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메이커-43화 (43/227)
  • < 제 13장 #2 >

    &

    지쳤다.

    육신은 삐거덕 거렸다.

    새로이 흡수된 정수가 소진된 마력을 보충해주었지만 부족했다. 마치 바닷물을 삼킨 것처럼 더 큰 갈증이 느껴질 뿐이었다.

    그래도 쓰러질 수 없었다.

    지금 쓰러지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목숨을 건 사투는 극도의 흥분을 야기하는 일이었다.

    단순한 승패가 아닌, 생과 사를 나누는 찰나의 연속.

    살아남았다는 희열이 들끓어 올랐다.

    눈앞을 가득 매운 선홍빛과 코끝을 찌르는 혈향이 심장박동 수를 끝없이 끌어올렸다.

    하지만 차분해져야만 했다.

    육신이 뜨겁게 달아오를지언정 머리는, 정신은 차가움을 유지해야만 했다.

    포라스의 정수를 흡수했다.

    강해졌다. 조금이지만 마력을 회복했다.

    몸을 일으켜 세우는 그 잠깐의 시간동안 생각했다. 녹색의 불꽃을 일으켜 모두의 시선을 훔쳤고, 그렇게 만들어진 사각 속에서 헤아렸다.

    적의 수장을 꺾었다.

    아마도 이 던전 내에서 가장 강한 적일 포라스는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포라스의 호위기사로 추정되는 고쿤 역시 목에서 피를 쏟아내며 죽어가고 있었다.

    남은 오크의 숫자는 어림 세어도 열 마리 안 쪽.

    던전에 침입해왔던 적의 숫자를 생각해본다면 그야말로 대승이라 해도 좋았다.

    하지만 용호는 착각에 빠지지 않았다.

    승리를 논할 때는 죽인 적의 숫자만이 아니라 아군의 피해 역시 고려해야만 했다.

    바닥에 누운 카타리나가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일어서지 못했고, 입가엔 토해낸 피가 가득했다. 눈에는 격통 때문에 새어나온 눈물이 끝없이 흘렀다.

    클레이 골렘은 박살이 났다. 아마도 클레이 골렘의 육신을 구성하는 진흙내의 수분이 얼어붙음에 따라 자멸 아닌 자멸을 하게 된 것 같았다.

    스컬은 골반이 부서져 일어서지 못했다. 락 골렘 역시 반파된 상태였고, 초반부터 전력을 다 쏟아냈던 살라멘더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숨을 헐떡였다.

    구석에서 끙끙거리는 코볼트는 언제나처럼 제대로 된 전력이 되지 못했다. 고블린 욘은 죽어갔고, 나머지 고블린 세 마리 역시 잠깐 동안의 혈투동안 기력을 반 이상 소진한 느낌이었다.

    엘리고스가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눈동자를 한 번 굴리며 그 모든 것들을 시야에 담은 용호는 한 걸음을 내딛었다.

    허리를 곧이 세우고 어깨를 폈다. 그 작은 동작만으로도 온몸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지만 고통을 씹어 삼켰다.

    모두의 시선이 모이는 것이 느껴졌다. 오크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포라스와 호위기사 오크 버서커 고쿤의 죽음이 가져온 충격 때문일 터였다.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속개되지도 않았다.

    용호는 돌아섰다. 등 뒤에서 마른침을 삼키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나마 멀쩡한 트리엔트는 용호 대신 오크들을 노려보았다. 칭찬할만한 대응이었다.

    오크들을 등진 채 용호는 바닥에 누운 카타리나에게 다가가 자세를 낮췄다.

    “카타리나.”

    “가… 주…….”

    카타리나는 제대로 말을 끝맺지 못했다. 억지로나마 미소를 지으려는 것 같았지만 그나마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포라스에게 얻어맞은 복부 주위가 한기 때문에 파랗게 변해 있었다. 숨을 쉬는 것도 어려운 상태인 것 같았다.

    용호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포라스를 쓰러트리는 데 가장 큰 공훈을 세운 것은 카타리나였다. 마지막 순간에 발사된 손쇠뇌 화살이 아니었다면 지금 바닥에 누워 있는 것은 포라스가 아닌 용호 자신이었을 터였다.

    용호가 천천히 카타리나의 복부 위에 손을 올렸다. 무척이나 부드러웠지만 차가웠다. 포라스의 저주와도 같은 한기가 용호에게도 이빨을 들이미는 것 같았다.

    용호는 그 한기를 받아들였다. 정수 흡수와 함께 집어삼킨 포라스의 냉기가 용호에게 힘을 보태주었다. 카타리나의 복부에 자리한 한기를 중화시켰다.

    연이어 용호는 손바닥을 통해 카타리나에게 마력을 불어넣었다.

    다크엘프와 서큐버스의 혼혈이긴 했지만 카타리나 역시 마족이었다. 예속 사역마인 그녀는 용호의 마력을 스펀지처럼 받아들였고, 그로부터 힘을 얻었다.

    카타리나의 표정이 한결 편안하게 변했다. 아예 긴장이 풀리기라도 한 것인지 그대로 눈을 감고 졸도해버렸다.

    용호는 아주 작게나마 안도의 숨을 토했다. 정수 흡수로 용호가 강해지지 않았다면 정말로 위험했을 지도 몰랐다. 가주가 강해지면 함께 강해지는 예속 사역마의 특성이 카타리나의 목숨을 구한 셈이었다.

    카타리나에게 조금 더 시간을 쏟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용호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엘리고스와 시선이 마주쳤고, 엘리고스는 용호의 의중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괜찮다는 뜻이었다.

    엘리고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낀 용호는 그대로 돌아섰다.

    오크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팽팽하다고는 할 수 없는, 기묘한 긴장과 침묵이 방안에 가득했다.

    여전히 모두의 시선은 용호에게 쏠려 있었다. 용호는 그 시선을 그대로 받아내며 발걸음을 내딛었다. 용호가 다가오자 오크들이 조금씩 다른 반응을 보였다. 무기를 움켜쥐는 놈도 있었고, 여전히 눈을 가늘게 뜬 채 쳐다만 보는 놈도 있었다.

    용호가 욘과 준 앞에 멈춰섰다.

    존과 론은 저마다 창을 들고 오크들을 노려보고 있었고, 고블린 레인저의 홍일점인 준은 가슴이 갈라진 채 죽어가는 욘을 보듬은 채 울고 있었다.

    용호는 진화의 권능으로 욘을 보았다.

    다행이었다. 죽기 전에 무언가 큰 활약을 했는지 진화 숙련치가 100에 도달해 있었다.

    용호는 욘의 머리 위에 왼손을 올렸다. 얼마 남지 않은 마력을 쏟아 부어 욘을 홉고블린으로 승급시켰다.

    진화의 권능.

    이제껏 다른 사역마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욘의 몸에서 밝은 빛이 일었다.

    승급은 종의 변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골격 그 자체가 변하는 큰 변화는 육체의 재구성에 가까웠다.

    욘의 상처가 아물었다. 불규칙하고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았던 호흡이 약하지만 평온을 되찾았다.

    준이 기적을 목격한 사람처럼 감동과 환희 속에 용호를 보았다. 자꾸만 신경 쓰여 뒤를 돌아보던 존과 론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오크들 역시 반응했다. 눈을 크게 뜨는 자도 있었고, 저도 모르게 무기를 늘어트리는 자도 있었다.

    회복마법 같은 것이 아니었다. 눈앞에 일어난 일은 뭔가 다른, 보다 초월적인 일이었다.

    용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스컬컬 낮은 소리를 내는 스컬을 돌아보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오크들을 노려보았다. 얼마남지 않은 마력이었지만 다시 한 번 아몬 위에 녹염을 씌웠다.

    일어서서 무기를 들고 있는 오크의 숫자는 일곱.

    포라스와 고쿤이 죽은 지금 저들 모두의 입장이 평등하다면 오히려 곤란했다. 누군가 하나 리더가 있는 편이 훨씬 더 나았다.

    그리고 다행히도 살아남은 오크들 가운데서 암묵적인 리더 자리에 오른 오크가 하나 있었다.

    다른 오크들이 힐끔힐끔 그 오크를 돌아보았기에 금방 구분할 수 있었다.

    눈가에 칼자국이 난 오크였다. 낡았지만 잘 손질된 부분 갑옷을 입고 있었고, 무척이나 큰 대도를 무기로 사용했다.

    용호는 놈과 눈을 마주쳤다. 입술을 벌렸고, 아주 잠깐 시간을 두었다. 갈라지거나 약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말했다.

    “싸움은 끝났다.”

    멋져 보이려 한 말이 아니었다. 그 이상의 말을 자아낼 여력이 없었다.

    눈에 상처가 난 오크는 포라스와 고쿤의 시신을 한 번씩 돌아보았다.

    용호는 놈이 주인의 복수를 하겠다며 달려들 경우를 머릿속에서 지우지 않았다.

    눈을 돌리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주저앉고 싶은 것을 이를 악물고 버텼다.

    오크는 눈을 감았다. 조바심이 날 정도로 천천히 긴 숨을 내쉬었고, 다시 눈을 떠 용호를 보았다. 들고 있던 대도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졌소. 항복하겠소.”

    눈에 상처 난 오크가 결정하자 다른 오크들 역시 주춤주춤하다가 무기를 내려놓았다. 마지막까지 망설이던 놈 역시 상처 난 오크가 한 번 눈짓을 주니 결국엔 무기를 바닥에 던졌다.

    이제 정말로 싸움이 끝났다. 하지만 적어도 눈앞의 오크들을 결박해서 감옥에 가두기 전까지는 쓰러질 수 없었다.

    다행히 엘리고스가 용호의 곁에 섰다. 체력 특화로 진화한 덕분인지 똑같이 포라스에게 일격을 허용했음에도 비교적 멀쩡한 그였다.

    엘리고스가 고블린들과 트리엔트에게 명령해 오크들을 결박했다.

    눈에 상처가 난 오크는 약간 누그러진 눈으로 용호를 보았고, 용호는 안심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스컬컬.”

    작은 목소리에 용호는 시선을 돌렸다. 골반이 부서져 일어나지 못하는 스컬이 용호를 보고 있었다. 기분 탓인지 스컬이 즐겁게 웃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연이어 머릿속에 목소리가 들렸다. 긴박한 상황 때문에 끼어들지 못하고 지켜만 보던 던전의 영혼이었다.

    [가주들 간의 첫 던전 전투에서 승리하셨습니다.]

    [정말 멋졌어요.]

    애써 붙잡고 있던 긴장이 약간이지만 풀릴 것 같은 귀여운 목소리였다.

    용호는 한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 번 길고 긴 숨을 내쉬었다.

    첫 던전 전투.

    용호의 승리였다.

    &

    마계에서 던전 전투라 함은 가주와 가주- 즉, 던전을 소유한 마왕들 간의 싸움을 의미했다.

    던전을 지키기 위한, 던전을 빼앗기 위한 싸움.

    던전 전투는 무척이나 큰 위험성을 동반했다.

    던전 수비자에게 있어 패배는 곧 던전의 상실을 의미했다.

    싸움에서 진 가주는 열에 아홉은 목숨을 잃었고, 설사 살아남는다 해도 던전과 사역마들을 모두 잃고 방랑하는 처지에 놓였다.

    공격자 측도 패배를 쉬이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던전 전투는 기본적으로 수비자가 유리한 싸움이었다. 때문에 공격자는 수비자보다 더 많은 자원을 쏟아 붓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렇게 쏟아 부은 자원이 모두 허사가 된다면 어찌될까.

    당장에 소유한 던전을 잃는 것은 아니었지만 던전의 방어력이 급감할 수밖에 없었다.

    마계는 약육강식의 세계.

    이쪽이 약해진 틈을 타 이빨을 드러낼 적은 어디에나 산재해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부 공백지처럼 고만고만한 세력을 가진 가주들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의외일 정도로 던전 전투가 발생하지 않았다. 단 한 번의 싸움으로 가진 것 모두를 잃을 수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던전 전투는 오히려 강력한 세력을 가진 마왕들의 접경지에서 자주 발생했다.

    휘하에 여러 던전을 거느린 마왕들은 한 번의 싸움으로 모든 것을 잃지 않았다. 싸움에서 이기든 지든 다음 싸움을 계속할 여력을 가지고 있었다.

    던전 상회의 다섯 이사 가운데 하나인 최속의 날개 사마엘은 졸린 눈을 억지로 뜨고 집무실 벽에 붙은 마계 전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집무실은 무척이나 비좁았다. 자유롭게 창공을 누비는 하피들의 여왕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크고 아름다운 검은 날개를 비행보다는 등받이 쿠션으로 쓰는 일이 더 많았다.

    “너무 많아.”

    여섯 왕들의 접경지에서 월례행사처럼 일어나는 던전 전투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남부 공백지가 이상했다.

    본래라면 몇 년에 한 번 꼴로 겨우 던전 전투가 발생해야 할 그 땅에서 벌써 열 번도 넘게 던전 전투가 발생했다.

    공백지 북부에서 갑자기 세를 늘리기 시작한 마왕 엠브리오.

    던전 상회는 마왕들간의 싸움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완전히 손을 놓고 구경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엠브리오가 계속 세력을 확장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수백 년이 넘도록 상호견제에 의한 평화를 유지하던 남부 공백지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남부 공백지의 가주들은 분명 나약했다. 공백지 역시 다른 여섯 왕들의 땅에 비하자면 이렇다 할 발전도 되지 않은 황무지에 불과했다.

    하지만 누군가가 남부 공백지 전부를 일통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사마엘은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남부 공백지는 시트리의 담당 구역이었다. 그녀는 이 상황을 알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 상황을 통제할 방안은 마련해 둔 것일까.

    ‘이 상황의 배후에 무엇이 있는지라든가-.’

    사마엘은 생각을 끊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시트리는 던전 상회에서 가장 오랫동안 이사 자리를 지킨 자였다. 다섯 이사들 가운데 신참이라 할 수 있을 사마엘 자신이 걱정할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녀가 침묵하고 있다면, 그 침묵에는 분명 그에 합당한 이유가 존재할 터였다.

    “다음.”

    사마엘이 말하자 던전의 영혼이 몇 가지 보고사항을 전달했다. 던전 상회의 다섯 이사들은 상인이기 이전에 각자가 자신의 던전을 소유한 가주들이었다.

    보고를 받은 사마엘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비좁은 집무실을 나서자 거대한 공동이 나타났다. 천장이 어찌나 높은지 공동 안에 탑이 들어가도 될 것만 같았다.

    사마엘은 그대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날개를 펼쳐 나는 대신 공간도약 마법을 사용했고, 던전을 포함한 그녀의 ‘영지’에서 가장 화려하고 사치스런 장소에 도착했다.

    던전 상회 경매장.

    가격을 정해놓고 팔기에는 너무나 값비싸고 희소한 것들을 거래하는 장소.

    한 걸음을 다시 내딛자 새하얀 드레스가 사마엘의 전신을 감쌌다. 아무런 무늬도 없는 수수한 드레스였지만 그랬기에 오히려 사마엘의 아름다움을 부각시켰다.

    사마엘이 다시 몇 걸음을 내딛었다. 그녀의 수하이자 던전 경매장의 총지배인인 인큐버스 로드 카롯이 다가와 우아하게 예를 표했다.

    오페라 하우스를 연상시키는 경매장 안에서는 지금 한창 경매가 진행 중이었다.

    현재 거래되고 있는 상품은 이계의 검사.

    나름 자신의 세상에서는 검왕이라고까지 불린 뛰어난 검사였다.

    사마엘이 직접 이렇게 경매장까지 찾아온 이유는 이계의 검사가 그만큼 대단한 존재여서가 아니었다.

    현재 경매장에 나와 있는 인물들 때문이었다.

    오만의 왕과 질시의 왕의 대리인들.

    거기에 폭식의 왕의 대리인까지 경매장에 자리하고 있었다.

    질시의 왕이 최근에 스켈레톤 워리어를 2만 마리나 사들였다는 사실을 오만의 왕이 모를 리 없었다.

    폭식의 왕이 본 드래곤을 사들인 사실은 비밀이었지만, 다른 두 왕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들은 언제나 폭식의 왕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왕들이 직접 오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휘하에서도 서열 5위권 안에 들어갈 만한 자들이 대리인으로 나섰다. 이정도면 여섯 왕들 간의 소소한 대리전이라 해도 좋았다.

    사마엘은 경매장 안으로 들어서며 생각했다.

    던전 상회 최강의 괴력이라 불리는 오로바스는 작금의 균형이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러할까.

    여섯 왕들 가운데 누구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았다. 그들 가운데 지금의 위치에 만족하는 자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작은 계기.

    완벽하게 맞물린 톱니바퀴를 엇나가게 할 무언가.

    그런 것이 생겨난다면. 완전히 멈춰버린 도미노를 밀어버릴 일이 발생한다면.

    균형은 거짓말처럼 무너질 것이다.

    과거 탐욕의 왕 마몬의 시대가 그러했던 것처럼.

    장내에서 박수소리가 울렸다. 어쩌면 대리인 가운데 누군가가 치킨 레이스 끝에 상식을 벗어난 금액을 제시했을 지도 몰랐다.

    사마엘은 발걸음을 서둘렀다. 순간 떠올랐던 남부 공백지의 일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가식어린 장소에 어울리는 우아한 미소를 머금었다.

    제 13장 - 격전 끝, 제 14장으로 이어집니다.

    < 제 13장 #2 > 끝

    ⓒ 취룡

    0