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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메이커-122화 (122/227)
  • < 제 41장 - 마몬 가의 검 >

    제 41장 - 마몬 가의 검

    늑대의 마왕 엠브리오가 북부에서 군사를 일으킨 지 벌써 몇 달이 넘게 지났다.

    엠브리오는 그 기간 내내 끊임없이 싸웠다.

    그리고 그 결과 북부를 통일하고 서부를 파괴했다.

    차이는 분명했다. 똑같이 엠브리오가 일으킨 전란의 불꽃에 휩쓸렸음에도 불구하고 북부와 서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맞이했다.

    북부의 던전들은 대부분 살아남았다. 가주들 역시 전멸이 아니었다. 엠브리오의 휘하에 들어가 목숨을 부지한 가주들이 꽤 되었다.

    반면 서부는 철저할 정도로 파괴되었다. 엠브리오는 서부 가주 연합을 압박하기 위해 한 번 공격한 던전은 반드시 던전의 심장을 파괴했다.

    던전의 죽음은 곧 생활기반의 붕괴를 의미했다. 더욱이 엠브리오는 던전뿐만 아니라 가주들의 '영지' 역시 지도에서 지워버렸다.

    서부에는 폐허만이 남았다. 가주들 역시 대부분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다. 살아갈 곳을 잃은 서부의 주민들은 난민이 되거나 살아남기 위해 도적이 되는 수밖에 없었다. 엠브리오는 그런 난민들 대부분을 거두어들였다. 다음 전쟁의 화살받이로 쓰기 위함이었다.

    서부 가주 연합이 무너지던 날 서부의 마지막 던전인 베른 가의 던전이 죽음을 맞이했다.

    던전의 심장을 탐욕스레 집어삼킨 엠브리오는 유일하게 남겨둔 서부 최후의 도시로 병력들을 집결시켰다.

    처절한 파괴만이 이어진 전투는 엠브리오의 군대에게도 좋지 못한 영향을 주었다. 북부를 통일했을 때와는 피로도 자체가 달랐다.

    하지만 엠브리오는 휴식을 생각하지 않았다. 북부에 이어 서부를 거꾸러트렸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급한 마음을 먹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엠브리오 자신이 일으킨 난세의 불꽃은 이제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동부와 남부는 각기 다른 깃발 아래 사실상 통일되었다. 동부와 남부는 북부의 가주들처럼 서로 싸우는 대신 서부 가주 연합처럼 하나로 뭉쳐 엠브리오 자신을 막아설 터였다.

    물론 이대로 주저앉는다는 선택지 역시 존재했다. 엠브리오 자신이 병력을 이끌고 북부로 돌아간다면 동부와 남부는 감히 먼저 군사를 일으키는 우를 범하지 못할 터였다.

    하지만 그래서는 공백지를 통일할 수 없었다. 엠브리오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일이었고, 식탐의 왕 또한 허락하지 않을 일이었다.

    때가 좋았다.

    마계 북부에서 연일 격화되고 있는 오만의 왕과 질시의 왕의 대립은 왕들의 시선을 남부에서 북부로 돌려놓았다. 엠브리오 자신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이자 적인 식탐의 왕 또한 그러했다.

    그러니 지금뿐이었다. 저 위대한 탐욕의 왕 마몬 이래 처음으로 남부 공백지의 통일할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문제는 동부.’

    본래부터 가장 많은 가주들이 자리하고 있던 동부였다. 단 두 명의 가주가 그 모든 힘을 나눠가졌으니 그 세를 무시할 수 없었다.

    엠브리오는 생각했다. 서부 가주 연합과 싸우는 동안 저들이 북부를 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했다. 놈들은 서부 연합이 엠브리오 자신의 손에 무너지기를 기다린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놈들은 어찌할 것인가.

    ‘남부를 친다면 즉각 북부로 진군하겠지.’

    서로의 속이 빤히 보이는 전쟁이었다. 아마 동부는 남부와 이미 모종의 거래를 끝마쳤을 가능성이 높았다.

    남부가 모루가 되고 동부가 망치가 된다.

    엠브리오는 가늘게 웃었다. 그렇다면 놈들의 생각대로 해줄 생각이었다.

    ‘남부를 친다.’

    최대한 빠르고 강하게. 북부에 남겨둔 병력들이 동부를 막아서는 사이에 남부라는 이름의 모루를 박살낸다. 그대로 진군해 오히려 동부의 속살을 후벼판다.

    마계가 아닌 다른 이계에서의 전쟁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을 터였다.

    이유는 보급 때문이었다.

    철저히 파괴된 서부는 제대로 된 보급지 역할을 수행할 수 없었다. 남부를 꿰뚫어 동부를 쳤다가는 보급로가 비상식적으로 길어질 것이 분명했다.

    적지에서 약탈로 보급을 해결한다는 것은 너무나 불안정한 방법이었다. 아무리 잘 싸우는 군대라 해도 먹지 않고는 싸울 수 없었다.

    하지만 마계에는 이를 해결할 방법이 존재했다. 서부 때와 달리 남부의 던전을 파괴하지 않고 휘하에 거두는 것이었다.

    휘하에 거둔 던전의 양식들로 보급을 해결한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던전 상회를 이용한다.

    새로이 손에 넣은 던전을 수송지로 삼아 던전 상회의 곡식을 사들인다.

    어디 곡식뿐인가? 돈만 있다면 장비는 물론이고 사역마까지도 원하는 만큼 보급할 수 있었다.

    마계의 모두가 인정하듯이 던전 상회의 배달은 신속 정확했다. 더욱이 여섯 왕조차도 함부로 못하는 던전 상회였다. 남부나 동부의 가주들 따위가 던전 상회와의 거래를 방해할 수는 없었다.

    돈이라면 충분했다. 서부의 던전과 도시들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거두어들인 재화의 양은 실로 엄청났다.

    엠브리오는 서부 최후의 도시에서 병력을 추슬렀다. 북부의 가주 가운데 하나였고, 지금은 엠브리오 자신의 장수로 활약 중인 비의 마왕 비자로를 한 발 먼저 출진시켰다.

    일단의 병력이 움직였다.

    엠브리오의 군세가 마침내 남부 공격을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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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자로의 선발대는 예상대로 란돌트 가가 자리한 길목을 공격로로 삼았다. 애당초 남부의 던전을 휘하에 둔다는 계획을 가진 엠브리오 군이었기에 당연한 선택이었다.

    비의 마왕 비자로는 실리적인 성격이었다. 그는 서부에서 거두어들인 화살받이들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잘 알았다.

    그럴싸한 선전포고나, 아군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일장연설은 없었다.

    비자로는 병력을 란돌트 가의 던전으로 진군시켰다.

    처절한 던전 전투가 시작되었다.

    비명과 울부짖음이 던전 안을 가득 채웠다.

    수십, 수백 개가 넘는 조명 기구들이 던전 안의 어둠을 깨끗이 몰아냈기에 더욱 끔찍했다. 그 무엇도 사방에서 벌어지는 참극을 가리지 못했다.

    완벽한 요새화가 이루어진 란돌트 가의 던전은 비자로의 군세를 당황시켰다. 일반적인 던전이라면 진즉에 끝났어야 할 방어구역이 계속해서 연이어졌다.

    바닥에서 솟구쳐 오른 독기가 선발대의 살을 녹였다. 어디로도 피할 수 없는 복도에서 쏟아진 투창들이 억지로 내몰린 화살받이들을 고슴도치로 만들었다.

    최전방으로 내몰린 고블린들과 코볼트들은 울며불며 공포를 토했지만 그들에게 물러날 곳은 없었다. 비자로 군의 주축을 담당한 리자드맨들은 도망자들의 목을 치는데 조금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화살받이들로 함정을 소진시킨다는 실로 무식하기 짝이 없는 진군 방식이었다.

    그리고 우습게도 이 방식은 꽤나 효과적이었다. 함정의 내구도는 무한하지 않았다. 차곡차곡 쌓인 시체들이 독기가 새어나오는 구멍을 막았고, 벽에서 쏟아지던 투창들은 이미 고슴도치가 된 시체들을 방패로 세운 비자로의 군세를 해하지 못했다. 그나마도 금방 투창의 재고가 다하고 말았다.

    마력으로 운용되는 불꽃 함정도 경우가 다르지 않았다. 한 번 불길을 토해낼 때마다 가엾은 코볼트들과 고블린들을 무더기로 불태웠지만 그 발사 숫자에 제한이 있었다. 던전의 마력은 무한하지 않았다.

    비자로는 근 삼백에 가까운 고블린들과 코볼트들을 란돌트 가의 함정에 먹이로 바쳤다. 그리고 그 결과 대부분의 함정들을 무력화 시키는 데 성공했다.

    정작 공격대의 지휘관인 비자로는 란돌트 가의 던전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일단의 친위 병력과 더불어 던전 밖에 자리를 잡은 비자로는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정보를 종합해 란돌트 가의 던전 지도를 그렸다.

    그야말로 미치광이 같은 던전이었다. 주인에 따라 그 모습이 천차만별인 던전이었지만 대체로 그 넓이나 깊이는 대동소이하기 마련이었다.

    경험 많은 가주인 비자로는 란돌트 가의 던전 규모를 거의 정확하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미친놈 소리가 절로 입 밖에 나왔다.

    란돌트 가는 전체 구역의 70% 이상을 방어 지역으로 삼았다. 사역마들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생활공간을 제한다면, 그 외의 시설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해도 좋을 구조였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거의 끝났다. 이끌고 온 선발대 병력 칠백 가운데 삼백을 희생시켜야 했지만, 덕분에 던전의 함정들을 거의 다 무력화 시킬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최후의 방어지대인 집결지뿐이었다.

    비자로는 승리를 확신했다. 그렇기에 느긋한 마음으로 던전 지도를 바라보았다. 부하들의 승전보를 기다렸다.

    “미친 놈.”

    티그리우스는 평소의 그답지 않게 욕지거리를 토했다. 던전의 영혼을 통해 던전 전체를 관찰한 결과 그 외에 다른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비자로가 란돌트 가의 요새화에 당황했듯이 티그리우스 역시 비자로의 전술에 당황했다.

    비상식적이었다. 아군을 거침없이 희생시켜 함정을 소진시킨다니 이게 대체 무슨 짓거리란 말인가.

    하지만 효과적이었다. 얼핏 보면 무식하기 짝이 없는 비효율의 극치였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죽은 것은 대부분 화살 받이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고블린과 코볼트 들이었다. 물론 그 숫자가 어마어마하기는 했지만 덕분에 다른 주요 병력들은 거의 손상이 없었다. 더욱이 함정의 목적은 적을 죽이는 것뿐만 아니라 ‘지체시키는 것’에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

    비자로의 군세가 함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돌파하려 했다면 지금보다 배는 더 많은 시간을 소진했을 터였다.

    남은 것은 이제 집결지뿐이었다. 최후의 방어선을 리쿰과 사역마들이 지키고 있었지만 적에 비해 숫자가 너무 적었다. 자그마치 삼백에 가까운 병력을 희생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비자로의 군세는 아직 수백을 헤아렸다. 더욱이 끔찍하게도 던전 밖에도 일백에 가까운 병력을 대기시키고 있었다.

    용의주도한 놈이었다. 이래서는 던전의 비밀통로를 이용해 지휘관을 암습한다는 작전조차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티그리우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블링크를 이용해 다시 비밀통로로 들어갔다. 집결지에서 리쿰과 사역마들이 모루 역할을 하는 동안 망치가 되어 던전 내에 진입한 병력들을 각개 격파한다는 작전은 포기했다. 성과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각개격파를 다 해내기도 전에 집결지가 돌파당할 터였다.

    “오른손에 포이즌, 왼손에 거스트.”

    달리면서 캐스팅을 했다. 비밀통로의 문을 박차며 두 손을 하나로 모았다. 전방을 향해 독의 바람을 내뿜었다!

    무지막지한 독기를 머금은 녹색 바람이 집결지를 공격하고 있던 리자드맨들을 휩쓸었다. 순식간에 십여 마리가 넘는 리자드맨들이 진물을 흘리며 쓰러졌다.

    “티그리우스!”

    리쿰이 소리치며 달려왔다. 난전을 증명하듯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그는 리자드맨들의 피와 살점으로 얼룩진 전투 도끼로 길을 열었다.

    티그리우스의 예상 이상으로 상황이 좋지 못했다. 집결지에 설치해둔 함정들은 모두 무력화 되었다. 방어 진지 역시 거의 다 무너져 문자 그대로 혼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합체 마법의 여파로 잠시 무력화 되었던 티그리우스는 급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리쿰의 전투 도끼가 다시 한 번 리자드맨의 목을 갈랐다.

    “이쪽으로 오시오! 공간을 만들어야 하오!”

    극단적인 요새화는 나머지 공간의 단순화를 불러왔다. 집결지 바로 다음에 자리한 것은 던전의 심장 방이었다.

    티그리우스는 지팡이를 휘둘러 자신에게 덤벼드는 리자드맨의 머리를 깨부쉈다. 동시에 리쿰 쪽으로 달리며 새로운 주문을 준비했다.

    밀폐된 공간, 그것도 혼전이 일어나고 있는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주문은 그리 많지 않았다. 비자로가 그러했던 것처럼 아군까지 희생시킬 각오를 해야만 했다.

    “오른손에 파이어 월, 왼손에 거스트.”

    불꽃의 폭풍으로 집결지 내부를 휩쓴다. 아군의 피해 역시 클 터였지만 이제는 방법이 없었다.

    리쿰이 신음을 토했다. 리자드맨의 장창이 리쿰의 어깨를 관통했다. 리쿰의 바로 옆에서 싸우던 오크는 리자드맨이 내던진 강철 그물에 휘감겼다. 어찌해볼 도리도 없이 순식간에 끌려갔고, 다진 고기조각이 되었다.

    그 순간 티그리우스는 망설임을 버렸다. 양손에 집결시킨 마법을 하나로 모았다.

    “합체 마법! 파이어 스톰!”

    거대하기 짝이 없는 불꽃의 파도가 집결지 내부를 뒤덮었다. 적뿐만 아니라 아군까지 모두 휩쓸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불꽃의 색이 붉지 않았다. 더욱이 뜨겁지 조차 않았다.

    불꽃에 휩싸인 란돌트 가의 사역마들은 반사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을 치다가 이내 멈춰 섰다. 녹색의 불꽃이 자신들을 휩쓸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부상도 입지 않았다. 똑같이 불꽃에 휩싸인 리자드맨들은 죽어나가고 있음에도 말이다.

    티그리우스는 당혹 속에서 자신의 손을 보았다. 파이어 스톰은 여전히 그의 손에 머물러 있었다. 찔끔 새어나갔다고 해야 할 불꽃 일부는 녹색의 불꽃에 집어삼켜져 그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순간 리쿰이 소리쳤다. 마몬 가의 사역마들이 환호성을 토했다. 미치기라도 했는지 녹색의 불꽃 속으로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포효했다!

    “불꽃의 마왕!”

    “가주님!”

    녹색의 불꽃이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검은 마력의 칼날이 사방을 휩쓸었다. 집결지의 입구에서부터 일어난 그것은 녹염 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리자드맨들을 사정없이 난도질했다.

    란돌트 가의 사역마들도 이제는 볼 수 있었다. 티그리우스는 마침내 당도한 자신의 주군 앞에서 환희했다.

    “주군!”

    “잘 버텨주었다. 티그리우스.”

    용호는 웃으며 말했다. 집결지에 들어와 있던 리자드맨들이 워낙에 많았던 터라 불꽃의 파도와 검은 칼날의 소용돌이에도 불구하고 아직 살아남은 적들이 많았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는 모습이었다.

    용호는 많은 지원군들과 함께 서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곁에는 언제나 대동하는 호위기사 한 사람만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리자드맨들은 감히 덤벼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무식하기 짝이 없지만 본능적인 감각만은 탁월한 오우거들은 끅끅 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더 이상 혼전의 장이 아니었다.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싸울 생각을 하지 못했다.

    티그리우스는 양손에 모아두었던 마력을 풀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달라졌다.

    자신과 결투를 하던 당시의 주군과는 격 자체가 달랐다.

    대체 그 짧은 시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더욱이 변한 것은 주군만이 아니었다.

    마왕이자 마법사인 티그리우스는 검은 마력의 칼날을 휘두른 것이 카타리나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상상 이상으로 마력이 강했다. 순간적으로 발산된 마력이라 정확히 추정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티그리우스 자신과 동급은 될 것 같았다. 더욱이 마력에 깃들어 있던 힘에서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함을 느꼈다.

    티그리우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이런 것들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아직 적들이 많았다. 던전 밖에는 비자로가 정예병들과 함께 대기 중이었다.

    그런데 티그리우스는 순간 눈을 깜박였다. 스스로의 생각에서 강한 위화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주군은 어떻게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인가. 통로라는 통로에는 모두 적이 가득 찼는데. 던전의 입구 밖에는 비자로가 일백의 정예병을 이끌고 대기 중인데.

    티그리우스는 용호를 보았다. 용호는 그런 티그리우스에게 설명해주는 대신 짓궂게 웃었다.

    무언가를 깨달은 티그리우스는 마른 침을 삼켰다. 급히 던전의 영혼을 불러 던전 미어 캣들이 본 것들을 설명하라 명했다.

    그리고 경악했다. 전율했다.

    던전 밖.

    단 네 사람이 일백에 달하는 비자로의 군대를 박살내고 있었다.

    &

    < 제 41장 - 마몬 가의 검 > 끝

    ⓒ 취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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