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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메이커-55화 (55/227)
  • < 제 18장 - 불꽃의 마왕 >

    제 18장 - 불꽃의 마왕

    선술집의 사절인 하피가 개입한 덕분에 리쿰과 해체업자들 사이의 거래는 꽤나 빠르고 간결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해체업자들은 어차피 자신들 외에는 딱히 팔 상대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가격을 후려치려 했지만 무리였다. 계보를 따진다면 선술집 파벌이 아닌 해체업자들이었지만 그렇다고 선술집의 위세를 무시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해체업자들은 모험을 하지 않았다. 선술집의 여주인이 직접 손님으로 지명한 자에게 허툰 수작을 부리는 대신 적절한 가격으로 거래를 끝마치는 걸 선택했다.

    리쿰이 타고 있는 말 외에는 죽거나 도망치거나 했기 때문에 용호 일행은 자유도시까지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용호는 리쿰이 타고 있던 말에 자신이 올라탄 뒤 의식을 잃은 카타리나를 앞에 태웠다. 용호 자신에게 기대게 한 뒤 한쪽 팔로 허리를 안으니 그럭저럭 말을 타고 걸을 수는 있었다.

    ‘흑심이 있어서가 아냐, 흑심이.’

    스컬은 너무 무거워서 카타리나와 함께 말에 탈 수 없었다.

    그렇다고 리쿰에게 카타리나를 끌어안고 타라는 명령을 내리는 건 아무리 생각해고 꺼림칙했다.

    그래서 용호는 자신이 카타리나를 안고 타는 것을 택했고, 스컬과 리쿰도 그 결정에 만족했다.

    스컬이야 아무래도 좋았지만 리쿰은 자신이 마몬 가에 속한 사역마란 사실을 잊지 않았다. 가주가 걷는 마당에 말을 탄다는 것은 꽤나 불편한 일이었다.

    승마 초보인 용호가 한 사람을 안은 상태로 말을 달린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때문에 용호는 말을 천천히 몰았다. 결코 카타리나를 오래 안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부드럽다. 말캉말캉하네.’

    물론 속내를 드러내는 실수도 하지 않았다.

    가까이서 본 자유도시는 생각보다 더 규모가 컸다. 처음 설명을 들었을 때는 서부 영화에 나오는 작은 마을 정도를 생각했는데, 겨우 그 정도가 아니었다. 도시라 부르긴 과했지만 그래도 마을 두어 개를 합쳐놓은 크기는 되었다.

    돌을 쌓아 만든 성벽 위에는 첨병으로 보이는 자들이 올라가 있었다. 복장과 종족 모두 제멋대로였지만 나름 규율은 있는지 정해진 자리에 서서 일행을 살펴보았다.

    제법 견고한 성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예상 외로 성문을 지키는 경비대 같은 것은 없었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것 같았다.

    “이쪽입니다.”

    호버링 하듯 저공비행하는 것은 무리였는지 일행과 함께 두 발로 걷던 하피가 조금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자유도시 내부의 모습은 복잡했다.

    무질서하게 세워진 건물들은 크기나 규모가 모두 제각각이라 보는 이가 다 혼란스러울 지경이었다. 더욱이 건물들의 규격이 제멋대로인 만큼 건물과 건물 사이는 복잡해졌고, 자연 미로와 같은 뒷골목을 형성했다.

    술이나 약에 취한 것 같은 마인들이 골목 어귀에 나자빠져 있었고, 길을 오가는 이들은 모두 크든 작든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고블린와 오크가 제일 많았고, 가끔 드워프나 오우거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유도시 서쪽에 위치한 선술집 역시 처음 상상했던 것과는 꽤나 다른 모습이었다.

    나무로 만든 목조건물에서 맥주조끼를 부딪히는 술꾼들은 없었다. 거의 오층은 되어 보이는 커다란 건물과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오크 수문장 둘이 일행을 반겨주었다.

    “말은 마구간에 두겠습니당.”

    언제 나타났는지 작은 임프 하나가 용호 앞에서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카타리나도 어찌어찌 정신을 차린 후였던 터라 용호는 별 거부감 없이 말을 맡긴 뒤 하피의 인도를 따랐다.

    건물 안에는 또 하나의 자유도시가 펼쳐져 있었다.

    복잡하고 제멋대로였다.

    마치 카지노의 도박판을 보는 것 같았다.

    각양각색의 바와 테이블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고, 마찬가지로 다양한 종족들이 저마다 술잔을 들고 있었다. 구석 한쪽에서는 주먹다짐을 하는 자들과 그걸 가지고 도박판을 벌이고 있는 자들이 있었고, 반대편 구석에서는 장물로 보이는 물건들을 거래하는 자들이 있었다.

    문자 그대로 혼란의 도가니탕.

    시장판이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시끌벅적한 가운데 하피는 중앙의 기둥을 향해 똑바로 걸었다. 건물 최상층까지 곧게 뻗어 있는 기둥이었는데, 기둥 주변 천장을 확 뚫어놓은 형태였던 터라 최상층의 지붕은 물론이고 각 층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하피는 기둥 바로 옆에 놓여 있는 커다란 판 위에 올라섰다. 가로 세로 각 3미터는 됨직한 제법 큰 판이었는데, 일행 모두가 올라가자 느리게나마 판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엘리베이터 대용인 모양이었다.

    눈을 휘둥그레 뜬 상태로 구경하기 바쁜 카타리나 옆에서 용호는 나름 품위를 유지한 채 눈동자만 굴려 주변을 살폈다.

    2층은 전문 도박장이었다. 꾸물꾸물 거리는 슬라임들이 레이스를 펼치는 가운데 바로 옆에서는 작은 마수들이 목숨을 걸고 싸움을 벌였다. 카드 패를 나누는 자들도 있었고 제대로 된 룰렛을 돌리는 곳도 있었다.

    2층을 구경하며 눈을 빛내던 카타리나는 3층과 4층에 도달하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새빨개진 귀를 늘어트리더니 손가락이 벌어진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동자를 바쁘게 굴렸다.

    3층과 4층은 창관이었다.

    옷을 입었다기 보다는 벗고 있는 중인 여인들이 저마다의 방 앞에서 야릇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자유도시의 종족이 다양한 만큼 창기들 역시 다양했다. 오크와 고블린도 있었고 하프나 드라이어드 같은 용호의 기준에도 미녀라 할법한 자들도 있었다. 개중에서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난간에 팔을 괴고서 아래층을 구경하는 다크 엘프 여인이었다.

    움직이는 장판은 느렸고, 당연히 3층과 4층을 통과하는 시간도 길었다. 용호는 부득이하게도 창관의 여인들을 오래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개중 눈에 뜨였던 다크 엘프 여인이 용호에게 윙크하며 아랫입술을 살짝 핥았다.

    “흠흠.”

    괜히 헛기침을 터트렸지만 어차피 용호에게 시선을 주는 이가 없었다. 근엄하기만 한 줄 알았던 리쿰은 아예 오크 여인과 손짓을 하며 인사를 나눴고, 카타리나는 손가락 사이의 벌어진 틈으로 구경을 멈추지 않았다. 스컬만은 평상시와 같았지만, 평상시의 스컬이란 멍한 얼굴로 바닥을 굴러다니는 것을 의미했다.

    다행히 하피는 용호에게 등을 보인 채 서서 뒤돌아서지 않았다.

    5층은 아래층들과 달리 벽으로 기둥 주위를 막아두었기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6층.

    장판은 수평으로 이동해 선착장처럼 생긴 곳 앞에 정지했다.

    5층과 마찬가지로 선착장 부근 외에는 전부 벽으로 막혀 있어 무엇이 있는지 살필 수 없었다.

    “거의 다 왔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하피는 사람 하나 없는 복도로 일행을 인도했다. 하얗고 깔끔한 벽과 붉은 카펫 덕분인지 아래층들과는 완전히 다른 공간 같았다.

    복도의 끝에는 검고 고급스러운 문이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문 한쪽에는 달을 삼키는 늑대의 문장이 작게 양각되어 있었다.

    “안으로 드시지요. 주인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용호가 물을 새도 없이 하피가 문을 열었다. 자신의 안내는 여기까지라는 듯 문 앞에 멈춰 선 채였다.

    용호는 당혹스러움을 억누르고 열린 문 안쪽을 보았다. 벽 한 면을 가득 채우는 바가 정면으로 보였고, 그 한 가운데 오롯이 선 바텐더 차림의 여인이 보였다.

    누구도 재촉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체할 수도 없었다.

    용호는 방 안쪽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

    바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방이었다. 바 안쪽에 선 바텐더 차림의 여인은 단번에 용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단순히 미녀였기 때문이 아니었다.

    피부는 붉었고 이마에는 검은 뿔 두 개가 솟아 있었다. 색이 연한, 갈색이 다소 섞인 금발은 한 데 묶어 늘어트렸다.

    용호는 반사적으로 진화의 권능을 발동시켰다. 눈앞의 여인의 종족을 확인했다.

    [종족 : 레드 데몬]

    [분류 : 레드 데몬 - 스트라이더]

    종족을 확인하자마자 진화의 권능을 해제했다. 역시 생각대로 엘리고스와 종족이 같았다.

    문에 있던 카이완의 문장도 그렇고 혹시라도 마몬 가와 관련된 인물인 것은 아닐까?

    용호가 여인을 관찰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여인 역시 용호를 관찰했다. 용호의 두 눈에 잠시나마 초록 귀화가 피어오르자 작게 감탄한 그녀는 빙긋 웃으며 일행에게 자리를 권했다.

    바텐더와 객 사이에 놓인 것은 작은 바 하나뿐이었다. 그만큼 거리가 가까웠고, 얼굴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바텐더 차림의 여인은 손수 채운 술잔을 일행 앞에 하나씩 놓은 뒤에 활짝 웃으며 말했다.

    “선술집을 운영하는 오필리아입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마몬 가의 주인이시여.”

    바텐더- 오필리아의 눈과 입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녀는 용호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문제를 내자마자 정답을 공개하는 출제자처럼 용호의 옆에 앉은 카타리나에게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카타리나를 보고 알아차렸습니다. 이 근방에 다크 엘프는 흔하지 않으니까요. 아니, 사실은 출발하실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요.”

    “달을 삼키는 늑대의 문장.”

    용호가 말했다. 난데없이 자신이 지목당해 당황하던 카타리나는 더욱 당황했고, 오필리아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용호는 의식적으로 술잔을 거머쥐었다.

    마왕이 되는 망상을 많이 했고, 나름 익숙해지긴 했지만 역시 아직은 마왕이 된 기간이 짧았다. 하지만 시트리와의 대화가 도움이 되었다.

    눈앞의 여인은 분명 미녀였지만 카타리나가 더 예뻤다. 그렇다고 시트리처럼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아니, 그런 것을 다 떠나서, 용호는 이런 종류의 압박에 자기도 모르게 익숙해져 있었다.

    용호는 시트리를 떠올렸다. 오필리아와 눈을 맞추며 물었다.

    “마몬 가의 사역마였나?”

    “예전에는 그랬던 적이 있었죠. 당연히 지금은 아니고요.”

    오필리아는 시원하게 답했다. 그녀는 바 안쪽에 있던 의자를 끌어다가 용호 앞에 앉았다. 눈높이를 같게 했다.

    “아버지께서는 카이완 가주님의 심복이셨죠. 그분은 강자를 숭상하셨고, 마몬 가의 새로운 가주는 약자였기에 마몬 가를 떠나셨답니다.”

    전전대 가주.

    엘리고스는 전전대 가주가 즉위한 이후에 마몬가에 들어온 사역마였다. 그렇다면 엘리고스와 동족이긴 해도 그 이상의 관계는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오필리아가 계속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미련이란 건 어쩔 수 없는 거겠죠. 아버지께서는 항상 마몬 가에 신경을 쓰고 계셨답니다. 그 미련이 카이완님의 귀환에 관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새로운 가주의 등극에 관한 것이었는지는 모르지만요. 어찌되었든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실 때까지 그러하셨고, 심지어는 제게 마몬가를 지켜보라는 유언도 남기셨죠. 물론 제게 남기신 유언이 그것뿐이었던 것은 아니지만요.”

    카이완의 심복.

    3대 전 가주인 그녀를 흠모하는 자의 딸.

    마몬 가를 떠난 강력한 사역마가 산전수전 끝에 자유도시의 패권을 틀어쥐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한 차례 진화를 한 지금도 비전투원에 가까운 엘리고스와 달리 눈앞의 오필리아는 그 가냘픈 몸에도 불구하고 결코 약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쩌면 ‘레드 데몬’은 소위 말하는 전투 종족에 가까울지도 몰랐다.

    오필리아는 어째서 지금 이런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것일까.

    어느 정도는 짐작이 갔다.

    그리고 오필리아가 말하는 ‘지켜본다’의 의미 역시 그리 크게 기대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했다.

    전전대 가주가 죽고 나서 마몬 가는 방치되었다. 그녀는 마몬 가를 돕지 않았다.

    애당초 마몬 가의 사역마였던 것도 그녀의 아버지였다. 눈앞의 오필리아가 아니었다.

    오필리아는 자기 몫으로 따른 술잔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한 모금 삼킨 뒤 안주 접시에 담겨 있던 체리를 하나 깨물었다.

    “자기소개는 이쯤하면 될 것 같군요. 마몬 가의 가주께서 자유도시에 방문하신 이유를 여쭈어도 될까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들어볼까 해서.”

    용호도 술잔을 들었다.

    오필리아는 마몬 가에 대한 호기심 하나 때문에 용호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보를 주는 동시에 정보를 캐낼 생각이었다.

    애당초 용호가 마몬 가를 출발했을 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면 자연 포라스가 마몬 가의 던전에 들어가는 것 역시 보았을 터였다.

    용호가 포라스를 이겼는가.

    이겼다면 용호는 어떤 마왕일 것인가.

    지금 마몬 가의 상황은 어떠한가.

    용호가 술을 삼켰다. 오필리아가 말했다.

    “카타리나를 이렇게 가까이서 직접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사실 꽤나 당황했습니다. 정말 제가 아는 그 카타리나가 맞나 해서요. 예속 사역마가 이렇게까지 극적인 변화를 겪는 경우는 하나뿐이겠죠.”

    진화의 권능 이야기가 아니었다.

    괜히 놀라서 수선을 떨거나 단서를 줄 필요는 없었다.

    가주가 강해지면 예속 사역마 역시 강해진다. 아마도 오필리아는 거대한 랜드 웜을 격퇴할 정도로 강력한 가주가 들어서면서 예속 사역마인 카타리나가 강해졌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일 터였다.

    오필리아의 관찰 대상은 용호 하나만이 아니었다.

    카타리나는 기특하게도 스스로에 대해 잘 알았다. 우리의 호구 기사는 다채로운 표정으로 정보를 주는 대신 눈을 꽉 감고 표정 하나 없는 냉정한 여기사를 연기했다.

    오필리아가 웃었다.

    “세상은 시끌벅적하죠. 이곳 남부 공백지로만 시선을 돌린다면… 누군가는 난세의 시작이라고 하더군요. 전 이미 난세가 진행 중이라고 보지만요.”

    북부의 마왕 엠브리오.

    용호가 듣고 싶은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오필리아도 그것을 알았다 .그래서 섣불리 이야기를 늘어놓는 대신 다시 용호와 시선을 맞추었다.

    “조금 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 볼까요?”

    오필리아의 미소가 야릇했다. 바 위에 올라온 그녀의 붉은 손이 용호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용호와의 거리를 좁혔고, 붉은 피부 사이에서 더욱 밝게 빛나는 노란 눈동자로 용호를 들여다보았다.

    마력.

    지금까지 용호가 당해본 적이 없는 종류의 공격.

    엄밀히 말하면 공격이 아니었다. 오필리아의 마력이 용호의 정신을 침범했다. 영혼의 창인 눈을 통해 용호의 정신을 들여다보려 했다.

    서큐버스들이나 쓸법한 마법이었다. 겉에서 보면 아무런 티도 나지 않기에 리쿰과 스컬은 그저 용호와 오필리아가 손을 맞잡고 얼굴을 가까이하는 것으로만 보았고, 서큐버스의 피가 흐르는 카타리나는 눈을 꽉 감고 있느라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몰랐다.

    오필리아는 입술을 천천히 핥았다. 리쿰이나 스컬이 이상함을 느꼈을 때는 이미 용호의 정신을 들여다 본 이후일 터였다.

    마몬 가의 새로운 가주.

    랜드 웜을 쓰러트릴 정도의 강자.

    예속 사역마인 카타리나를 몰라볼 정도로 성장시킨 존재.

    하지만 아직은 애송이.

    과연 어떤 자일까.

    어떤 이름을 가진 마왕일까.

    오필리아의 정신이 용호의 정신을 침식해 들어갔다. 용호와 오필리아의 얼굴은 점점 더 가까워졌고, 이제는 서로의 입술이 맞닿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입술이 닿았다. 마침내 오필리아가 용호의 정신의 문을 열었다. 이제는 내키는 대로 읽어내면 될 뿐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용호가 오필리아의 손을 붙잡았다. 마치 도망치지 못한다는 듯 세게 움켜쥐었다.

    갑작스런, 있을 수 없는 용호의 행동에 오필리아는 당황했다. 하지만 더 놀랄 일이 아직 남아 있었다.

    타인의 정신을 살핀다는 것은 자신의 정신 역시 드러내는 것을 의미했다.

    오필리아는 자신의 정신을 알몸뚱이로 용호의 정신 속에 집어넣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오필리아를 기다리고 있던 것.

    일곱 개의 대죄 가운데 하나.

    거대하고 거대한 그것.

    탐욕이 미소 지었다.

    오필리아의 정신을 집어삼켰다.

    &

    < 제 18장 - 불꽃의 마왕 > 끝

    ⓒ 취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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