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32장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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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의 주인만 불쌍해졌군.”
구시온은 낄낄 거리며 다리를 꼬았다. 그의 지정석 옆에는 아몬 대신 카타리나가 앉아 있었다. 흡족함과 여유가 넘쳐 흐르는 구시온과는 달리, 카타리나는 조마조마한 눈으로 투기장을 바라보았다.
넓은 원형 투기장 양쪽에는 각기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왼쪽에 선 것은 4층의 플로어 마스터인 크림슨 오우거 빅터였고, 오른쪽에 선 것은 용호였다.
크림슨 오우거는 오우거의 상위 존재였다. 고블린으로 치자면 홉 고블린이었고, 오크로 치자면 워 오크였다.
일반적인 오우거보다 훨씬 더 덩치가 클 뿐만 아니라 마치 레드 데몬처럼 전신이 붉었다. 두 눈에서 붉은 안광까지 이는 것이 실로 무시무시했다.
더욱이 빅터는 평범한 크림슨 오우거가 아니었다. 용호가 처음 가주 자리에 올랐던 날 마몬 가를 위협했던 크림슨 오우거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강자였다.
하지만 용호는 그런 빅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간 별의 별 괴물들과 다 대적하며 쌓은 경험 덕분이기도 했지만,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아몬의 목소리에 보다 신경을 썼기 때문이었다.
[브리가다는 마신왕의 육의 파편.]
[때문에 마신왕의 혼의 파편인 칠대죄악과 호응한다. 공명하여 서로의 힘을 일깨운다.]
[나의 어린 주인이여. 집중하라. 브리가다는 어둠 속에서 길을 인도하는 등불일지니, 아직은 미숙한 그대라 할지라도 브리가다의 도움을 받아 탐욕의 힘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용호는 마신왕이 무엇인지 몰랐다.
육의 파편이니 혼의 파편이니 하는 소리를 들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이해했다.
왼손에 움켜쥔 왕관의 조각으로부터 빛이 일었다. 탐욕의 기운이 겉으로 타오른 녹염 뿐만 아니라 용호의 육신 내부로까지 파고들었다. 마력의 흐름과 하나가 되었다.
무척이나 거칠었다. 자연스러운 결합이라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분명 하나였다. 육이 혼을 원했고, 혼 또한 육을 원했다.
지금의 격렬함은 거부 반응이 아니었다. 오히려 강렬한 상승작용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였다.
[집중하라. 그리고 갈망하라.]
[칠대죄악은 저 지고한 마신왕의 영혼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때문에 각각의 죄악은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
[탐욕의 근원은 갈망이다. 욕망하라. 탐하라. 그리하여 탐욕의 힘을 해방하라.]
용호는 숨을 가다듬었다. 정면을 직시한 채 아몬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아몬의 요구대로 욕망했다. 스스로가 가진 욕망들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탐욕과 하나 된 녹염이 더욱 크게 타올랐다.
갖고 싶은 것들. 하고 싶은 것들. 누리고 싶은 것들.
노골적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순수한 갈망이었다. 탐욕은 욕망의 질을 따지지 않았다. 바라는 마음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욱 더 자신의 힘을 드러냈다.
용호를 바라보는 크림슨 오우거 빅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용호로부터 일어나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이성은 지금 당장 달려들어 묵사발을 내야한다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본능이 이를 거부했다.
단순한 녹염이 아니었다. 빅터의 눈에는 녹염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보였다. 그 위로 너무나 무시무시한 존재의 형상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빅터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반면 용호의 숨결은 갈수록 차분해졌다. 녹염은 여전히 마구잡이로 날뛰는 것 같았지만 아니었다. 용호는 녹염을 통제할 수 있었다.
[조금 더. 조금 더 소망하라. 갈망하라.]
[나의 어린 주인이여.]
[탐욕의 주인된 자여!]
아몬이 소리쳤다. 용호는 욕망했다.
이기고 싶었다. 4층의 플로어 마스터를 격파해 마몬의 마력을 얻고 싶었고, 구시온으로부터 아티팩트를 빼앗고 싶었다. 카이완도 다시 만나고 싶었다. 카이완을 구하고 구시온을 부하로 삼고 싶었다. 구시온이 용호 자신을 나리라 부르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짜릿했다.
그리고, 그리고!
용호가 진각을 밟았다. 지면을 박차 크림슨 오우거를 향해 질주했다. 마치 쏘아진 화살과 같이 똑바르고 빨랐다. 용호의 전신에서 타오르던 녹염이 모두 하나로 뭉쳐 아몬으로 옮겨졌다.
빅터는 반응했다. 괴성을 토하는 것으로 도망치고픈 본능을 억눌렀다. 포효하며 용호를 향해 마주 돌진했다.
카타리나가 두 손을 움켜쥐었다. 구시온이 사납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피하는 것이 맞았다. 재빠른 기동력을 살려 빅터의 공격을 피하고 측방으로 파고드는 것이 정답이었다. 카타리나는 그것을 소망했다.
하지만 구시온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용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빅터의 포효가 투기장을 가득 채웠다. 전력을 다해 휘두르는 거대한 쇠몽둥이는 흡사 벼락과도 같았다.
용호는 그 벼락을 피하지 않았다. 정면으로 맞섰다. 빅터를 향해 전력을 다한 찌르기를 펼쳤다. 탐욕의 힘을 해방시켰다!
그것은 압도였다.
너무나 거대한 힘의 격류는 모든 것을 찍어 누르는 폭군과도 같았다.
빅터의 쇠몽둥이는 용호에게 닿지 못했다. 벼락처럼 쏟아지던 그것은 튕겨져 나갔다. 강대한 녹염이, 더 이상 불꽃이라 부를 수 없는 힘의 덩어리가 빅터를 강타했다. 집어 삼켰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압도했다.
녹염에 빅터의 상체가 통째로 파괴되었다. 그러고도 기세를 늦추지 않은 녹염은 대기를 불살랐고, 기어이 투기장을 감싼 보이지 않는 벽과 충돌했다. 그 막대한 힘으로 투기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카타리나는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관객석에 자리한 투기장의 사역마들 또한 말을 잊었다. 그들 가운데 과거 마몬 가의 가주였던 자들은 본능적으로 이해했다.
저것이 탐욕이었다. 칠대죄악의 힘이었다. 절대적인 강약만은 따진다면 아직 자신들에 미치지 못할 힘이었지만 그렇게 생각하기 어려웠다. 힘의 질이 달랐다. 속된 말처럼 차원이 다르다고 해도 좋았다.
구시온은 환하게 웃었다. 저도 모르게 마몬의 이름을 허공에 속삭였다.
빅터는 보았을 것이 분명했다.
탐욕의 얼굴을. 마신왕의 혼의 파편으로부터 발생하는 수라의 모습을.
빅터의 부활을 기다릴 것도 없었다. 구시온은 강하게 확신했다. 이제는 정말 호의만이 가득한 눈으로 용호를- ‘작은 나리’를 바라보았다.
용호는 창을 뻗은 자세 그대로 숨을 토했다. 아몬을 거두고 자세를 바로잡는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단순히 여운이라고는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감각이 전신을 지배하는 것 같았다.
이것이 탐욕.
이것이 칠대죄악의 힘.
하지만 전부가 아니었다.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말 그대로 ‘편린’을 엿본 정도였다.
[잘했다. 나의 어린 주인이여.]
[나는 그대가 해낼 것을 믿고 있었다.]
아몬이 부드럽게 말했다. 약간이지만 웃음소리 역시 섞여 있었다. 아몬의 웃음은 용호도 처음 듣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의 어린 주인이여.]
[그대의 욕망은 대체로 여자와 관련되어 있군. 마지막에 떠올린 것도 그러하였고.]
[어린 주인이 한창 때라는 것은 이해한다만, 아직 여자를 모르는 것도 아닐 터인… 왜 그러나?]
용호의 전신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미로 딱딱하게 굳었다. 전신에 들끓던 성취감이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어쩐지 모를 침묵이 용호의 주변을 맴돌았다. 조금이지만 식은땀도 흐르는 것 같았다.
한참만에 아몬이 다시 말했다.
[구시온에게는 비밀로 하겠다.]
고맙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혼자 있게 해달라고 해야 할까.
다행히 아몬은 구시온과 달리 배려심을 가진 존재였다. 아몬의 형태가 절로 창에서 팔찌로 변했다. 더불어 바로 곁에서 느껴지던 아몬의 존재감이 멀어졌다.
“가주님! 가주님!”
투기장을 감싸고 있던 보이지 않는 장벽이 사라졌는지 카타리나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예상대로 꼬리와 귀를 파닥거리며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잔뜩 흥분했는지 뺨이 달아올라 있었다.
“읏.”
마지막에 떠올린 것이 생각난 터라 용호는 적당히 마주 손을 흔들어준 뒤에 재빨리 돌아섰다. 카타리나- 정확히는 구시온의 시선을 외면하며 빅터의 시신 위에 떠오른 마몬의 마력에 손을 뻗었다.
마몬의 마력을 흡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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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일격에 4층의 플로어 마스터를 쓰러트렸기 때문에 마력에는 여유가 있었다. 더욱이 아가레스를 격파하고 새로 태어났다고 해도 좋을 육신의 성능을 아직 시험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용호는 5층에 도전하는 대신 일단은 돌아가는 것을 택했다. 버그림에게서 앞으로 쓸 브리가다 장신구를 받은 다음에 다시 싸우는 편이 낫다는 것이 표면적인 명분이었고, 지금 바로 다시 욕망을 해방했다가는 자살하고 싶어질 것 같다는 것이 숨겨진 진짜 이유였다.
‘그래도 챙길 건 챙겨야지.’
탐욕만을 발해 빛의 상자를 고르자 꽤나 질 좋아 보이는 수갑이 허공에 나타났다. 맨손 격투가를 위한 물건 같았다.
‘엘리고스 주면 되겠네.’
척 보기에도 제법 강한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 최근 엘리고스가 연마하는 남두무영권은 맨손 무술이었으니 엘리고스에게 딱이었다.
“벌써 가려고? 왜? 5층도 도전해 보지 그래?”
서운함이 잔뜩 어린 구시온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용호의 뜻을 바꿀 수는 없었다.
“아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한다. 브리가다로 만든 장신구들을 가지고 내일 다시 오도록 하지. 카이완이나 잘 부탁해.”
“걱정하지 마라. 내가 눈여겨보았던 아이니까. 진실을 마주한 대가는 결코 작지 않겠지만, 분명 잘 이겨낼 거다.”
구시온이 카이완을 아끼는 것은 가식이 아니었다. 용호도 카이완이 이겨내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럼 내일 보도록 하지.”
“그래, 살펴 가라고. 작은 나리.”
인사를 마치고 얼른 돌아서려던 용호는 순간 멈칫했다.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뭐라고?”
“잘 가라고.”
“아니, 그거 말고.”
용호가 재차 캐물었고 구시온은 딴청을 했다. 뒤에서 쳐다보던 카타리나가 작게 웃었다.
용호도 결국엔 키득 웃었다. 더 캐묻는 대신 순순히 돌아섰다. 처음과 달리 구시온이 그리 싫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굴리긴 할 거지만.’
언젠가 투기장을 정복하는 그 날이 왔을 때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용호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짐승 가면의 사내가 소리 없이 나타나 용호와 카타리나를 인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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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용호는 늦잠을 잤다. 탐욕을 해방한 대가로 찾아온 피로도 피로였지만,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꿈을 꾼 탓이었다.
[주인님, 괜찮으세요?]
[가끔은 만사 잊고 쉴 때도 있어야 한답니다. 그냥 오늘 하루 푹 쉬시는 건 어때요?]
루시아의 걱정 어린 목소리에 용호는 안도의 숨을 토했다. 용호 자신과 정신이 연결된 루시아였지만 다행히 꿈까지는 엿보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아니, 괜찮아. 이미 푹 쉬었고. 오늘도 할 일이 많은 걸.”
루시아에게 대꾸하며 용호는 가볍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자연스럽게 일어난 마력에는 탐욕의 힘이 아주 연하게나마 어려 있었다.
‘이제 겨우 문을 연 것에 불과해.’
본능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째서 아몬이 그런 말을 했는지도 알 것 같았다.
‘오직 칠대죄악의 힘을 가진 자들만이 왕으로 군림하였다. 그들만이 마계를 지배할 수 있었다.’
크림슨 오우거 빅터가 탐욕의 힘에 압도당한 그 순간, 용호 역시도 탐욕의 힘에 전율했다. 수면 아래 감춰져 있는 거대한 빙산의 모습을 아주 잠깐이나마 엿보았기 때문이다.
탐욕의 왕 마몬.
용호 자신이 그의 후계자라는 사실이 새삼 크게 와닿았다. 마몬 가를 물려받은 지 벌써 몇 달이나 지났지만, 지금처럼 마몬의 존재를 강하게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용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의식적으로 기지개를 편 뒤 언제나처럼 미리 떠다 둔 물로 세면을 했다.
하루를 시작했다.
식사와 개인 훈련으로 아침을 보낸 용호는 카타리나와 엘리고스, 스컬을 데리고 버그림의 작업장을 방문했다. 평소보다 훨씬 피로해 보이는 버그림이 그런 용호를 환영했다. 눈 아래가 검은 것이 밤이라도 샌 모양이었다.
《잘 만들어졌습니다.》
안색은 나빴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칠판을 얼른 치운 버그림은 쟁반 위에 장신구들을 담은 뒤 용호에게 내밀었다. 하나는 이제 막 완성했는지 작업대 위에 있던 것을 가져왔다.
“와.”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장신구 하나하나가 모두 아름다웠다.
작은 녹색 에메랄드를 박아 넣은 반지들은 척 보기에도 두 개가 한 쌍이었다. 본래 왕관이 금색이었듯이 반지 역시 금색이었는데, 보석을 박아 넣은 부분에만 약간의 꾸밈을 넣어 깔끔하면서도 멋이 났다.
팔찌와 발찌 역시 한 쌍이었다. 반지가 깔끔하고 담백한 멋을 추구했다면 팔찌와 발찌는 세밀함을 추구했다. 드래곤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비늘 장식들이 팔찌와 발찌를 뒤덮고 있었다.
목걸이는 끈이 아닌 장식만 브리가다로 만들어져 있었다. 금방이라도 불길을 토할 것 같은 드래곤의 두상이었다.
“정말 잘했어. 정말 감탄할 정도야.”
이 정도면 따로 상을 줘도 될 것 같았다. 물론 버그림에게 있어 최고의 상은 용호가 베푸는 진화의 권능이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진화 숙련도를 채울 필요가 있었다.
용호는 재빨리 진화의 권능을 발휘해 버그림의 진화 숙련치를 알아보았다. 상이라고 하긴 뭐했지만, 현재 버그림의 진화 숙련도 수치를 알려주었다.
“다음에는 마력을 보다 강화시켜 줄게. 약속이야.”
언질만으로도 충분했다. 버그림은 용호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용호는 바로 장신구의 분배를 시작했다. 스컬에게 목걸이를 건네주었고, 연이어 엘리고스에게 팔찌를 주었다. 용호 자신도 오른 손 약지에 반지를 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두근두근]
[콩닥콩닥]
루시아가 카타리나의 마음을 대변했다. 용호는 루시아의 장난에 무어라 하지도 못하고 숨을 크게 골랐다. 어색하게 웃으며 카타리나에게 말했다.
“손 좀 줘봐.”
카타리나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고, 용호는 손수 카타리나의 가늘고 긴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파닥파닥]
[파닥파닥]
이번에는 루시아의 음성지원이 사족이었다. 카타리나의 귀와 꼬리가 열렬한 기쁨을 표했다.
얼른 돌아선 용호는 연달아 헛기침을 토한 뒤 손부채 질을 했다. 생각해보니 여자에게 무언가를 선물한 것도 처음인 것 같았다.
“브리가다에 대한 설명은 어제 대충 했지? 지금부터 힘을 발할 테니까 다들 호응해봐.”
빠르게 말한 용호는 탐욕의 힘을 일으켰다. 그러자 카타리나와 엘리고스, 스컬 각자의 장신구로부터 빛이 일었다.
“우오오?!”
이미 한 번 경험해봤기 때문인지 금방 탐욕의 힘을 자신의 마력과 결합시킨 카타리나와 달리 엘리고스와 스컬은 기묘한 소리를 토하며 힘겨워했다. 그나마 스컬은 이내 평정을 되찾은 듯 뇌기 어린 마력을 어렵게나마 통제했지만 엘리고스는 아니었다. 식은땀을 뻘뻘 흐리며 마력 통제에 애를 먹었다.
‘아직 갈 길이 머네.’
어제 처음 카타리나에게 브리가다를 실험해보았을 때보다 훨씬 작은 힘을 발했음에도 이런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카타리나는 엘리고스나 스컬과는 달리 던전 상회 경매장을 경험했다. 더욱이 마력에 대한 재능이라면 오필리아보다도 뛰어난 카타리나였다.
“엘리고스. 너무 기죽지 마. 오필리아가 오면 특훈을 시켜줄 거야.”
기운 내라고 한 말인데 어째 더 기가 죽은- 정확히는 힘겨워 하는 엘리고스였다.
용호는 키득 웃은 뒤 탐욕의 힘을 거두었다. 버그림에게 인사한 뒤 예속 사역마들을 이끌고 작업장을 나섰다.
그리고 마치 때를 기다렸다는 듯 루시아가 말했다.
[주인님, 던전 미어 캣들의 보고입니다.]
[예속 사역마 오필리아를 발견했습니다. 십분 내외로 던전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예정된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이르지만 이번에는 딱히 큰 일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딱 좋네.”
발찌도 건네주고 엘리고스의 훈련도 부탁하고.
남은 오후 시간은 온전히 투기장에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주님?”
“오필리아가 왔대. 다 같이 마중 나갈까?”
용호의 말에 엘리고스가 복잡하고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기쁨과 괴로움이 한데 섞인 얼굴이었다.
용호는 예속 사역마들을 이끌고 던전의 입구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오필리아는 언제나 그러했듯이 용호에게 새로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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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던전이 필요합니다.”
< 제 32장 #3 > 끝
ⓒ 취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