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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메이커-107화 (107/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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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5장 - 던전 메이킹

    예상치 못한 일격은 언제나 뼈아프게 다가왔다.

    늑대의 마왕 엠브리오는 새로 점령한 도시의 성벽에 앉아 시선을 멀리하였다.

    늘 바라보던 서부나 남부가 아닌, 북부를 바라보았다.

    그간 엠브리오의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었다.

    서부의 가주들은 자신들 각자의 던전이 위급한 상황에서 감히 북부로 원정을 떠날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간혹 북부로 진군을 시도하는 가주들이 있긴 했지만 그들 역시도 단발성에 그치는 일이 많았었다.

    엠브리오의 핵심 던전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북부는 이미 엠브리오의 땅이다.

    자신들의 던전이 위험한 상황에 먼 곳으로 나가는 것은 무리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렇기에 엠브리오는 계속해서 서부를 몰아붙일 수 있었다. 그들에게 단 한 번의 단판승부를 강요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엠브리오의 배후를 지켜줬던 '이유들'은 서부의 가주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했을 때나 유지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자들.

    그저 엠브리오의 멸망만을 바라는 복수귀들.

    그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들은 기꺼이 스스로를 산화해 엠브리오라는 이름의 숲에 불을 지르고자 했다.

    그들 대부분은 생존자들이었다.

    북부와 서부에서 엠브리오에게 짓밟힌 가주들의 자식들 혹은 형제들. 친인척들만이 아니었다. 충성심 깊은 사역마들 또한 일단의 무리라 해도 좋을 만큼 많았다.

    그들이 북부를 공격했다.

    후퇴를 생각하지 않는 자들이었다. 거의 자폭에 가까운 방법으로 엠브리오의 던전들 혹은 전선기지들을 공격하였고, 엠브리오에게 상당히 큰 손실을 입히는데 성공했다.

    물론 그런 산발적인 게릴라로 인해 무너질 엠브리오의 세력이 아니었다. 애당초 그렇게 허약한 세력이었다면 북부를 제압하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터였다.

    엠브리오는 비교적 짧은 시간 만에 북부의 혼란을 종식시키고 다시 서부의 가주들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만은 분명했다. 혼란을 종식시키는데 필요했던 시간도 '짧다' 표현했지만 결국엔 '비교적 짧다'는 것에 불과했다. 엠브리오는 상당한 시간을 소진해야만 했다.

    숨 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엠브리오에게 쫓겨 지칠 대로 지쳤던 서부의 가주들은 숨을 고를 시간을 얻었다. 그들은 복수귀들을 이용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엠브리오 역시 무리를 하였다. 북부와의 보급선이 위태로운 이 상황에서 서부의 도시 가운데 하나를 기습적으로 공격, 단 하룻밤 만에 함락시키는 위업을 달성했다.

    엠브리오 주위를 서성이던 늑대들 가운데 하나가 성벽 아래를 바라보았다. 경고의 의미처럼 차곡차곡 쌓인 시체의 산 앞에 데스 나이트가 서 있었다. 마치 수문장이라도 되듯 거대한 검을 짚고 선 그의 등 뒤로 검정에 가까운 보랏빛 마력이 아지랑이처럼 일었다.

    강력한 언데드는 주변에 죽음의 기운을 발산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죽음의 기운은 마계에 가득한 마력을 변질시켰다.

    시체의 무리 가운데서 언데드들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물론 그 숫자는 적었고, 생산된 언데드들도 기껏해야 언데드라 부르기도 민망한 좀비 종류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무시할 수 없었다.

    데스 나이트를 바라보던 늑대는 인상을 찡그렸다. 엠브리오를 따르는 늑대들 가운데서 가장 현명한 늑대인 후긴은 데스 나이트의 저 같은 행동이 일종의 무력시위임을 꿰뚫어 보았다.

    강력한 언데드가 죽음의 기운을 발산하는 것은 맞았다. 하지만 강력한 언데드라면 그러한 기운을 갈무리하는 것도 가능했다.

    좀비를 몇 늘려 전력을 보강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저 데스 나이트는 스스로가 죽음의 기운을 발산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언데드를 생성할 수 있을 정도로 강맹한 존재임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과시는 물론 서부의 가주들을 향한 것이 아닐 터였다. 성벽 위의 엠브리오를 향한 것이 분명했다.

    엠브리오는 신경 쓰지 않았다. 감시자의 노골적인 적의가 조금 더 구체화된 것에 불과했다.

    오히려 호신호였다. 감시자가 진심으로 엠브리오를 경계했다면 저런 유치한 행동 대신 보이지 않는 위협을 가해왔을 터였다.

    엠브리오는 후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북부로 향했던 시선을 이번에는 동부와 남부로 돌렸다.

    서부는 조만간 정리가 될 터였다.

    서부 가주 연합의 총수라 할 수 있을 철완의 마왕 플라우로스는 결코 어리석은 자가 아니었다. 더 이상의 전선 확대는 서부 가주 연합에게 그리 이롭지 못했다. 복수귀들을 이용해 엠브리오의 후방을 어느 정도 흔들 수는 있을 터였지만, 대세에는 그리 큰 영향을 줄 수 없는 미약한 발악에 불과했다.

    단판 승부를 보든, 아니면 철저하게 방어로 일관하든 이제는 병력을 집결시킬 수밖에 없었다. 소모전을 지속하기에는 서부의 피해가 너무 막심했다.

    그렇기에 엠브리오는 서부가 조만간 정리될 것이라 판단했다. 서부 이후 맞상대해야 할 동부와 남부를 생각했다.

    동부는 아직 혼란에 빠져 있었다. 엠브리오 자신이 일으킨 난세의 불길은 동부의 야심가들을 각성시켰다. 소위 말하는 전국시대였다. 동부의 혼란이 가라앉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동부는 넓었다. 강력한 마왕들도 제법 있었다. 혼란기를 종식시키고 일통하는 자가 나타난다면 그는 엠브리오 자신과 견줄만한 강자일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엠브리오는 그런 동부보다 오히려 남부에 주목하고 싶었다.

    남부에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어느 날 돌연 나타난 그 바람은 주변의 모든 것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주변의 가주들을 꺾은 것은 그리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아가레스를 쓰러트리고 자유도시를 차지한 것은 특기할만한 사항이었다.

    서부처럼 강력한 힘을 가진 가주들이 있는 것도, 동부처럼 가문의 숫자가 많은 것도 아닌 남부였다.

    그래서 가장 무시하고 있던 땅이었다. 서부를 점령한 직후 가볍게 취할 수 있는 땅이라 생각했던 곳이었다.

    그리하였는데, 이제는 생각을 고쳐야 할지도 몰랐다.

    ‘마몬 가.’

    저 위대한 탐욕의 왕이 태어났던 가문.

    지금은 비록 그 영광을 잃었다 하나 그 옛날 '왕'의 이름을 가지고 있던 곳.

    ‘엠브리오, 네게는 죄악의 힘이 없다. 그렇기에 넌 왕이 될 수 없어.’

    북부에서 짓밟았던 점쟁이 나가의 말이 떠올랐다. 엠브리오는 긍정이나 부정을 떠올리는 대신 그저 돌아섰다. 낮게 중얼거렸다.

    “불꽃의 마왕인가.”

    남부에서 일어선 새로운 신성.

    마몬 가의 이름을 등에 짊어진 새로운 마왕.

    바람이 불었다. 죽음의 기운을 머금은 그것이 북쪽을 향해 나아갔다.

    &

    [이름 : 티그리우스 란돌트 (남)]

    [종족 : 마기우스 (마인)]

    [분류 : 마왕 - 합체의 마왕]

    [속성 : 불꽃 3레벨]

    [개체 천성]

    [신중함 / 강직함 / 정직함]

    [개체 적성]

    [지력 / 마력]

    [진화 숙련치 0/100]

    [힘 특화 2레벨 | ★★ (2)]

    [체력 특화 3레벨 | ★★☆ (2.5)]

    [지력 특화 4레벨 | ★★★ (3)]

    [마력 특화 4레벨 | ★★★ (3)]

    [기량 특화 4레벨 | ★★☆ (2.5)]

    계약의 서의 효과 덕분인지 아직 사역마로 삼지 않았음에도 제법 세밀하게 티그리우스의 진화 정보를 관찰할 수 있었다.

    다른 무엇보다 용호의 흥미를 끈 것은 단연 ‘합체의 마왕’이란 이명이었다.

    ‘역시 마지막의 그 마법인가?’

    서로 다른 두 가지 마법이 하나로 합쳐졌다. 그것도 불과 물이라는 전혀 다른 속성을 띈 두 마법이 말이다.

    마법 쪽으로는 문외한에 가까운 용호였지만 그렇다고 아예 상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마법은 그런 식으로 하나가 되지 않았다.

    녹색 안광을 거둔 용호는 잠시 고민했다. 수하가 될 것을 선언한 후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티그리우스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합체의 마왕이 네 이명인가?”

    그간 엘리고스를 대하며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티그리우스를 상대로도 자연스럽게 하대를 할 수 있었다.

    티그리우스는 순간 눈빛에 이채를 발하더니 예를 표하며 답했다.

    “그렇습니다, 주군이시여. 그것이 제 마왕으로서의 이름입니다.”

    마왕의 권능은 하늘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마왕 스스로가 가진 영혼의 가능성을 일깨운 결과였다.

    때문에 마왕의 이명은 곧 영혼의 이름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티그리우스는 호기심을 억누르기 위해 노력했다.

    세간에 알려진 용호의 이명은 ‘불꽃의 마왕’이었다. 지금까지는 티그리우스도 그렇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호가 티그리우스의 합체 마법에 깊은 감명을 받았듯이, 티그리우스 역시 용호의 자유로운 속성 변환에 큰 충격을 받았다.

    더욱이 이번에는 티그리우스 자신의 이명을 명확히 맞췄다. 마법을 하나로 합치는 것을 보고 적당히 찍어 맞췄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티그리우스의 직감은 그런 어설픈 가능성을 부정했다.

    녹색 안광이 번쩍였을 때 분명 어떤 힘이 발동했음이 분명했다. 어쩌면 속성 변환 쪽이 아니라 방금 발한 힘 쪽이 권능일 가능성도 있었다.

    궁금했다. 알고 싶었다.

    하지만 티그리우스 자신은 이제 마몬 가의 신하였다. 가신이 가주에게 비밀을 밝히라 요구할 수는 없었다.

    마왕의 권능은 마왕이 가진 최고의 무기였다. 그러한 권능의 비밀을 요구하는 것은 무사에게 칼을 달라고 하는 것과 같았다.

    티그리우스는 숨을 길게 토했다.

    용호와 자신은 입장이 달랐다. 그는 주군이었고, 티그리우스 자신은 가신이었다. 주군은 가신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아야만 했다. 그래야만 가신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으니 말이다.

    티그리우스는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한 자였다. 계약의 서를 통해 수하가 될 것을 맹세한 지금, 그는 스스로를 마몬 가의 가신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주변에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로나마 자신의 권능에 대해 설명했다.

    “제가 가진 권능은 서로 다른 두 대상을 한시적으로나마 하나로 합체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것에나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처음 권능을 얻고 여러모로 시험해본 결과 마법을 합체시키는 것이 가장 유용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 지금처럼 마법사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것들을 합체시킨다.

    용호는 순간 자신의 합체 진화를 떠올렸다.

    “미안하지만 혹시 보여줄 수 있을까?”

    “가능합니다.”

    이번에도 흔쾌히 답한 티그리우스는 양 손을 벌렸다. 메모라이즈 해온 마법이 거의 다 소진되었기에 그리 큰 준비가 필요 없는 간단한 마법을 발동시켰다.

    “오른손에 파이어 애로우, 왼손에도 파이어 애로우.”

    티그리우스의 양 손 위에 불꽃의 화살이 형성되었다. 티그리우스는 용호와 시선을 맞추었다. 천천히 두 손을 가슴 앞으로 모았고, 급기야는 양 손을 마주 쥐었다.

    “합체 마법- 파이어 발리스타.”

    말하며 손을 크게 벌렸다. 그러자 티그리우스의 양손바닥 사이에 거대한 불꽃의 화살이 형성되었다. 발리스타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화살이었다.

    “이렇게 동일한 마법을 합체시켜 더 강화하는 것도 가능하고, 아예 이질적인 마법들을 합체시켜 새로운 마법을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파이어 발리스타를 해제한 티그리우스는 다시 한 번 마법을 발동시켰다. 이번에는 서로 같은 마법이 아니었다.

    “오른손에 스트렝스, 왼손에 헤이스트. 합체 마법- 부스터.”

    방금처럼 시각적으로 큰 효과는 없었다. 하지만 마력을 색과 속성을 직접 볼 수 있는 용호였다. 티그리우스의 두 손 위에서 일어나는 이적에 마른침을 삼켰다.

    티그리우스가 자신의 몸에 보조 마법을 여럿 걸 수 있었던 것도 기실 합체 마법 덕분이었다. 합체 마법 두 가지만 걸어도 보조 마법 네 개를 건 것과 흡사한 효과를 누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보면 볼수록 대단한 능력이었다. 티그리우스가 합체의 권능을 마법에 쓰기로 한 것은 실로 적절한 선택이었다.

    마법의 문외한인 용호 자신도 별의 별 생각이 다 떠오르는데, 진짜 마법사인 티그리우스는 어떠할까. 과연 얼마나 많은 조합식이 그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걸까.

    그리고 용호 자신이 티그리우스를 진화시킨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곳으로 이끈다면 티그리우스는 과연 어떤 위업을 보여줄 것인가.

    ‘아, 그런데.’

    권능은 오직 마왕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티그리우스는 이제 용호 자신의 수하가 되었다. 그리고 진화의 권능을 발하기 위해서는 티그리우스가 용호 자신에게 ‘복속’되어야만 했다. 즉, 가주가 아닌 사역마가 되어야 한다는 소리였다.

    마왕이었던 자가 더 이상 마왕이 아니게 되면 권능은 어찌되는 것일까.

    설마하니 그대로 상실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아까웠다. 어떻게든 저 권능을 유지한 채 수하로 삼고 싶었다.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용호의 우려를 눈치 챈 오필리아가 작게 속삭였다.

    용호는 티그리우스에게 적당히 신호를 보낸 뒤 오필리아와 돌아섰다. 오필리아가 빠르고 간략하게 설명했다.

    “가주님도 아시겠지만 마왕의 권능은 마왕의 영혼으로부터 발현되는 것입니다. 마왕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각성의 계기라 할 수 있죠.”

    “그럼 마왕의 자리에서 내려와도 권능이 유지된다는 건가?”

    “아주 그렇지는 않습니다. ‘마왕’이란 지위 자체가 권능의 유지에 상당한 힘을 발하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거두절미하고 본론만을 논한다면, 마왕의 자리에 오래 있었던 자는 설사 마왕의 지위를 잃는다 할지라도 권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권능은 영혼의 힘의 발현이니까요. 다만 이전보다는 권능이 약해집니다. 이것만은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맥락대로라면 티그리우스는 설사 마왕의 지위를 잃는다 하더라도 권능을 발할 수 있을 터였다.

    오필리아가 말한 ‘오래’가 어느 정도 기간을 의미하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포라스 이상으로 오랫동안 란돌트 가의 가주로 군림했던 티그리우스였다. 군림한 기간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을 터였다.

    용호가 안심한 듯 한숨을 토하자 오필리아가 생긋 웃었다. 설명을 마저 이었다.

    “그리고 란돌트 가를 어떤 식으로 합병할 지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티그리우스가 마왕의 자리를 유지한 채 마몬 가를 모실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사실 이쪽이 좀 더 흔한 경우이기도 합니다. 여섯 왕들 역시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왕국’을 다스리고 있고요.”

    용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직 진화의 권능은 그 성장을 멈춘 것이 아니었다. 용호 자신이 더 강해지면 굳이 사역마로 삼지 않아도 진화의 권능을 발할 수 있게 될지 몰랐다.

    오필리아와 짧은 대화를 마친 용호는 다시 티그리우스에게 다가갔다. 오필리아가 겸사겸사 보고한 사항을 전달해 주었다.

    “마몬 가에서 본대가 출발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본대와 합류, 처음에 이야기한 것처럼 바로 란돌트 가로 향할 거다.”

    “알겠습니다. 던전에 미리 연락을 해두도록 하겠습니다.”

    결투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황야에서 대기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병력만으로 란돌트 가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물론 티그리우스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용호가 경험한 티그리우스는 스스로의 맹세를 어길 사람이 아니었다.

    본대를 동원하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혹시라도 모를 란돌트 가 사역마들의 반발을 무력 충돌 없이 억누르기 위함이었고, 다른 하나는 던전 개조에 상당한 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티그리우스의 명을 받은 란돌트 가의 예속 사역마 데보라가 텔레파시로 란돌트 가의 던전에 연락을 취했다. 특수한 마인인 그녀는 자신의 쌍둥이 언니와 아무리 먼 거리에서도 텔레파시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대강의 이야기가 모두 끝났다. 이제는 정말 리쿰이 이끄는 본대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브리가다의 새로운 힘.’

    새삼 손에 낀 반지를 돌아본 용호는 다시 카타리나와 스컬 쪽으로 돌아섰다.

    이어짐을 느낀 것은 카타리나와 스컬만이 아니었다. 용호 역시 두 사람의 마력을 사용할 때 강력한 유대감을 느꼈다.

    앞으로는 더 이용가치가 높은 사역마를 예속 사역마로 삼아야겠다-같은 이해타산적인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예속 사역마들과 이어진 그 순간 느낀 예속 사역마들의 감정이 너무나 순수했다.

    용호의 시선에 스컬이 껄껄 웃었고, 카타리나는 괜히 귀와 꼬리를 파닥거렸다.

    용호는 그런 두 사람 대신 반지를 가만히 어루만졌다. 다시 돌아서서 서부를 바라보았다.

    그로부터 이틀 뒤.

    란돌트 가의 던전에 도착한 용호는 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던전 개조를 시작했다.

    &

    < 제 35장 - 던전 메이킹 > 끝

    ⓒ 취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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