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메이커-88화 (88/227)
  • < 제 29장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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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랜드 웜들이 미쳐 날뛰었다.

    그들을 자극하던 갈색의 마력은 더 이상 특정되지 않았지만 의미 없는 일이었다. 랜드 웜들이 난입한 순간 수십 마리가 넘는 사역마들이 죽었고, 살아남은 사역마들은 반사적으로 랜드 웜들을 공격했다. 서로가 살기 위한 싸움을 시작했으니 그 격렬함은 오히려 처음 이상이었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다. 어딘가 짓뭉개진 사역마들의 시신이 허공에 떠오르거나 땅 속에 파묻혔다. 랜드 웜의 거체가 지면을 때릴 때마다 굉음과 진동에 전장이 뒤흔들렸다.

    사역마들의 비명과 함성이 굉음과 섞였다. 공성병기들이 성벽 대신 랜드 웜들을 향했고, 이미 조준이 무의미해진 공격이 피아를 구분하지 못했다. 더욱이 여기에 자유도시로부터의 공격이 더해졌다. 화살의 비가 하늘을 뒤덮었고, 랜드 웜에 맞서던 사역마들은 오갈 데 없는 죽음을 맞이했다.

    일천이란 숫자는 결코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전장에 선 모두가 서로를 돌아보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인원인 것은 아니었다. 중앙에서 일어난 혼란은 마치 들불처럼 전장 전체로 퍼졌다.

    “스컬컬!”

    스컬을 필두로 한 기병대가 전장 좌측을 관통했다. 아가레스의 군대는 다양한 사역마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자연 그 구성에 따라 무리가 나뉘어져 있었다.

    스컬이 전장 좌측을 택한 것은 충동이 아닌 판단의 결과였다. 고블린들과 임프, 오크들로 구성된 무리들은 기병대의 돌진력을 감당할 수 없었다.

    뇌전이 폭발했다. 인첸트 매직으로 번개의 속성을 띈 전투망치가 오크의 머리를 박살냈다.  전투망치를 길게 잡은 스컬은 바로 다음 표적을 노리는 대신 나이트메어에게 계속 달릴 것을 명했다.

    발이 멈춘 기병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없었다. 더욱이 골렘이나 오우거, 트롤 같은 대형 몬스터들과의 정면충돌은 피하는 것이 이득이었다. 속도를 살려 적을 들이박고, 속도를 살려 이탈하는 것이야말로 전장의 망치인 별동대의 역할이었다.

    기병의 수는 겨우 수십 기였지만 충분했다. 발을 멈추지 않는 한 기병대가 마주하는 적은 마찬가지로 수십에 불과했다.

    일단의 무리를 관통한 스컬과 나이트메어는 아예 전장을 빠져나왔다. 스컬은 피와 뇌수로 물든 전투 망치를 잠시나마 길게 늘어트리며 시선을 멀리하였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시야에 호화롭고 현란한 불꽃이 들어왔다.

    “스컬컬!”

    스컬이 다시 소리쳤다. 그리고 그 외침에 호응하듯 다시 한 번 성난 불길이 전장 우측에서 폭발하듯 일어났다.

    “우오오오오!”

    녹염에 휩싸인 살라미와 용호는 한 줄기 투창이 되었다. 하늘에서 쏟아져 지상을 찔렀고, 충격력과 불길로 아가레스의 군대를 박살냈다. 랜드 웜으로 인해 생긴 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살라미 역시 멈추지 않았다. 용호가 아몬을 크게 휘둘러 불꽃의 파도를 만든 그 때 다시 한 번 날갯짓을 했다. 정면을 노려보며 솟구쳐 올랐다.

    골렘의 주먹이 그런 살라미에게 쇄도했다. 공성을 위해 만들어진 특대형 골렘의 주먹은 살라미와 용호를 단번에 짓뭉개기에 충분할 정도로 컸다.

    일격에 대기가 뒤틀렸다. 거의 스치듯 주먹을 피한 살라미는 골렘의 쭉 뻗은 팔을 타고 비상했다. 용호는 골렘의 머리를 노리를 대신 반대쪽 지면을 향해 아몬을 뻗었고, 아낌없이 마력을 발산해 지면을 불태웠다.

    키아아아아!

    기괴한 비명이 용호의 귀를 때렸다. 아가레스의 군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곤충형 괴물들은 불꽃에 약했다. 그것들은 사방팔방 불꽃을 퍼트리는 용호에게 감히 다가설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일정 거리를 두고 날카로운 투사체를 발사하거나 산성액을 토하는 것이 전부였다.

    살라미가 고도를 높였다. 용호는 숨을 가다듬으며 시선을 멀리했다. 랜드 웜들은 여전히 미쳐 날뛰고 있었다. 아가레스의 군대도 그냥 당하지 않겠다는 듯 골렘이나 거대한 곤충형 괴물은 물론이고 마법사들까지 투입했지만 그런 그들의 머리 위로 자유도시에서 내쏜 화살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작전은 대 성공이었다. 일천이란 숫자는 결코 적지 않았지만 이대로 몇 분만 전투가 지속되어도 그 일천은 망가지고 부서진 일천이 될 터였다.

    ‘와해된다.’

    용호는 그것을 바랐다. 그리고 실제로 그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가레스의 군대는 지나칠 정도로 뒤죽박죽이었다. 아가레스가 다른 가주들의 던전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손에 넣은 사역마들은 진정한 아가레스의 군대라 할 수 없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승리가 완전히 굳어질 때까지 조금만 더!

    콰앙!

    전장 끝에서 굉음이 터졌다. 수많은 소음이 뒤섞인 전장이었지만 그 소리는 특별했다.

    용호는 반사적으로 눈동자를 굴렸다.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범상치 않은 마력의 소용돌이를 목격했다.

    그것은 괴물이었다.

    여섯 개의 눈과 거대한 턱이 달린 머리는 회색의 갑각으로 뒤덮여 있었다. 뿔과 돌기가 잔뜩 돋아난 몸은 길었고, 지면을 박차는 여섯 개의 다리는 마치 거미와 같았다. 묵직하고 커다란 꼬리 끝에는 칼날 같은 돌기가 돋아나 있었다.

    팔 또한 여럿이었다. 하지만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위를 향해 뻗은 두 개의 팔이었다. 다른 것들보다 특히 더 거대한 양 팔의 끝에는 2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거대한 칼날이 부착되어 있었다.

    흉악하기 짝이 없는 마력을 폭발시킨 그것이 지면을 박찼다. 전장 끝에서부터 나타난 그것은 중앙을 향해 똑바로 나아갔다. 하늘을 뒤덮는 투사체들과 지금 이 순간에도 지면을 뒤흔드는 랜드 웜들 따위는 괴물의 진격을 막을 수 없었다.

    랜드 웜 한 마리가 그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 또한 랜드 웜을 보았다. 조금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고, 칼날이 돋아난 두 팔을 거칠게 휘둘렀다.

    칼날이 랜드 웜의 단단한 껍질을 깨부쉈다. 다른 하나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랜드 웜의 머리 일부를 날려버렸다. 돌진하던 기세를 살려 랜드 웜을 깔아뭉갰고, 부서진 랜드 웜의 머리를 향해 산성액을 토했다.

    그리고 난도질이었다. 그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괴물의 칼날은 무지막지한 속도로 랜드 웜의 육신을 해체했다. 마구잡이로 찢어 발겼고, 거대한 턱에서 돋아난 이빨로 물어뜯었다.

    랜드 웜의 피와 비명이 모든 것을 대변했다. 순식간에 랜드 웜 하나를 찢어발긴 괴물은 입을 크게 벌렸다. 전장 전체를 뒤흔들 포효를 내질렀다.

    키아아아아아아아아아!

    포효가 적막을 만들어냈다. 전장에 있던 모두가 괴물을 돌아보았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 같은 광경이었다.

    괴물이 눈동자를 굴렸다. 여섯 개의 눈동자 가운데 둘이 하늘을 향했다.

    보랏빛 시선이었다. 그것과 마주한 용호는 직감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저것이 마왕 아가레스.

    남부를 파하고자 동부에서 온 자!

    다시 포효했다. 정지한 시간을 깨부쉈다.

    아가레스의 등 뒤로부터 새로운 팔이 돋아났다. 활짝 핀 그것은 피막으로 뒤덮인 날개였다.

    여섯 개의 눈 가운데 둘은 여전히 용호를 보았다. 하지만 나머지 넷은 용호가 아닌 다른 것을 보았다.

    랜드 웜 두 마리가 마주 포효하며 아가레스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포식자의 포효가 아니었다. 피식자의 필사적인 저항에 가까웠다.

    아가레스는 지면을 박찼다. 자신보다 덩치가 세 배는 클 랜드 웜을 오히려 압도했다. 다시 한 번 칼날을 휘둘러 랜드 웜 두 마리의 몸체를 길게 찢은 뒤 날개를 크게 펼쳤다.

    랜드 웜들은 아직 죽지 않았다. 충분히 더 싸울 수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아가레스는 그것들을 처리하는데 시간을 쓰지 않았다. 여섯 개의 눈은 이제 모두 자유도시의 성벽을 노려보았다.

    “쏴, 쏴라!”

    성벽 위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그 외침은 사격의 신호탄이 되었지만 동시에 공포의 시작점이기도 하였다.

    성벽 위로 공포가 번졌다. 마구잡이로 내쏜 화살과 포탄들은 아가레스에게 명중하지 못했다.

    아가레스가 날개를 펼쳤다. 지면을 박찼고, 단 한 번의 날갯짓으로 공간을 가로질렀다. 성벽을 향해 똑바로 돌진했다.

    아가레스는 단순한 괴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왕이었고, 이미 몇 개나 되는 던전을 격파한 포식자였다.

    성벽을 직접 공격함으로써 자유도시의 포화를 막을 셈이었다. 전장의 시선을 한 곳에 집중시킴으로써 와해되기 일보직전인 군대에게 시간을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아가레스는 승리를 굳힐 생각이었다. 자유도시의 성벽에 공포를 전염시키고, 그들을 지휘하고 있을 수장들을 격파함으로써 이번에는 역으로 자유도시의 군대를 와해시킬 요량이었다.

    아가레스의 판단은 정확했다. 단지 돌진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공포를 만들어냈다. 전장을 그의 지배하에 두었다.

    키아아아아아아아!

    포효했다. 포식자의 격노가 피식자들의 목을 죄었다. 아가레스의 입에서 쏟아진 산성액이 하늘을 뒤덮었다.

    쾅!

    굉음이 일었다. 아가레스의 몸통 박치기에 성벽 일부가 부서졌고, 그 근방에 자리하고 있던 병력들은 랜드 웜에 짓뭉개진 사역마들과 똑같은 운명에 처했다. 하늘을 뒤덮었던 산성액들 또한 성벽 위의 수비 병력들에게 잔혹한 죽음을 선사했다.

    아가레스의 여섯 개의 눈이 각기 다른 곳을 보았다. 자신을 향해 돌진해오는 자들을 보며 기꺼운 웃음을 터트렸다.

    미치광이 오로스는 스스로 조제한 약물을 몸에 주사했다. 그렇지 않아도 거대한 트롤의 육신을 더욱 크게 부풀리며 아가레스를 향해 달렸다. 입에서는 끊임없이 욕지거리가 쏟아져 나왔지만 그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다곤 또한 주문을 외웠다. 스스로의 육신을 강화하며 메이스를 거머쥐었다. 싸움꾼의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저 괴물은 자신보다 강하다. 강해도 그냥 강한 것이 아니라 몇 배는 더 강하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이 성벽 위에서 그나마 저 괴물을 상대할 수 있는 수장들이 나서지 않으면 일방적인 학살이 펼쳐질 뿐이었다.

    오필리아는 각오를 다졌다. 힘을 숨길 상황이 아니었다. 세 개의 뿔을 모두 드러냈고, 예속 사역마가 됨으로써 얻은 힘을 개방하였다.

    아가레스는 그들을 기다리지 않았다. 성벽을 깨부수며 마주 달렸다. 그가 택한 것은 미치광이 오로스였다.

    오로스가 언월도를 크게 휘둘렀다. 하지만 그것은 아가레스에게 닿지 못했다. 머리 높이만 4미터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아가레스는 압도적인 폭력의 화신이었다. 두 개의 칼날이 공간 조차 가를 기세로 쏟아졌고, 오로스의 팔은 언월도를 움켜쥔 채로 허공을 맴돌았다. 다른 하나의 칼날은 오로스의 가슴을 반 이상 갈라놓았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아가레스의 눈동자들은 멈추지 않았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주변의 모든 것들을 포착했다.

    등 뒤에서 돌진하는 다곤과 오필리아를 비웃듯이 날개를 펼쳤다. 무너지는 오로스의 육신을 거칠게 깨물었다. 허공을 향해 도약하며 다곤과 오필리아를 향해 오로스를 내뱉었다.

    다곤이 멈췄다. 오필리아는 오로스를 피해 지면을 연달아 박찼다. 아가레스는 그것을 보았다. 다시 한 번 날갯짓을 해 고도를 높였고, 지상을 굽어보며 산성액을 토했다.

    여섯 개의 눈동자는 이번에도 움직였다. 랜드 웜들을 역으로 도륙하기 시작한 자신의 군대와 공포에 물들기 시작한 자유도시를 보았다. 이 와중에도 죽지 않은 오로스에게 필사적으로 회복마법을 시전하는 다곤과 분한 듯 자신을 노려보는 오필리아를 보았다. 산성액에 녹아내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무리들 역시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눈동자가 다른 무언가를 포착했다.

    검은 마력을 전신에 두른 다크 엘프였다. 단검을 움켜쥔 그것은 성벽 위에서 자세를 낮춘 채 하늘을 노려보았다.

    아가레스는 직감했다. 여섯 개의 눈동자를 다시 바삐 움직여 이 전장 어딘가에 있어야만 하는 자를 찾았다. 전장의 시선을 모두 집중시켰음에도 나타나지 않은 자가 있었다.

    다크 엘프가 움직였다. 아가레스는 눈이 아닌 본능으로 포착했다. 급히 몸을 뒤틀며 머리를 하늘로 향했다.

    불꽃의 창이 쇄도했다. 하늘 높은 곳에서부터 수직으로 쏟아진 그것으로부터 무시무시한 마력이 느껴졌다.

    아가레스는 재차 몸을 뒤틀었다. 날갯짓을 함과 동시에 칼날을 휘둘렀다. 산성액을 토했다.

    용호는 그것을 똑바로 보았다. 아가레스가 성벽을 향해 돌진한 그 순간 그 뒤를 쫓는 대신 하늘 높은 곳으로 향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살라미가 불꽃을 토해 산성액을 불태웠다. 조금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아가레스의 칼날을 향해 몸을 던졌다.

    용호는 집중했다. 마력의 흐름을 보았다. 흉악하기 짝이 없는 그것은 무척이나 선명한 지표가 되었다.

    아가레스의 칼날이 허공을 갈랐다. 살라미와 아가레스 사이의 거리가 0에 가까워졌다. 여섯 개의 눈이 모두 용호를 향했고, 용호는 그것들을 마주하며 역수로 쥔 아몬으로 허공을 찔렀다. 응축하고 응축한 마력의 덩어리를 발산했다!

    녹색의 마력이 아가레스의 등을 강타했다. 고열이 단단한 갑각을 녹였다.

    살라미와 아가레스 사이의 거리가 벌어졌다. 용호는 아가레스를 돌아보는 대신 앞을 보았고, 살라미에게 뜻을 전했다. 살라미는 성벽을 향해 돌진했다.

    “카타리나!”

    소리쳤다. 카타리나가 성벽을 박찼다. 연이어 오필리아 또한 카타리나의 뒤를 따랐다. 허공으로 도약한 두 예속 사역마는 성벽을 스쳐 다시 한 번 고도를 높이는 살라미 위에 올라탔다.

    살라미가 공중에서 회전했다. 갑자기 늘어난 무게와 무리한 비행으로 날개가 후들거릴 지경이었지만 마지막으로 힘을 내었다. 용호가 내쏜 마력에 강타당해 추락을 개시한 아가레스를 향해 돌진했다.

    아가레스가 그런 살라미를 보았다. 고통을 씹어 삼키며 날개를 펼쳤다. 추락하는 대신 끝끝내 날아올랐고, 물러서기는커녕 용호와 살라미를 향해 마주 돌진했다.

    이번에도 충돌하지 않았다. 살라미와 아가레스는 서로를 스쳐 지났다.

    하지만 조금 전과는 달랐다.

    녹색의 불꽃이 크고 화려하게 피었다. 여섯 개의 눈동자로부터 쏟아진 시선을 모조리 가로막았다.

    용호는 스스로 달려들지 않았다. 살라미와 더불어 아가레스의 마력에 집중했다. 다시 한 번 두 개의 칼날을 피하며 명령했다.

    카타리나와 오필리아가 도약했다. 두 예속 사역마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뛰어 아가레스의 등 뒤에 올라탔다. 주인인 용호의 뜻을 받들어 충실한 검이 되었다.

    검은 마력에 휩싸인 카타리나의 단검과 오필리아의 일각이 각기 아가레스의 날개를 갈랐다.

    이미 용호의 불꽃에 강타당해 약화된 등과 날개의 연결부가 견딜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일격에 부서지고 파괴되었다.

    아가레스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카타리나와 오필리아는 재차 아가레스의 등을 박차 살라미와 용호에게 몸을 던졌다.

    녹색의 불길이 잦아들었다. 살라미는 더 이상 고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엉망진창으로 지면을 향해 날았다.

    용호는 카타리나와 오필리아를 붙잡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날개를 잃은 아가레스가 굉음을 울리며 지면에 충돌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추락의 고통을 잊겠다는 듯 아가레스가 포효했다. 여섯 개의 눈동자가 모두 용호를 향했다.

    지면에 안착한 용호는 그런 아가레스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네 개의 뿔을 곧이 세우며 마력을 방출했다.

    홍련의 마창 아몬을 움켜쥐었다.

    < 제 29장 #2 > 끝

    ⓒ 취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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