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메이커-102화 (102/227)

< 제 33장 #2 >

&

전투에 이어 1층 홀의 장악까지 무사히 끝나자 용호는 일단 ‘진실’을 모르는 사역마들을 위로 돌려보내는 일부터 착수했다.

리쿰을 비롯한 오크들은 탐욕의 미궁은 물론이고 심층에 대해서는 몰랐다. 고블린 레인저와 바둑이 역시 이번 전투가 지금까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카이완의 유산’을 회수하는 작업의 일환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속이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아몬과 구시온의 말에 따르면 여기서부터는 ‘껍데기’가 아닌 진정한 탐욕의 미궁의 시작이었다. 때문에 실로 대단한 시설이나 유물이 발견될 가능성도 있었다.

카이완이 아무리 지난 몇 대의 가주들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자였다고는 해도, 실질적으로 십 년 정도밖에 안 되는 그녀의 치세에 이 모든 것들을 이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바둑이나 다른 고블린들이라면 모를까, 지능이 뛰어난 준이나 리쿰이라면 진실을 간파할 우려가 있었다.

리쿰이나 고블린 레인저들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만약이라는 것이 있었다. 우연이라도 탐욕의 미궁의 실존 사실이 알려지면 용호는 물론 마몬 가의 사역마 모두가 위험에 처할 터였다.

예속 사역마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역마들 모두가 지상 1층으로 되돌아갔다. 1층과 지하 1층을 연결하는 통로가 단단히 닫힌 것을 확인한 뒤에야 겨우 여유를 찾은 용호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넓은 공간이었다.

사거리의 중심이 되는 정사각형 공간만 해도 이미 농구 경기를 뛰어도 될 정도의 크기였다. 시원시원하게 뚫린 직선형 복도 역시 넓었다. 성인 남성 대여섯 명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도 좁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것 같았다.

“이곳이 진짜 마몬 가의 던전이군요.”

오필리아가 감탄을 감추지 않았다. 저렇게 호기심을 드러낼 때의 오필리아는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선술집의 여주인이 아니라 순수한 소녀 같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탐사를 시작하기 전, 용호는 예속 사역마들에게 ‘진실’을 고백했다.

예속 사역마는 용호와 생사를 같이하는 자들이었다. 더욱이 앞으로도 용호와 함께 탐욕의 미궁을 탐사할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진실을 고백했다.

탐욕의 미궁의 존재를 네 사람에게 털어놓았다.

전투 중에 오필리아가 평소 이상으로 흥분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아버지 엔델리온에게 마몬 가의 심층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온갖 망상을 부풀려온 그녀였다. 그런데 그 심층의 정체가 다름 아닌 탐욕의 미궁이란 사실을 알았으니 흥분하는 것이 당연했다.

엘리고스도 나름 감격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건 카타리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투기장을 오가며 주워들은 이야기들 덕분에 용호의 고백 전부터 탐욕의 미궁의 실존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꼬리를 사정없이 흔들어댔다.

유일하게 침착한 것은 스컬 하나뿐이었다. 아니, 그 침착함이 너무 지나쳤는지 아예 땅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꽤나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다들 겪어봐서 알겠지만 던전 몬스터들이 많아. 어떤 녀석들이 더 숨어 있을지도 모르고, 함정 역시 조심해야 해.”

마몬 가의 자료실에도 탐욕의 미궁에 관한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탐욕의 미궁의 정체를 숨겨야 했기에 마몬 가의 역대 가주들은 구전으로만 미궁에 관한 정보를 후대에 전달했다.

당연히 기록의 누락이 있었다. 카이완의 시대에까지 전달된 것이라고는 탐욕의 미궁의 존재와 심층 어딘가에 마몬의 12 사역마가 존재한다는 사실 정도였다.

함정이라는 말에 카타리나와 엘리고스가 긴장했다. 이곳이 ‘1층’이라면 상식적으로 봤을 때 가장 많은 함정이 존재해야 할 장소였다. 던전에 침투한 적을 상대하는 최초의 저지선이었으니 말이다.

불안을 드러내듯 나란히 꼬리를 세우는 카타리나와 엘리고스의 모습에 용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 와중에도 재기 발랄하게 움직이고 있는 세 번째 꼬리의 주인을 돌아보았다.

“그래도 함정이 제대로 작동할 것 같지는 않지?”

“아마도요. 그러니 던전 몬스터들이 저렇게 몰려다닌 거겠죠.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지만요.”

말을 마친 오필리아는 차분히 숨을 골랐다. 관광이 아닌 탐사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초롱초롱 눈을 빛내는 소녀가 아니라 노련한 선술집의 여주인이었다.

엘리고스가 말했다.

“스카자하는 ‘불사의 마녀’라는 이명 외에도 ‘물병 좌’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물과 관련된 일화도 많고요. 너무 안일한 발상일지도 모르지만, 만약 이곳 어딘가에 스카자하의 거처가 있다면 물과 관련된 곳일 것 같습니다.”

탐욕의 미궁에 관한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지만, 마몬의 12 사역마에 관한 기록은 그야말로 차고 넘치는 수준이었다. 그들은 마몬 가의 사역마이기 이전에 마계의 역사에 이름을 남긴 강대한 존재들이었다.

전설 속의 스카자하는 물과 생명을 다루는 마녀였다. 그녀의 기록은 언제나 물로 시작해서 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물과 연관이 깊었다.

용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당한 이야기야. 참고하도록 하지. 잘했어, 엘리고스.”

용호의 칭찬에 엘리고스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카타리나 만큼은 아니지만 엘리고스도 그 감정이 꼬리에 묻어났다.

‘앞으로는 더 자주 칭찬해줘야겠네.’

마음속으로 다짐한 용호는 오필리아에게도 의견을 구하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그 와중에 스컬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평소와는 바닥을 구르는 모습이 다소 달랐기 때문이다.

“스컬?”

“스컬스컬.”

스컬이 답하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여전히 못 알아들을 말이었지만 그래도 가주와 예속 사역마 사이의 소통이었다. 용호는 대강이나마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용호가 다가가서 보니 바닥 틈 사이로 이끼가 돋아 있었다.

“이끼군요.”

어느새 다가온 오필리아가 말했고, 마찬가지로 다가온 카타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엘리고스가 스컬을 쳐다보았고, 이내 다시 용호를 보았다.

“이끼입니다.”

정말로 이끼였다. 그것 말고는 딱히 특이할 것이 없었다.

용호는 미간을 좁혔다. 그리고 이내 스컬이 왜 이끼에 주목했는지 이해했다.

사거리 중 한 방향에만 이끼가 자라 있었다.

홀 중앙에는 이끼가 없었다. 나머지 세 방향에도 이끼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한 방향에만 이끼가 자라 있었고, 시선을 멀리하면 멀리할수록 더 많은 이끼를 찾아볼 수 있었다.

“물기.”

용호가 말했다. 스컬이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끼가 자라기 위해서는 약간이라도 물기가 필요했다.

용호는 잠시 생각해 보았다. 고개를 들어 루시아에게 물었다.

“루시아,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해서 수원이 어느 방향에 있는지 알려줄 수 있어?”

[이끼가 자라있는 방향과 동일합니다.]

마몬 가의 던전 1층에 있는 수로는 지하수를 그 원천으로 했다. 탐욕의 미궁이든 지하수든 1층보다 지하에 있다는 것은 동일했다. 엘리고스 말대로 스카자하가 물과 연관된 장소에 있다면 수원 근방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던전 1층처럼 수로를 건설해서 다른 곳에도 물을 공급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용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의 백 년이 넘게 봉인되다시피 한 지하 1층이었다. 설사 수로나 다른 시설이 있었다 한들 제대로 운용되고 있을 가능성은 낮았다.

“오필리아, 엘리고스가 했던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저도 오라버니 의견에 동의합니다. 스카자하는 물과 관련된 곳에 자리를 잡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필리아가 즉답했다. 용호는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스컬을 보며 웃었다.

“잘했어.”

괜히 바닥을 구르는 게 아니었구나-하는 뒷말은 속으로 삼켰다. 스컬은 껄껄 웃으며 엘리고스마냥 좋아했다.

“좋아, 그럼 시작해 볼까?”

방향은 정해졌다. 용호는 눈을 감고 탐욕의 힘을 발동시켰다.

원하는 것은 불사의 마녀 스카자하.

최대한 이미지를 구체화시켰다.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들을 조합했다.

사방팔방 제멋대로 뻗어나가던 탐욕이 하나의 갈래를 만들어냈다. 거침없이 앞을 향해 뻗어나갔다.

카타리나와 엘리고스가 각기 던전 탐사용 조명기구를 꺼내 어둠을 밝혔다. 탐욕의 미궁 탐사를 개시했다.

&

탐사를 시작하고 5분 정도 지났을 때 용호와 예속 사역마들은 적잖게 당황했다.

길이 너무 단순했다.

그냥 쭉 뻗은 직선로였다. 흔하디흔한 갈림길도 없었고, 하다못해 모퉁이조차 없었다.

처음에 걱정했던 함정 역시 그러했다. 중간 중간 길 양 옆으로 작은 방으로 이어지는 입구 같은 것들이 보이기는 했지만 탐욕은 오로지 정면만을 가리켰다.

그리고 다시 5분여.

용호는 복도 끝에 도달했다. 거의 복도 너비만큼이나 커다란 문이 일행을 반겨주었다.

커다란 나무가 양각되어 있는 문이었다. 오필리아와 엘리고스가 각각 문의 손잡이를 잡았고, 카타리나와 스컬이 용호의 양 옆에 서서 자세를 잡았다. 용호 역시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아몬을 형상화 시켰다.

빠르게 시선이 오갔다. 용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지막으로 서로 시선을 교환한 오필리아와 엘리고스가 문을 열었다.

빛이 쏟아져 나왔다. 더욱이 그 빛은 일행을 극도로 당황시켰다.

“햇살?”

그냥 단순한 빛이나 조명이 아니었다. 용호가 저도 모르게 말했고, 어둠 속에서 갑자기 찾아든 눈부심에 눈살을 찌푸리던 오필리아는 코를 킁킁거렸다. 흙냄새뿐만 아니라 물냄새가 났다. 심지어는 향긋한 풀냄새도 코끝을 자극했다.

문 안쪽에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던전 내부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 용호는 문 안쪽으로 한 걸음을 내딛어 보았다.

바람이 불었다. 풀냄새가 배어 있는 바람이었다.

못해도 삼십여 미터는 되어 보이는 높은 천장에는 하늘이 있었다. 색색이 뒤섞인 마계의 하늘이 아니라, 마치 인계의 것과 같은 푸른 하늘이었다.

“바이오 스피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인공 생태계.

참으로 기묘했다. 천장이 있다는 걸 인식할 수 있는데, 그 천장에는 분명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그럼 저건 인공태양인가?’

하늘 한 가운데서 빛나는 빛무더기에서 따스한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다른 곳도 아니고 던전 안에서 이런 광경을 보게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용호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단 넓었다. 못해도 직경 수백 미터는 되어 보이는 공간이었다. 바닥에는 진짜 흙이 깔려 있었고, 심지어는 벌레나 작은 동물들까지 있었다.

카타리나는 멍한 얼굴로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그쪽을 돌아본 용호 역시 눈을 깜박였다.

호수가 있었다. 워낙에 넓은 공간이었기에 호수의 규모도 결코 작지 않았다.

그리고 호수 한 가운데 자리한 섬.

봄이라 해도 좋을 내부의 기온이 우습다는 듯 얼음으로 뒤덮인 섬이었다.

용호는 다시 탐욕에 집중해 보았다. 예상대로 탐욕은 얼음 섬을 향해 뻗어나갔다.

아몬을 다시 팔찌 형태로 돌린 용호는 얼음 섬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호수 가장자리와 얼음 섬을 연결하는 작은 나무다리 앞에서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결단을 내렸다.

마몬의 12 사역마와 대면하는 것은 큰 위험을 동반했다.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마몬 가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 가운데는 마몬의 12 사역마와 대면했다가 그들이 제시한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비명횡사한 자들에 관한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용호는 망설이지 않았다. 아몬과 구시온을 믿었다. 너무 약삭빠른 계산일지 몰랐지만, 정말 용호 자신에게 큰 위험이 되는 대상이었다면 그 둘이 스카자하를 만나볼 것은 권했을 리가 없었다.

섬 자체가 얼음인 것은 아니었다. 섬의 표면과 섬 한가운데 자리한 작은 신전 비슷한 건물을 얼음이 뒤덮고 있는 정도였다.

예속 사역마들은 자연스럽게 전투태세를 갖췄다. 용호는 아몬을 뽑아드는 대신 탐욕의 녹염을 발동시켰다. 얼음을 사르며 길을 열었다.

마치 눈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신전의 입구를 틀어막고 있던 얼음 역시 탐욕의 녹염에 닿자마자 빠르게 녹아내렸다. 열기가 아니라 탐욕 그 자체에 반응한다는 느낌이었다.

이번에도 오필리아와 엘리고스가 문을 열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자연스럽게 신전 내부를 비춰주었다.

천장에 자리한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로부터 색색의 빛이 반짝였다.

그리고 그 아래.

얼어붙은 왕좌 위에 푸른 미녀가 턱을 괴고 앉아 있었다. 섬에 있던 모든 것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녀 역시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불사의 마녀 스카자하.

용호는 확신했다. 투기장 1층에서 처음으로 마몬의 마력을 취했을 때 저 얼굴을 보았다. 물병을 들고 있던 푸른 머리칼의 미녀. 초월적인 생명력 덕분에 결코 죽지 않는, 죽을 수 없는 여인.

그녀가 눈을 떴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내리는 얼음 속에서 고개를 든 스카자하가 입술을 열었다.

“안녕.”

단 한 마디였다. 그리고 용호는 ‘시험’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강렬한 무언가가 영혼 그 자체를 관통하고 지나갔다.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던 용호는 기묘한 익숙함 속에서 다시 눈을 떴다.

모두가 쓰러져 있었다. 엘리고스와 카타리나는 기절이라도 했는지 바닥에 쓰러져 미동조차 하지 않았고, 오필리아는 꺽꺽 거리며 고통스러워했다. 스컬 역시 바닥에 널브러진 채 꿈틀 거릴 뿐 제대로 일어서지 못했다.

그리고 스카자하가 눈을 깜박였다. 당혹감이 가득 어린 목소리를 토했다.

“어? 멀쩡…해?”

용호가 무어라 대꾸할 틈도 없이 스카자하가 다시 한 번 힘을 발했다. 이번에도 강렬한 무언가가 용호의 영혼을 꿰뚫고 지났고, 용호는 비로소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어째서 용호 자신이 익숙함을 느꼈는지도 알 것 같았다.

죽음의 체험이었다.

스카자하는 방금 일행 모두에게 십여 번의 죽음을 경험한 것 같은 정신적 충격을 안겨주었다.

쓰러지는 것이 당연했다. 평소 정신계 마법으로 단련된 오필리아나 이미 죽음을 한 번 경험해본 적이 있는 스컬조차도 견뎌내기 어려운 시험이었다.

하지만 용호에게는 너무나 쉬웠다.

용호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오른팔에 자리한 아몬을 돌아보았다.

죽음의 체험이라면 이미 세 자리수가 넘게 경험해 보았다. 아몬과 한 번 수련을 할 때마다 적어도 열댓 번 이상은 죽어야 했으니 말이다.

조금 이상한 이야기였지만, 용호는 죽음에 익숙했다.

‘알고 있었구나.’

스카자하의 시험이 무엇인지.

그래서 구시온은 물론이고 아몬조차도 시험에 관한 이야기 자체를 꺼내지 않았구나.

연달아 두 번- 정확히는 수십 번의 유사 임사체험 덕분에 결국엔 오필리아와 스컬마저도 뻗어버렸다.

스카자하는 여전히 멀쩡한 용호를 기괴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더니 다시 손을 들었다. 용호가 급히 그런 스카자하를 제지했다.

“잠깐, 줄게 있다. 괴력의 구시온- 투기장 주인의 편지다.”

서둘러 말하며 품을 뒤졌다. 하지만 바로 연달아 나온 스카자하의 대꾸에 용호는 손을 멈추고 말았다.

“어? 우리 자기의?”

“우리… 자기?”

저도 모르게 되물었고, 스카자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원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응, 우리 자기. 내 사랑.”

용호는 머릿속으로 편지를 내주던 구시온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알 것 같았다.

&

< 제 33장 #2 > 끝

ⓒ 취룡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