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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메이커-53화 (53/227)
  • < 제 17장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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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주하는 덤프트럭- 아니, 폭주 기관차에 치이기 직전 같았다.

    순식간에 시야 전체를 가득 매우며 다가오는 랜드 웜의 거체는 정신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다.

    주마등이고 뭐고 없었다. 쪼개지고 쪼개진 시간 속에서 오직 본능만이 반응했다.

    콰가가가가가가강!

    랜드 웜의 머리가 지면을 강타했다. 지표가 부서졌다. 흙먼지 사이에서 돌조각들이 마치 수류탄 파편처럼 비산했다.

    “끄아악!”

    “가주님!”

    “스컬컬!”

    비명 사이로 뼈와 살이 뭉개졌다. 뱀 앞의 개구리마냥 랜드 웜 앞에 얼어붙어버렸던 말의 시신이 제멋대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너무나 압도적인 충격 앞에 피조차 튀지 않았고, 말의 시신은 그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검붉고 단단한 각질로 뒤덮인 랜드 웜의 머리에는 얼핏 보아도 열 개가 넘는 눈이 달려 있었다. 그것들 하나하나가 흙먼지 속에서 동시에 움직였다.

    “카타리나!”

    말에서 뛰어내린 용호가 위험을 감수하고 소리쳤다. 흙먼지로 시야가 어지러운 가운데 일갈했고, 그 외침에는 명료한 뜻이 담겨 있었다.

    여럿이 동시에 움직였다.

    리쿰은 일단 말을 달려 흙먼지 밖으로 몸을 빼냈고, 스컬은 단숨에 말머리를 돌려 용호의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달렸다. 거의 힘으로 말을 끌고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랜드 웜은 기괴한 소리를 토하며 머리를 살짝 들어올렸다. 수많은 눈들을 동시에 움직여 한 방향을 보았다. 단순한 난입이 아닌, 목적이 있어 나타났다는 듯 표적을 찾았다.

    건조한 바람이 흙먼지를 흩어 놓았다.

    연이어 일어난 불꽃이 그 빈자리를 파고들었다. 선명한 녹색이 랜드 웜의 시야를 물들였다.

    키아아아!

    불꽃에 순간 움찔한 랜드웜은 다시 머리를 들어올렸다. 지표 밖으로 나온 몸길이만 근 20미터에 달하는 랜드 웜이었기에 그 위압감이 실로 어마어마했다.

    욕지거리를 토할 새도 없었다. 아몬을 움켜쥔 용호는 다시 한 번 불꽃을 내뿜었다. 때마침 달려온 스컬이 용호에게 손을 뻗었고, 용호는 남은 불꽃을 아무렇게나 흩뿌리며 스컬의 손을 잡았다.

    “스컬컬!”

    스컬이 괴력을 발해 용호를 들어올렸다. 그렇잖아도 무거운 스컬 때문에 허리가 휠 것 같았던 말은 용호의 무게가 더해지자 그야말로 죽는 소리를 냈지만 사정을 봐줄 때가 아니었다. 랜드 웜의 눈동자들이 다시 한 번 바쁘게 움직였다.

    스컬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박차를 가했다. 말 역시 다리가 부러질 것 같은 와중에도 필사적으로 달렸다. 용호가 뒤를 돌아보았다. 마치 상어처럼 돋아난 수십 개의 이빨들이 눈에 선명했다. 아직 거리가 있지만 뜨거운 숨결이 등 뒤에 닿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용호는 랜드 웜 그 자체보다는 다른 것을 보았다. 필사적인 외침이 확실하게 전해졌음을 확인했다.

    말에서 뛰어내린 카타리나가 랜드 웜의 등을 타 오르고 있었다. 벽과 바닥을 박차 입체적인 기동을 할 정도로 독보적인 카타리나의 기동력이었다.

    용호를 공격하기 위해 랜드 웜이 지표에 머리를 박은 순간, 용호가 그 이름을 외친 순간 카타리나는 이해했다.

    용호는 구조를 청하며 자신의 이름을 부른 것이 아니었다.

    용호가 바란 것.

    몸과 마음, 그 영혼 모두를 가주에게 바친 예속 사역마이기에 이해할 수 있었던 명령!

    랜드 웜에게서 도망칠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랜드 웜을 포기하게 할 수 있는가?

    역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오직 싸워 이기는 것!

    불꽃이 비산한 순간 카타리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말의 안장 위에 두 발을 올렸고, 그대로 비상하듯 도약했다.

    랜드 웜이 불꽃을 뒤집어 쓴 그 때 카타리나는 랜드 웜의 몸을 타고 올랐다.

    랜드 웜은 단순히 몸이 길기만 한 괴물이 아니었다. 원통형이라기보다는 사다리꼴 몸을 연달아 붙여놓은 괴물이었고, 몸에 난 자잘한 털들과 돌기, 각질이 붙은 다리는 모두 훌륭한 디딤대가 되어 주었다.

    랜드 웜이 용호의 불꽃을 피해 머리를 들어올렸다. 당연히 몸이 크게 움직였고, 카타리나는 그 반동을 이용했다. 몸이 솟구치는 그때 오히려 허공으로 뛰어올랐고, 연달아 랜드 웜의 등을 빠르게 타고 올랐다.

    랜드 웜이 용호를 보았다.

    용호도 랜드 웜을 보았다.

    다시 한 번 끔찍한 아이콘택트를 하며 아몬을 들어올렸다. 크레이지 앤트를 상대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성대한 탐욕의 불길을 일으켰다.

    랜드 웜은 입을 꾹 다물었다. 눈까지 모두 감은 뒤 불꽃을 향해 돌진했다. 녹색의 불꽃이 부서지고 흩어졌다. 랜드 웜의 각질을 따라 불꽃이 흩날렸다. 랜드 웜의 머리가 다시 한 번 지면을 강타했다.

    어마어마한 진동이 일었다. 스컬이 신묘한 기마술을 펼쳐 랜드 웜의 일격을 피했지만 이제는 말이 더 이상 견디지 못했다. 다리가 부러지기라도 한 듯 구슬픈 울음을 토하며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고, 다시 한 번 일어난 흙먼지가 불꽃의 잔영을 뚫고 밀려왔다.

    스컬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바닥에 나자빠졌다. 용호는 급히 몸을 던져 바닥을 굴렀고, 급히 일어나 랜드 웜을 보았다.

    지면에 머리를 박은 랜드 웜이 감고 있던 눈을 동시에 떴다. 열 개가 넘는 눈동자들이 일시에 한 방향을, 그것도 자신을 가리키는 것은 참으로 끔찍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용호는 그 시선을 정면에서 받았다. 랜드 웜의 머리에 돋아난 돌기를 붙잡고 충격을 견뎌낸 카타리나에게 시선을 분산하는 대신 그녀에게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용호가 지면을 박찼다. 지금까지와 달리 오히려 랜드 웜의 측방을 파고드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스컬은 바닥을 돌처럼 굴러 일어섰고, 어찌어찌 빠져나간 리쿰은 멀찍이서 어쩔 줄을 몰라하다가 되는 대로 챙겨온 활을 들어올렸다.

    랜드 웜이 머리를 들었다. 용호가 다리를 멈추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소리쳤다.

    “카타리나!”

    그리고 카타리나가 응답했다. 아슬아슬한 묘기를 하듯 랜드 웜의 머리 위에서 몸을 비튼 그녀는 한 손으로 돌기를 붙잡은 채 다른 한 손으로 단검을 뽑아들었다. 사람 머리만한 크기에서 어른 상체만한 크기까지 다양한 랜드 웜의 눈들을 사정없이 찔렀다.

    단단하고 거대한 각질로 온 몸을 보호하는 랜드 웜이었지만 눈동자까지 보호할 수는 없었다. 날카로운 단검의 칼날이 눈동자를 꿰뚫은 순간 랜드 웜은 살아생전 느껴보지 못했던 고통을 체감했고, 끔찍한 비명과 함께 몸을 비틀었다. 더욱이 카타리나의 단검에는 독이 묻어 있었다. 랜드 웜의 체구를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라 할 수 있었지만 찔린 부위가 좋지 않았다.

    독은 랜드 웜을 죽일 수 없었다. 하지만 더욱 큰 고통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키아아아!”

    그야말로 미쳐 날뛰었다. 카타리나는 공격을 포기하고 필사적으로 랜드 웜의 머리에 매달렸다. 랜드 웜의 측방으로 파고들던 용호는 랜드 웜의 몸부림에 깔려죽지 않기 위해 바쁘게 발을 놀렸다. 그 와중에도 다음을 생각했다.

    랜드 웜이 어째서 갑자기 나타났는지, 왜 하필이면 용호 자신을 노리고 있는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랜드 웜을 격퇴할 수단이었다.

    황망한 얼굴로 이 모든 광경을 바라보던 리쿰은 활 시위를 당기는 대신 다시 활을 집어넣었다. 무익한 공격에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자유도시를 향해 달렸다. 비겁하게 가주를 버리고 도망치는 것이 아니었다. 리쿰은 리쿰 나름대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었다.

    이 근방에 랜드 웜이 서식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카타리나가 말했던 것처럼 랜드 웜은 사람이 많은 곳을 일부러 찾아 나타나지 않았다. 더욱이 랜드 웜은 스컬이나 리쿰 자신은 못 본 척 하고 오로지 용호만을 노리고 있었다.

    리쿰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오로지 앞만 보며 달렸다. 지금 당장 조력을 청할 수 있는 곳은 자유도시뿐이었다. 애당초 문을 걸어 잠근 것을 보면 도와줄 가능성이 희박했지만 그래도 가능성을 포기할 순 없었다.

    스컬은 망치 끝에 달린 가죽 끈을 잡았다. 그대로 망치를 붕붕 돌리며 랜드 웜을 노려보았다. 터무니 없이 거대한 랜드 웜에게 망치 투척이 과연 효과가 있을 지 미지수였지만 그래도 스컬은 공격을 생각했다.

    용호는 계속 달렸다. 그 움직임은 이제 단순히 회피만을 노리지 않았다. 용호는 다시 한 번 전해지기를 바라며 카타리나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카타리나!”

    용호의 요구는 랜드 웜을 공격하라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가주와 예속사역마라 하여 텔레파시가 통하는 것은 아니었으니 그 뜻이 제대로 전달될지도 미지수였다.

    하지만 용호는 카타리나를 믿었다.

    카타리나 역시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그녀는 가주의 호위기사였다. 던전 안의 그 누구보다도 전투 시의 용호를 잘 이해해야 하는 존재였다.

    용호는 랜드 웜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거리를 좁혔다. 그렇다면 용호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 것인가.

    랜드 웜의 몸부림이 약해졌다. 조금만 더 있으면 다시 눈을 뜨거나 머리 위의 카타리나를 쳐내기 위해 더 격한 몸부림을 칠 것 같았다.

    카타리나는 이제 망설이지 않았다. 두 손으로도 버티기 힘들었지만 결단을 내렸다. 한 손을 놓았다. 그 손을 허리춤에 뻗었고, 돌돌 말아 엉덩이 쪽에 차고 있던 밧줄을 풀었다. 비상시를 대비한 것이었기에 이미 한쪽 끝은 카타리나의 허리에 감겨 있었다.

    랜드 웜이 요동쳤다. 그리고 카타리나는 아찔함 속에 용호의 이름을 주문처럼 읊조렸다. 나머지 한 손도 놓아버렸고, 재빨리 밧줄 끝에 단검 검집을 묶었다. 랜드 웜의 요동침에 몸이 튕겨나가기 직전에 다시 손을 뻗어 각질을 붙잡았다.

    몸이 부서질 것 같았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랜드 웜이 기어코 다시 눈을 떴다. 카타리나가 박살낸 눈동자에서 피와 진물이 같이 흘러나왔다.

    랜드 웜이 움직였다. 어마어마한 흙먼지가 일었고, 랜드 웜은 마치 투레질 하는 소처럼 머리를 흔들었다. 이번에는 머리뿐만 아니라 몸을 동원해 땅을 후려쳤다. 아예 지표를 쓸어버릴 요량 같았다.

    용호는 계속 달렸다. 흙먼지 속에서 카타리나가 있는 곳을 보았고, 그 믿음은 보답 받았다. 흙먼지를 가르며 검집이 묶인 밧줄이 일직선으로 날아왔다.

    붙잡았다.

    랜드 웜이 지면을 강타했다. 간신히 직격을 피한 용호였지만 엉망진창으로 나자빠졌다.

    “키아아-!”

    랜드 웜이 다시 포효했다. 이제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 다시 머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용호의 몸 역시 솟구쳐 올랐다. 카타리나는 두 손으로 각질을 붙잡고 버텼다. 밧줄에 감긴 가느다란 허리가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밧줄에 쓸린 피부가 벗겨지며 피가 새어나왔다.

    용호는 필사적인 진자운동을 했다. 랜드 웜이 몸을 든 순간 허공에 딸려 올라감과 동시에 몸을 흔들어 반동을 주었고, 기어코 랜드 웜의 몸에 충돌했다.

    아몬은 입에 물었다. 한 손으로 각질을 붙잡았고, 카타리나와 이어져 있던 밧줄은 손에서 놓았다. 갑자기 사라진 용호의 모습에 당황한 랜드 웜이 일순 정지한 바로 그 순간 필사적으로 랜드 웜의 등을 기어올랐다.

    민첩 특화에 투자한 효과가 있었다. 카타리나만은 못했지만 용호 역시 빨랐다. 두껍고 단단한 각질로 등을 덮은 랜드 웜은 용호가 자신의 머리 위로 타고 올랐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스컬컬!”

    스컬이 돌연 크게 소리쳤다. 용호를 찾기 위해 눈동자를 굴리던 랜드 웜은 스컬을 보았다. 스컬은 도망치거나 물러서지 않고 여전히 당당히 서서 망치를 돌렸다. 랜드 웜을 똑바로 노려보며 눈구멍 속의 귀화를 불태웠다.

    랜드 웜이 표적을 바꿨다. 용호가 카타리나 바로 옆에 당도했다.

    가주와 예속 사역마는 서로를 보지 않았다. 그저 교감했고, 동시에 거의 같은 행동을 했다.

    “키아아아아아아아아!”

    아몬과 단검이 제각기 랜드 웜의 눈동자를 꿰뚫었다. 거기다 이번에는 그냥 꿰뚫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아몬을 통해 용호가 불꽃을 쏟아냈다.

    랜드 웜은 그야말로 미쳐 날뛰었다. 밖으로 드러난 몸길이만 20미터에 달하고, 머리에 사람 둘이 동시에 올라가도 될 정도로 커다란 랜드 웜이었다. 그런 랜드 웜이 미쳐 날뛰자 그 힘이 실로 어마어마했다.

    랜드 웜도 이제는 용호와 카타리나가 자신의 머리 위에 있음을 알았다. 생각의 결과라기보다는 본능에 가까웠다. 눈이 산채로 불타는 끔찍한 고통 속에 랜드 웜은 머리를 거의 지표 가까이 내렸다가 단번에 위로 쳐올렸다. 사람으로 치면 격렬한 헤드베잉이라 할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힘과 빠르기에 용호와 카타리나는 더 버티지 못했다. 공깃돌이 된 것 마냥 허공으로 튕겨져 올랐다.

    랜드 웜의 남은 눈동자들이 그런 두 사람을 쫓았다.

    몸이 가는 만큼 체력이 약한 카타리나는 허공에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용호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그런 카타리나를 붙잡았다. 어찌나 높이 솟구쳤는지 지표가 멀었다. 그리고 발밑에 랜드 웜의 입이 보였다. 단번에 집어삼키겠다는 듯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것이 마치 무저갱의 입구 같았다.

    날카롭게 돋아난 이빨이 수십 개가 넘었다. 한 번 물리면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지다 못해 으깨질 터였다.

    용호가 카타리나의 허리를 한 손으로 안았다. 카타리나가 지친 가운데 용호의 목을 끌어안았다.

    랜드 웜이 더욱 더 크게 입을 벌렸다.

    “스컬컬!”

    스컬이 소리쳤다. 용호는 그 외침에 답해 주었다. 아몬으로 발밑을 겨누었고, 크고 아름다운 불꽃을 방사했다.

    불꽃을 추진력 삼아 튀어 오른다는 말도 안 되는 일을 계획한 것이 아니었다. 커다란 불꽃이 용호와 카타리나에 앞서 랜드 웜의 입과 충돌했고, 순간적인 뜨거움에 랜드 웜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찰나. 아주 짧은 틈.

    용호와 카타리나가 그 틈을 파고들었다. 랜드 웜의 입 안에 빨려들듯 들어갔고, 랜드 웜이 뒤늦게 입을 다물었을 때는 이미 그 날카로운 이빨들을 지나친 후였다.

    어두웠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소화’라는 과정을 당하면 죽기는 매한가지였다.

    용호는 더욱 더 세게 카타리나의 허리를 안았다. 어딘가를 겨눌 것도 없이 탐욕의 불길로 전신을 뒤덮었다. 랜드 웜의 체내를 불태움과 동시에 랜드 웜의 체액으로부터 스스로와 카타리나를 보호했다.

    바로 반응이 있었다. 랜드 웜이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격렬하게 미쳐 날뛰었다. 지표를 박살이라도 내겠다는 듯, 아니면 자살이라도 하겠다는 듯 미친듯이 지면에 몸을 박아댔다.

    랜드 웜의 체내에서도 그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온몸이 박살날 것 같은 고통 속에서 용호는 이를 악물었다. 포기하지 않고 욕망했다. 탐욕의 기운을 일으켰다.

    갈망하는 것.

    원하는 것.

    손에 넣고자 하는 것!

    탐욕의 일부가 카타리나를 휘감았다. 그리고 나머지 모두가 어느 한 지점을 향해 뻗어나갔다. 랜드 웜의 육신 내부에서 가장 값진 것을,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찾아냈다.

    마력의 덩어리.

    그 정수가 응집된 장소. 그 하나만으로도 이미 강력한 마정석이라 할 수 있을 웜 하트!

    용호는 탐욕의 인도를 따랐다.

    요동치는 랜드 웜의 체내에서 마찬가지로 몸부림쳤다. 그리고 마침내 닿았다. 붉고 붉은 심장. 그 안에서 맥동하는 마력의 흐름!

    아몬으로 꿰뚫었다. 마지막 힘을 끌어 모아 탐욕의 불꽃을 발했다. 부서지고 파괴되는 랜드 웜의 심장에 다른 한 손을 박아 넣었다.

    마지막 충격.

    아마도 랜드 웜이 지표에 힘없이 쓰러지며 생겨난 진동.

    용호는 어둠 속에서 주황색 마력의 덩어리를 보았다.

    왼손에 낀, 카이완의 일지를 찾으면서 손에 넣었던 팔찌에서 새어나온 은색의 마력이 마치 그물처럼 주황색 마력을 끌어안았다. 기분 탓인지 마치 서로 다른 두 마력이 호응하는 것만 같았다.

    용호는 탐욕을 감추지 않았다.

    랜드 웜의 정수를 먹어치웠다.

    &

    < 제 17장 #2 > 끝

    ⓒ 취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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