄습해 왔다. 비자로 자신은 물론이고 위에 올라탄 오필리아까지 뒤덮은 그것은 맹수처럼 으르렁 거렸다. 누가 봐도 명백한 적의를 비자로 자신에게 발산했다.

    오필리아가 생긋 웃으며 물러섰다.

    붉고 거대한 짐승이- 야수화한 엘리고스가 거대한 해머를 연상시키는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비자로는 그 이후의 일을 더 이상 알 수 없었다.

    “엘리 오라버니 질투심이 제 생각보다 훨씬 더 심하더라고요. 손속에 사정이 없는 게 아주 그냥…….”

    오필리아가 부끄럽다는 듯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그 옆에 선 엘리고스는 머리가 지끈거리기라도 하는지 관자놀이를 누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주 그런 건 아닌지 안 그래도 붉은 피부가 꽤나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용호는 이해한다는 듯 엘리고스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뒤 문자 그대로 묵사발이 난 비자로의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비록 초입인 것 같았지만 그래도 뿔이 네 개나 달린 녀석이었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결말이었다.

    가볍게 합장하며 명복을 빌어준 용호는 비자로의 정수를 취했다. 상대적인 마력의 격차가 크면 클수록 효율이 나빠지는 정수 흡수인 터라 그리 큰 힘을 취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제법 짜릿한 쾌감이 느껴졌다.

    “후.”

    용호는 새삼 박살이 난 리자드맨 군대를 돌아보았다. 고작 네 명- 실질적으로 두 명이 해낸 위업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레드 데몬 타이런트로 승급한 엘리고스는 용호가 예상했던 것처럼 ‘야수화’라는 새로운 능력을 손에 넣었다.

    그리 복잡할 것 없는 이름 그대로의 능력이었다. 야수화를 시전 한 순간 엘리고스는 한 마리 짐승으로 화했다. 얼핏 보면 마치 고릴라 같은 체형이었다.

    근육으로 똘똘 뭉친 양팔은 무슨 쇠기둥 같았고, 그 끝에 달린 주먹은 건물파괴용 중장비의 추를 연상시켰다. 머리뿐만 아니라 가슴과 팔, 허벅지 등등 털이 돋아날만한 모든 곳에서 회색이 감도는 하얀 털이 수북이 자라 짐승 같은 느낌을 더했다.

    야수화 한 상태의 엘리고스는 그야말로 마몬 가의 괴물이었다. 괴력도 괴력이었지만 그 끝을 알 수 없는 체력이 인상적이었다.

    마몬 가에서 란돌트 가 까지.

    용호 자신과 카타리나는 살라미에 탔다. 스컬은 부케팔로스를 타고 달렸다. 그리고 오필리아는 야수화 한 엘리고스의 등에 탔다.

    중간에 몇 번 쉬었다고는 하지만 그 먼 거리를 주파하고서도 조금도 지친 기색 없이 리자드 맨 군단을 박살낸 것이었다.

    스컬은 매직 나이트에서 엘드리치 나이트로 승급했다.

    사실 가장 의외의 성과를 보인 것이 스컬이었다.

    지난번에 진화를 시켰을 때만 하더라도 승급 루트가 보이지 않았던 스컬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보였다. 더욱이 진화시킬 수 있는 능력 또한 늘어났다. 심지어는 레벨이 변한 능력도 있었다.

    바포메트 전후로 무언가가 달라졌다. 스컬은 태연한 얼굴로 평소처럼 스컬스컬 거릴 뿐인 터라 무엇이 변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용호는 한 가지 가능성을 의심했다.

    ‘어쩌면.’

    죽음에서부터 무언가를 느낀 것이 아닐까. 언데드가 되기 전의 자신을 일부나마 되찾았다든가.

    엘드리치 나이트가 된 스컬은 전반적으로 강해졌다. 키는 이제 거의 2미터에 육박했고, 뼈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시무시한 괴력을 발휘했다. 마력 역시 보다 강해져 매직 나이트 시절보다 훨씬 강력한 번개를 사용할 수 있었다.

    버그림이 기존에 만들어둔 갑옷은 치수가 달라 제대로 입을 수가 없었다. 때문에 부분 갑옷 형식으로 팔과 다리, 가슴과 등만을 보호했다. 다행히 투구는 그대로 사용이 가능했다.

    스컬이 부서진 전투망치 대신 택한 것은 비교적 대가 짧은 새로운 전투망치와 무척이나 거대한 클레이모어였다. 둘 모두 버그림의 손을 거친 마법 무기들이었다.

    오필리아는 부끄러워하는 엘리고스가 마음에 드는지 연신 미소를 지었다. 레드 데몬 브레이커로 승급한 그녀 역시 엘리고스처럼 야수화 능력을 얻었다. 하지만 오필리아의 야수화는 엘리고스와는 달랐다. 보다 전투적으로 변하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고양이과의 맹수를 연상시키는 우아함이 있었다. 외형도 그리 크게 변하지 않았고 말이다.

    구시온은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애당초 둘이 가진 기질이 다른 것도 있지만, 용호의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화 후의 외형이 용호의 생각에 영향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마지막으로 카타리나는 쉐도우 러너에서 쉐도우 미스트레스로 승급했다.

    그림자의 주인이 된 그녀는 검은 마력으로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비자로를 군대를 박살낸 네 사람 가운데 마지막 하나가 바로 그 분신이었다.

    본체인 카타리나와의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자연히 소멸하는데다가, 카타리나가 직접 조작하지 않으면 행동패턴이 너무 단순화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분신이 진짜 힘을 발하는 것은 카타리나와 분신이 같은 장소에서 함께 싸울 때였다.

    지금은 카타리나의 조종 실력이 미숙해 카타리나를 그대로 흉내내는 정도에 그쳤지만, 그것만으로도 위력적이었다. 시간차 공격이나 다양한 각도에서의 동시 공격 등 응용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었다.

    그림자 분신을 해제한 카타리나는 귀를 가볍게 파닥였다. 이번 전투에서 꽤나 큰 성취감을 느낀 모양이었다.

    용호는 다시 쓰게 웃었다.

    ‘미안.’

    애당초 다른 엘프들에 비해서는 귀를 좀 더 활발하게 움직이던 카타리나였지만 그게 지금 수준까지 발달(?)하게 된 것은 용호 자신 때문이었다. 카타리나의 귀가 파닥이는 게 귀엽다- 좀 더 보고 싶다-라는 무의식이 진화의 권능에 영향을 끼친 것이었다.

    구시온의 충고대로 해당 사항에 관해서는 입을 다문 용호는 카타리나의 꼬리를 보았다. 확실히 승급 전보다 약간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래도 좋아진 것들도 많으니까.’

    이를테면 몸매라든가. 물론 용호 자신의 취향이 듬뿍 반영된 터라 과연 카타리나 본인도 좋아할지는 의문이었다.

    비자로의 정수를 완전히 흡수한 용호는 다시 오필리아를 마주했다. 엘리고스를 살살 놀리던 그녀는 표정을 고치고 진지하게 말했다.

    “비자로의 정신에 침투해 몇 가지 정보를 얻었습니다. 란돌트 가를 공격한 비자로는 선봉. 현재 엠브리오 본인이 본대를 이끌고 남하하는 중입니다. 엠브리오는 남부를 단번에 관통한 뒤 동부를 공격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비자로뿐만 아니라 엠브리오도 비자로의 선봉이면 란돌트 가를 무난하게 접수할 거라 생각한 것 같습니다.”

    “우습게 보인 모양이네.”

    쓰게 웃었지만 이해는 갔다. 자그마치 칠백이었다. 용호 자신이 구원을 오지 않았다면, 구원이 조금만 늦었다면 란돌트 가는 결국 함락 당했을 터였다.

    “엠브리오의 본진은 병력이 얼마나 되지?”

    물음에 오필리아는 미간을 살짝 좁혔다. 잠시나마 망설이다가 말했다.

    “사천 전후인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 북부에서부터 엠브리오를 따라온 정예병은 일천 정도이고요.”

    용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엠브리오가 남부를 우습게 본 것이 이해가 갔다. 현재 마몬 가가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자유도시의 병력까지 모두 합쳐도 일천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극복할 수 없는 차이는 아니었다. 비록 병력의 수에서는 터무니없이 밀렸지만, 장수의 수와 질에서는 엠브리오에게 결코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마계의 전쟁은 용호가 역사 속에서 본 인계의 전쟁과는 여러모로 달랐다.

    초월적인 단위 전투력의 소유자들이 실존했기 때문이다.

    ‘엠브리오의 뿔의 숫자는 적어도 다섯 개 이상.’

    북부는 주요 가주들은 물론이고 서부의 가주들을 거의 다 먹어치운 엠브리오였다. 그 정도 숫자를 먹어치웠으니 정수 흡수 효율이 아무리 안 좋았다 하더라도 뿔 다섯 개에 도달하고도 남았으리라.

    용호는 일단 생각을 접었다. 지난번에 봤을 때와 너무나 달라진 예속 사역마들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티그리우스를 돌아보았다.

    “후방에서 오로스가 이끄는 자유도시의 병력과 스컬 부대가 달려오고 있다. 일단 던전 내에 쌓인 적의 시신들을 치우고 재정비를 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티그리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눈가에 맺힌 시름을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다. 완전 요새화로 방어력이 눈에 띄게 상승한 란돌트 가의 던전이었지만 결국 칠백이란 숫자에 짓눌리고 말았다.

    엠브리오의 본진 병력은 자그마치 사천에 달한다고 하니 과연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용호도 그런 티그리우스의 우려를 이해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싸우기도 전에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그건 티그리우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티그리우스, 제의할 것이 한 가지 있다. 잘 생각해서 답변해줬으면 한다. 거절해도 개의치 않겠다.”

    용호는 말했고, 이번에는 티그리우스가 용호의 속내를 짐작했다.

    “마몬 가의 예속 사역마가 되었으면 한다.”

    예상한 그대로였다.

    용호가 티그리우스를 사역마로 삼지 않은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 란돌트 가의 요새화를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던전의 영혼에게 명령을 내릴 가주가 필요하다.

    둘째, 용호 자신에게 티그리우스를 예속 사역마로 삼을 ‘여유’가 없다.

    둘 모두 이제는 해결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휘하의 마왕보다는 강력한 예속 사역마 하나가 더 필요했다.

    마왕의 자리를 버리라는 요구였다.

    오랜 세월 가주 역할을 수행한 만큼 권능을 잃지는 않을 터였지만 권능의 약화는 피할 수 없었다.

    가문을 포기해야만 했다.

    티그리우스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결투에 패했을 때부터 각오한 일이었다. 더욱이 마몬 가의 예속 사역마가 되는 일에 흥미도 있었다. 과연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 것인가. 오필리아에게 들은 ‘진화의 권능’이 자신을 어디로 인도할 것인가.

    “주군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흔쾌히 답했다. 용호는 진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티그리우스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다시 삼일 뒤.

    정찰병을 통해 엠브리오 본대의 움직임을 확인한 용호는 자신의 방에 예속 사역마 전부를 모았다. 지나친 요새화로 인해 생활공간이 좁아진 란돌트 가의 던전인 터라 마왕의 방도 좁았다. 가구라고는 침대 하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섯 예속 사역마가 한 자리에 모이니 아주 약간의 여유 공간 밖에 남지 않았다.

    용호가 예속 사역마들을 모은 것은 요 며칠간 궁리한 전술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에 앞서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일곱 번째 멤버의 초빙.

    침대 위에 걸터앉은 용호는 품안에서 소환장을 꺼냈다. 저 소환장으로 소환될 인물을 이미 겪어 알고 있는 네 명은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지었고, 티그리우스는 홀로 진지하게 소환장을 바라보았다.

    용호는 숨을 길게 토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소환장을 찢어 마력을 해방했다.

    그리하여 나타나는 자.

    시공간은 물론이고 투기장의 제약조차 뛰어넘어 강림하는 자.

    잿빛 머리칼이 거센 바람에 흩날렸다.

    표독스런 눈동자에 장난기가 어렸다.

    3대 전 가주.

    왜곡의 마왕 카이완.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소원은 생각해 뒀어?”

    삐딱하게 선 그녀가 입술을 살짝 핥으며 짓궂게 물었다.

    용호는 대답 대신 쓰게 웃었다. 엠브리오와의 싸움에서 조커가 될 카이완을, 용호 자신의 여섯 번째 검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제 41장 - 마몬 가의 검 끝, 제 42장 - 반왕 엠브리오로 이어집니다.

    < 제 41장 #2 > 끝

    ⓒ 취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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