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39장 - 번뇌폭발 >
제 39장 - 번뇌폭발
마몬의 12 사역마를 마주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아몬을 처음 마주했을 때, 불타는 세계에서 그 눈을 마주했을 때.
구시온과 투기장에서 조우했던 날. 스카자하가 자신의 전력을 아주 잠깐이나마 드러냈던 순간.
모두 기억했다. 그리고 그때의 느낌을 잊지 않았다.
언제나 압도되었다.
터무니없이 거대한 그들의 존재감을 여실히 느낄 따름이었다.
이번에도 같았다.
주인인 마몬을 잃어 예속 사역마로서의 힘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봉인되어, 같은 12 사역마들에게 그 힘을 빼앗겨 약해질 대로 약해진 바포메트였지만 그는 12 사역마였다. 이계에 강림했던 죽음의 화신이었다.
너무나 거대했다. 금방이라도 터무니없이 거대한 존재감에 짓밟힐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달라야만 했다.
12 사역마와 대적해야 하는 지금.
12 사역마를 쓰러트려야 하는 지금!
물러나지 않고 진각을 밟았다. 폭주기관차마냥 거침없이 돌진하는 바포메트에게 정면으로 맞섰다.
바포메트의 육신은 거대했다. 스카자하의 기억 속에서 본 것과는 다소 그 모양이 달랐지만, 검은 산양을 닮은 머리와 거대한 덩치만은 그대로였다.
눈앞에서 산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바포메트는 광소하며 죽음의 낫을 휘둘렀다. 위에서부터 쏟아지는 그것은 죽음의 힘 그 자체였다.
용호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자신에게 쇄도하는 죽음을 보았다.
하나의 궤적이었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거대한 낫의 칼날 주위로 칠흑의 마력이 소용돌이 쳤다. 낫의 크기보다 몇 배는 더 넓은 범위 자체를 집어삼킬 것이 분명했다.
이제와 물러서 피하는 것은 무리였다. 아몬을 휘둘러 정면에서 막아내는 것 역시 무모했다.
하지만 용호는 멈추지 않았다. 다시 한 걸음을 내딛었다. 스카자하의 말을 기억했다.
“카타리나!”
“가주님!”
두 개의 목소리가 거의 동시에 울렸다. 그리고 그 순간, 외침이 이어지는 그때 등 뒤에서 고속으로 접근한 카타리나가 용호를 끌어안았다. 용호의 날개가 되었다.
죽음의 낫이 공간을 휩쓸었다. 용호와 카타리나가 죽음의 사기邪氣를 뛰어넘었다. 검은 마력으로 만들어진 날개 아래 용호는 바포메트의 붉은 눈을 보았다. 그대로 바포메트의 머리 위 공간을 관통하며 아몬을 휘둘렀다.
녹염의 파도가 바포메트의 머리를 뒤덮었다. 바포메트의 육신을 휘감고 있는 죽음이 녹염과 맞부딪혀 폭발했다. 비산하는 기운을 가르며 엘리고스와 오필리아가 질주했다.
북두무영각과 남두무영권의 오의가 일시에 작렬했다. 바포메트를 사이에 두고 좌우로 흩어진 두 사람은 제각각 전력을 다한 일권과 일각을 퍼부었다.
굉음도 폭발도 비명도 없었다. 주먹과 발은 허공만을 갈랐다. 강맹한 공격에 대기가 흩어졌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바포메트가 블링크를 펼쳤다. 그 거대한 육신이 본래 있던 곳보다 10미터 높은 곳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엘리고스가 당황했다. 오필리아는 즉각 고개를 들어 바포메트를 보았다.
그리고 죽음이 한 발 앞서 엘리고스와 오필리아를 짓밟았다.
그것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전혀 다른 종류의 힘이었다. 강자가 발하는 압도적인 존재감이 아니었다. 파괴하고 부수는 물리적인 힘도 아니었다.
죽음이었다.
모든 것의 종착역.
저항할 수 없다는 무력감. 더 이상 뒤가 없다는 절망감.
죽음이 엘리고스와 오필리아를 관통했다. 그들의 육신에는 조금의 상처도 입히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고스는 제자리에 무릎 꿇었다. 오필리아는 탐욕의 마력을 일으켜 저항했지만 오래 버틸 수 없었다.
수초 남짓.
오필리아가 필사적으로 저항한 그때 바포메트가 다시 지상에 착지했다. 어린아이가 장난을 치듯 왼팔을 휘둘러 저항하는 오필리아를 후려쳤다. 죽음의 무력감에 시달리던 오필리아는 거인의 일격을 정면으로 얻어맞았다.
오필리아가 실 끊어진 마리오네트마냥 십여 미터 이상을 튕겨져 나갔다. 연이어 바포메트는 죽음의 낫을 쥔 오른팔을 휘둘러 엘리고스를 쳐냈다. 몸을 크게 회전시키며 다시 한 번 죽음의 파도를 발산했다. 바포메트의 목과 팔에 달린 쇠사슬더미들이 끔직한 소리를 내며 허공을 찢었다.
“스컬컬!”
스컬이 죽음을 돌파했다. 새카맣고 거대한 죽음의 파도를 전투망치로 깨부쉈다. 단번에 바포메트와의 거리를 좁혀 번개 어린 망치를 재차 휘둘렀다.
바포메트의 다리에서 번개가 폭발했다. 치명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바포메트의 다리가 일순간이나마 꺾였다. 스컬은 다시 망치를 당겼다. 그리고 그런 스컬의 머리 위에서, 바포메트의 머리보다 더 높은 곳에서 용호가 아몬을 당겼다. 역수로 쥔 아몬으로 허공을 찍어 불꽃의 기둥을 일으켰다.
녹염이 바포메트를 강타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확산된 불꽃이 바포메트의 전신을 뒤덮었다. 카타리나가 환희했다. 하지만 너무 이른 기쁨이었다. 녹염이 사방을 뒤덮은 그 순간 바포메트가 스컬을 걷어찼다. 그 기세를 살려 몸을 회전시켰고, 다시 한 번 사지에 달린 쇠사슬로 허공을 찢었다. 짧게 쥔 죽음의 낫으로 하늘을 갈랐다.
닿지 않았다. 하지만 죽음은 멈추지 않고 뻗어나갔다. 칠흑이라고 밖에 표현 못할 힘이 용호와 카타리나를 관통했다.
카타리나의 고개가 꺾였다. 비명이나 신음도 없이, 엘리고스가 그러했던 것처럼 무력해졌다.
용호는 이를 악물고 견뎌냈다. 추락하는 와중에도 왼팔을 크게 휘둘렀다. 카이완을 제압했던 때처럼 탐욕의 마력에 카타리나의 검은 마력을 씌웠다. 거인의 팔로 바포메트와 지상을 동시에 휩쓸었다!
바포메트가 도약해 거인의 팔을 피했다. 하지만 효과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거인의 팔로 땅을 찍은 용호는 바닥에 추락하는 대신 착지했다. 겨우 정신을 회복한 카타리나와 더불어 바포메트를 포착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짓눌렸다.
검은 마력이나 죽음 같은 것이 아니었다. 문자 그대로 거대한 손바닥이 용호와 카타리나를 동시에 찍어 눌렀다.
무게와 속도가 만들어낸 순수한 물리력에 저항할 도리조차 없었다. 용호와 카타리나는 한데 엉켜 바닥에 짓눌렸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뼈가 부서지는 고통에 비명을 토했다.
바포메트가 광소했다. 용호는 의식이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단 일격을 허용했을 뿐이었지만 그 일격이 너무나 뼈아팠다.
용호는 바포메트의 손바닥 아래에서 다시 한 번 이를 악물었다. 팔 다리를 놀리는 것이 무리라면 단번에 마력을 발산해 놈의 손바닥을 튕겨낼 요량이었다.
동시에 용호는 느꼈다. 엘리고스와 오필리아가 움직이고 있었다. 바포메트의 일격에 바닥을 나뒹굴었던 스컬 역시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그들 각자가 탐욕의 마력을 일으켰다. 용호는 예속 사역마들과 호응하며 탐욕의 마력을 더욱 증폭시켰다.
하지만 그 순간.
용호는 바포메트와 눈이 마주쳤다. 놈은 마몬 가의 예속 사역마들이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와중에 고개를 낮춰 용호를 보았다.
산양을 닮은 머리였다. 사람과는 달랐다. 하지만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놈이 하얗게 웃었다.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미소였다.
광기와 환희, 해맑음과 기쁨.
놈은 약해졌다. 분명히 그러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죽음의 화신.
일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쳐 형성된, 이계의 존재들이 상상했던 죽음 그 자체와도 같은 자.
수십, 수백만이 넘는 죽음을 먹고 자라란 그것.
죽음이 미소지었다. 지금까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힘을 일시에 발산하였다. 소리도 기척도 없는 그것은 검고 거대한 공동을 뒤덮었다. 전투를 위해 용호 일행이 뿌려둔 던전 조명 장치들의 빛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엘리고스와 오필리아는 돌진하던 자세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탐욕의 마력 덕분에 즉사하지는 않았지만 그뿐이었다. 어마어마한 무력감에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스컬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미 죽음에 속한 그였지만 그렇다 하여 죽음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생생한 죽음의 감각은 오히려 살아있을 때의 감각을 이끌어냈다. 스컬은 언데드가 된 이후 처음으로 생전을 기억했다. 그랬기에 두 번째 죽음을 경험했다. 해묵은 공포와 두려움이,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그가 포기해야만 했던 모든 것들이 다시 한 번 스컬의 정신을 파괴했다.
스컬은 무너졌다. 텅 빈 눈구멍에서 눈물이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깊은 절망과 슬픔 속에 고통스러워했다. 생의 기억이 그를 난도질했다.
용호는 짧고 거친 숨을 쉬었다. 점점 더 의식이 멀어졌다. 아몬이 만들어낸 공간 속에서 수백 번이 넘는 정신적 죽음을 체험했지만 결국 그 모든 것들은 가짜였다. 진짜 죽음이 아니었다.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었다. 당연했다. 죽음이란 그런 것이었다.
그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절망이 의지를 꺾었다. 공허가 분노를 집어삼켰다.
수용하라. 받아들여라.
죽음을.
절대적인 평온을.
바포메트가 손을 들어올렸다. 실제로 그 속도가 어찌하든 용호의 눈에는 그것이 참으로 느리게 보였다.
용호는 눈을 감지 않았다. 바포메트의 손이나 죽음의 낫 대신 다른 것을 보았다.
소위 말하는 주마등이었다.
태어나고, 자라고, 지금 다시 돌아간다면 결코 그렇게 보내지 않을 초등학교 생활을 마감하고.
남자 중학교에 입학했다. 이유는 집에서 가까워서였다.
남자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이유는 근방의 남녀공학 고등학교가 폐교되어서였다.
공대에 들어갔다. 적성이 맞았으니까. 이제 이대로 군대에만 가면 완벽했다.
즐거움도 슬픔도 있었다. 좌절과 시련이 있는가 하면 성취와 행복도 있었다.
좋은 인생이었다.
후회는 없었다. 까짓거 연애 한 번 못했지만 뭐 어떻단 말인가. 기대했던 대학교 미팅도 아직 못해 봤지만 상관없었다. 고백 받기는커녕 고백도 한 번 못해봤지만 그것도 괜찮았다. 그래도 키스는 한 번 해보지 않았던가. 상대는 오필리아였고, 목적도 정신 제압을 위해서였지만.
카타리나의 귀랑 꼬리도 만져봤다. 카이완이 무슨 소원이든 들어준다는 말도 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일지 모르지만 카이완이 자기한테 좀 반한 것 같이 보이기도 했다. 아니, 솔직히 진짜 그렇지 않을까? 무슨 소원이든 들어준다니. 그런 말 함부로 못 하는 거 아닐까? 카타리나도 말은 안 해서 그렇지 어쩌면 그렇지 않을까?
그래,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씨발!'
용호는 눈을 번쩍 떴다. 한 발 물러서서 보니 어쩐지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 지는 주마등따위 집어치웠다.
살아야 했다. 살아남아야 했다. 아직 해보지 못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의 어린 주인이여!]
아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죽음이 공동을 가득 채운 그 순간부터 용호 자신을 애타게 불렀음에 분명했다.
시간의 흐름은 여전히 느렸다. 바포메트는 이제 겨우 죽음의 낫을 움켜쥐었을 뿐이었다. 그러니 움직여야 했다. 그러니 놈의 죽음을 떨쳐내고 일어서야만 했다!
[욕망하라! 갈망하라!]
[탐욕하라! 나의 어린 주인이여!]
아몬이 소리쳤다. 용호는 이해했다. 탐욕의 힘을 이끌어냈다.
원초적인 욕망이었다. 꼭 그런 것으로 삶의 의욕을 이끌어내야 하냐고 혹자는 욕할지 몰랐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상상했다. 바랐다. 갈망했다.
번뇌를, 소망을, 욕망을, 폭발시켰다!
“하고 싶다고오오오오오!”
일갈했다. 진심이었다.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나 많았다. 아직 해보지 못한 일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러니 죽을 수 없었다. 죽음 따위에 짓눌릴 수 없었다!
시간이 가속되었다. 바포메트의 당혹이 느껴졌다. 동시에 최고점에 달한 죽음의 낫이 보였다.
용호는 아몬을 움켜쥐었다. 여전히 죽음에 신음하는 카타리나를 느꼈다. 이를 악물고 마장을 활성화 시켰다.
탐욕의 힘. 욕망의 힘.
폭발시킨 번뇌를 함부로 소진하지 않았다.
신기는 브리가다의 덩어리였다.
왼손에 자리한 마장은 비록 미완성이라 하나 신기의 힘을 품고 있었다.
이끌어냈다. 12 사역마 가운데 하나- 불사의 마녀 스카자하의 힘인 생명을, 삶의 욕망과 더 없이 어울리는 그것을!
푸른 물빛이 용호의 왼손으로부터 폭발했다. 생명의 힘이 바포메트의 죽음을 몰아내었다.
바포메트가 주춤했다. 용호와 마주한 이래 처음으로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자신과 상극의 힘을 가진 스카자하의 이름을 토하며 괴로워했다.
용호는 거친 숨을 토했다. 일어설 수 없었지만 그대로 생명의 힘을 바포메트에게 쏟아 부었다. 생명으로 죽음을 상쇄해 바포메트를 죽음의 화신에서 그저 거대하기만 한 괴물로 바꾸어놓았다.
이 다음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다음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일어나라! 나의 권속들이여!”
명령했다. 그리고 예속 사역마들이 그 명령에 충실했다.
엘리고스와 오필리아가 질주했다. 다시 일어선 그들은 강한 생명의 힘을 느꼈다. 브리가다를 통해 전해지는 탐욕의 마력으로부터 용호의 욕망을, 삶의 의욕을 나누어 받았다.
이번에야말로 북두무영각과 남두무영권의 오의가 작렬했다. 각기 펼쳐진 그것들이 바포메트의 양다리를 파괴했다!
바포메트가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그것은 더욱 크게 울부짖었다. 자신의 죽음을 중화시키는 용호의 생명을 떨쳐내려 했다.
카타리나가 용호의 손을 잡았다. 그녀도 죽고 싶지 않았다. 아직 살아서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나 많았다.
용호는 카타리나의 손을 마주잡고 바포메트를 노려보았다. 이 자리에 있는 마지막 예속 사역마에게 명령했다!
“스컬컬!”
스컬이 죽음에서 일어섰다. 전투망치를 움켜쥐고 돌진했다.
브리가다를 통해 예속 사역마들의 힘이 모두 용호에게 집중되었다. 용호는 다시 그 힘을 스컬에게 전달하였다.
전투망치의 끝에서부터 녹염이 피어올랐다. 검은 마력이 깃든 탐욕이 용솟음쳤고, 엘리고스와 오필리아의 마력이 그것들 모두를 연결하였다.
바포메트가 발악했다. 생명의 힘에 증발해버린 죽음의 낫 대신 거대한 오른팔을 휘둘렀다.
스컬이 그것을 타고 넘었다. 그리고 질주했다. 집중된 힘을 견디지 못해 파괴된 전투망치에, 하지만 여전히 그 형상을 유지하고 있는 탐욕의 힘에 번개를 더하였다!
“스컬컬!”
스컬이 뛰어올랐다. 바포메트의 붉은 눈동자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더 이상 죽음의 화신 같은 것이 아니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은 그저 거대하기만 한 검은 괴물이었다!
전투망치가 작렬했다. 응집된 탐욕의 힘이 바포메트의 머리 위에서 폭발했다!
스컬이 추락하듯 착지했다. 엘리고스와 오필리아가 거친 숨을 토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선 용호가 왼손의 마장을 앞으로 뻗었다.
머리가 파괴된 바포메트는 용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용호는 바포메트의 붉은 눈을 보았다. 터무니없이 약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죽음을 품고 있던 죽음의 화신에게 탐욕의 왕으로서 약속된 안식을 허락했다.
바포메트가 미소지었다. 용호는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바포메트의 거대한 육신이 검은 재가 되어 허공에 흩어졌다.
용호는 천천히 주먹을 움켜쥐었다. 마장의 손등에 새로이 추가된 보석을 바라보았다.
보랏빛이 감도는 검정. 염소 좌, 학살의 악마 바포메트의 힘.
용호는 생명의 힘을 거두었다.
죽음의 힘을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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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9장 - 번뇌폭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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